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워크
스티븐 킹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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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워크 (2021년 초판)

저자 - 스티븐 킹

역자 - 공보경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59p



이제 됐네... 그만큼 했으면 됐어.



'그만.... 그만 하라고. 친구. 정말 죽을 셈인가?!! 대체 자네가 이러는 이유가 뭔가? 왜 이제껏 자네가 이룩한 모든 것을 버리려는 건가?' 

작품을 읽는 내내 이런 의문을 품고 읽었다. '바튼 조지 도스' 사십대 가장이자 세탁회사의 중역. 메리의 남편. 부하직원들로 부터 존경받는 상사. 작품은 1973년 11월 부터 1974년 1월까지 3개월 간의 '바튼 조지 도스'의 행동을 기록하고 있다. 성실하고 평범했던 한 남자가 3개월 동안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작가는 바튼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를 고민케 한다. 



하비 총포점. 바튼은 있지도 않은 사촌동생을 들먹이며 44구경 매그넘과 대전차용 곡사포를 구매한다. 지폐를 주인에게 건네는 그 순간에도 바튼은 자신의 결정이 맞는건지, 올바른 선택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집으로 돌아온 바튼에게 아내 메리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이사갈 집은 찾고 있는거야?" 바튼은 이사갈 집들의 단점들을 열거한다. 메리의 한 숨. 집안에는 불편한 공기가 가득 찬다. 이 거북한 공기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공장 부지 이전 계약이라는 중책을 맡은 바튼에게 계약 진행상황을 묻는 사장에게 이전 부지의 단점들을 열거 하는 바튼. 


'바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자. 수퍼내추럴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의 작품 [로드워크]는 작가의 주특기인 수퍼내추럴이 나오지 않는다. 왜냐?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의 이름을 찍고 나온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놓는 작품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던 '스티븐 킹'은 고민에 빠진다. 그저 자신의 명성만으로 책이 팔리는 건 아닌가 하고. 그래서 가공의 인물을 만들고 가공의 이름으로 책을 내놓았으니. 그 가공의 인물이 바로 '리처드 바크만'이다. 이 작품 [로드워크]는 '킹'의 친모를 암으로 극심한 고통속에 떠나 보낸 뒤 친모를 떠나보낸 슬픔과 삶의 무의미함. 인간의 고통에 대한 물음을 담아 집필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작품은 장난기(농담)하나 없는 굉장히 진지하고 깊은 어둠을 담아낸다. 실제로 '스티븐 킹'이 아닌 다른 작가의 이름으로 접했다면 과연 이 글에서 '스티븐 킹'을 떠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정도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스토리 라인은 지극히 단순하다. 제목 그대로 [로드워크], 무리한 도로공사 때문에 극단에 밀린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일개 가장이 국책사업에 저항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 머...하지만 다윗과 같은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우연히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서울의 낡은 집들을 전부 싹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지었다고. 그저 외국인들에게 보여지는 도시경관을 위해서 말이다. 물론 졸속으로 시행한 정책으로 거주민들은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그들의 울분과 허망함은 얼마나 깊었을까. 살아가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무참히 쓸려 나가는 서민들의 고통을. 재개발 보상대첵에 반발하여 저항하다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했던 용산참사가 아직도 나의 뇌리에 박혀있다. 



사상자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발생한다. 매스컴은 때를 맞춰 열을 띠며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낸다. 일순간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지만 간이 지나면서 국민의 관심은 뚝 떨어지고. 어느새 재개발은 공사를 마친다. 끝까지 저항하고 목숨을 바쳤던 '누군가'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간다. 작품은 이렇게 지극히 현실을 담고있다. 



수용하느냐? 저항하느냐? 두가지 기로에서 바튼은 결정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끝까지 저항하기로.... 바튼의 극단적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가슴 깊숙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돌덩이가 가시지 않는다. 작품을 읽으면서 수많은 기로 속에서 그의 결정에 나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는다. '왜 그렇게 까지 하는 건가. 왜 자신을 그렇게까지 극단으로 몰아 넣는건가.'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도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인간이 가진 고통이란 난제의 해답 역시 모르겠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일상은 계속 될 것이다. 



역시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바튼의 복잡한 심리묘사에 빠져들어 바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그 울분이 그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바튼의 마지막 발악을 그리도 응원하게 되는 것이리라.



