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과학 탐정 홍대용 블랙홀 청소년 문고 18
윤자영 지음 / 블랙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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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과학 탐정 홍대용 (2021년 초판)

저자 - 홍대용

출판사 - 블랙홀

정가 - 12000원

페이지 - 304p



담헌 정탐단 결성! 탐정 홍대용 앞에 미해결 사건은 없다.



현직 고등학교 생명과학 교사이자 추리작가인 '윤자영'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성인과 아동, 청소년 등 연령 불문, 소재 불문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윤자영'작가의 이번 신작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역사 팩션 추리물이다. 실학자로 유명한 담헌 홍대용을 주인공으로 그의 청소년 시절을 상상을 가미하여 경쾌하게 그려낸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지만 기본적으로 추리를 기반으로 하기에 성인인 본인이 읽기에도 무람없이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더군다나 홍대용의 고향인 천안에 터를 잡고 살고 있고, 바로 옆 동네인 아산에 위치한 홍대용 과학관에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본인으로선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올 수밖에...ㅎㅎㅎ



석실서원 유생 홍대용은 어릴적부터 사서삼경 보다는 외국에서 들어온 천문학에 관심을 두는 아이였다. 16살의 홍대용은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며 세상은 둥글다는 생각을 확고히 갖는다. 우연히 포도물에 식초를 타서 색깔이 변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서자의 아들 아산과 친구가 된 홍대용은 이 성질을 이용하여 아산을 괴롭히는 못된 유생들에게 혼쭐을 낸다. 이후 아산과 함께 혼천의를 만들기 위해 산으로 가고 그곳에서 화적때를 만나 목숨의 위기를 맞지만 바람같이 나타난 복면을 만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우여곡절 끝에 홍대용과 아산은 산속에 은거해 살고 있는 노인과 남장여자 선화를 만나게 되고 남장여자 선화가 자신을 구한 복면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홍대용과 아산, 선화는 친구가 된다. 어느덧 노인은 수명이 다해 목숨을 잃고, 노인의 유언에 따라 석실서원을 나와 고성으로 향하는 기나긴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한 살 어린 후배 아산과 여장남자 선화, 그리고 여행도중 목숨을 구해준 백정 육손까지... 어느덧 하나, 둘 파티원이 모이고 마침내 홍대용을 중심으로 담헌 정탐단이 탄생하게 된다. 홈즈와 왓슨을 연상케 하는 홍대용과 아산, 당시 여성이란 신분의 한계를 넘어 멋진 활약을 펼치는 선화, 백정이지만 강인한 힘과 의지로 정탐단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육손까지....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낡은 중화사상에 매몰되어 백성들을 농락하는 탐관오리들. 이들을 과학적 지식과 논리로 깨부수는 홍대용과 친구들이 정의와 평등의 사회를 구현해 내는 활약상은 진정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기존 작품들에서 과학적 상식을 접목하여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하는 추리소설 쓰는 과학선생님의 면모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천문학과 화학의 기초지식을 이용하여 트릭을 짜냈으니, 읽다보면 원리가 이해되는... 이보다 더 교육적인 추리소설이 있을 수 있으랴. ㅎㅎㅎ 딱딱한 교과서로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실제 인물과 계급사회, 노론과 소론의 정치적 갈등등 실제 사건들을 토대로 쓰여진 이야기는 국사 교과서로 보았던 암기대상이 아닌 살아 숨쉬는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다가 올 것이다. 더불어 계급사회를 지양하고 평등을 주창하는 홍대용의 사고방식은 작품을 읽는 아이들에게 은연중 스며들게 될 것이니 재미와 의미를 모두 담아내는 학습 도서로 최적의 작품이 아니겠는가.  



