로봇 일레븐
데니스 홍.홍이산 지음, 정용환 그림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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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일레븐 (2019년 초판)

저자 - 데니스 홍, 홍이산

그림 - 정용환

출판사 - 인플루엔셜

정가 - 13000원

페이지 - 120p



지구를 지켜줘! 로봇 일레븐~



로봇공학자 아빠와 로봇덕후 아들이 함께 만든 동화책이라...경계 없는 아이의 상상력을 체계화 시켜주고 이런 결과물로 내놓을 수 있는 아빠의 추진력과 배려가 내심 부럽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허무맹랑한 상상속 이야기들에 귀기울이고 다듬어주는건 아이의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관심과 사랑으로 들어주는 부모의 배려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상상에서 태어난 열 한대의 로봇들과 함께 떠나는 모험의 세계...SF로봇 덕후인 본인도 딸아이와 함께 흥미로운 로봇의 세계로 풍덩~ 뛰어들어볼까 하는 생각에 책을 집어들고 딸아이와 함께 읽었다. 어려운 용어가 조금 섞여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딸아인 끝까지 관심있게 아빠가 읽어주는 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내심 고맙고 좋았다는...ㅎ



어떤 로봇을 만들고 싶니? 한번 떠올려봐...아빠가 전부 만들어 줄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아빠가 하는 말이니...-_- 허허...비교된다..ㅠ_ㅠ)



로봇에 관심이 많던 이산이는 열 살이 되어 아빠의 말에 따라 자신이 만들고 싶은 로봇을 생각하고 아빠와 함께 만들어 낸다. 블럭 조각을 치우는게 귀찮아 만든 블록 정리해주는 로봇 블로키를 시작으로 아빠를 대신하는 로봇 아바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는 로봇 셜록, 비보이 댄스를 추는 비보이 등등 무려 열 한대의 로봇을 만들어 내지만 한대 한대 모두 어딘가 모자란 부분이 있다. 블록을 치우다 자신이 갖고 놀고 싶어 도망가버린 블로키, 잃어버린 강아지에서 그치지 않고 강아지의 변까지 찾아오는 셜록, 주변 물건들이 부서지던 말던 춤을 춰대는 비보이 등등등....-_-;;; 잇따른 실패에도 용기를 잃지않는 이산에게 어느날 갑자기 외계인이 지구에 침공하고, 외계인은 로봇박사 데니스 홍을 넘긴다면 얌전히 돌아갈 것이라 선전포고 한다. 아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발명한 로봇 일레븐을 호출하는 이산이....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꼬마 아이가 창조해낸 열 한대의 로봇들은 지극히 아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아이의 시각에 맞춰 만들어진 로봇이지만 그 로봇들이 벌이는 실수를 통해 로봇과 같은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는데에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생각할 부분이 많은지를 이야기 한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원인과 결과, 깊이 생각하기, 창의적인 상상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이 동화는 동화로서 구성의 벽까지 허물어 버린다. 이산이 로봇 열 한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여느 동화책과 마찬가지로 글과 삽화의 구성을 택하고있지만 외계인의 지구 침공부터는 만화의 형식을 취하며 아이들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외계인을 물리치는 이산과 로봇 일레븐의 활약이 만화로 펼쳐지니 글보다 더 쉽게 이해하고 뒷부분 떨어지는 집중도를 다시 잡아 끄는 효과를 보여준다. 머...꽤나 영리한 구성이랄까...동화가 끝나고 데니스 홍 박사가 직접 만든 로봇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면서 동화속 이야기를 현실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서 아이들이 꾸는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듯 하여 좋다고 생각되었다. 



엉뚱해도 좋아, 마음껏 상상해봐!

조금 서툴어도 괜찮아.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주는것이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 동화를 통해 이산이 뿐만 아니라 동화를 읽는 모든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서평의 기회를 준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절반은 동화]


[절반은 만화]


[데니스 홍이 직접 만든 로봇을 소개하며 상상을 실체화 시킨다.]


[딸아이에게 너는 무슨 로봇을 만들고 싶냐고 물었더니..]


