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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ㅣ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평점 :
악의 (2020년 개정판 2쇄)_가가형사 시리즈 3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양유옥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14p
겹겹이 쌓아놓은 반전의 묘미
'게이고'작가의 대표 장수 캐릭터 가가형사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다. 집필 시기는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가 빠르지만 발표는 [악의]가 먼저라나 뭐라나...어쨌던 현대문학에서는 이 [악의]를 시리즈 no.3으로 출간했으니 순서대로 읽는다. 사실 두번째 작품 [잠자는 숲]이 개인적으론 너무 별로였던지라 내심 기대반, 우려반 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악의]야 말로 진정한 '게이고'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는 것. 이중 삼중 반전과 더불어 인간의 심연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깊이 있는 안목까지...ㄷㄷㄷ 어설픈 러브라인을 빼버리니 이토록 심플하고 간결한 작품이 탄생하지 않는가. ㅎㅎㅎ 가가는 그냥 평생 혼자 사는걸로...
교사였던 노노구치는 어릴적 친구이자 인기 작가인 히다카와 친분을 유지하면서 교사를 그만두고 동화작가로 전업한다. 그날도 자주 찾던 히다카의 집을 찾은 노노구치는 이제 얼마뒤 해외로 이주하는 히다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집을 나서며 가져간 샴페인을 히다카의 아내 리에에게 건낸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노노구치에게 히다카가 잠시 만나자는 전화를 건다. 노노구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히다카의 집을 찾지만 집안의 불은 전부 꺼져있는 상태. 이상함을 느낀 노노구치는 외출한 리에에게 전화를 걸고 돌아온 리에와 함께 히다카가 그의 서재에서 싸늘하게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머리에 가해진 충격 그리고 전화선으로 목이 졸려 죽은 히다카. 가가 형사는 살인사건에 투입되고, 한때 교사였던 가가 앞에 선배 교사였던 노노구치와 재회하는데......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할까?
그렇다면 사람이 사람 싫어하는데 굳이 이유를 가져다 붙일 필요도 없으리라.
그 타인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쌓이고 쌓이면 살인까지 불러오는 악의가 될 수 있을까? 때로는 미치도록 미운 마음이 돌이킬 수 없는 악의로 실체화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노노구치의 고백적인 수기로 시작하는 작품은 친하게만 보였던 노노구치와 히다카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게 만든다. 친구를 죽여야 했던 이유. 친구를 살해해야 했던 악의.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의 근원을 차근차근 파헤쳐 간다. 내가 그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 구구절절한 이유들을 보고 있자니 책을 읽는 본인까지 그 분노가 전해져 온다. '그래 잘 죽었다 이 나쁜놈아!' 인간 쓰레기들은 차라리 없어지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들이 머리속에 자리잡고, 이제 작품은 다음 페이즈로 돌입하게 된다. ㅎㅎㅎ
일단 작품은 3개의 페이즈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페이즈는 히다카 살인사건의 트릭 찾기. 두번째 페이즈는 살인 동기 찾기. 그리고 대망의 세번째 페이즈에서 앞선 이야기를 전부 뒤집어 엎는 진실과 반전의 대환장 타임! 후던잇, 하우던잇, 와이던잇의 묘미를 모두 아우르는 미스터리의 알찬 선물세트 같은 작품인 것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라. 내 주변의 친한 사람들을 의심하라. 어느 순간 내가 믿었던 그 사람이 비수를 내 가슴팍에 꽂을지 모른다. 사람의 마음속은 그렇게 종잡을 수 없으며 어둠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 싫어하는데 굳이 이유를 물을 필요가 있으랴. 그저 내가 타인의 미움의 표적이 되지 않고 평탄하게 살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