"당신을 보면 뭔가 오금이 저려, 도스. 꼭 갈 길을 정해놓고 거기서 한 발자국도 안 벗어 나려는 사람 같아." _412p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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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 2021년 한국 추리 문학상 대상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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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2021년 초판)

저자 - 윤자영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07p



* 한국 추리문학상 신예상

* 제2회 엔블록 미스터리 걸작선 당선

*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



2019년 기준 229,60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하루 평균 62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말이 된다. 2021년 현재를 따져봐도 이 수치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구당 한 대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그렇게 많은 자동차가 도로로 쏟아져 나와 부딪히고 박아대니 사연 없는 사고가 어디 있으랴. 그 기구한 사연을 들여다 보고 미스터리를 접목하여 이야기를 만들었으니 그렇게 교통사고 전문 특화 탐정 삼비(BBB)가 추리소설 쓰는 과학 선생님 '윤자영'작가에 의해 탄생되었다.  



작년 [파멸일기]에 이어 1년 만에 선보이는 성인대상 미스터리 작품이다. 교통사고에 얽힌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복잡한 사연을 파헤치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묘미에 교통사고에 숨겨진 진실을 물리학 관점에서 접근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과학 추리의 묘미를 더했다. 그동안 과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기발한 본격 트릭을 고안했던 작가의 특기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된다. 실제 교통사고 조사 기법을 참고 한 듯 작품에서 그려지는 사고 조사 기법은 놀랄만큼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전문적이었다. 사전 조사에 굉장히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그런 치밀한 조사가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어 현실의 사건을 보는 듯 했다.  



"내가 직접 증명하겠어. 당신들 그때는 옷 벗을 각오해!"

_55p



자. 모름지기 탐정물이라면 소위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정도는 외쳐줘야 진짜 탐정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서도 미궁에 빠진 교통사고의 진짜 가해자들을 찾아내는 탐정물 만의 카타르시스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범인을 밝혀내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죄지은 놈을(때로는 법을 어겨서라도) 직접 응징하는 단죄의 카타르시스도 담겨 있다. 그 점이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다. 길티플레져라고 하던가. 그래. 천하의 나쁜놈들은 그에 걸맞는 벌을 받아야지 진짜 마무리지. ㅎㅎㅎ



1부 | 누나의 자살

한 여성의 시신이 교량아래에서 발견된다. 이상한 점은 교량 1키로 전 지점에 그녀의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 받고 서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교통사고로 극심한 통증을 느꼈을 여성이 고통을 참고 1키로 미터나 걸어 교량 다리 아래로 몸을 던지는 '이상한'자살 사건이 벌어진 것. 남동생은 국선변호사 최가로에게 진실을 밝혀줄 것을 의뢰하고,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은 최가로와 함께 기묘한 자살 사건을 조사하는데.....


2부 | 피 그리고 복수; 탐정의 탄생

삼비 탐정 박병배 비기닝이다. 고등학교 과학선생님이던 박병배가 교직을 그만두고 최가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교통사고를 조사하게 되는 계기가 그려진다. 피의 복수라는 제목에 걸 맞는.... 비극적이지만 통쾌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3부 | 외국인 아내 보험 살인

제목만 들어도 떠오르는 교통사고가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사실 '도진기'작가의 [판결의 재구성]에서도 다뤄졌고 얼마전 재판 판결이 나서 판결문을 찾아봤었는데, 그 모든 요소들이 작품에 담겨있다. 윤자영 작가가 재구성한 외국인 아내 보험 살인 사건은 실제와 허구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끝내주는 결말을 만들어 낸다.


4부 | 장애인 울리는 중고차 사기

사기로 막대한 이득을 챙긴 중고차 딜러가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차에 들이 받힌다. 가해 운전자를 변호하기 위해 최가로와 삼비가 사고 조사를 하고, 악랄한 중고차 딜러의 만행을 알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통경찰의 밤]을 보며 교통사고를 소재로 이런 미스터리도 나올 수 있구나 하며 감탄했었다. [교통경찰의 밤]이 별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단편집이라면 이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은 국선변호사 최가로와 삼비 탐정 박병배가 4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연작 단편집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누구든 경험했을 법한 사고들로 이루어져 있어 함께 분노하며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강한 연대와 공감을 자아낸다. 



