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튜트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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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티튜트 1 (2020년 초판)

저자 - 스티븐 킹

역자 - 이은선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42p



올 여름도 '킹'이 책임진다!



매년 여름만 되면 이분의 작품을 기다리게 된다. 이번엔 어떤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무더위를 날려 주실지를 말이다. 뭐 올해는 기상관측이래 최장 장마를 기록하고 있는 기상이변의 상황이다만 어찌됐던 눅눅하고 꿉꿉한 여름에도 역시 '스티븐 킹'의 이야기가 제격 아니겠는가. 작년 이맘때 '빌 호지스' 시리즈를 잇는 외전 겪의 신작 [아웃사이더]를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작년 [아웃사이더]가 슈퍼내추럴 공포였다면, 이번에 '킹'이 가져온 이야기는 슈퍼내추럴 파워. 즉 초능력이다. ㄷㄷㄷ



천부적인 IQ로 영재소리를 듣던 루크는 불과 12살의 나이에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형과 누나들과 함께 시험을 치른다. 침대에 누워 MIT 입학 시험을 떠올리며 잠이들즈음....갑작스러운 괴한의 침입에 루크는 깜짝 놀란다. 손과 발이 묶인채 눈을 뜬 그곳은 다름아닌 루크의 방이었다.


그러나 똑똑한 루크는 단번에 알아챈다. 그곳이 자신의 방을 교묘하게 모방한 공간이란 것을. 그리고 그날부터 루크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실험의 몰모트로 이용된다. 주사를 맞고, 기묘한 영상을 본 뒤, 실험자들은 루크에게 묻는다. "저 벽에 점이 보이니?" 라고......



감쪽같이 사라지는 아이들. 실종된 아이들이 모이는 비밀 시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행되는 비인도적 불법연구. 그렇다. 인스티튜트. 제목그대로 비밀 가득한 연구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티븐 킹'의 작품중 유독 비정한 사회와 아동폭력에 방치된 아이들을 이야기의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킹'하면 떠올리게 되는 대표작 [그것] or [IT]을 비롯해 데뷔작 [캐리]도 그렇고 [롱워크] 등등 아이들이 악에 맞서는 이야기는 '킹'의 전매특허이자 재미면에서도 빠지지 않는 퀄리티를 보여주는 설정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막강 라인업에 [인스티튜트]가 추가됐다. 아직 1권까지만 읽었지만 이 1권만으로도 대박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때로는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똥인지 된장인이 딱 느낌이 오는 경우가 있지 않는가....ㅎㅎㅎ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아이들에게 자행되는 어른들의 만행들. 무자비한 폭력과 고문에 꺾이고 지쳐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분노하고 이 정체불명의 연구소에 대한 호기심이 끝없이 치솟아 오른다. 어차피 표지 뒷면에 간략 줄거리로 소개되어있으니 좀더 이야기 하자면, 아이들이 가진 초능력이라고는 하지만 겨우 타인의 생각을 아주 조금 엿보는 수준이거나 숟가락을 조금 움직이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런 하찮 능력으로 그들이 얻으려는 것은? 목적은 무엇이란 말인가? 1권 후반부에서야 비로소 연구소의 목적이 드러나면서 새삼 '킹'의 스토리 텔러로서의 능력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설정은 처음 접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소냉전중 미국에서 실제로 행해졌던 연구였으며 실제 참여자를 모티브로 헐리우드 영화까지 제작된 이야기이다.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했던) 그런 웃지못할 헤프닝 같은 이야기에 무고한 아이들이 피실험자로 끼어드니 웃음기는 싹 빠지고 독자들의 감정이입과 몰입도가 치솟는다. 그런 긴장감의 연속에서 1권의 막판 몇십페이지에 달하는 루크의 독무대는 그 유명한 [쇼생크 탈출]의 숨막히는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압박과 감시 속에서 자유를 향한 처절한 몸부림. 그때의 감동이 다시금 되살아 나는건 본인도 그만큼 루크에게 감정이입 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이제 남은 것은 악의 무리에 대한 루크의 일대 반격이리라. 그 마지막 카타르시스가 2권을 무조건 읽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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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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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웃는 숙녀 (2020년 초판)_비웃는 숙녀 시리즈 2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문지원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20p



더욱 악독하게 돌아왔다. 

우메한 범인들을 농락하고 

뒤돌아 서서 비웃는

청산가리 같은 그녀.....