 [아빠 대신 회사가는 로봇을 만들고 싶단다. ㅎㅎ 제발 만들어줘 빨..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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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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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귀를너에게 (2019년 초판)

저자 - 마루야마 마사키

역자 - 최은지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33p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용의 귀를 가질 수 있어



용에게는 뿔은 있지만 귀는 없지. 용은 뿔로 소리를 감지하니까 귀가 필요 없어서 퇴화해 버렸어. 쓰지 않는 귀는 결국 바다에 떨어져 해마가 되었단다. 그래서 용에게는 귀가 없어. 농(聾)이라는 글자는 그래서 '용의 귀'라고 쓰지.  _233p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방식의 차이가 그들과 우리를 가르는 수단이 되는것이 아님을 말하던 독특한 소재의 미스터리 [데프 보이스]의 속편이 2년만에 출간되었다. 전편이 워낙 감동적이었고 가슴속 깊은 울림을 주던 작품이라 이번 속편의 출간이 너무나 기쁘고 다시 만난 '아라이 나오토'가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다. 


'소리가 들리는 사람들이 몰랐던 또 하나의 세상!'


전작에서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귀가 들리지 않는 농인들의 세상을 깊숙히 파고들면서 현실적 에피소드를 통해 농인들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의 미비로 그들이 견뎌내야 했을 어려움과 아픔을 들여다 보고, 농인과 청인 사이에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방황하는 코다 아라이를 통해 청인과 농인 사이에 가로막힌 벽이 얼마나 단단하고 높은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속편은 기존의 청인과 농인, 그리고 코다(농인의 부모 아래서 자란 청인 자녀)의 갈등이란 전작의 연장선에 우리들이 몰랐던 또 다른 세상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해마의 집 살인사건이 일단락 된 후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라이는 교통과 경찰 미유키, 미와 모녀와 동거하면서 수화통역사의 일을 이어나가지만 확실한 수십원이 없어 미유키와의 결혼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 게다가 유전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자신의 아이가 농인이 될 것을 걱정하여 피임을 하는 아라이와 아이를 갖고 싶은 미유키의 엇갈린 갈등은 점차 둘 사이를 흔들어 놓는다. 한편, 초등생 미와는 등교거부를 하는 친구 에이치를 걱정하며 에이치에게 수화를 가르쳐 줄것을 아라이에게 부탁하고, 발달장애와 함께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는 에이치의 사정을 헤아려 에이치의 엄마의 동의하에 수화을 가르치게 된다.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했던 소년 에이치는 수화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의 문이 트인 에이치는 얼마전 맞은편 집에서 목격한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농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부모 아래서 자란 들리는 아이 코다

그리고

선천적 질환으로 소리가 들리지만 말할 수 없는 소년....



이 소년에게 세상과 소통 할 수 있는...용의 귀를 달아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손의 언어 수화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비추는 소외된 세상은 바로 세상과 단절해버린 함묵증 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이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 집에서 부모와는 자유롭게 의사소통 하지만 집밖만 나서면 말문이 막혀버리는 선택적 함묵증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그런 오해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는 모두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 작품은 에이치를 등장시키기에 앞서 입모양을 읽는 독화와 들리지 않지만 말을 하는 구화가 가능한 중도실청자인 범죄 용의자를 등장시켜 귀가 들리는데 들리지 않는척 연기하는것 아니냐는 경찰 취조관의 편견어린 시선을 배치시키면서 세상의 독단과 몰이해가 누군가에겐 얼마나 커다란 아픔과 상처가 되는지를 알기쉽게 설명해준다.  



머..뒷표지의 개략적인 줄거리에도 언급되지만 이번 사건의 중심은 증거도 없고, 범인도 파악하지 못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되고,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소통이 불가능한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소년이라는 사실이다. 이 하나만으로도 경찰은 소년의 이야기를 진술로 채택할 수 없다며 외면할 것이고, 아라이는 소년의 말에 귀기울이고 소년이 정상적으로 진술 할 수 있도록,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이야기가 그려지리란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그런데 그런 예상가능한 스토리외에도 살해된 피해자와 관련된 기구한 사연을 얽어놓고 대망의 반전을 숨겨 놓는 미스터리적 장치를 마련해 놓으니 휴머니즘 드라마로서나 미스터리로서나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이중의 재미를 선사한다. 



