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죄 : 검은 강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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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심리죄 : 검은 강 (2021년 초판)

저자 - 레이미

역자 - 이연희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6500원

페이지 - 534p



이것이 대륙의 열혈 경찰소설이다



팡무가 돌아왔다. 천재 프로파일러로 범인의 심리를 꿰뚫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던 팡무가 1년 만에 돌아왔다.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많은 인기를 누렸던 [심리죄]의 세번째 시리즈가 출간됐다. 이번 작품 역시 현직 경찰학교 교수가 저자인 만큼 해박한 범죄학 지식이 작품에 녹아있어 작품을 읽는 것 만으로도 실제 수사현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부제 그대로 인간의 깊고 어두운 악의 심연을 드러내어 마치 끝을 알 수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의 강을 헤메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검은 강]이다.



팡무가 유명 여배우 납치사건 해결을 위해 타 지방에 지원을 떠난 사이 팡무의 상관인 라오싱은 호텔에서 무고한 투숙객을 발포하여 사망시켰다는 이유로 현장 체포된다. 여배우 납치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온 팡무는 교도소에 수감된 라오싱과 접견하고, 라오싱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라오싱을 위해 팡무는 호텔부터 조사를 시작하고 이내 오발사고 뒤에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직감하는데.....



앞선 시리즈에서 이렇게 몰아 붙여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주인공 팡무를 벼랑 끝까지 몰아 붙였는데 이번 [검은 강]에서는 정말로 지옥의 구렁텅이 까지 팡무를 밀어 버린다. -_- 그래서인지 시종일관 착한 심성과 이성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사건을 수사하던 팡무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야성의 팡무가 깨어난 느낌이다. 바꿔 말하면 경찰이라는 조직사회에 융화되지 못하고 주변을 멤돌던 팡무가 이번 사건을 통해 진정한 열혈 경찰로 성장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인 작품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메인이 되는 사건이 모든이의 공분을 사게 하는 '아동 인신매매'가 아닌가. 



보는 것만으로도 분노와 피로감이 이는 총체적 난국의 집합이었다. 급격한 개발로 인한 빈부격차, 민감한 사건은 무조건 덮어 버리고 은폐하려는 경직된 조직사회의 풍토, 인면수심의 집단이기주의, 돈에 팔려 동료를 저버리는 부패 경찰들까지...-_-;;; 아흐흐... 유일하게 제정신이 박힌 팡무가 얼마나 처절하게 고군분투 했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랴. 아무래도 아이들이 학대 받는 이야기이다 보니 그로인한 정신적 대미지가 남달랐다. 



작품을 읽는 내내 두 영화가 떠올랐는데, [아저씨]와 [이끼]였다. 이 두 영화의 이야기를 믹스하면 딱 [검은 강]인 것이다. 거대한 범죄 조직에 혈혈단신으로 뛰어든 한 경찰의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보고 싶은 열혈 경찰소설의 묘미를 그대로 구현한다. 투박하지만 우직하게, 그리고 천천히 공을 들여 독자를 이야기속으로 끌어들이고 그들의 고귀한 희생과 열정 어린 노력에 독자의 가슴을 뜨겁게 덮힌다. 더불어 실제를 방불케 하는 거짓말 탐지 수사 장면과 범죄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스스로 자충수를 두게 만드는 장면은 작가가 경찰학교 교수이기에 그려낼 수 있는 장면이라 생각됐다. 



팡무의 외로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 하다. 팡무를 웃게 만든 마지막 장면의 캐릭터는 과연 누구일지,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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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특공대 2 - 저주받은 아이들 상상 고래 14
차율이 지음, 양은봉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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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특공대 2 : 저주받은 아이들 (2021년 초판)

저자 - 차율이

삽화 - 양은봉

출판사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정가 - 12000원

페이지 - 162p



괴담특공대가 돌아왔다!!