'나카야마 시치리'의 이야미스 시리즈 [비웃는 숙녀]의 속편 [다시 비웃는 숙녀]가 출간되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간교와 계략에 그로테스크한 잔인함까지 겸비한 히로인 가모우 미치루의 등장으로 강렬한 인상을 뇌리에 박았던 [비웃는 숙녀]의 잔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렇게 더욱 악독해져서 돌아와주었으니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녀의 새치 혀에 놀아나며 욕망의 천당에서 끝도 없는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져 버리는 우메한 인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 오르는 불쾌감이 전신을 휘감는 이야미스의 재미를 선사한다. 



비영리 법인 여성 사회활동 추진 협회의 현장 책임자 유미는 기부금이 모이지 않아 전전긍긍한다. 비영리 법인이지만 활동을 통해 모은 돈은 국회의원인 야나이 고이치로의 정치활동 자금으로 들어가는 용도로 쓰이는데 야나이 고이치로의 눈에 들어 정계의 한 자리를 맡고 싶은 욕망을 가진 유미에게 협회 수익의 급감은 목표를 위한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수익 창출을 위해 전전긍긍하던 유미에게 새로 들어온 아카리가 다가와 FX를 추천한다. 도박과 다름 없는 외환거래에 거부감이 일었지만 아카리의 끈질긴 추천으로 유미는 노노미야 트레이드 오피스를 찾는다. 그곳에서 미모의 노노미야 쿄코를 만나고 그녀의 카리스마와 따뜻한 언변에 녹아들어 FX거래를 하기로 결정한다. 투자금 3백만엔으로 목표금액 1억엔을 만들어 주겠다는 쿄고. 그녀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 유미. 그렇게 파멸의 시계추는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지난 1편과는 달리 이번 2편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이 5개의 단편에 걸쳐 이어지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이번 2편의 가모우 미치루의 타겟은 전도 유망한 국회의원 야나이 고이치로. 일반인들의 파멸은 이제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이번엔 거대 권력의 돌풍 같은 남자에게 날카로운 가시를 들이미는 것이다. 목표물 야나이 고이치로에게 가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앞선 1편과 마찬가지이다. 선동꾼을 측근에 심어두고, 위기상황에서 노노미야 쿄코를 소개한뒤 쿄코의 사탕발림으로 꿈같은 망상에 젖게 만들고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멍청이에게 감당못할 빚을 지게 만들거 뒤통수를 후드려 까면....끝. 달콤한 백일몽에서 깨어나는 동시에 처절한 지옥을 맛본 인간은 더이상 살아갈 의지를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니. 그녀의 계략에 혀를 내두르게 되지만.....



끝까지 읽다보면 1편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말로 무고한 소시민들의 삶을 파멸시키던 1편과는 달리 2편의 피해자들은 정녕 그것이 목숨을 잃을 정도의 죄는 아닐지언정, 떳떳하지 못한 일에 손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더라는 말이다. -_-;;;; 물론 목표를 위해 선량한 사람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변함 없다만. 뭐랄까...독한X이 천하의 망할놈을 단죄하는 장면을 보게 되니 이걸 길티 플레저라 해야할지 아니면 독한 놈들끼리 지지고 볶는 독전이라 해야할지....뭐 나쁜놈 위에 나쁜X, 독한놈 보다 더 악독한 X을 보는 기상천외한 맛이 있는 작품이었다.



금전욕도 아니고 물욕도 아니고 복수도 아니다.

단지 쾌락을 이유로 타인의 인생을 농락하고 버린다.

등골이 서늘했다. 에어컨 때문이 아니다. 

오랫동안 범죄자를 봐 왔기 때문에 

그 위화감이 심신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_372p



뭐 그래봐야 천하의 나쁜X임에는 변함없다. 나쁜놈 하나 없애려고 6명을 죽여버렸으니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_-;;; 어쨌던 이번에도 가모우 미치루(노노미야 쿄코)는 보기 좋게 자신을 향해 좁혀드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간다. 이번 편의 막판 반전은 본인은 맞췄는데, 다른 독자들은 어떨런지 모르겟다. 흐흐흐. 그녀가 사람을 낚아서 농락하는 장면을 보면서 현실에서 사기꾼 혹은 사이비 종교가 사람들을 이렇게 홀리는구나 생각했다. 우리 주변에서 선량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인간들에게 분노를 느끼게 되는 동시에 어리석은 욕망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상대적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마약처럼 다시 찾게 되는 변태적 작품이다. 하지만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날뛰는 그녀도 언젠가는 쓰디쓴 맛을 보게 되겠지....거대한 '나카야마 시치리'월드중 과연 가모우 미치루에게 단죄를 내릴 사람은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덧 - '비웃는 숙녀', '다시 비웃는 숙녀' 다음은 '또다시 비웃는 숙녀' 일런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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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도
조동신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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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도 (2020년 초판)_아프로오리지날 2

저자 - 조동신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49p



올 여름을 강타할 블록버스터 호러 미스터리!