개성있고 살아숨쉬는 캐릭터들의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와 극과 극인 최가로와 박병배가 에피소드를 거듭하면서 서로에게 끌려가는 과정을 보면서 '김재희'작가의 [서점탐정 유동인]과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유동인]이 밝은 코지미스터리라면 [삼비]는 굉장히 다크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길티플레져의 묘미가 있다. 가슴 한 켠에 악마를 품고 사는 삼비 탐정의 단죄는 선을 넘지 않는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여 유쾌하고 통쾌하게 다가온다. 그 불쾌와 유쾌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높이 사고 싶다. 가독성이 좋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안타까운 사건에 슬퍼하고 통쾌한 단죄에 키득거리며 웃었다. 전작들 [나당탐정사무소][파멸일기]와는 또다른 스타일로 진화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는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언젠가 아예 대놓고 복수하는 길티플레져물도 써주심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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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1.봄호 - 69호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 지음 / 나비클럽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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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1 봄호 : 통권 69호 (2021년 초판)

저자 - 계간미스터리 편집부

출판사 - 나비클럽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36p



추리소설에 죽음은 필수불가결 요소



어느덧 동장군이 물러나고 새싹이 피어나는 봄이 됐다.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과 함께 어김없이 계간 미스터리 봄호가 찾아왔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지만 계간 미스터리에는 어쩔 수 없이 참혹한 죽음이 드리우니. 역시 추리에 죽음은 필수불가결이란 말인가. ㅋ 각설하고 작년 [계간 미스터리 2020 봄,여름 특별호]로 신인상 수상에 이어 이번 [계간 미스터리 2021 봄호]에 다시 단편을 실을 수 있었다. 매호 흥미로운 읽을거리와 추리잡지 본연의 풍성한 추리단편들, 풍부한 리뷰들이 가득한 계간 미스터리다!



1. 2021 봄호를 펴내며
추리소설이 죽음에 저항하는 방식에 대하여 / 한이 



 


[특집]
2. 직업으로서의 추리소설가 : 한국의 추리소설가들에게 듣는다_추리소설가 20명 인터뷰

- 본인도 설문에 참여했지만 현직 추리소설가 20명의 인터뷰 모음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고관을 알 수 있었던 시간. 본인의 답변도 여러개 소개되어 마냥 신기했다. 인터뷰 정리하느라 한새마 작가님 꽤 고생하셨을 것 같은데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3. 추리소설가 류삼 씨의 하루 / 류삼
 

[단편소설]
4. 코난을 찾아라 / 홍정기

​- 본인 작품이 첫번째로 실렸다. 저자의 변으로 몇 글자 끄적여 본다. 이 단편은 '미치오 슈스케'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읽고 모티브를 얻었다. 뭐 대단한건 아니고 작품에서 초딩들이 사건을 파헤치는 것을 보고 초딩들이 사건을 위해 탐정단을 만드는 이야기를 써본 것인데 여기에 서술트릭을 섞었다.(명탐정 코난이 모티브가 아니다. 후후후.) 중심 반전은 [이제막 독립한 이야기 : 사람과 사물들]에 참여했던 엽편 [미안해]의 반전을 살짝 변형했다. 어차피 두 작품 모두 읽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 ㅎㅎㅎ 누군가 쓴 뜬금포 결말이라는 리뷰를 봤는데 사실 결말의 반전에 앞서 두 개의 복선을 깔아놓았다. 그 복선을 눈치 채지 못한건지, 복선이 어설펐는지 본인은 모르겠다. 여튼 초고를 친분있는 편집자님께 보여드렸는데 그 분의 의견을 반영해서 수정한게 잘 뽑힌 것 같아 본인으로선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클라이막스 부분의 몇 줄이 출간본에서 삭제됐다. 나름 꽤 심혈을 기울인 부분인데 아무래도 잔혹한 묘사 때문에 잘린듯....ㅠ_ㅠ 




5. 푸른 수염의 방 / 홍선주

- 작년에 등단하신 작가님의 신인상 이후 첫 작품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잔혹동화 [푸른 수염의 방]을 현대식으로 변주한 작품. 내가 죽인 여자의 잔영이 나를 죽도록 괴롭힌다. 과연 그녀는 환영일까? 익숙한 XXX트릭에 한 가지 요소를 추가해 XXXX트릭을 만들어 반전을 꿰한다. 