홍대용과 정탐단의 모험을 이제부터 시작이다. 차별과 편견에 맞서 자신의 소신을 펼쳐 나가는 대용의 모습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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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탐정 유동인 - 더 비기닝 서점 탐정 유동인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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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점탐정유동인 : 더 비기닝 (2021년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몽실북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06p



서점에 가면 



저런 꽃미남 MD가 있던가. ㅎㅎㅎ 꽃미녀는 없나? 당장이라도 책방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책. [경성탐정 이상]시리즈 '김재희'작가의 신작 [서점 탐정 유동인]이다. 역사 팩션과 현대물을 넘나드는 작가의 스펙트럼중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에 이어 2년 만에 만나는 현대배경의 미스터리인데 여러 미스터리 하위 장르중에서도 유쾌하고 가벼운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코지미스터리로 쓰인 작품이다. 사실 작가의 코지미스터리는 처음인데 처음이면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건 그동안 그녀의 전작들에서 보아오던 간간이 미스터리를 뚫고 나오는 특유의 유쾌발랄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평소 작가의 성격이 작품에 반영된 탓인지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작가의 말투로 들리는가 하면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쓰인 탓에 장소와 사건 하나하나가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신기한 경험을 경험케 한다. (물론 책속에서는 모든 것이 허구이며 픽션이라고 말하고 있다만...) 이는 본인이 작가를 직접 만나기도 했고, 궁극의 꽃미남 MD가 있는 서점이 천호동 교보문고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지만...(서점 MD는 본적이 없음을 밝힌다.) 그것과 별개로 천호 교보문고를 가보지 않아도, 그 건물 2층에 있는 최고로 맛있고 바삭바삭한 나초집에 가보지 않아도, '김재희'작가를 만나보지 않아도 독자의 머리속에는 살아 숨쉬는 캐릭터와 네 가지 흥미로운 사건들이 떠오르리라 생각된다. 



여청과 형사 강아람은 천호동 미림문고의 MD 유동인과 어릴적 부터 친구이다. 추리소설 등단을 꿈꾸며 다양한 소설들을 섭렵한 유동인은 때때로 남다른 추리로 궁지에 몰린 강아람 형사의 사건을 해결하곤 하여, 강아람은 사건 수사에 유동인과 동행하곤 한다. 매서운 추위가 가고 꽃이 만발하는 봄. 강아람은 교통사고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다시 유동인을 찾아 서점에 들른다. 생수트럭과 승용차가 접촉사고가 난다. 승용차 운전자는 사고로 사망한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트럭과 승용차의 사고 후 승용차의 위치가 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위치에 멈춰 있다는 것. 승용차가 멈춰선 곳의 이유는? 가해자와 사망자의 관계는? 승용차에 동승했던 사라진 여성의 정체는? 상상치 못한 깊은 사연이 동인과 아람에 의해 서서히 밝혀지는데......



작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의 단편으로 나뉘어 사계를 담아 낸다. 미스터리한 교통사고를 파헤치는 봄을 시작으로 평범한 가정주부 실종사건을 다루는 여름, 서점에서 개최된 북토크에서 벌어진 독극물 주입사건을 다루는 가을, 마지막으로 사기범을 붙잡기 위해 동인과 아람 단 둘이 동해로 여행을 떠나는 사건을 그린 겨울까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네 가지 사건과 더불어 유동인을 짝사랑하는 강아람의 감정 변화를 계절별로 확인할 수 있다. 



미스터리한 사건의 발생. 사건을 파헤치는 서점 탐정 유동인과 여청과 형사 강아람의 좌충우돌 수사기. 그리고 그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달콤 쌉싸름한 연애의 감정. 수다와 수사를 넘나드는 탐문 속에서 어느덧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멋지게 사건 해결! 그런데 사랑은?.....ㅋㅋㅋ 이것은 미스터리 소설인가. 연애 소설인가. 처음에는 안락의자 탐정으로 유동인 캐릭터를 만들었다지만 결과적으로는 강아람과 함께 발로뛰며 단서를 잡는 행동파 캐릭터가 되었다고 한다. 개성 넘치는 주변인물들과 통통튀는 대화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건의 진실에 닿게 되는 편안한 코지미스터리의 매력이 가득 담겨있다. 부제 '더 비기닝'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다면 알 수 있게 되리라. 