현직 의사가 써낸 감성 미스터리 [차가운 숨결]에 이어 장르전문 출판사 아프로스미디어에서 내놓는 두번째 국내 작가의 추리소설이 출간되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마구 자극하는 [아귀도]는 앞선 [차가운 숨결]과는 또다른 매력으로 장르 독자를 유혹한다. 


"클로즈드 써클과 크리처 호러의 기묘한 동거" by 연상호 감독


책이 출간되기 전 출판사에서 공개한 설정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육지에는 칼을 든 미치광이 싸이코패스 살인마가. 바다에는 인간을 통째로 집어 삼키는 대형 식육어가?!!! 근데 이 살인마와 괴물 물고기가 한자리에 모이다니! 국내 장르소설에서 그것도 추리/미스터리 장르에서 이제껏 이런 전대미문의 설정이 있었던가? 본인의 미스터리 내공은 길지 않지만 아마도 이런 하이브리드 장르의 파격적 시도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하여 출간전부터 [아귀도]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고 마침내 이 작품을 영접하고 나니 만족의 미소가 슬며시 떠올랐다. 



문승진은 얼마전 낚시를 다녀온다고 나간 아버지의 실종에 의혹을 느끼고 직접 아버지가 실종됐던 곳에 가기 위해 제주도를 찾는다. 아버지가 참석하기로 했던 낚시배에 탄 승진은 우연히 만난 대학 후배와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추진했던 회사의 대표등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이윽고 배는 항구를 떠나 바다로 향하고, 아귀도 근처에서 낚시를 하던 배는 갑작스런 폭발과 함께 침몰위기에 처한다. 폭발에 휘말린 선장을 제외한 승선원들은 구사일생으로 아귀도에 상륙하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유전공학박사의 딸 양서희가 조난자들을 저택으로 맞이한다. 섬에 불어닥친 폭풍우로 아귀도를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은 일단 저택에 머물기로 한다. 얼마뒤 밖을 나간 일행이 돌아오지 않자 일행을 찾아나선 사람들은 똑똑히 목격한다. 일행이 비옷을 입은 괴한의 칼에 처참하게 죽어가는 광경을 말이다. 그렇게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의 범행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패닉에 휩싸이는데......



뭍에는 연쇄살인마, 바다에는 괴물 크리처가 포진하는 지옥의 섬 아귀도. ㅎㅎㅎ 일단 살인마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클로즈드서클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예전부터 추리소설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조동신'작가는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오마주 하는 마음으로 이 클로즈드 서클을 짰다고 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섬, 엔진이 망가져 버린 배. 사람들은 섬에서 고립되고 고립된 그들을 향해 정체불명의 살인마가 서서히 마수를 뻗쳐간다. 미치광이 살인마의 정체는? 처참하게 죽어간 피해자는 그저 아무렇게나 난도질 당한 것일까? 살짝 힌트를 주자면 이 사망자들이 죽는 순서에도 일종의 공식이 있다는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범인의 정체와 드러나는 진실들은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 즉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다음은 식육괴물이다. 고대생물에 관심이 많았다는 작가는 공룡과 같은 고대의 거대 생물에 현대의 해양 환경오염 이슈를 접목하여 작가만의 독특한 크리처를 만들어 낸다. 끔찍하게 울어대는 새끼들, 바닥을 가득 메운 거대한 알들, 그리고 낚시배를 산산조각 낼 정도로 강력한 턱뼈를 가진 흉폭한 크리처까지....섬에서 신출귀몰하며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아귀괴물의 존재감은 크리처 호러소설로도 전혀 손색없는 공포감과 긴장감을 자아낸다. 혐오감이 들정도로 흉측한 아귀가 집채만해져서 사람들을 꿀떡꿀떡 삼키는데....어찌 흥미가 동하지 않을소냐.