6. 엄마와 딸 / 김세화

- 이번에 몽실북스와 첫장편을 계약하신 '김세화'작가님의 사회파 단편이다. 계부의 죽음. 남아있는 엄마와 딸. 살인은 누가?... 어찌보면 함께 실린 [숟가락 두 개]와 같이 실행범에 중점을 두는 작품이다. 물론 사회파라 범행의 이유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만 말이다. 수년째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작가님 답게 문장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돋보이고 주제인 가정폭력의 병폐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새로이 나올 장편이 기대된다. 


7. 긴 하루 / 한이

- 첫 문장부터 확 빨려들어갔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기에 간결한 문장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간결한 문장과 그 몇 개의 단어 안에서 표현해 내는 이야기에 깊이 몰입했다. 모질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던 어머니의 숨겨진 비밀... 고단한 삶에 찌들듯 변색되 가는 감성. 짧지만 강렬하고 섬뜩한 가정 스릴러였다. 공교롭게 한이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접했는데,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8. 목호 마조단 / 조동신

- 때는 조선시대, 수시로 왜구가 침략하는 제주를 배경으로 한다. 제목의 목호는 제주에서 말을 관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고, 마조단은 말이 병에 걸리지 않고 번식이 잘 되게 해다랄고 마르이 조상인 천사성에 제사를 지내던 터를 일컫는다. 어수선한 임진왜란 시대, 제주에서 발견된 얼굴이 뭉개진 시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역시픽션과 추리가 잘 섞인 작품이랄까.
 

특별초청작
9. 숟가락 두 개 / 서미애

- 얼마전 [잘 자요 엄마]의 속편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출간한 '서미애'작가님의 특별단편이다. 잦은 좀도둑질로 오랜 투옥생활 후 출소한 상철은 마음을 다잡고 정착하려 한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시험하기라도 하듯 상철은 정착지에서 감방 동기와 맞닥뜨리는데.... 밥상에 놓인 숟가락 두 개. 상철에게 숟가락 두 개는 그의 남은 인생을 걸만큼 소중한 상징이었다.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소외되고 외롭던 이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그들의 행복을 가만두지 않는다. ㅠ_ㅠ 덤덤히 읽디가 와락 울컥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토막살인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신인상]
10. 2021 봄호 신인상 본심 심사평 /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심사위원
- 안타깝게도 이번 봄호 신인상은 없었다. 하지만 투고 작들 심사평을 보니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프로파일링]
11. 프로파일러의 기억법 / 권일용, 한이
-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그알]을 포함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봐오던 분인데, 한국추리작가협회와 인연이 있는 분이라는 건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다. 국내 범죄 프로파일러의 기틀을 마련한 분으로 다양한 사건을 경험한 만큼 '한추협'과의 깊은 교류를 기대하게 된다.   


[미스터리 쓰는 법]
12. 도대체 플롯은 누가 만든 거야? / 한이

- '재미있는' 작품을 쓰기위한 플롯 만들기 강좌! 글쓰기를 원하는 자. 읽어라. 피가되고 살이 될지니.


[추리소설가가 된 철학자]

13. 애거사 크리스티의 시와 코지 미스터리 / 백휴

- 부끄럽지만 이제껏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단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다. 비단 '크리스티' 뿐만 아니라 '앨러리 퀸'도 마찬가지. 영미쪽 고전 추리는 왜 손이 안 가는지 나도 모르겠다. -_-;;;


[추모 리뷰]
14. 고바야시 월드로의 핏빛 초대장 / 한새마

[앨리스 죽이기]를 읽고 강렬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피터팬 죽이기]를 읽고 메르핸 동화 유니버스로 차기작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피터팬으로 영영 끝나버리고 말았다. 너무나 좋아하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타계 소식은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국내 출간된 그의 작품을 정리한 추모 리뷰를 보며 아직 읽지 않은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어햐 겠다고 마음 먹었다. 애정하는 작가의 방대한 분량의 작품들을 소개해 주신 '한새마'작가에게 감사를 전한다.