봄 꽃이 피는 이 계절에 달콤 쌉싸레한 민트 초코 같은 미스터리. 커피 한 잔과 함께 하기에 최고의 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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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수상한 의뢰 귀신대백과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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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수상한 의뢰 귀신 대백과 : 신비아파트 완전 정복! (2021년 초판)

저자 - 서울문화사 편집부

출판사 - 서울문화사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35p



신비 아파트 출연 귀신 총집합



아이들도 좋아라 하는 신비아파트지만 본인도 오컬트 요괴 마니아로서 즐겨 보던 애니였다. 어느덧 시즌을 거듭하면서 시즌3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수상한 의뢰]까지 성황리에 완결됐다. 고로 시즌 3까지 수많은 귀신, 요괴, 몬스터, 크리처들이 등장했으니 출판사에서도 이쯤에서 신비아파트 귀신들을 총망라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요괴 도감 덕후로서 [신비아파트 귀신 대백과]역시 놓칠 수 없는 아이템 아니던가. ㅎㅎㅎ 딸래미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본인의 책장으로 슬쩍 슈킹했다. 



이 [신비아파트 귀신 대백과]는 기존의 요괴 도감류와는 다른 독특한 설정이 추가된다. 어디까지나 만화 [신비아파트]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따르는 특성인데, 첫째로 만화에 등장했던 귀신들일 것. 둘째로 합성 크리쳐가 소개된는 것이다. 첫째야 당연한 이야기이니 차치하고 둘째가 뭔고 하니 [신비아파트]에서는 봉인한 귀신과 귀신을 합성하여 더욱 강한 귀신을 창조할 수 있는데, 만화에서 등장했던 합성 귀신들까지 망라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존에는 없던 신비아파트 만의 새로운 몬스터 도감이랄까. ㅎㅎㅎ



 

[신비아파트 만의 오리지널 합체 귀신]


각 몬스터 소개는 간단하다. 몬스터의 종류, 크기, 스킬과 특징이 간단히 소개되고, 그 몬스터가 등장했던 애니의 회차가 소개되어 이 도감을 통해 관심가는 몬스터는 직접 만화를 찾아볼 수 있는 배려를 한다. 더불어 현실적인 2D버전과 귀여운 3D버전의 삽화를 함께 실어 친근감을 높인다. 



 

[요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구미호까지]


각 시즌에 출연했던 귀신 소개와 각 챕터마다 신비아파트 퀴즈, 다른그림 찾기, 미로찾기 등 쉬어가는 페이지도 마련되있으니 신비아파트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이리라. 물론 이 책은 본인의 컬렉션에 귀속되겠만 말이다..클클클....



 

[오늘도 컬렉션은 늘어 간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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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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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 (2021년 초판)

저자 - 구로사와 이즈미

역자 - 현숙형

출판사 - arte (아르테)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74p



그로테스크한 가족 드라마



좋아하는 장르를 말하라면 SF, 미스터리를 꼽는다. 하지만 SF, 미스터리 이전부터 즐겨 읽던 장르는 공포 호러이다. '스즈키 코지'의 [링]시리즈를 보며 열광했던 게 벌써 수십년이 지났다. 근래 좋아하는 장르를 SF, 미스터리라 말하는 이유는 공포 호러를 읽는 권수가 줄기도 했지만 시장에서 호러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아르테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일본호러 시리즈가 반가운 이유가 그 때문인 것이다.  



얼마전 읽었던 호러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합인 '아시자와 요'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이 현실에 기반을 둔 호러라면 이번에 출간된 [인간에 맞지 않는]은 괴이한 세상을 그리는 SF 호러 작품이다. 괴이한 상상력이 빚어낸 끔찍한 세상의 도래. 그 안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 가족들의 이야기는 설령 미지의 세계를 그리고 있으나 그들의 고뇌와 갈등은 현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형성 변이 증후군.