각각 단독으로 나와도 어디 빠지지 않는 이야기인데, 싸이코와 괴물이 만나니 그 시너지는 본인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 넘는다. 이런 미친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도전과 시도에 박수를 보내면서  지옥의 섬 아귀도에 올 여름 무더위를 맡겨 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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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산호 그림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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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2020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들녘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11p



좀비 X 우주SF



역사, 밀리터리, 좀비, 추리 등 다방면에서 전문가 타이틀을 거머쥐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는 '정명섭'작가의 신작이 '또' 나왔다. 그동안 장/단편을 막론하고 작가의 좀비물들(달이 부서진 밤붕괴그것들 등)을 읽어 왔는데 이번이 네 번째로 읽는 '정명섭'표 좀비물인 것 같다. 이제 좀비는 비틀거리며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전력질주를 하는가 하면, 인간과 사랑을 나누지 않나, 지능이 생겨 인간과 두뇌 싸움을 하고, 치료제를 얻어 인간과 함께 생활 하는 등 식상한 좀비물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정명섭'표 좀비 역시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끊임없이 독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도 기존과는 전혀 다른 좀비네이션을 선보인다. [달이 부서진 밤]이 역사적 실존인물인 고구려 양만춘 장군을 소재로 한 역사팩션과 좀비의 크로스오버라면 이번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는 무려 좀비와 우주SF를 크로스오버한 작품이다. 



지구상에 좀비 바이러스가 뒤덮이고 더이상의 퇴로가 막힌 잔류 인류는 결국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지구상의 마지막 인류가 탄 우주선이 지구를 떠난지 102년 뒤. 우주 소행성을 개척하여 삶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주파와 지구로 돌아가 다시 문명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구파의 대립속에 몇몇 선발 우주선이 지구에 착륙한다. 다시 지구로 돌아왔다는 감격에 젖은 것도 잠시. 10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좀비무리와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기준은 우연히 좀비를 피해 들어간 곳에서 낡은 일기장을 발견하는데......



시작은 화려한 미래 기술로 무장한 우주 인류와 끈덕지게 활동을 이어가는 좀비무리와의 화끈한 전투로 시작된다. 사실 플라즈마 건이나 전투 로봇 등으로 치뤄지는 화끈한 전투는 굳이 적이 좀비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스타쉽 트루퍼스]같은 일 대 다수의 외계인 전투를 떠올리게 하며 우주전쟁SF로서의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화끈하고 시원하지만 이걸 좀비물이라고 봐도 될까? 라는 의문이들 무렵 기준이 좀비 아포칼립스로 인하여 일대 혼란이 벌어지는 과정이 자세히 기술된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부터 좀비로부터 익숙했던 세상이 혼란에 빠져드는 과정과 그 안에서 처절하게 벌이는 생존기가 이야기 속의 이야기인 액자식으로 소개되 그제야 진정한 좀비물로서의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어느날 부턴가 미국 아칸소에서 알 수 없는 독감이 유행하고, 각국은 이 독감의 치명적 증상과 전파속도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이대 근처에서 커피숍 알바를 하던 나에겐 그저 먼나라 이야기라 생각했건만 결국 아칸소 독감은 한국에 상륙하고 독감에 목숨을 잃은 시체들이 스스로 일어나는 모습을 본 나는 생존을 위해 준비를 시작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바이러스. 군사용으로 만들었으나 유츌됐다는 소문. 치명적 전파속도. 그리고 국가적 재난과 소요사태들.....작금의 코로나 시대를 겪어보지 않았다면 말도 안된다며 코웃음을 쳤을 픽션이 이제는 등골 서늘한 현실 공포로 다가온다. 코로나가 좀비 바이러스로 치환됐을뿐. 세계가 멸망해가는 과정은 바이러스 아포칼립스의 전형적인 구도를 따라간다. 이어서 좀비로 부터 나를 포함한 6인의 절박한 생존기는 재난 앞에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폭력과 살육에 무너져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삶의 의미와 본질을 되뇌이게 한다. 



SF적 재미와 좀비 아포칼립스로서의 재미를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이다. 평소에도 좀비 마니아를 자처하는 작가의 역량이 잘드러나 있고 밀리터리 마니아로서 좀비와의 사실적인 전투 장면이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기존 좀비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SF요소가 기존 좀비물의 식상함을 환기시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만든다. 한마디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좀비물로서의 룰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좀비물 고유의 재미를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개인적으론 그동안 읽은 작가의 좀비물 중에서는 작가의 역량을 가장 잘 끌어낸 좋은 작품으로 꼽고 싶다. 



그나저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이건 뭥미?'했다. 이런게 작가와 독자와의 밀당인가? 속편....빨리...빨리....현기증 날 것 같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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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파스트의 망령들
스튜어트 네빌 지음, 이훈 옮김 / 네버모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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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파스트의 망령들 (2020년 초판)

저자 - 스튜어트 네빌

역자 - 이훈

출판사 - 네버모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46p



누구나 대가를 치른다! 언젠가는 반드시.