15. 존 르 카레의 은밀한 세계 / 박광규
 


[미스터리 커뮤니티]
16.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 / 반대인

- 본인도 회원으로 활동중인 밴드 추리소설 커뮤니티 추사사가 소개되었다. 이 밴드에서 추리소설가의 꿈이 시작됐고 추리작가로서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추리 마니아와 작가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작가의 방]
17. 하나의 방, 세 개의 책상 / 김선민
- 공포/호러 작가 김선민 작가의 작업실을 소개한다. 공포작가이면서 호러영화는 보지 못한다는 부분에서 의외라고 느꼈다. 하긴, 영화로 각인된 클리셰가 오히려 구상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도 좋아하는 장르로 참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생각. 


[트릭의 재구성]
18. 예지몽 살인 / 황세연 

- 매호. 어김없이 돌아오는 추리퀴즈! 단편의 묘미와 트릭을 맞추는 재미를 선사하는 추리퀴즈~ 이번호 부터 정답은 '나비클럽' 블로그에 공개된다고 한다. 



1년에 4번. 한국추리 소설의 흐름과 소식을 알 수 있는 미스터리를  위한 잡지 [계간 미스터리]. 곧 다가올 여름호가 기대되면서... 다음호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작품을 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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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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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 (2021년 3판 1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윤성원

출판사 - RHK

정가 - 15800원

페이지 - 359p



작은 고의가 모여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작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 리커버 됐다. 2009년 1판에 이어 12년 만에 세 번째 옷을 입고 독자들 앞에 나선 것이다. 사실 인기 작가이기에 기존 판본들의 재판율이 상당히 높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이번 작품을 접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재판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변했음을 느낀다. 워낙 많은 작품을 찍어낸 다작 작가이기에 열심히 읽었다고는 하나 아직 '게이고'의 접하지 못한 작품이 접한 작품보다 많은게 사실. 그렇게 지나치는 작품을 재판으로 새롭게 만날 수 있다면 그건 재판의 순기능인가. ㅋ 이런 시선의 변화는 전적으로 이 작품 [범인 없는 살인의 밤] 때문이다. 그정도로 이 작품을 모른채 살았다면 아까웠을... '히가시노 게이고' 월드의 찐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살의? 라기엔 애매한. 그렇다고 우연? 이라기엔 뭔가 부족한. 일 곱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게이고'가 누군가. 장편도 장편이지만 단편이 끝내주는 작가 아니던가.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곧바로 사건으로 이끄는 간결함. 짧은 분량 안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기승전결. 탄식을 내뱉게 만드는 결말의 반전까지. 정말로 책을 집어들고 몇 시간만에 독파하게 만드는 막강의 가독성을 지닌 작품이었다. 



각 단편의 줄거리는 책 뒷표지에 친절하게 써놓은 로그라인으로 대체한다.


1. 작은 고의 

친구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


2. 어둠 속의 두 사람

엄마가 밤마다 창문을 열어둔 까닭은


3. 춤추는 아이

매일 같은 시간 체육관에 나타나는 소녀의 비밀


4. 끝없는 밤

돈 때문에 살고 죽는 부부의 사정


5. 하얀 흉기

회사 동료의 죽음에 얽힌 그녀의 사연


6. 굿바이, 코치

코치에게 남긴 작별 인사의 의이


7. 범인 없는 살인의 밤

끝까지 읽어도 어찌된 건지 계속 의아할지도



본인도 사람인지라 일곱 편의 단편 모두가 별 다섯개를 줄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은 데다가 중간 중간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단편이 포진되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인상을 준다. 가장 좋았던, 충격적이던 단편은 [어둠 속의 두 사람]과 [하얀 흉기]이다. 두 작품 모두 범인에 대한 정체를 쉽게 추측하게 하는데 결정적으로 범행의 동기쪽에 방점을 두어 독자의 충격을 야기한다. 사건의 진상은 끔찍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차마 범인을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안타까운 정서가 잘 묻어난 작품이다. [작은 고의], [춤추는 아이]는 작은 고의?와 우연이 겹쳐 벌어진 사건을 그려낸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의도지 않은 행동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하여 내 주변 혹은 내가 겪을 수 있는 일인양 작품에 몰입하게 됐던 것 같다. 



