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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 김창규×박상준의 손바닥 SF와 교양
김창규.박상준 지음 / 에디토리얼 / 2020년 6월
평점 :
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 김창규 X 박상준의 손바닥 SF와 교양 (2020년 초판)
저자 - 김창규, 박상준
출판사 - 에디토리얼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26p
앞으로 다가올 실현 가능한 세계로의 초대
우리가 SF를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막연한 미래세계에 대한 호기심? 아니면 무수한 갈래의 미래중 가장 안전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현재의 준비를 위해? 뭐가 됐던 지금도 시간을 흘러가고 있고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의 이미지들은 하나, 둘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SF전문출판사 에디토리얼에서 앞으로 다가올 실현 가능한 세계를 미리 가정하고 그에 대한 사고실험과 사유를 풍부하게 전하는 흥미로운 SF칼럼이 출간되었다. 한국SF의 대표작가 '김창규'와 SF아카이브 대표를 역임중인 '박상준'님이 함께 한 이 작품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경향신문에 격주로 실린 칼럼으로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독자가 현실과 앞날을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할 기회를 제공 할 것.'이란 주제로 쓰인 마흔 편의 칼럼이 실려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겠지만 우리가 SF라고 하면 떠올리는 우주전쟁, 외계인, 디스토피아 등등의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다음 세대 혹은 지금 당장 진행되고 있는 예민하고 첨예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 자율주행이 완벽히 자리를 잡은 시대에서는 사람의 직접 운전이 오히려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더 많은 보혐료를 낼 수 도 있다?
2. 현재의 아내에 권태를 느낀 남편이 연애 초기의 아내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이식하여 인공지능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아니러니한 사건.
3.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맞춤 아기들이 만연한 시대에서 부모의 소신으로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차별 당하는 사회.
4. 모든 네트워크가 국가에 의해 은밀하게 감시 당하는 빅브라더와 같은 사회.
등등등등...... 언젠가 한번쯤 SF소설에서 봤을법한 설정(인공지능 등), 또는 지금 이순간에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도청, 감청 등), 또는 이제 막 초기 기술이 개발되어 진입하려는 단계(유전자 조작 등) 등 이 책에서 다뤄지는 40가지 세계들을 보고, 말미에 '김창규' 작가와 '박장준' 대표님의 날카로운 현실적 상황과 비전을 보고 있자니 더이상 SF로 치부하기에는 시대가 너무나 촉박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시금 두 분의 안목과 세계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에 놀라게 됐다.
말그대로 세상은 시시각각 격변하고 있다. 역병의 창궐로 바이러스 아포칼립스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지금도 이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여 바이오 산업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사회와 정치, 경제가 대응하는 속도는 과연 알맞은 보폭으로 따라가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이같은 속도를 우려하는 사례도 책에 여려건 소개되고 있는데, 몇몇 악한 인간들이 이 간극, 헛점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기에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시대가 변해가는 도중이라 그런 거야. 지금 당장은 법으로 타고난 능력을 향상시키는 시술은 못하게 돼 있지. 그런데 어기면 어떻게 될까. 원상 복구시킬수는 없어. 사람 능력을 저하시키는 시술도 불법이거든. 남는 건 적지 않은 벌금인데, 얼마가 됐든 내고 전과가 남아도 상관 없고 언론에 나가도 상관없다잖아. 비용까지 생가갛면 이토록 뻔뻔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건 저런 자들밖에 없겠지. 지금은 그래."
_106p
각 챕터 말미에 칼럼과 대응되는 SF소설을 추천하기도 한데, 실제로 읽으면서 수십편의 SF소설들과 영화들이 떠오르는 즐거운 칼럼이다. 한, 두 페이지 분량의 엽편SF를 보는 기분이랄까. 딱딱한 칼럼을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내겐 무려 마흔 가지의 흥미로운 SF단편이 실린 최고의 SF 단편집이었다.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언젠가는 다가올 세계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길잡이이자 교양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