함묵증 소년이 얽힌 사건외에도 전작의 부제 [법정의 수화 통역사]를 잇는 새로운 농인의 재판 통역과 중도실청자의 범죄 취조 통역 에피소드로 무겁고 긴박감 넘치는 법정스릴 혹은 긴장감 넘치는 취조실 속에서 침묵의 언어 수화를 통해 거짓없이 마음과 마음을 전달하는, 오로지 이 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진실한 침묵의 스릴을 선사하기도 한다.



전작 [데프 보이스]에 이어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너와 나 사이에 틀림이 아닌 다름을 바탕으로 다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가슴 따뜻해 지는 작품이었다. 아라이를 비롯해 2년만에 다시 만난 캐릭터들이 더 없이 반가웠고 농인, 청인 나눔 없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타인을 위해 노력하고 결실을 이루는 모습은 잔잔했던 내 마음에도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오래도록 기분좋은 울림을 남긴다. 참 좋은 작품이다. 이런 작품들이 늘어날 수록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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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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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2019년 초판)
저자 - 오테사 모시페그
역자 - 민은영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71p



이것은 내가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2016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
2016 펜/헤밍웨이상 수상작
2017 <그랜타> 선정 미국 최고의 젊은 작가



한마디로 돌풍을 몰고 온 신인작가의 괴물같은 데뷔작이 출간되었다. 영미문학권에서 숱한 화제를 뿌린 작품이라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국내에도 출간되어 만나게 되었다. 24세 여성 아일린이 차디찬 혹한의 지옥같은 현실을 벗어나 자기안의 껍질을 깨고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게 되는 역사적 사건이 일주일에 걸쳐 펼쳐지는 작품인데, 사건이 있던 크리스마스로 부터 한주전인 금요일 부터 요일별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날짜가 지날수록 크리스마스의 기대감이 배수로 증폭되듯 24년간 억눌려 있던 아일린의 누적된 감정이 점층적으로 서서히 부풀어오르다 주의 막바지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팽배해지고 마침내 크리스마스 이브날 뻥! 하고 폭발해버린다. 내 인생을 바꾼 최악의 일주일...그녀의 지극히 개인적 시간속으로 따라가 보자...



뭣같은 24년의 인생을 보냈던 X빌 마을...마을의 존경받던 경찰관이던 아빠는 엄마가 죽은 후 매일밤을 술로 지새더니 알콜중독자가 되어 강제은퇴하고 집에 처박혀 그의 분신 권총과 독주 한병을 친구삼아 벌레같은 인생을 보내고, 언니는 외간 남자들에게 다리를 벌리며 창녀짓을 하더니 17살에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다. 소년원에서 사무업무를 보는 24살의 아일린은 청교도적 생활로 금욕주의를 실현시키......기는 개뿔...-_-;;; 학교 댄스파티때 선배와의 첫키스 이후 어떠한 염문에도 휘말리지 않고, 따라서 성경험도 전무한 강제 금욕의 삶을 산다. 미치도록 원하지만 그누구도 쳐다보지도 않는 극한의 고립감...자연스레 자존감은 땅바닥을 뚫고 지하 멘틀까지 처박혀 버리고, 심성은 뒤틀릴대로 뒤틀려 충동적 절도를 습관처럼 저지르고 소년원의 잘생긴 교도관 랜디에게 강간당하는 꿈을 꾸고, 주말마다 랜디가 다른 여자와 데이트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시간을 죽친다...그렇게 매일 똑같던 금, 토, 일요일이 지나고...월요일 소년원에 출근한 아일린은 소년죄수들의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새롭게 입사한 리베카와 만나는데.....