울 첫째가 가장 좋아하는 책. 무려 4번을 반복해 재독했던 [괴담특공대]의 속편이 드디어 출간됐다. 2편의 출간소식을 접한 딸아이가 방안을 방방 뛰며 좋아하더니 2편을 손에 잡고 나흘만에 독파해버렸다. -_-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엄지를 척 치켜들며 "3편은 언제나와?"라며 묻는데 ㅎㅎㅎ '으...응... 아빠도 몰라....' -_-;;;; 



초딩2학년의 마음을 이렇게 송두리째 빼앗아버린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한국형 고스트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덕후인 아이의 눈에 [괴담특공대]는 너무나 취향저격의 이야기일 것이다. 초등학교에 전해내려오는 으스스한 14가지 괴담. 그리고 14가지 괴담이 드러나는 순간!!!!! 잘생긴 뱀파이어 소년 휘는 어떻게 될까? 가슴졸이며 책을 읽을 딸 아이의 마음이 눈에 선하다. '국내 최초 본격 호러 로맨스 동화'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말괄량이 세리와 비밀을 간직한 뱀파이어 소년 휘의 풋풋하고 달달한 연애는 뭇 초딩소녀들의 애간장을 녹이리라. ㅎㅎㅎ 다시 예를 들자면 이런거다. [신비아파트]의 구하리와 최강림이 모험을 거듭하면서 사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다. 



1편에 이어

휘에게 정체불명의 경고장은 계속된다. 사담초 14가지 괴담이 완성되는 순간. 휘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라는 내용의 쪽지에 휘는 심란해 한다. 한편, 화이트 괴담폰을 나눠 가진 세리, 태오, 보임이는 괴담폰의 힘을 빌려 자신의 능력(세리:구미호, 태오:가고일, 보임:캔타우로스)을 발휘하여 사담초에 출몰하는 귀신들을 격퇴하는데....



*신관·구관 괴담
 

괴담 5. 커터칼 소녀 괴담
 

괴담 6. 엄마 귀신 괴담
 

괴담 7. 화장실 괴담
 

괴담 8. 아픔인형 괴담
 

괴담 9. 피아노 괴담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을 괴담으로 만들어 교육적 효과를 꾀했던 1편에 이어 이번 2편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소재로 다섯가지 으스스한 괴담을 창조해낸다. 첫번째로 만나는 괴담 커터칼 소녀 괴담은 아빠인 나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빨간 마스크]괴담의 변형이다. 이유없이 나타나 자신의 외모를 묻고 대답여하에 따라 상대의 얼굴에 치명적 상해를 가하는 악의로 똘똘뭉친 괴담. 이 끔찍한 괴담을 커터칼 소녀로 변형 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밤 12시 무용실 거울 앞에서 커터칼을 물고 이렇게 말한다. "커터칼 소녀야 내 소원을 들어줘." 이후 나타난 소녀에게 외모 컴플렉스를 말하면 어느새 컴플렉스는 씻은 듯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 괴담의 발동조건. 이후 괴담특공대를 통해 커터칼 소녀의 생각지도 못한 가슴아픈 사연이 이어지게 되는데.... 작가 차율이는 어느새 초등학교에도 깊숙이 자리잡은 외모지상주의와 성형에 대한 경계심을 [빨간 마스크]괴담에 접목한다. 지금 초딩이야 [빨간 마스크]를 모르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본인은 깜짝 놀랐다. 그 끔찍하기만 한 괴담을 이렇게 초딩용으로 따뜻하게 승화시켜버리다니... 



두번째 엄마 귀신 괴담은 더욱 가슴아프고 아린 이야기를 담아 낸다. 혼혈인 것이 밝혀질까 두려워 동남아시아 출신 엄마를 거부하는 대한이의 이야기는 은연중 우리의 인식속에 박힌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과 피부색, 생김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외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떠안고 있는 아이들의 현실적 고민을 그려 낸다. 우리에겐 생소한 실제 태국의 귀신인 '크라슈'를 끌어와 무서우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극대화 시키기도 한다. 



