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산호 그림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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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2020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들녘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11p



좀비 X 우주SF



역사, 밀리터리, 좀비, 추리 등 다방면에서 전문가 타이틀을 거머쥐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는 '정명섭'작가의 신작이 '또' 나왔다. 그동안 장/단편을 막론하고 작가의 좀비물들(달이 부서진 밤붕괴그것들 등)을 읽어 왔는데 이번이 네 번째로 읽는 '정명섭'표 좀비물인 것 같다. 이제 좀비는 비틀거리며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전력질주를 하는가 하면, 인간과 사랑을 나누지 않나, 지능이 생겨 인간과 두뇌 싸움을 하고, 치료제를 얻어 인간과 함께 생활 하는 등 식상한 좀비물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정명섭'표 좀비 역시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끊임없이 독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도 기존과는 전혀 다른 좀비네이션을 선보인다. [달이 부서진 밤]이 역사적 실존인물인 고구려 양만춘 장군을 소재로 한 역사팩션과 좀비의 크로스오버라면 이번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는 무려 좀비와 우주SF를 크로스오버한 작품이다. 



지구상에 좀비 바이러스가 뒤덮이고 더이상의 퇴로가 막힌 잔류 인류는 결국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지구상의 마지막 인류가 탄 우주선이 지구를 떠난지 102년 뒤. 우주 소행성을 개척하여 삶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주파와 지구로 돌아가 다시 문명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구파의 대립속에 몇몇 선발 우주선이 지구에 착륙한다. 다시 지구로 돌아왔다는 감격에 젖은 것도 잠시. 10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좀비무리와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기준은 우연히 좀비를 피해 들어간 곳에서 낡은 일기장을 발견하는데......



시작은 화려한 미래 기술로 무장한 우주 인류와 끈덕지게 활동을 이어가는 좀비무리와의 화끈한 전투로 시작된다. 사실 플라즈마 건이나 전투 로봇 등으로 치뤄지는 화끈한 전투는 굳이 적이 좀비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스타쉽 트루퍼스]같은 일 대 다수의 외계인 전투를 떠올리게 하며 우주전쟁SF로서의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화끈하고 시원하지만 이걸 좀비물이라고 봐도 될까? 라는 의문이들 무렵 기준이 좀비 아포칼립스로 인하여 일대 혼란이 벌어지는 과정이 자세히 기술된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부터 좀비로부터 익숙했던 세상이 혼란에 빠져드는 과정과 그 안에서 처절하게 벌이는 생존기가 이야기 속의 이야기인 액자식으로 소개되 그제야 진정한 좀비물로서의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어느날 부턴가 미국 아칸소에서 알 수 없는 독감이 유행하고, 각국은 이 독감의 치명적 증상과 전파속도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이대 근처에서 커피숍 알바를 하던 나에겐 그저 먼나라 이야기라 생각했건만 결국 아칸소 독감은 한국에 상륙하고 독감에 목숨을 잃은 시체들이 스스로 일어나는 모습을 본 나는 생존을 위해 준비를 시작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바이러스. 군사용으로 만들었으나 유츌됐다는 소문. 치명적 전파속도. 그리고 국가적 재난과 소요사태들.....작금의 코로나 시대를 겪어보지 않았다면 말도 안된다며 코웃음을 쳤을 픽션이 이제는 등골 서늘한 현실 공포로 다가온다. 코로나가 좀비 바이러스로 치환됐을뿐. 세계가 멸망해가는 과정은 바이러스 아포칼립스의 전형적인 구도를 따라간다. 이어서 좀비로 부터 나를 포함한 6인의 절박한 생존기는 재난 앞에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폭력과 살육에 무너져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삶의 의미와 본질을 되뇌이게 한다. 



SF적 재미와 좀비 아포칼립스로서의 재미를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이다. 평소에도 좀비 마니아를 자처하는 작가의 역량이 잘드러나 있고 밀리터리 마니아로서 좀비와의 사실적인 전투 장면이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기존 좀비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SF요소가 기존 좀비물의 식상함을 환기시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만든다. 한마디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좀비물로서의 룰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좀비물 고유의 재미를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개인적으론 그동안 읽은 작가의 좀비물 중에서는 작가의 역량을 가장 잘 끌어낸 좋은 작품으로 꼽고 싶다. 



그나저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이건 뭥미?'했다. 이런게 작가와 독자와의 밀당인가? 속편....빨리...빨리....현기증 날 것 같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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