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인간에 맞지 않는 (2021년 초판)

저자 - 구로사와 이즈미

역자 - 현숙형

출판사 - arte (아르테)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74p



그로테스크한 가족 드라마



좋아하는 장르를 말하라면 SF, 미스터리를 꼽는다. 하지만 SF, 미스터리 이전부터 즐겨 읽던 장르는 공포 호러이다. '스즈키 코지'의 [링]시리즈를 보며 열광했던 게 벌써 수십년이 지났다. 근래 좋아하는 장르를 SF, 미스터리라 말하는 이유는 공포 호러를 읽는 권수가 줄기도 했지만 시장에서 호러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아르테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일본호러 시리즈가 반가운 이유가 그 때문인 것이다.  



얼마전 읽었던 호러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합인 '아시자와 요'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이 현실에 기반을 둔 호러라면 이번에 출간된 [인간에 맞지 않는]은 괴이한 세상을 그리는 SF 호러 작품이다. 괴이한 상상력이 빚어낸 끔찍한 세상의 도래. 그 안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 가족들의 이야기는 설령 미지의 세계를 그리고 있으나 그들의 고뇌와 갈등은 현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형성 변이 증후군.

어느날 갑자기 발병한 괴이한 질병에 세상은 생소한 이름이 붙였다. 생소한 이름만큼이나 생소한 질병은 일본열도를 충격으로 몰아 넣는다. 평범했던 인간이 하루 아침에 이형의 생물로 변해버리는 질병. 인간으로서의 형체를 잃고 괴생명체가 되버린 사람들을 정부에서는 사망처리한 뒤 희망하는 자에 한해 안락사 시켜버린다. 이십대 초반의 히키코모리 아들 유이치를 둔 미하루의 집에도 이형성 변이 증후군이 덮친다. 비록 문제아지만 아들을 애지중지 하던 미하루는 아들이 하루아침에 벌레가 되버린 것에 커다란 충격을 받는데....



얼굴 턱이 반으로 갈라져 양배추를 서걱서걱 씹어먹고, 머리 아래로 마디화 되었으며 체절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다리가 되어 꿈틀대는...굳이 비슷한 것을 비유하자면 거대한 배추나방 애벌레의 형상이 되버린 아들. 내 자식이 하루아침에 혐오스러운 벌레로 변해버린다면 그 충격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구역질나는 벌레를 계속 아들로서 키워나갈 수 있을까?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엄마 미하루의 고군분투는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꼭 벌레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형성 변이니까... 벌레 뿐만 아니라 인면견, 인면어, 인체의 식물화 등등등 작가는 그로테스크한 혐오의 끝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온갖 종류의 변이자들을 등장시키고 아주 잔혹하게 말살시켜 버린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믿었던 가족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20에서 40대 사이의 니트족이나 히키코모리에게서 발병하는 질병이란 설정. 가족 중 불필요한 존재였던 구성원의 발병. 그리고 그 괴물에 대한 다양한 가족들의 반응을 통해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는 현재 가족의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토록 괴이한 설정으로 가족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작가의 의도를 깨닫게 된다. 캡사이신 처럼 독한 설정이 오히려 대비가 되어 희미하게만 보이던 가족간의 정이 오묘하게 빛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끔찍하지만 감동적이다. 흉측한 애벌레가 나비로 변태하듯이 말이다. 괴물 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끝까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 미하루의 눈물겨운 노력이 담겨있는 화해와 용서의 가족 드라마였다. 물론 결말이 해피일지 불행일지는 읽어 본 사람만이 알겠지만....ㅎㅎㅎ 단점도 보이지만 초반 설정이 워낙 강렬해서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혐오와 감동의 기묘한 롤러코스터를 태우는 독특한 호러 작품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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