사실 매일이 거지같았던 아일린에겐 X빌에서 보낸 12월의 마지막 일주일이 그녀의 인생을 바꿀 엄청난 사건이었겠지만, 그걸 바라보는 독자에겐 충격을 줄 정도의 사건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강렬한 스릴과 반전을 기대한다면 그 기대엔 못미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 작품은 사건이 주는 강렬함 보다는 아일린의 기괴하면서도 망상적인 내면 심리를 공들여 묘사하여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든뒤 그녀가 겪게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그녀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만들어 감정이입하게 하는 심리작품으로 봐야 할것 같다. 그래서 서사보다는 그녀의 뒤틀린 내면심리에 더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딱히 복선이랄건 없지만 지리하게 소개되는 그녀의 과거와 경험들이 탄탄하게 쌓여 결말의 당위성을 가져다 주는 밑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섹스한번 못해본 볼품없고 비루한 내게 세상의 예쁘고 착한애들은 전부 가식이고 위선이다! 라며 소변을 보고 씻지 않은 손으로 악수를 하고, 예쁘게 생긴 옷가게 점원이 한눈파는 사이 스카프에 초콜릿 얼룩을 닦고 드레스를 찢으며 통쾌해 하는 비틀린 모습...-_-;;; 사실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나보다 잘난 넘사벽 엄친아, 엄친딸에게 이런 열등감의 심통은 누구나 한번쯤 느껴 보지 않았을까 싶다. 복수 여부야 케바케겠지만...다만 아일린의 열등감은 조금 위험할 정도로 심각한게 문제인데...그녀의 처참한 주변 상황을 보고 있자니 그녀의 일탈은 제정신으로 살기 위한 심폐소생과도 같은 애잔함이 묻어난다. 그래서....그래서 그녀의 마지막 결정이 약간은 이해....아...아냐!!!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나...하지만...그녀가 지옥을 탈출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일이잖나....이런...나까지 갈팡질팡 혼란스럽게 만드네... -_-;;   



"짐 톰프슨과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만난다면 아일린과 같은 존재를 만들자고 공모했을 것 같다." by 존 밴빌(소설가)



더럽게 암울하고 끝없는 절망감으로 침잠하게 만들면서도 그녀의 애쓰는 자존심과 소심한 복수가 애처롭다기 보단 기이한 귀여움으로 다가온다. 내게도 아일린 같은 다크함이 깊이 베어있기 때문일까...-_-;; [인간실격]의 요조의 외모가 못났다면 그도 아일린처럼 비틀리고 뒤틀렸을까.... 소년원에 수감된 소년의 참혹한 진실, 끔찍한 오발사고, 선택의 기로에 선 여성....이보다 더욱 진하게 펼쳐지는 아일린의 인간적 성장이야기...섬세한 심리묘사와 기이한 캐릭터가 주는 의외적 상황이 독특함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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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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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2019년 초판)
저자 - 윤재성
출판사 - 새움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68p



화마에 모든 것을 잃은 남자
무엇이든 태워 버리는 방화범



언젠가 인간이 느끼는 최고의 통각 순위를 본적이 있는데, 그중 화상치료가 최상위쪽에 랭크된 것을 본 기억이 난다. 피부와 근육의 수분을 빼앗아 수축되고 엉겨붙는데다 수포와 진물은 쉴새없이 흐르고, 작열감과 고통은 완치 이후에도 환상통으로 환자를 괴롭힌다. 지옥같은 드레싱과 치료를 마치고 붕대를 풀고 났을때 마주하게 되는 처참한 흉터는 남아있던 마지막 자존감 마저 무너트릴 정도로 처참하다. 최악의 고통과 완치할 수 없는 상흔을 남기는 화재...그런의미에서 이 화재를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방화범은 묻지마식 범죄자중 가장 악질이고 가장 최악의 범죄자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것을 앗아가고 시꺼먼 재만 남겨놓는 최악의 재난 화재...이 화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화상으로 얼굴을 잃고, 남은것은 시든때도 없이 찾아오는 극심한 고통과 발작...그리고 알콜중독...이 저주받은 남자의 마지막 목표는 화재를 일으킨 방화범을 잡는것 뿐이다. 모든 것을 잃은 남자의 인생을 건 마지막 대결이 펼쳐진다.