세번째 화장실 괴담 역시 동화로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의 사회적 문제를 담고있다. 나날이 심각해져 가는 몰카문제를 괴담으로 녹여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경계심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렇게 쓰고 나니 이건 괴담의 탈을 쓴 초딩교육 동화가 아닌가!! ㅎㅎㅎ '이렇게 무섭고 끔찍한 걸 뭐하러 봐?'라며 나무라게 되는 괴담집이 아닌 어렵고 복잡한 현실의 문제들을 아이들의 눈으로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교훈적인 괴담 동화인 것이다. 뭐랄까. 전에는 없던 새로운 동화 장르를 개척했달까. 



아이들이 좋아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비록 괴담이란 흥미요소로 아이들의 시선을 끌지만 막상 까보면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의 못 다 이룬 꿈들을 풀어주고 성불시키는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가슴까지 덥혀준다. 착한 괴담. 그래. 더 많은 아이들이 읽고 느끼도록 어른들이 권하게 되는 착한 괴담이 바로 [괴담특공대] 시리즈이다. 더불어 감성을 자극하는 양은봉 작가의 삽화는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아이의 이해를 돕는다. 그림이 뭔가 낯익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SNS 페친이더라는... ㅎㅎㅎ [심야 괴담회]등 국내 독보적인 공포 삽화로 존재감을 발산하는 작가님의 작품을 [괴담특공대]에서도 보게되어 반가웠다. 


이제 14가지 사담초 괴담중 9가지가 열렸다. 남은 5가지 괴담과 대망의 결말은 3편에서 이어지리라. 이제 첫째 딸아이 뿐만 아니라 본인도 손꼽아 3편을 기다리련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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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워크
스티븐 킹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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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워크 (2021년 초판)

저자 - 스티븐 킹

역자 - 공보경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59p



이제 됐네... 그만큼 했으면 됐어.



'그만.... 그만 하라고. 친구. 정말 죽을 셈인가?!! 대체 자네가 이러는 이유가 뭔가? 왜 이제껏 자네가 이룩한 모든 것을 버리려는 건가?' 

작품을 읽는 내내 이런 의문을 품고 읽었다. '바튼 조지 도스' 사십대 가장이자 세탁회사의 중역. 메리의 남편. 부하직원들로 부터 존경받는 상사. 작품은 1973년 11월 부터 1974년 1월까지 3개월 간의 '바튼 조지 도스'의 행동을 기록하고 있다. 성실하고 평범했던 한 남자가 3개월 동안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작가는 바튼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를 고민케 한다. 



하비 총포점. 바튼은 있지도 않은 사촌동생을 들먹이며 44구경 매그넘과 대전차용 곡사포를 구매한다. 지폐를 주인에게 건네는 그 순간에도 바튼은 자신의 결정이 맞는건지, 올바른 선택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집으로 돌아온 바튼에게 아내 메리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이사갈 집은 찾고 있는거야?" 바튼은 이사갈 집들의 단점들을 열거한다. 메리의 한 숨. 집안에는 불편한 공기가 가득 찬다. 이 거북한 공기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공장 부지 이전 계약이라는 중책을 맡은 바튼에게 계약 진행상황을 묻는 사장에게 이전 부지의 단점들을 열거 하는 바튼. 


