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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웃는 숙녀 ㅣ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7월
평점 :
다시 비웃는 숙녀 (2020년 초판)_비웃는 숙녀 시리즈 2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문지원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20p
더욱 악독하게 돌아왔다.
우메한 범인들을 농락하고
뒤돌아 서서 비웃는
청산가리 같은 그녀.....
'나카야마 시치리'의 이야미스 시리즈 [비웃는 숙녀]의 속편 [다시 비웃는 숙녀]가 출간되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간교와 계략에 그로테스크한 잔인함까지 겸비한 히로인 가모우 미치루의 등장으로 강렬한 인상을 뇌리에 박았던 [비웃는 숙녀]의 잔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렇게 더욱 악독해져서 돌아와주었으니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녀의 새치 혀에 놀아나며 욕망의 천당에서 끝도 없는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져 버리는 우메한 인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 오르는 불쾌감이 전신을 휘감는 이야미스의 재미를 선사한다.
비영리 법인 여성 사회활동 추진 협회의 현장 책임자 유미는 기부금이 모이지 않아 전전긍긍한다. 비영리 법인이지만 활동을 통해 모은 돈은 국회의원인 야나이 고이치로의 정치활동 자금으로 들어가는 용도로 쓰이는데 야나이 고이치로의 눈에 들어 정계의 한 자리를 맡고 싶은 욕망을 가진 유미에게 협회 수익의 급감은 목표를 위한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수익 창출을 위해 전전긍긍하던 유미에게 새로 들어온 아카리가 다가와 FX를 추천한다. 도박과 다름 없는 외환거래에 거부감이 일었지만 아카리의 끈질긴 추천으로 유미는 노노미야 트레이드 오피스를 찾는다. 그곳에서 미모의 노노미야 쿄코를 만나고 그녀의 카리스마와 따뜻한 언변에 녹아들어 FX거래를 하기로 결정한다. 투자금 3백만엔으로 목표금액 1억엔을 만들어 주겠다는 쿄고. 그녀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 유미. 그렇게 파멸의 시계추는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지난 1편과는 달리 이번 2편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이 5개의 단편에 걸쳐 이어지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이번 2편의 가모우 미치루의 타겟은 전도 유망한 국회의원 야나이 고이치로. 일반인들의 파멸은 이제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이번엔 거대 권력의 돌풍 같은 남자에게 날카로운 가시를 들이미는 것이다. 목표물 야나이 고이치로에게 가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앞선 1편과 마찬가지이다. 선동꾼을 측근에 심어두고, 위기상황에서 노노미야 쿄코를 소개한뒤 쿄코의 사탕발림으로 꿈같은 망상에 젖게 만들고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멍청이에게 감당못할 빚을 지게 만들거 뒤통수를 후드려 까면....끝. 달콤한 백일몽에서 깨어나는 동시에 처절한 지옥을 맛본 인간은 더이상 살아갈 의지를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니. 그녀의 계략에 혀를 내두르게 되지만.....
끝까지 읽다보면 1편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말로 무고한 소시민들의 삶을 파멸시키던 1편과는 달리 2편의 피해자들은 정녕 그것이 목숨을 잃을 정도의 죄는 아닐지언정, 떳떳하지 못한 일에 손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더라는 말이다. -_-;;;; 물론 목표를 위해 선량한 사람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변함 없다만. 뭐랄까...독한X이 천하의 망할놈을 단죄하는 장면을 보게 되니 이걸 길티 플레저라 해야할지 아니면 독한 놈들끼리 지지고 볶는 독전이라 해야할지....뭐 나쁜놈 위에 나쁜X, 독한놈 보다 더 악독한 X을 보는 기상천외한 맛이 있는 작품이었다.
금전욕도 아니고 물욕도 아니고 복수도 아니다.
단지 쾌락을 이유로 타인의 인생을 농락하고 버린다.
등골이 서늘했다. 에어컨 때문이 아니다.
오랫동안 범죄자를 봐 왔기 때문에
그 위화감이 심신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_372p
뭐 그래봐야 천하의 나쁜X임에는 변함없다. 나쁜놈 하나 없애려고 6명을 죽여버렸으니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_-;;; 어쨌던 이번에도 가모우 미치루(노노미야 쿄코)는 보기 좋게 자신을 향해 좁혀드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간다. 이번 편의 막판 반전은 본인은 맞췄는데, 다른 독자들은 어떨런지 모르겟다. 흐흐흐. 그녀가 사람을 낚아서 농락하는 장면을 보면서 현실에서 사기꾼 혹은 사이비 종교가 사람들을 이렇게 홀리는구나 생각했다. 우리 주변에서 선량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인간들에게 분노를 느끼게 되는 동시에 어리석은 욕망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상대적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마약처럼 다시 찾게 되는 변태적 작품이다. 하지만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날뛰는 그녀도 언젠가는 쓰디쓴 맛을 보게 되겠지....거대한 '나카야마 시치리'월드중 과연 가모우 미치루에게 단죄를 내릴 사람은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덧 - '비웃는 숙녀', '다시 비웃는 숙녀' 다음은 '또다시 비웃는 숙녀' 일런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