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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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2019년 초판)

저자 - 미쓰다 신조

역자 - 현정수

출판사 - 비채

정가 - 14800원

페이지 - 543p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비극



오랜만에 호러 미스터리 작가 '미쓰다 신조'의 두툼한 신작이 출간되었다. 자신이 직접 작품에 등장하는 메타픽션물 작가 시리즈로 강한 인상을 새긴 작가라 이번 신작도 강렬한 호기심과 기대속에 펴들었다. 작품을 완독한 지금 처음의 기대와는 다른 의미의 충격과 강렬한 울림을 느낀것 같다. 시대적 배경, 등장인물 그리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실존했던 역사까지....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에서 출간된 이번 작품이 본인에겐 꽤나 인상깊에 다가왔다. 최소한 작가 '미쓰다 신조'는 균형잡힌 역사관을 갖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면서 호감도 +50 상승의 효과를 주는 작품이자 인기시리즈 도조 겐야 시리즈와 작가 시리즈를 이어갈 새로운 차세대 주자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를 국내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2차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원폭투하에 항복을 선언한 일본은 대내외적으로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만주에 있는 건국대학에 재학중이던 모토로이 하야타는 대학에서 꿈꿨던 이상과는 너무나 다른 냉혹한 식민지배의 현실에 실망하고 일본으로 건너와 기약없는 유랑생활을 한다. 그렇게 흘러 들어온 곳은 이와테 현의 기타가미. 열차에 내린 하야타는 우연한 인연으로 탄광 넨내갱에서 일하는 아이자토 미노루와 만나고 그의 학식과 성품에 반해 탄광부로 취직하게 된다. 아이자토 미노루는 하야타에게서 자신이 식민지 시절 조선에서 탄광 노동부로 차출한 정남선을 떠올렸다 고백한다. 타지에서 혹독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폭격으로 사망한 정남선에게 일종의 죄책감을 안고 있는 미노루는 하야타의 탄광부 생활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하지만 시일지 지나도 하야타는 깊은 지하로 내려가는 광부 생활에 공포심을 느끼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던중 동료 광부에게서 기묘한 탄광괴담을 듣게 된다. 


깊고 깊은 동굴속에서 석탄을 캐던 광부 앞에 검은 여우 가면을 쓴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가면을 벗은 여성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광부를 현혹한다. 여우가면에 홀린 광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생기를 잃어가다 동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실종된다는 것. 광부들에게 불운의 신인 검은 여우가면 괴담을 들은 직후 넨내 갱에서 낙반 사고가 발생하고 아이자토 미노루가 갱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리고 낙반 사고 직후 아이자토 미노루와 하야타가 기거하던 1호관 사옥의 다른 방에서 금줄에 목이 메인 자살사건이 발생하고, 1호관 사옥 앞에서 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검은 얼굴의 가면을 쓴 여성이 1호관으로 들어갔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방안에는 목메단 시체 외에는 아무도 없고 방안은 완벽한 밀실이었다. 그러나 이 자살은 시작에 불과했고.....미스터리한 자살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데.....



말했다시피 작품의 배경은 우리에게 민감한 식민지배 직후가 배경이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 역시 조선인의 가혹한 노동력 착취가 벌어지던 탄광이니....우리에게 좀 더 남다르게 다가오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조건반사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미쓰다 신조'는 아이자토 미노루의 입을 빌려 이 모든 착취가 불법적인 역사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평범한 조선인들이 일본땅에 건너가 받았던 학대와 폭력의 만행도 포함해서 말이다. 어디까지나 픽션을 두고 이렇게 따지는게 과도한 의미부여라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실 피해자였던 우리들에겐 굉장히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아니던가.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던 영화 [군함도]가 대중들의 지탄과 외면을 받았던 이유를 헤아려 본다면 우리의 DNA에 각인된 아픔과 고통의 역사를 외면할 수 없으리라. 어쨌던, 픽션이지만 당시의 불합리한 시대상을 객관적으로 담고 있고 그 시대적 배경이 작품에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작품에 대한 평가를 올리는 요소로 작용했다는건 인정한다.