'바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자. 수퍼내추럴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의 작품 [로드워크]는 작가의 주특기인 수퍼내추럴이 나오지 않는다. 왜냐?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의 이름을 찍고 나온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놓는 작품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던 '스티븐 킹'은 고민에 빠진다. 그저 자신의 명성만으로 책이 팔리는 건 아닌가 하고. 그래서 가공의 인물을 만들고 가공의 이름으로 책을 내놓았으니. 그 가공의 인물이 바로 '리처드 바크만'이다. 이 작품 [로드워크]는 '킹'의 친모를 암으로 극심한 고통속에 떠나 보낸 뒤 친모를 떠나보낸 슬픔과 삶의 무의미함. 인간의 고통에 대한 물음을 담아 집필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작품은 장난기(농담)하나 없는 굉장히 진지하고 깊은 어둠을 담아낸다. 실제로 '스티븐 킹'이 아닌 다른 작가의 이름으로 접했다면 과연 이 글에서 '스티븐 킹'을 떠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정도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스토리 라인은 지극히 단순하다. 제목 그대로 [로드워크], 무리한 도로공사 때문에 극단에 밀린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일개 가장이 국책사업에 저항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 머...하지만 다윗과 같은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우연히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서울의 낡은 집들을 전부 싹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지었다고. 그저 외국인들에게 보여지는 도시경관을 위해서 말이다. 물론 졸속으로 시행한 정책으로 거주민들은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그들의 울분과 허망함은 얼마나 깊었을까. 살아가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무참히 쓸려 나가는 서민들의 고통을. 재개발 보상대첵에 반발하여 저항하다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했던 용산참사가 아직도 나의 뇌리에 박혀있다. 



사상자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발생한다. 매스컴은 때를 맞춰 열을 띠며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낸다. 일순간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지만 간이 지나면서 국민의 관심은 뚝 떨어지고. 어느새 재개발은 공사를 마친다. 끝까지 저항하고 목숨을 바쳤던 '누군가'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간다. 작품은 이렇게 지극히 현실을 담고있다. 



수용하느냐? 저항하느냐? 두가지 기로에서 바튼은 결정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끝까지 저항하기로.... 바튼의 극단적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가슴 깊숙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돌덩이가 가시지 않는다. 작품을 읽으면서 수많은 기로 속에서 그의 결정에 나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는다. '왜 그렇게 까지 하는 건가. 왜 자신을 그렇게까지 극단으로 몰아 넣는건가.'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도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인간이 가진 고통이란 난제의 해답 역시 모르겠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일상은 계속 될 것이다. 



역시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바튼의 복잡한 심리묘사에 빠져들어 바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그 울분이 그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바튼의 마지막 발악을 그리도 응원하게 되는 것이리라.



"당신을 보면 뭔가 오금이 저려, 도스. 꼭 갈 길을 정해놓고 거기서 한 발자국도 안 벗어 나려는 사람 같아." _412p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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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 2021년 한국 추리 문학상 대상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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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2021년 초판)

저자 - 윤자영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07p



* 한국 추리문학상 신예상

* 제2회 엔블록 미스터리 걸작선 당선

*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



2019년 기준 229,60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하루 평균 62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말이 된다. 2021년 현재를 따져봐도 이 수치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구당 한 대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그렇게 많은 자동차가 도로로 쏟아져 나와 부딪히고 박아대니 사연 없는 사고가 어디 있으랴. 그 기구한 사연을 들여다 보고 미스터리를 접목하여 이야기를 만들었으니 그렇게 교통사고 전문 특화 탐정 삼비(BBB)가 추리소설 쓰는 과학 선생님 '윤자영'작가에 의해 탄생되었다.  



작년 [파멸일기]에 이어 1년 만에 선보이는 성인대상 미스터리 작품이다. 교통사고에 얽힌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복잡한 사연을 파헤치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묘미에 교통사고에 숨겨진 진실을 물리학 관점에서 접근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과학 추리의 묘미를 더했다. 그동안 과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기발한 본격 트릭을 고안했던 작가의 특기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된다. 실제 교통사고 조사 기법을 참고 한 듯 작품에서 그려지는 사고 조사 기법은 놀랄만큼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전문적이었다. 사전 조사에 굉장히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그런 치밀한 조사가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어 현실의 사건을 보는 듯 했다.  



"내가 직접 증명하겠어. 당신들 그때는 옷 벗을 각오해!"

