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의 세상
김남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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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의 세상 (2021년 초판)

저자 - 김남겸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16p



인위적 대재난.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하라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음모론을 들어본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금의 전세계에 전파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1% 엘리트들로 이루어진 비밀결사 일루미나티에의 해 만들어진 것이며, 백신 주사에는 인류를 감시할 수 있는 나노 칩이 숨겨져 있다는 설을 말이다. 이미 SBS 프로그램 [당신이 혹하는 사이]에서 다뤄졌던 주제이다. 자, 이 음모론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릴 것이다. '에이, 설마 말도 안돼.' 혹은 '정말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로 말이다. 어찌됐던 자연적이던, 인위적이던 바이러스는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그로인하여 지구의 노령인구가 감소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타노스의 손가락이 튕기면서 전 우주의 절반의 생명체가 썰려 나가는 것을 스크린을 통해 목격했다. 타노스의 우주 절반 학살론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잡설이 길었다. [로하의 세상]을 이야기 해보자. 작품은 2035년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다. 평범했던, 아니, 조금은 다른 외모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고등학생 소년 로하는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매일 아침 전쟁이 터져 모두가 죽어버리길 기도하던 소년의 기도가 이루어진걸까. 로하를 제외한 반의 학생들이 처참히 살해되고, 유일한 생존자이자 왕따였던 로하가 매스컴의 의심을 받는다. 과도한 관심에 겁을 집어먹은 로하는 지하2층 자신의 집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고. 그렇게 열 흘 뒤. 집밖으로 나온 로하는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깨닫는다.



아쉽지만 뒤바뀐 로하의 세상이 유토피아는 아닌듯 싶다. 작품은 기존의 세계가 뒤엎어지고 약탈과 살인이 만연한 무정부주의 상태에서 생존을 위한 로하의 처절한 고군분투가 그려진다. 생존을 위한 나날들 속에서 서서히 반정부 세력의 비밀을 알아가고, 그 안에 엄청난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무래도 서두에 언급한 음모론의 연장이라 볼 수 있을 듯 하다. 히키코모리였던 로하가 무법자들을 피해 은둔하는 이야기, 동료들을 만나 합동하고, 극한상황에서 이기적이고 무기력한 빌런들을 만나는가 하면 생존을 위해 인간성을 버리고 그들과 같은 짐승이 될 것인지에 대한 로하의 고민과 갈등등 다양한 인간군상들로 인간의 본질적 민낯을 목도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결국 무법자를 좀비로 치환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서바이벌 생존 장르의 재미를 안겨주는 작품인 것이다. 



아무래도 로하의 생존만을 다뤘다면 조금은 아쉬웠으리라. 기본적으로 SF하면 떠오르는 것. 그 재미요소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몰입감과 긴장감을 극대화 한다. 아.... 시원하게 말하고 싶다만 이거 스포가 될지도 몰라서... 세상은 인과율에 따라 돌아가며 현재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가 작품의 묘미로 작용한다. 흐흐흐. 비록 더나은 세상을 위한 무차별 학살이 당장은 참혹하지만, 그로인해 인류이 존속이 확실시 된다면 당신은 앞장서서 과잉인류 척결에 나설 수 있을까? 지금도 이념전쟁으로 수백, 수천의 민간인들이 폭격에 죽고 있다. 가까운 언젠가 일루미나티에 심취한 초엘리트가 의도를 갖고 세상을 전복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우린 이미 '히틀러'의 광기를 보지 않았던가. 단순히 SF소설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이 음모론이 언제든 실체화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각종 음모론과 대재난속에서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무차별 난사를 통한 파괴의 카타르시스, 복잡하게 뒤얽힌 시간선 그리고 끝? 시작? 아니면 뫼비우스의 띠 같은 무한의 반복?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열린 결말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어느쪽으로 생각하던 깊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의미심장한 반전의 에필로그를 선보인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그 순간까지도 떡밥을 던지는 장르의 법칙에 충실한 작품이랄까. ㅎㅎㅎ 장르의 속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한 SF 미스터리 작품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하의 세상]을 통해 현재 '우리들의 세상'을 다시 보게되는 계기를 갖는 것도 좋지 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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