둘째로 한순간의 실수로 목숨이 뒤바뀌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존을 위해 일하는 광부들의 극한의 공포와 숨막히는 폐쇄감이 드러나 독자들로 하여금 폐소공포증을 야기시킨다. 동시에 검은 얼굴 여우 괴담으로 광부들의 징크스와 터부를 자극하여 공포를 이끌어 낸 뒤 느닷없이 미스터리한 밀실살인사건을 연달아 등장시켜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포와 본격 미스터리의 절묘한 콜라보를 선보인다. 머...호러 미스터리 분야로 일가견이 있는 작가이니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의 장기를 살려낸달까.



이후 결말로 치달아가면서 초반의 지나가던 캐릭터가 사건 전체를 뒤흔드는 중요 캐릭터로 떠오르고 앞선 복선들이 재정립될때 역시 '미쓰다 신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절묘한 결말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작품 자체의 시대적 배경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다보니 기존의 민속학에 근간을 둔 괴이한 공포 요소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듯 하다. 다르게 말하면 사회파 미스터리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작품인듯....어쨌던 지금같은 시국에 굉장히 의미있고 무게감 있는, 역사 본격 미스터리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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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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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퍼슨 (2019년 초판)

저자 - 크리스틴 루페니언

역자 - 하윤숙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22p




* 단편 캣퍼슨의 스포일러가 포함되 있습니다.


34살, 오래도록 솔로, 외모는...내가 봐도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불룩 나온 배에 삐죽 솟은 턱수염, 후줄근한 차림새....혼자가 익숙해져 버린 세월.

언제부턴가 자주 가는 극장 매표소 아가씨가 내 시덥잖은 농담에 열렬히 반응해주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에 매끈한 몸매와 예쁜 얼굴의 그녀.

가벼운 농담 섞인 대화가 점점 길어졌고 어느새 휴대폰 메시지로 이어졌다.

이정도면 친밀해 졌다고 느꼈을 즈음. 그녀가 데이트 신청을 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차를 몰아 그녀의 대학교 기숙사로 찾아갔다.

그녀를 픽업한뒤 분위기 좋은 극장으로 차를 몰았다.

그녀가 일하는 극장은 십대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 너무 가벼웠다.

걸리는 영화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결국 좀 멀더라도 조용하고 괜찮은 극장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오랜만에 데이트라서인지 긴장되고 두근대는 마음에 저절로 말수가 줄어들었다.

이런 마음을 그녀가 눈치챌까 두려워 더욱 위축됐다.

기나긴 침묵속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용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반응을 살피는데 여념이 없었다.

나이 차도 많이 나는 나와의 데이트를 어떻게 생각할까?

폭풍처럼 몰아치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귓가에 들리는듯 했다.

정신없는 영화상영이 끝나고, 그녀가 내게 맥주한잔을 제안했다.

떨렸다. 느낌이 좋았다. 어린놈들이 몰려있는 정신없는 펍으로 가긴 싫었다.

간판도 없이 운영되는 시설은 오래됐지만 어른들의 펍으로 갔다.

그녀를 뒤에두고 앞장서 출입문을 지키는 기도를 지났다.

계단을 내려가려던 나는 누군가의 부름에 뒤를 돌아봤다.

그녀가 난처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별수없이 그녀와 차에 탔다.

기억을 돌이켜 자신을 21살이라 소개했던 것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거짓말을 한 듯 했다.

그녀가 별볼일없는 내게 다가온 저의가 궁금했다.

머리속에 의혹과 의심이 소용돌이 쳤다.

굳은 내 표정을 의식했는지 그녀가 내 무릎위에 앉았다. 이내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었다.

숨막히는 시간이 흐르고, 상기된 얼굴에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그녀가 말했다.

"당신 집으로 가요."

당연하게도 누추한 내 집에 그녀를 들였다. 의심과 의혹은 키스로 모두 날아가 버렸다.

머리속이 마비된것 같았다.