_55p



자. 모름지기 탐정물이라면 소위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정도는 외쳐줘야 진짜 탐정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서도 미궁에 빠진 교통사고의 진짜 가해자들을 찾아내는 탐정물 만의 카타르시스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범인을 밝혀내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죄지은 놈을(때로는 법을 어겨서라도) 직접 응징하는 단죄의 카타르시스도 담겨 있다. 그 점이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다. 길티플레져라고 하던가. 그래. 천하의 나쁜놈들은 그에 걸맞는 벌을 받아야지 진짜 마무리지. ㅎㅎㅎ



1부 | 누나의 자살

한 여성의 시신이 교량아래에서 발견된다. 이상한 점은 교량 1키로 전 지점에 그녀의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 받고 서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교통사고로 극심한 통증을 느꼈을 여성이 고통을 참고 1키로 미터나 걸어 교량 다리 아래로 몸을 던지는 '이상한'자살 사건이 벌어진 것. 남동생은 국선변호사 최가로에게 진실을 밝혀줄 것을 의뢰하고,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은 최가로와 함께 기묘한 자살 사건을 조사하는데.....


2부 | 피 그리고 복수; 탐정의 탄생

삼비 탐정 박병배 비기닝이다. 고등학교 과학선생님이던 박병배가 교직을 그만두고 최가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교통사고를 조사하게 되는 계기가 그려진다. 피의 복수라는 제목에 걸 맞는.... 비극적이지만 통쾌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3부 | 외국인 아내 보험 살인

제목만 들어도 떠오르는 교통사고가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사실 '도진기'작가의 [판결의 재구성]에서도 다뤄졌고 얼마전 재판 판결이 나서 판결문을 찾아봤었는데, 그 모든 요소들이 작품에 담겨있다. 윤자영 작가가 재구성한 외국인 아내 보험 살인 사건은 실제와 허구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끝내주는 결말을 만들어 낸다.


4부 | 장애인 울리는 중고차 사기

사기로 막대한 이득을 챙긴 중고차 딜러가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차에 들이 받힌다. 가해 운전자를 변호하기 위해 최가로와 삼비가 사고 조사를 하고, 악랄한 중고차 딜러의 만행을 알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통경찰의 밤]을 보며 교통사고를 소재로 이런 미스터리도 나올 수 있구나 하며 감탄했었다. [교통경찰의 밤]이 별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단편집이라면 이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은 국선변호사 최가로와 삼비 탐정 박병배가 4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연작 단편집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누구든 경험했을 법한 사고들로 이루어져 있어 함께 분노하며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강한 연대와 공감을 자아낸다. 



개성있고 살아숨쉬는 캐릭터들의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와 극과 극인 최가로와 박병배가 에피소드를 거듭하면서 서로에게 끌려가는 과정을 보면서 '김재희'작가의 [서점탐정 유동인]과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유동인]이 밝은 코지미스터리라면 [삼비]는 굉장히 다크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길티플레져의 묘미가 있다. 가슴 한 켠에 악마를 품고 사는 삼비 탐정의 단죄는 선을 넘지 않는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여 유쾌하고 통쾌하게 다가온다. 그 불쾌와 유쾌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높이 사고 싶다. 가독성이 좋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안타까운 사건에 슬퍼하고 통쾌한 단죄에 키득거리며 웃었다. 전작들 [나당탐정사무소][파멸일기]와는 또다른 스타일로 진화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는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언젠가 아예 대놓고 복수하는 길티플레져물도 써주심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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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1.봄호 - 69호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 지음 / 나비클럽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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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1 봄호 : 통권 69호 (2021년 초판)

저자 - 계간미스터리 편집부

출판사 - 나비클럽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36p



추리소설에 죽음은 필수불가결 요소



어느덧 동장군이 물러나고 새싹이 피어나는 봄이 됐다.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과 함께 어김없이 계간 미스터리 봄호가 찾아왔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지만 계간 미스터리에는 어쩔 수 없이 참혹한 죽음이 드리우니. 역시 추리에 죽음은 필수불가결이란 말인가. ㅋ 각설하고 작년 [계간 미스터리 2020 봄,여름 특별호]로 신인상 수상에 이어 이번 [계간 미스터리 2021 봄호]에 다시 단편을 실을 수 있었다. 매호 흥미로운 읽을거리와 추리잡지 본연의 풍성한 추리단편들, 풍부한 리뷰들이 가득한 계간 미스터리다!