3년째 경찰을 지망하는 고시생 백수 형진은 남다른 의협심으로 오늘도 거리를 돌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 사람들을 돕고, 알바를 마치고 늦은저녁 살고 있는 원룸으로 귀가하던 형진은 벽앞에서 무언가를 뿌리고 있는 의문의 남자를 목격한다. 수상하게 여긴 형진은 남자를 불러새우고, 그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액체가 얼굴과 몸에 흩뿌려진다. 비릿한 피냄새와 함께 풍기는 시너냄새...순간 마스크를 벗은 남자의 입에서부터 시작된 불길이 형진의 온몸을 덮친다. 온몸에 중증화상을 입고 수일간 혼수상태에서 극적으로 깨어난 형진에게 불에 전소된 원룸과 안에서 자고 있던 여동생의 죽음이란 비극적 소식이 전달되고, 괴로움에 미칠듯 발광하던 형진은 경찰서로 뛰쳐나가 방화범의 방화사실을 전하지만 돌아오는건 미친놈 취급 뿐이다. 복수의 칼을 갈며 자신의 손으로 방화범을 잡겠다며 서울시내 화재사건을 따라다닌지 8년...화재보험금도 떨어지고 노숙자 신세가 된 형진은 때때로 찾아오는 작열통을 잊기 위해 깡소주를 들이키는 알콜중독자가 되었다. 그런 어느날 흉물스러운 화상자국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 형진에게 나타난 미모의 여성...그녀는 자신을 사회부 기자라고 소개하는데.....


입에서 불을 뿜는 미치광이 방화범과 복수심에 불타는 형진...그리고 8년만에 발생한 대형 화재사건....그놈이 다시 나타났다!!



라고...미스터리한 방화범과 형진의 극한 대결이 펼쳐지리라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다 생각했는지 의외의 발런들이 추가투입된다.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반복적으로 방화를 저지르는 병적방화범에 모종의 음모를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방화를 저지르는 목적방화범까지...확실히 1:1 대결보다 1:2 대결로 확장된 스케일과 스릴감이 배로 늘어나는건 사실이다. 여기저기 동시에 대형화재가 터지고 형진과 특종을 위해 형진을 돕는 사회부기자 정혜가 이를 막기위해 이리뛰고 저리뛰고 고군분투하기 때문이다. 허나 문제는 비중이다. -_- 출판사에서 공개한 스토리나 광고문구로는 형진과 미친방화범의 치밀한 두뇌싸움이 펼쳐진다고 써놨지만 막상 까보면 계획방화범의 비중이 훨씬 높다. 병적방화범과 계획방화범의 비율이 3:7 정도인데 어차피 같은 방화범인데 문제될게 있냐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두 방화범의 성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장르 자체도 갈린다. 병적방화야 집요한 추적이 주를 이루는 스릴러인 반면, 계획방화는 정치가의 더러운 음모로 인한 정치깡패 소위 조폭이 연루되면서 하드보일드에 가깝게 흘러간다. 머...스릴러와 하드보일드 두가지 재미를 모두 만족하는 뛰어난 작품인건 맞는데, 막상 책을 펴들던 내가 기대했던 스릴러와는 달리 조폭물이 펼쳐지니 살짝쿵 당황스러웠달까...-_-



하지만 초반의 기대와 달랐다는 불만을 덮어버릴 정도로 재미있었던것도 사실이다. -_- 방화범을 잡기위해 모든걸 내던졌지만 세상의 멸시에 불을 싸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형진의 혼란스러운 감정도 충분히 이해되고, 방화범을 추적하면서 외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감춰져 있던 자신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잡아 성장해 나가는 모습도 충분히 설득력있었다. 단순히 방화범을 잡는것 외에 이런 형진의 내면적 성장스토리가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주고 캐릭터에 감정이입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개성강한 캐릭터와 빌런들은 말할것도 없을테고...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지만 몇가지 아쉬움이 남는데, 첫번째로 미스터리한 방화범의 정체...이건...[X맨] 뮤턴트인가?...현실성이 확 떨어지면서 막바지까지 가져온 긴장감을
여지없이 뭉개버린다...ㅠ_ㅠ...한가지 더, 한국영화 결말에 꼭 맥락없이 감동코드를 집어넣는게 관행처럼 반복되는데, 여기에도 막바지 조폭과의 집단대치, 방화범과의 마지막 결투 장면에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감동 비스무리한 무리수를 던지면서 쌓아뒀던 점수를 깎아 먹는다...