이 여자와 잔다. 마지막 섹스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섹스를 한적이 있긴 하던가?...

34살이나 되서 14살 어린 그녀에게 서툰 모습을 보이기 두려웠다. 그녀를 만족시켜 주고 싶었다.

포르노 영화에서 본대로 그녀의 입속으로 혀를 밀었다.

움찔 거리는 그녀의 몸. 반응이 있는것 같았다. 좀더 열정적으로, 공격적으로 혀를 넣었다.

떨리는 전희에 이어 드디어 그녀와 한몸이 되었다. 잊고 있던 강렬한 섹스의 쾌감.

활홀경. 카타르시스. 전신에 찌릿한 전기가 흘렀다.

일을 마치고 숨을 가다듬는 사이 내 옆에 누워있던 그녀가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녀를 보내기 아쉬웠다. 좀더 함께 있고 싶었다. 좀더...좀더 그녀를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숙사 무단 외박이 금지라 했다. 별수없이 그녀를 기숙사에 내려줬다.

집으로 돌아와 함께 있던 침대에 누웠다. 그녀의 체취가 아직 미미하게 풍겼다.

의도야 어쨌던 이제 그녀와 정식 교제를 시작했다. 식었던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설레는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답은 오지 않았다.

새벽이라 잠들었으리라. 상관없었다.

.

.

.

.

며칠째 그녀에게 연락이 없다.

계속 메시지를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날의 데이트를 수십번, 수백번 복기 했지만 크게 잘못된 점은 생각나지 않았다.

답답했다. 그저 하룻밤 상대에 불과했던 걸까? 설렘으로 부풀었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다.

자괴감이 목을 조여왔다.

'띵동'

문자다. 드디어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둘러 핸드폰을 잡고 메시지함을 열었다.

'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기다리던 그녀의 메시지는 충격적이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먼저 다가오고, 먼저 키스한건 그녀 아니던가.

심지어 그녀가 내 집으로 가서 섹스하자고 했다.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행동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알았다는 대답밖엔 할 수 없었다.


며칠뒤. 우연히 쇼핑몰에서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다.

젊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같은 대학교 학생인듯 했다.

그녀 역시 내 존재를 눈치 챘는지 의도적으로 나를 피하는 듯 보였다.

좋은 추억으로 남기려 했던 그녀와의 기억이 더럽게 느껴졌다.

더러운 창녀에게 놀아난 기분이었다. 분노가 치솟았다.

이대로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내 마음을, 분노를 전해야 했다.

휴대폰을 들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메시지함을 열어 빠르게 글자를 타이핑 하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지금도 그 남자랑 하고 있니?'

'그런 거야'

'대답해'

'이 창녀야!!!!'





남녀간의 관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생각지도 못한 화학작용을 통해 사랑과 증오의 감정이 수도 없이 교차하는 연애의 매커니즘. -_-;;;; 이 글은 이 책을 처음 펼치면 만나게 되는 단편 표제작 [캣퍼슨]을 보고 쓴 글이다. 20살 대학생 여성과 34살 남성의 만남. 그 이해할 수 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 담겨있다. 작품은 20살 여성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본인이 남자라서인지 남자 입장에서 몰입하게 되었고, 내가 그 남자였다면 이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하고 빙의되어 남자의 입장에서 써본 글이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본인의 뇌내망상에서 비롯된 글이란걸 언급한다. 좌우간....훅 다가왔다 훅 떠나가버린 그녀의 미스터리한 본심이 궁금하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ㅋ 상상못한 진실이 펼쳐진다. -_-



어쨌던, 펴자마자 나오는 독특한 로맨스에 이 단편집 자체가 로맨스 단편집인줄 알았건만, 그건 아니었다. 좀더 기이하고 괴상한 이야기들이 담긴 작품집이랄까....생각보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기묘한 이야기 같은 단편집이었다. 익히 알고 있는 동화를 비틀어 버리거나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하는 익숙함을 벗어난 충격적 이야기들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머....강렬하다고 전부 공감되는건 아니었지만 작품의 관점이나 이야기는 충분히 뜨거운 감자가 될만했던것 같다. 이 작품이 실린 [뉴요커]가 얼마나 대단한 잡지인지는 모르겠으나 450만 건이라는 최다 조회수와 수많은 논란을 야기시킨 문제작이라는데는 어느정도 동감할 수 있었다.