1. 2021 봄호를 펴내며
추리소설이 죽음에 저항하는 방식에 대하여 / 한이 



 


[특집]
2. 직업으로서의 추리소설가 : 한국의 추리소설가들에게 듣는다_추리소설가 20명 인터뷰

- 본인도 설문에 참여했지만 현직 추리소설가 20명의 인터뷰 모음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고관을 알 수 있었던 시간. 본인의 답변도 여러개 소개되어 마냥 신기했다. 인터뷰 정리하느라 한새마 작가님 꽤 고생하셨을 것 같은데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3. 추리소설가 류삼 씨의 하루 / 류삼
 

[단편소설]
4. 코난을 찾아라 / 홍정기

​- 본인 작품이 첫번째로 실렸다. 저자의 변으로 몇 글자 끄적여 본다. 이 단편은 '미치오 슈스케'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읽고 모티브를 얻었다. 뭐 대단한건 아니고 작품에서 초딩들이 사건을 파헤치는 것을 보고 초딩들이 사건을 위해 탐정단을 만드는 이야기를 써본 것인데 여기에 서술트릭을 섞었다.(명탐정 코난이 모티브가 아니다. 후후후.) 중심 반전은 [이제막 독립한 이야기 : 사람과 사물들]에 참여했던 엽편 [미안해]의 반전을 살짝 변형했다. 어차피 두 작품 모두 읽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 ㅎㅎㅎ 누군가 쓴 뜬금포 결말이라는 리뷰를 봤는데 사실 결말의 반전에 앞서 두 개의 복선을 깔아놓았다. 그 복선을 눈치 채지 못한건지, 복선이 어설펐는지 본인은 모르겠다. 여튼 초고를 친분있는 편집자님께 보여드렸는데 그 분의 의견을 반영해서 수정한게 잘 뽑힌 것 같아 본인으로선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클라이막스 부분의 몇 줄이 출간본에서 삭제됐다. 나름 꽤 심혈을 기울인 부분인데 아무래도 잔혹한 묘사 때문에 잘린듯....ㅠ_ㅠ 




5. 푸른 수염의 방 / 홍선주

- 작년에 등단하신 작가님의 신인상 이후 첫 작품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잔혹동화 [푸른 수염의 방]을 현대식으로 변주한 작품. 내가 죽인 여자의 잔영이 나를 죽도록 괴롭힌다. 과연 그녀는 환영일까? 익숙한 XXX트릭에 한 가지 요소를 추가해 XXXX트릭을 만들어 반전을 꿰한다. 


6. 엄마와 딸 / 김세화

- 이번에 몽실북스와 첫장편을 계약하신 '김세화'작가님의 사회파 단편이다. 계부의 죽음. 남아있는 엄마와 딸. 살인은 누가?... 어찌보면 함께 실린 [숟가락 두 개]와 같이 실행범에 중점을 두는 작품이다. 물론 사회파라 범행의 이유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만 말이다. 수년째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작가님 답게 문장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돋보이고 주제인 가정폭력의 병폐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새로이 나올 장편이 기대된다. 


7. 긴 하루 / 한이

- 첫 문장부터 확 빨려들어갔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기에 간결한 문장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간결한 문장과 그 몇 개의 단어 안에서 표현해 내는 이야기에 깊이 몰입했다. 모질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던 어머니의 숨겨진 비밀... 고단한 삶에 찌들듯 변색되 가는 감성. 짧지만 강렬하고 섬뜩한 가정 스릴러였다. 공교롭게 한이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접했는데,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8. 목호 마조단 / 조동신

- 때는 조선시대, 수시로 왜구가 침략하는 제주를 배경으로 한다. 제목의 목호는 제주에서 말을 관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고, 마조단은 말이 병에 걸리지 않고 번식이 잘 되게 해다랄고 마르이 조상인 천사성에 제사를 지내던 터를 일컫는다. 어수선한 임진왜란 시대, 제주에서 발견된 얼굴이 뭉개진 시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역시픽션과 추리가 잘 섞인 작품이랄까.
 