무려 대통령을 넘보는 야욕의 정치가의 더러운 흑막...물불 가리지 않는 정치깡패의 악랄한 범죄행위...입에서 불을 뿜는 미스터리한 방화범...이 모두와 맞서 외롭게 투쟁하는 혈혈단신 붕대맨 형진의 혼신의 추적이 타오르는 불꽃처럼 뜨겁고 스피디하게 펼쳐진다. 눈에 띄는 반전보다는 처음의 긴장을 끝까지 묵직하게 끌고나가는 우직한 스릴러였다. 데뷔후 두번째 작품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원숙한 완성도를 보이는 작품이었고 그래서 차기작이 더 기대되는 작가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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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년 봄의 제사 - 무녀주의 살인사건
루추차 지음, 한수희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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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년봄의제사 :무녀주의 살인사건 (2019년 초판)

저자 - 루추자

역자 - 한수희

출판사 - 스핑크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50p



본격 샤머니즘 학술 미스터리!!



기원전 100년 고대 중국 한나라를 배경으로 무녀들의 질곡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비극적 미스터리...[원년 봄의 제사]이다. 주류에서 살짝 벗어난 컬트적이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미스터리 작품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를 출간한 스핑크스 출판사에서 뒤이어 선보인 작품이 이 작품이라는 데에서 전혀 다른 장르, 다른 나라, 다른 배경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이 독창적 신박함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을 것이란건 굳이 작품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두 작품 모두 (내용이던, 설정이건, 트릭이건 간에) 기존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의 미스터리이다. 띠지에 쓰인 '미쓰다 신조'의 <미스터리 사상 전대미문의 동기!>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고대 중국의 배경이 조금은 낯설고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독특함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기원전 100년, 한나라 변방 운몽택에 무녀가 되기전 세상을 돌며 견문을 넗히는 소녀 오릉규와 규의 하인 소휴가 손님으로 방문한다. 대대로 초나라의 무녀를 배출했으나 세상이 바뀌고 깊은 숲속에 은거중인 관가의 딸 관노신과 오릉규가 우연히 사냥을하다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되어 노신의 초대로 운몽택에 잠시 머물게 된 것이다. 운몽택으로 향하던중 노신은 4년전 친척집에서 벌어진 일가족 몰살사건을 오릉규에게 이야기한다. 매섭던 4년전 겨울...아버지에게 훈육으로 매질을 당하고 창고에 갖혀있던 장녀 약영은 속옷차림으로 간신히 이웃한 노신의 집으로 도망친다. 노신의 언니 기의는 고모부에게 약영의 선처를 말하고자 사촌집을 찾아갔는데, 문앞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사촌오빠를 시작으로 마루에는 고모부가, 안채에는 고모와 6살난 조카가 칼에 맞아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방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친척집으로 가는길은 오솔길 뿐...그리고 발자국은 약영이 집밖으로 나간 발자국외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는 상태...장녀를 제외한 일가족이 몰살당했지만 범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홀로남은 약영은 친척인 노신의 집에 양녀로 들어온다. 이야기를 듣던 오릉규는 나름의 날카로운 추리로 범인을 지목하지만, 노신의 이야기만으로는 정확한 범인을 지목하지 못하고...노신의 집에 도착한 오릉규를 맞이하는 연회가 마련된다. 제사와 각종 학문에 폭넓은 지식을 자랑하는 오릉규는 노신의 가족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그의 가족들과 단숨에 친분을 쌓는다. 그리고 며칠뒤...개울가에서 멱을 감고 돌아가던 노신과 오릉규는 창고 앞에 쓰러져 죽어있는 고모를 발견하는데....고모의 죽음을 시작으로 관씨 가문에 또다시 피바람이 불어닥친다.....