표제작 [캣퍼슨] 말고도 어른을 위한 동화, 호러, 서스펜스 등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가 '크리스틴 루페니언'의 열 두가지 마음의 소리를 담아낸 문제작이자 흥미로운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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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사회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0
심너울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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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멸사회 (2019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 10

저자 - 심너울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39p



이 시대를 사는 앞으로 살아갈 청년들을 위한 노래



하루하루 서민들 세상 살기는 팍팍해지고 빈익빈 부익부는 끝간데 없이 격차를 벌려간다. 무한경쟁시대. 금수저 물고 세상밖에 나오지 않는 이상 우리는 누군가의 머리를 짓밟고 일어서야 살아갈 수 있는 무한경쟁의 운명을 타고 났다. 결국 피라미드의 정점에 선 몇몇을 제외하곤 다른이의 총알받이 혹은 디딤판으로 전락해 희망 없는 삶을 이어가는 패배자들로 전락하니 지금 살아가는 이곳은 그야말로 디스토피아와 다름 없으리라. 자. 지금 이대로 이 시스템 그대로 세상이 이어진다고 생각해보자. 한 2~30년 뒤 정도? 지금의 청년들이 중년이 되고 지금의 꼬꼬마 아이들이 어른이 된 세상.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어떤 세상이 도래했을까?



2043년

찢어지게 가난해 모텔촌에 사는 민수, 평범한 중산층에 사는 수영 그리고 사회의 정점에 선 엘리트 집안의 자재 노랑. 이들의 운명은 이미 태어날때부터 갈라져 있었다. 민수는 집안사정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다. 수영은 그런 민수를 말리지 못하고, 노랑은 가진자의 여유를 부리듯 일주일에 3번씩 요양원에가 자원봉사를 한다.


2055년

어느덧 성인이 된 그들. 민수는 거주할 곳이 없어 한강에 띄운 배에서 지내며 애완용 AI 로봇을 고치는 사설 수리업자로, 수영은 꿈꿔오던 신문사의 기자로, 노랑은 사회에서 도태되 우울증과 공황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AI 상담 서비스를 위해 회사를 차린다. 노랑의 창업 소식을 들은 수영은 기계와 프로그램을 다루는 민수를 떠올리고 노랑의 회사에 취직시켜준다. 노랑과 민수는 의기투합하여 사람들의 고민들 을어주는 AI 상담 서비스를 가동하는데.....



청년은 힘들다. 오죽하면 '김재희' 작가의 추리소설 신작 제목이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이겠는가...불안한 미래와 숨막히는 계급차는 SF로 와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이 [소멸사회]에서도 지독한 불평등이 오히려 더욱 극단적인 상황이 이어니지 말이다. 부조리한 사회의 진실이 계속 이어진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에 대해 이 작품은 불편한 진실을 유감없이 그려낸다. 소셜SF...누구나 막연하게 예상은 하지만 텍스트로 그려진 세상과 마주하는 순간 불편함과 불쾌함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소멸사회]에서 보여주는 사회상은 사실 여러 디스토피아 SF에서 한번쯤은 다뤄지던 세계이기에 새로움은 덜했다. 다만 우리에게 익숙한 정경유착과 매스 미디어를 수단으로 개미들을 이용하는 모습등 한국사회에 특화된 병폐를 꼬집어 보여주어 공감의 맛은 느낄 수 있었던것 같다. 자동화 로봇에 자리를 내주고 생산성 없이 그저 공기만 축내는 사람들에게 남은건 영원한 죽음이란 안식 뿐. 안락사 서비스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오명의 자살률 1위를 20년이 지나서도 굳건히 수성하는 한국사회....이것이야 말로 가루가 되어 사라져 가는 소멸사회가 아닌가...