"LA 타임스 도서 상 최우수 작품상"

"프랑스 비평가 미스터리상 최우수 작품상"

"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 상"

"LA타임스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벨파스트 누아르'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대작 시리즈의 서막이 올랐다. 명품 하드보일드 스릴러를 출간하고 있는 네버모어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느와르 신작은 바로 영국과 치열하게 항쟁했던 북아일랜드의 핏빛 역사의 현장을 그대로 관통했던 한 남자의 처절하고 고통에 찬 참회의 기록을 담아 내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죽인 망령들의 핏빛 복수. 어제의 냉혹했던 해결사가 오늘 죽음의 사신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벨파스트의 망령들]이다. 



사실 북아일랜드의 내전과 독립의 역사는 잘 모른다. 아니, 전혀 모른다. -_-;;; 몇년전 읽었던 '이언 랜킨'의 [치명적 이유]에서 리버스 경위가 쫓던 살인마가 스코틀랜드 과격 단체 였다는 설정에 조금 검색했었던 것 외에는 말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위에 그려지는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관계와 이해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인물의 감정이나 행동의 당위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제치하였던 역사적 사실관계를 토대로 일본을 적대시 하는 감정을 갖고 있듯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카톨릭 국가였던 아일랜드에 효율적 통치를 목적으로 청교도들을 이주시킨 영국과의 관계는 종교와 이념, 권력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였음을 짐작케 했다. 그리고 아일랜드인이 영국인을 얼마나 증오했는지도 말이다.



술주정꾼 제리 피건은 왕년에는 벨파스트에서 누구나 벌벌떨게 만드는 냉혹한 해결사였다. 하지만 살인죄로 십수년을 복역후 세상에 나온 피건은 예전과는 달랐다.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눈. 아무도 없는 곳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지껄이는 반미치광이의 모습. 그런 그에게 한 여성이 찾아온다. '당신이 죽인 아들이 묻힌 곳을 알려주세요.' 그녀의 간절한 부탁에 피건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여성의 아들이 묻힌 돌무더기를 알려준다. 

그렇게 피의 복수는 피건의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피건은 생각했다. 엄마를 만나고 나면 죽은 아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피건의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죽은 아들과 그의 곁에선 열 하나의 그림자는 더욱 더 피건을 압박했다.

죽이라고.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자들을 똑같이 죽여 달라고......

고뇌하던 피건은 조용히 피스톨을 움켜쥐었다.

망령들의 아우성에 맞춰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 서서히 힘을 주었다......



도시전설인지 실제 사건인지는 모르겠다. 흐릿하지만 실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겁에 질린 남자가 스스로 경찰서에 찾아와 자수를 했단다. 남자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내가 사람을 죽였으니 감옥에 넣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발 자신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망령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울부짖었단다. 자, 제리 피건은 무려 열 두명의 망령들에게 시달렸다. 모두 제리 피건의 손에 죽임을 당한 망자들이었다. 그들의 사무친 원한과 분노를 수년동안 받았다면 아무리 냉혹한 킬러라도 미치지 않았을까. 망령들의 아우성에서 벗어날 길은 오직 단 하나뿐. 열 두명의 망령들을 살인에 이르게 한 조직을 궤멸 시키는 것이다. 



공포에 질린 미치광이는 겁이 없다. 그리고 한번 목표로 한 타겟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피건의 처절한 복수에서 벨파스트 누아르의 의미가 단번에 와닿는다. 과연 단 한명의 미치광이가 북아일랜드의 공고한 실권을 잡고 있는 공화당 의원을 깨부술 수 있을까? 열 두명의 망령들에게서 풀려난 피건은 진정한 안식을 되 찾을 수 있을까? 그건 마지막 페이지를 읽어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ㅎㅎㅎ 죄책감과 참회, 죽음에는 죽음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피건의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결국 명령을 받았다곤 하지만 그가 직접 죽인 망령들에게 시달려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끊임없는 이율배반을 느끼게 된다. 다만 벼랑끝에 몰린 피건의 고뇌와 '누구나 대가를 치른다! 언젠가는 반드시'라는 부제는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결말을 곱씹게 만든다. 



앞서 작품의 배경을 자세히 알아야 100%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써놨는데, 사실 역사 배경 따위 자세히 몰라도 충분히 작품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런거 몰라도 피건의 고통과 죄책감에 충분히 공감하게 될테니 말이다. 이작품 이후로 펼쳐질 후속작들도 네버모어에서 만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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