나라의 부흥을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국운을 점치는 무녀...언뜻 떠오르는건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문소리'님이 열연했던 야망가득한 무녀의 모습 정도인데, 작품속 기원전 무녀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욱 가혹하고 가여운 운명에 놓인 여성들이었다...춤과 기예, 학문과 시에 능통하기 위해 어릴적부터 혹독한 훈련을 겪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학대에 가까운 가차없는 매질이 따라오고(관약영) 무녀가 결혼하면 가문에 불운이 온다는 설때문에 평생 홀로 늙어야 하거나(오릉규) 설령 결혼한다 쳐도 노비를 데릴사위로 들여 무녀의 데를 잇는 생식의 용도로만 쓰이는 비천한 신세라니(관기의)...-_-;;; 양반에게 몸파는 기녀보다도 더 박복한 신세라는 그녀들의 한탄이 가슴에 사뭇친달까...십대의 노신과 오릉규와 더불어 스물을 넘긴 약영, 기의 같은 여성들에게 짙게 드리운 그늘과 정신이상, 죽음 등은 피할 수 없는 무녀라는 가혹한 운명에 꺾여버린 불행을 보여주는듯 하여 안타깝게 다가온다.     

  


밀실상태에서 일가족 몰살이라는 흥미로운 미스터리도 미스터리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중국의 고대 인문학인데, 점술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 시학 등등 문화, 예술, 학문 전방위에 걸친 다양한 학문들이 꽤 비중있게 다뤄진다. 무녀에 관련된 주역, 점성술, 별자리, 고대신앙인 동황태일, 동군(그래...이거야 무당에 대한 내용이니 차치하더라도) 외에도 고전을 엮은 [예기], 초나라의 사를 엮은 [초사]를 비롯한 각종 고문들과 시문들이 주루루 나열되는것을 보면 지금 내가 미스터리를 읽고 있는건지 중국고대 문헌논문을 보고 있는건지 헷갈릴 정도로 작가는 방대하고 해박한 지식을 작품속에 마음껏 자랑한다. 고대 중국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난해함에 GG를 칠수밖에 없었는데...설렁설렁 읽으면서 넘기다 보니 얼래...이 안에 결말의 핵심 복선이 숨겨져 있는것 아닌가!! ㅠ_ㅠ '미쓰다 신조'가 언급한 전대미문의 동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오릉규가 경전과 문구들을 언급하는이유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본격 학술 미스터리라 일컬었던 '로랑비네'의 [언어의 7번째 기능]의 동양판이랄까...-_- 무구한 역사와 축적된 문화를 자랑하는 지적 미스터리로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케 하는 작품임엔 틀림없었다. 물론 그만큼의 난해함도 감수해야 겠지만 말이다...



어쨌던, 작가는 두번에 걸쳐 범인과 범인의 동기를 맞춰보라며 독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도전장을 내민다..-_-) 그만큼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와 이야기에 자신이 있다는 반증이리라. (하긴 이 살인동기를 맞출 수 있는 독자는 아마도 없을듯...) 무녀로 길러진 소녀들의 비극적 운명과 그녀들을 속박하는 관습과 금기를 깨트리고 자유를 향한 애타는 갈구, 엄격한 신분제도와 수천년에 걸친 학문들이 뒤섞여 기존의 범인찾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해법이 제시된다. 일단 결말의 납득과는 별개로 이런 식의 발상의 전환은 처음인지라 어안이 벙벙한 느낌이랄까...밀실살인의 트릭은 어찌보면 지극히 간단할지 모르지만 그 동기만은 그리 간단하게 풀지 못할 것이다. 서서히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은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지만 한국, 일본과는 전혀 다른 정서를 통해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그 충격은 이내 신선함으로 변화한다. 학술 미스터리 답게 알면 알수록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당시의 중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작품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유독 십대 소녀들이 주축이 되어 전개되는데, 대망의 사건의 동기도 그렇고 살짝 백합물의 향기가 어려있는것 같은데...나만 그렇게 느낀건지는 모르겠다..-_-  난해한 학술배틀을 이겨내고 대망의 결말을 납득한다면 신박할 것이요, 납득하지 못한다면 지루한 고서와 다름없을 것이다. (도 아니면 모다.) 작가가 던지는 도전장에 기꺼이 응할 지적이며 도전정신 가득한 용자들이여...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중국식 고전트릭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드아!~ 



혹독한 겨울이 가고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피어나는 새싹처럼 오릉규와 관노신은 저주받은 운몽택에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한발을 내딛는다. 그렇다...오릉규 시리즈로서 2편을 예고한다는 말이다. 유랑무녀 규와 노신은 또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될지...어떤 의식의 흐름에 따른 풀이를 보여줄지...얼마나 깊이있고 방대한 지적유희를 준비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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