지금도 암울하고 죽겠는데 굳이피 수십년이 지나 더 암울하고 더 극악이 되버린 세상을 왜 봐야 하나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꿈이 있고 희망이 있기에, 실패해도 그것을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있는게 청년 아니던가. 소멸사회의 마지막 디지털 혁명장면은 비록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작가가 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말을 함축하는 의미로 본인 가슴속에 작은 파문을 남겼다. 이런 메시지야 말로 희망을 강요하는 주입식 교육인지도 모르겠지만...-_-;;; 어쨌던 [조커]를 봤을때의 답답함을 이 작품에서 느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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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헌터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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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이코 헌터 (2019년 초판)

저자 - 카린 지에벨

역자 - 이승재

출판사 - 밝은세상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20p




자! 한번더 게임을 시작하지.

살아 남으려면 게임의 중심에 서라



독자와 밀당하며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프랑스 심리 스릴러계의 장인 '카린 지에벨'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전 출간작인 범인과의 목숨건 심리게임을 그렸던 [게임 마스터]의 연장선 겪인 이번 작품은 제목 그대로 우연히 싸이코 서바이벌에 게임에 빠진 두 남녀의 치열한 생존기를 긴박한 전개와 처절한 심리묘사로 생생하게 그려내는 서스펜스 스릴러이다. 포식자와 도망자의 쫓고 쫓기는 극한 심리게임. 미쳐버린 인간 사냥의 결말을 위해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작품 [사이코 헌터]이다.



[레미]

노숙자인 레미는 우연히 돈많아 보이는 남자 경에게 달콤한 유혹을 받는다. 레미의 성정을 칭찬하며 외곽의 성에서 정원사로 고용하면서 높은 월급을 제안한것. 사정의 아내와 바람을 피다 걸려 직장에서 쫓겨나고 무일푼으로 아내에게 쫓겨난 레미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고, 그렇게 경의 고급차를 타고 성으로 가게된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건 차가운 감옥. 그리고 이미 갖혀있던 말리에서 온 흑인과 체첸에서 온 형제 2명. 그리고 바로 다음날 이들은 경에게서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는다. 30분의 시간동안 도망칠 수 있을 곳까지 도망치라고......이들 4명은 그들의 등을 노리고 있는 산탄총을 피해 죽기살기로 도망치는데....


[디안]

여류 사진작가 디안은 깊은 산속을 트래킹 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중 숲속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리나 가는 곳을 향해 카메라의 줌을 끌어 당긴다. 그곳에서 산속에 홀로 기거하는 남자를 둘러싼 4명의 사냥꾼들을 발견하고, 4명의 무리들은 남자에게 린치를 가한다. 산탄총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리고 사람을 죽인 무리들은 당황한다. 바로그때 기척을 내버린 디안, 그리고 디안의 존재를 눈치챈 4명의 사냥꾼....입막음 하려는 사냥꾼들의 의도를 눈치챈 디안은 그대로 산속을 향해 도망치는데.......



한쪽은 부유층을 상대로 살인의 쾌락을 위한 잔혹한 인간사냥이, 한쪽은 살인을 들킨 사냥꾼들의 입막음을 위한 인간사냥이 펼쳐진다. 무기도 없이 맨몸뚱이로 샤낭개, 말과 온갖 무기로 무장한 헌터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위상황에서 인간은 더없는 극한의 능력을 보여주는 생물이니...살아남기 위해 게임의 룰을 바꾸며 반격을 준비하는 개미들의 극한 생존기가 짜릿짜릿 쫄깃하게 심장을 조여든다. 



