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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파스트의 망령들
스튜어트 네빌 지음, 이훈 옮김 / 네버모어 / 2020년 7월
평점 :
벨파스트의 망령들 (2020년 초판)
저자 - 스튜어트 네빌
역자 - 이훈
출판사 - 네버모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46p
누구나 대가를 치른다! 언젠가는 반드시.
"LA 타임스 도서 상 최우수 작품상"
"프랑스 비평가 미스터리상 최우수 작품상"
"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 상"
"LA타임스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벨파스트 누아르'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대작 시리즈의 서막이 올랐다. 명품 하드보일드 스릴러를 출간하고 있는 네버모어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느와르 신작은 바로 영국과 치열하게 항쟁했던 북아일랜드의 핏빛 역사의 현장을 그대로 관통했던 한 남자의 처절하고 고통에 찬 참회의 기록을 담아 내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죽인 망령들의 핏빛 복수. 어제의 냉혹했던 해결사가 오늘 죽음의 사신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벨파스트의 망령들]이다.
사실 북아일랜드의 내전과 독립의 역사는 잘 모른다. 아니, 전혀 모른다. -_-;;; 몇년전 읽었던 '이언 랜킨'의 [치명적 이유]에서 리버스 경위가 쫓던 살인마가 스코틀랜드 과격 단체 였다는 설정에 조금 검색했었던 것 외에는 말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위에 그려지는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관계와 이해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인물의 감정이나 행동의 당위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제치하였던 역사적 사실관계를 토대로 일본을 적대시 하는 감정을 갖고 있듯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카톨릭 국가였던 아일랜드에 효율적 통치를 목적으로 청교도들을 이주시킨 영국과의 관계는 종교와 이념, 권력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였음을 짐작케 했다. 그리고 아일랜드인이 영국인을 얼마나 증오했는지도 말이다.
술주정꾼 제리 피건은 왕년에는 벨파스트에서 누구나 벌벌떨게 만드는 냉혹한 해결사였다. 하지만 살인죄로 십수년을 복역후 세상에 나온 피건은 예전과는 달랐다.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눈. 아무도 없는 곳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지껄이는 반미치광이의 모습. 그런 그에게 한 여성이 찾아온다. '당신이 죽인 아들이 묻힌 곳을 알려주세요.' 그녀의 간절한 부탁에 피건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여성의 아들이 묻힌 돌무더기를 알려준다.
그렇게 피의 복수는 피건의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피건은 생각했다. 엄마를 만나고 나면 죽은 아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피건의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죽은 아들과 그의 곁에선 열 하나의 그림자는 더욱 더 피건을 압박했다.
죽이라고.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자들을 똑같이 죽여 달라고......
고뇌하던 피건은 조용히 피스톨을 움켜쥐었다.
망령들의 아우성에 맞춰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 서서히 힘을 주었다......
도시전설인지 실제 사건인지는 모르겠다. 흐릿하지만 실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겁에 질린 남자가 스스로 경찰서에 찾아와 자수를 했단다. 남자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내가 사람을 죽였으니 감옥에 넣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발 자신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망령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울부짖었단다. 자, 제리 피건은 무려 열 두명의 망령들에게 시달렸다. 모두 제리 피건의 손에 죽임을 당한 망자들이었다. 그들의 사무친 원한과 분노를 수년동안 받았다면 아무리 냉혹한 킬러라도 미치지 않았을까. 망령들의 아우성에서 벗어날 길은 오직 단 하나뿐. 열 두명의 망령들을 살인에 이르게 한 조직을 궤멸 시키는 것이다.
공포에 질린 미치광이는 겁이 없다. 그리고 한번 목표로 한 타겟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피건의 처절한 복수에서 벨파스트 누아르의 의미가 단번에 와닿는다. 과연 단 한명의 미치광이가 북아일랜드의 공고한 실권을 잡고 있는 공화당 의원을 깨부술 수 있을까? 열 두명의 망령들에게서 풀려난 피건은 진정한 안식을 되 찾을 수 있을까? 그건 마지막 페이지를 읽어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ㅎㅎㅎ 죄책감과 참회, 죽음에는 죽음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피건의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결국 명령을 받았다곤 하지만 그가 직접 죽인 망령들에게 시달려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끊임없는 이율배반을 느끼게 된다. 다만 벼랑끝에 몰린 피건의 고뇌와 '누구나 대가를 치른다! 언젠가는 반드시'라는 부제는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결말을 곱씹게 만든다.
앞서 작품의 배경을 자세히 알아야 100%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써놨는데, 사실 역사 배경 따위 자세히 몰라도 충분히 작품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런거 몰라도 피건의 고통과 죄책감에 충분히 공감하게 될테니 말이다. 이작품 이후로 펼쳐질 후속작들도 네버모어에서 만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