특별초청작
9. 숟가락 두 개 / 서미애

- 얼마전 [잘 자요 엄마]의 속편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출간한 '서미애'작가님의 특별단편이다. 잦은 좀도둑질로 오랜 투옥생활 후 출소한 상철은 마음을 다잡고 정착하려 한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시험하기라도 하듯 상철은 정착지에서 감방 동기와 맞닥뜨리는데.... 밥상에 놓인 숟가락 두 개. 상철에게 숟가락 두 개는 그의 남은 인생을 걸만큼 소중한 상징이었다.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소외되고 외롭던 이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그들의 행복을 가만두지 않는다. ㅠ_ㅠ 덤덤히 읽디가 와락 울컥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토막살인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신인상]
10. 2021 봄호 신인상 본심 심사평 /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심사위원
- 안타깝게도 이번 봄호 신인상은 없었다. 하지만 투고 작들 심사평을 보니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프로파일링]
11. 프로파일러의 기억법 / 권일용, 한이
-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그알]을 포함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봐오던 분인데, 한국추리작가협회와 인연이 있는 분이라는 건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다. 국내 범죄 프로파일러의 기틀을 마련한 분으로 다양한 사건을 경험한 만큼 '한추협'과의 깊은 교류를 기대하게 된다.   


[미스터리 쓰는 법]
12. 도대체 플롯은 누가 만든 거야? / 한이

- '재미있는' 작품을 쓰기위한 플롯 만들기 강좌! 글쓰기를 원하는 자. 읽어라. 피가되고 살이 될지니.


[추리소설가가 된 철학자]

13. 애거사 크리스티의 시와 코지 미스터리 / 백휴

- 부끄럽지만 이제껏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단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다. 비단 '크리스티' 뿐만 아니라 '앨러리 퀸'도 마찬가지. 영미쪽 고전 추리는 왜 손이 안 가는지 나도 모르겠다. -_-;;;


[추모 리뷰]
14. 고바야시 월드로의 핏빛 초대장 / 한새마

[앨리스 죽이기]를 읽고 강렬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피터팬 죽이기]를 읽고 메르핸 동화 유니버스로 차기작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피터팬으로 영영 끝나버리고 말았다. 너무나 좋아하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타계 소식은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국내 출간된 그의 작품을 정리한 추모 리뷰를 보며 아직 읽지 않은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어햐 겠다고 마음 먹었다. 애정하는 작가의 방대한 분량의 작품들을 소개해 주신 '한새마'작가에게 감사를 전한다.


15. 존 르 카레의 은밀한 세계 / 박광규
 


[미스터리 커뮤니티]
16.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 / 반대인

- 본인도 회원으로 활동중인 밴드 추리소설 커뮤니티 추사사가 소개되었다. 이 밴드에서 추리소설가의 꿈이 시작됐고 추리작가로서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추리 마니아와 작가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작가의 방]
17. 하나의 방, 세 개의 책상 / 김선민
- 공포/호러 작가 김선민 작가의 작업실을 소개한다. 공포작가이면서 호러영화는 보지 못한다는 부분에서 의외라고 느꼈다. 하긴, 영화로 각인된 클리셰가 오히려 구상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도 좋아하는 장르로 참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생각. 


[트릭의 재구성]
18. 예지몽 살인 / 황세연 

- 매호. 어김없이 돌아오는 추리퀴즈! 단편의 묘미와 트릭을 맞추는 재미를 선사하는 추리퀴즈~ 이번호 부터 정답은 '나비클럽' 블로그에 공개된다고 한다. 



1년에 4번. 한국추리 소설의 흐름과 소식을 알 수 있는 미스터리를  위한 잡지 [계간 미스터리]. 곧 다가올 여름호가 기대되면서... 다음호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작품을 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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