웬지 [레미]의 에피소드는 설정만 놓고 보면 서바이벌식 [호스텔]의 느낌인데 그저 살인의 쾌락을 위해 인간을 사냥하는 부유층의 비인간적이고 변태적인 심리에 몸서리치고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먹이감들의 휴머니즘이 대비되어 뭔가 뜨거운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서바이벌에 걸맞는 빠른 속도감과 극적인 상황전개는 탁월한 심리적 스릴감을 효율적으로 전달해 내고있다. 자. 도망자 레미와 디안은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이 결말 또한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또하나의 수수께끼이니....삶과 죽음의 운명의 갈림길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게 될지는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사람만이 알 수 있으리라.



다시 한번 모르는 사람이 어디 가자고 꼬시면 절대 따라가면 안된다는....어쩌면 바다 한가운데 새우잡이 배에서 눈뜰지도 모른다는 교훈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자! 과연 5명의 도망자중 생존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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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해 기억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8
섀넌 커크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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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해 기억해 (2019년 초판)_모중석 스릴러 클럽 48

저자 - 셰넌 커크

역자 - 김지현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23p



16세, 임신 7개월의 소녀가 납치됐다.



매번 엄선된 작품으로 스릴러의 재미를 충족시키는 '모중석 스릴러 클럽' 레이블의 48번째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은 임산부 유괴사건으로 심리적 압박과 스릴을 한껏 자극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여느 유괴 납치 사건과는 근본부터 결이 다른 작품이라 꽤나 신선하게 다가오는데....


16세 소녀

임신 7개월

33일간의 처절한 감금생활

그리고....소시오패스.....



어릴적부터 뇌의 스위치 On/Off 하듯 자신의 감정을 조절 가능한 소녀는 어떠한 극단적 위기상황에서도 특유의 냉정을 유지하여 스스로 극복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16세라는 이른 나이에 임신을 했고, 부모는 경악했다. 시간은 흘러 임신 7개월이 되었고, 느닷없이 괴한에게 납치된다. 눈을 뜬 곳은 침대 하나 밖에 없는 철창 안 감옥.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각 거칠어 보이는 괴한이 똑같은 도자기 접시에 딱딱한 빵을 담아 밀어넣고 가버린다. 소녀의 아기가 태어날때까지...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감금이 시작되고, 소녀는 탈출을 위해 아무도 모르게 그녀만의 준비를 시작하는데.....   



지금까지의 비슷한 소재의 스릴러를 생각했을때, 가녀린 임산부는 공포에 절어 정신 못차리고, 유능한 FBI 수사관이 지극지 조그만 단서에서 범인의 꼬리를 잡아 소녀의 목숨이 간당간당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가까스로 구해내는.....머 그런 뻔한 스토리가 펼쳐지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고정관념을 처음부터 깨버린다. 가녀린 임산부 소녀를 사이코패스에 버금가는 소시오패스로 설정한 것인데...그런 파격의 설정이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그러고보면 요즘 이런 반전 매력의 여성들이 주역인 스릴러가 트렌드 인건지, 아니면 유독 국내에서 출간되는건진 모르겠지만 'T.M.로건'의 [29초]와 비슷한 통쾌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와 내 아기를 위협하는 악당들을 내 손으로 직접 때려죽인다. 뼈까지 잘근 잘근 씹어먹어줄게와 같은 복수극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가녀린 소녀가 주도면밀하게 실행하니, 의외성도 그렇거니와 사이코패스에 버금가는 잔혹성이 더욱 크게 와닿는다. 결국 다른 작품에서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어야 할 FBI가 소녀의 들러리 수준으로 전락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어쨌든, 아이를 품은 어머니는 위대하고, 강하며, 악독했다. 복수해....그리고 죽을때까지 기억해....오뉴월에 서리도 내린다는 그녀의 지독한 복수극. 언제쯤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 안전해질까?가 아니라 대체 언제쯤 그토록 치밀하게 계획했던 복수를 실행할까?를 기대하고 기다리게 만드는 독특한 잔혹 복수극이었다. 더불어 중간 중간 작가가 마련한 몇 가지 소소한 반전 요소가 적재적소에서 터져주어 자칫 복수를 기다리다 지칠 수 있는 부분에서 리프레쉬 해주어 좋았다. 고정관념을 깨는 강렬한 리벤지 스릴러로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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