어느날 갑자기 발병한 괴이한 질병에 세상은 생소한 이름이 붙였다. 생소한 이름만큼이나 생소한 질병은 일본열도를 충격으로 몰아 넣는다. 평범했던 인간이 하루 아침에 이형의 생물로 변해버리는 질병. 인간으로서의 형체를 잃고 괴생명체가 되버린 사람들을 정부에서는 사망처리한 뒤 희망하는 자에 한해 안락사 시켜버린다. 이십대 초반의 히키코모리 아들 유이치를 둔 미하루의 집에도 이형성 변이 증후군이 덮친다. 비록 문제아지만 아들을 애지중지 하던 미하루는 아들이 하루아침에 벌레가 되버린 것에 커다란 충격을 받는데....



얼굴 턱이 반으로 갈라져 양배추를 서걱서걱 씹어먹고, 머리 아래로 마디화 되었으며 체절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다리가 되어 꿈틀대는...굳이 비슷한 것을 비유하자면 거대한 배추나방 애벌레의 형상이 되버린 아들. 내 자식이 하루아침에 혐오스러운 벌레로 변해버린다면 그 충격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구역질나는 벌레를 계속 아들로서 키워나갈 수 있을까?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엄마 미하루의 고군분투는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꼭 벌레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형성 변이니까... 벌레 뿐만 아니라 인면견, 인면어, 인체의 식물화 등등등 작가는 그로테스크한 혐오의 끝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온갖 종류의 변이자들을 등장시키고 아주 잔혹하게 말살시켜 버린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믿었던 가족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20에서 40대 사이의 니트족이나 히키코모리에게서 발병하는 질병이란 설정. 가족 중 불필요한 존재였던 구성원의 발병. 그리고 그 괴물에 대한 다양한 가족들의 반응을 통해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는 현재 가족의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토록 괴이한 설정으로 가족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작가의 의도를 깨닫게 된다. 캡사이신 처럼 독한 설정이 오히려 대비가 되어 희미하게만 보이던 가족간의 정이 오묘하게 빛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끔찍하지만 감동적이다. 흉측한 애벌레가 나비로 변태하듯이 말이다. 괴물 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끝까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 미하루의 눈물겨운 노력이 담겨있는 화해와 용서의 가족 드라마였다. 물론 결말이 해피일지 불행일지는 읽어 본 사람만이 알겠지만....ㅎㅎㅎ 단점도 보이지만 초반 설정이 워낙 강렬해서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혐오와 감동의 기묘한 롤러코스터를 태우는 독특한 호러 작품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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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충동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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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충동 (2021년 초판)

저자 - 오승호 (고 가쓰히로)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6500원

페이지 - 491p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당신은 죄 만을 미워할 수 있는가?



제일교포로 일본 유수의 미스터리와 문학상을 수상하며 가장 핫한 작가로 거듭나고 있는 '오승호'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도덕의 시간][스완]에 이은 세 번째 국내 출간작으로 앞선 두 작품과 같은 선상의 사회파 미스터리이지만 이번 작품의 주역이 심리상담사, 카운슬러라는 점에서 캐릭터간의 대화를 통한 심리묘사와 긴장감의 수위는 앞선 작품들과 차원이 다른 급을 보여주는 듯 했다. 



"저는 사람을 죽여보고 싶어요."

흥분이라고는 없는 담담한 선언이었다.

이쪽을 똑바로 향하고 있는 감정의 색이 없는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될 수 있으면 죽여 마땅한 사람을 죽이고 싶어요."

지하야는 대답을 신중히 골랐다. 그러나 그전에 아키나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선생님께서는 거슬리는 사람 없나요?"

"뭐?"

"제가 그 사람을 죽일 수 있게 허락해 주시지 않겠어요?"

_44p



어느날 중고등부 심리 카운슬러인 지하야를 찾아온 소년은 이렇게 말했다. 웃음기 없는 진지한 얼굴에서 튀어나온 말에 지하야는 한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다만 소년의 발언이 장난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지하야는 상담을 통해 소년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무진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소년조차도 자신의 이상 충동에 힘겨워 하고 있으며 무수한 고민 끝에 지하야를 찾아왔음을 밝힌다. 지하야는 고민한다. 순수한 살인 충동을 가진 고등학교 1학년생 소년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말이다.



언젠가는 사람을 죽일 것 같은 두려움에 떠는 소년. 소년은 살인에 이르는 병에 걸린걸까? 살인에 이르는 병에 걸린 소년을 위한 치료법은 뭘까? 시한폭탄 같은 소년을 계속 동급생들과 함께 둘 수 있는 걸까? 아직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소년을 격리해야만 하는 걸까? 살인 충동이라는 독특한 개성외에 소년은 평범한 학생과 다를바가 없다. 아니 오히려 다른 이들보다 섬세하고 똑똑하기까지 하다. 내가 만약 카운슬러 지하야라면 어떻게 해야 바르게 대처하는 것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한편, 세 명의 소녀를 강간하고 잔혹하게 신체를 훼손한 희대의 싸이코패스 범죄자가 15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군집한 사회에 갱생의 첫 발을 들인다. 은밀하게, 조용하게 몸을 사릴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범죄자는 보란듯이 일탈행동을 선보이다. 알루미늄 야구배트를 들고 쇳소리를 내며 거리를 활보하는 범죄자.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새롭게 일어날 범죄를 두려워하며 공포에 휩싸인다.



범죄자와 함께 사는 마을사람들이 집단적 패닉에 이어 범죄자를 마을에서 내치기 위해 집단 행동을 벌이는 것은 자명한 일. 범죄자 추방 운동에 선봉자로 나서는 지하야의 남편을 보면서 지하야는 혼란에 빠진다. 범죄자와 자신이 카운슬링 하는 소년이 겹쳐 보이는 것이다. 끔찍한 범행으로 공공의 적이 되었지만 어찌됐던 죗값을 모두 치르고 출소한 범죄자를 우리는 편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는 첨예한 문제를 소재로 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로서 이번 작품 [하얀 충동]의 사례는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우리도 바로 얼마전 만기 출소한 극악한 범죄자의 귀가를 매스컴에서 생중계하고, 혹여 범죄자를 기습하는 상황이 발생할까 우려해 그의 신상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일개 경찰 중대가 일렬종대로 라인을 치고 경호하는 장면을 우리 눈으로 지켜보지 않았던가.



아이러니 하지만 그만큼 복지국가로서 나라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안심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건 아니라고 통탄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지하야의 마음이 딱 본인의 마음과 같다. 이성과 감정의 대립. 이성적으로는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사회가 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만약 내가 사는 집 근처라면 과연 본인은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심리적 갈등. 정확히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기에 고민과 고뇌는 깊어만 간다. 사실 작품에서 제시하는 결과를 보면서 그런 결과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작품을 읽는 독자를 위해서라면 아마도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 



여튼....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 카운슬러라서인지 대화의 수준이나 심리학에 기반한 비유들이 많았고 그로인한 긴장감의 조성, 섬세한 심리묘사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대화체의 작품에서 쫀쫀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든다. 언제 사람을 찌를지 모르는 소년과 지하야의 대화를 통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팽창한 풍선을 보는 듯한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번 작품의 반전은 웬만한 미스터리 팬이라면 충분히 눈치 챌만한 수준이다. 다만 중심이 되는 메인 반전보다 사이드 반전이 본인에겐 더욱 충격적이었으니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오승호'는 이 작품으로 '오야부 하루히코 상', '요시카와 에이지 신인상'등 일본의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사회파 미스터리로 받아낸 문학상이라는 말인데 작품을 읽어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간결한 문장과 주제의 시의성. 작품 전체의 완결성 등 장르문학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문학성을 말이다. 



때묻지 않은 도화지 같은 순수한 충동. 그렇기에 더욱 위험하고 치명적인 [하얀 충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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