결말을 위한 억지스러운 트릭 짜맞추기 보다는 치밀한 복선과 결말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구성에 재미를 느끼는 작품집이다. 이제껏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단편집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이 단편집을 모르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접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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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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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2021년 초판)

저자 - 시라이 도모유키

역자 - 구수영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03p



장담컨데 지금껏 읽어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소설이라는 '미치오 슈스케'의 말에 백프로 공감한다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로 깊은 인상을 남긴 '시라이 도모유키'가 다시 돌아왔다. 조금 더 하드하고 조금 더 엽기적으로 말이다. 독자는 인간의 고기를 먹기 위해 클론을 사육하는 미친 세상에서 누구도 감히 상상 못한 미친 트릭과 마주하게 된다. 인간성의 극단 그 마지막 경계마저 허물어버리는 자극적 설정에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압도적 폭력성과 더불어 선정적이여 엽기적이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 그 경이로운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어 버렸다. 



7년 전 가을, 온갖 포유류, 조류, 어류에 감염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을 하고 말았다. 강한 독성뿐만 아니라 약에 대한 내성까지 겸비한 이 바이러스는 공기 중을 장시간 부유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전염되었고, 그 피해를 식물연쇄를 통해 다양한 동물로까지 늘렸다.대량의 가축과 야생동물들의 살처분은 물론, 일부 국가에서는 인간이 사는 마을까지 살처분이라는 쓰라라니 경험을 겪었다. 사람에게 감염된 경우의 치사율은 50%가 넘었고, 격심한 하혈, 전신에 나타나는 노란색 발진, 그리고 격통을 동반하는 장기부전의 공포가 인간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인류, 특히 선진국의 부유층은 이 일을 계기로 극단적일 정도로 육식을 멀리하게 되었다. 결국 육식의 종말은 영양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일본은 이를 타계할 타계책으로 합법적 식인을 주장하고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그렇게 지어진 것이 플라나리아 센터이다. 소비자의 체세포를 배양하여 클론을 만들고 성장촉진제로 키워낸 클론은 머리를 잘라낸 뒤 가공하여 소비자에게 보내는 것이 플라나리아 센터에서 벌어지는 일. 



플라나리아 센터에서 클론들의 머리를 잘라내는 일을 하는 시바타 가즈시는 곤경에 처한다. 시바타 가즈시가 직접 잘라낸 클론의 몸통을 받은 은퇴한 정치가 후지야마 히로미가 배달받은 케이스에서 있어서는 안될 머리가 딸려왔기 때문이다. 피투성이 머리와 함께 발견된 협박장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피 뿐만 아니라 뇌수도 맛보시는 건 어떠신가?'


시바타 가즈시는 자신이 머리를 넣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과연 케이스에 머리를 넣은 자는 누구인가? 머리를 넣은 이유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설과 추리속에서 커다란 반전의 진실이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실로 엽기적인 특수설정을 바탕으로 하는 본격미스터리이다. 프롤로그에서 그려지는 한 건의 살인사건. 작품 내내 그림을 그리듯 생생하게 그려지는 무자비하게 인간을 도륙하는 장면들. 그리고 사건의 수수께끼를 푸는 키가되는 부재증명까지. 제법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메인 트릭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좀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밖에 없어 참으련다. 



'머 설정만 자극적이지 트릭은 별거 없구만.'이라며 희희낙낙 하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터지는 반전에 등골이 서늘해질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으니까. ㅋㅋㅋ 그렇다. 작가가 처놓은 떡밥에 영락없이, 속절없이 농락당한 기분이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식육이라는 설정이 작품을 이끄는 설정이기도 하지만 그런 자극이 진짜 반전을 감추기 위한 떡밥으로 작용한 것인지도.... 



필요에 따라 다양한 인격을 선택하여 사용하는 주인공 시바타 가즈시를 필두로 몸을 파는 윤락업소녀 가와우치 이노리, 플라나리아 센터에서 일하며 시바타 가즈시를 돕는 금발의 수수께끼 추리남 유시마 미키오까지 등장인물들 조차 평범한 사람이 없다. ㅎㅎㅎ (유시마 미키오를 보며 미시마 유키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고로 그의 결말이 어떨지도 상상했달까. ㅋ) 여튼, 코로나로 미처버린 세상에서 이렇게 대놓고 미처버린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자극적인 본인의 취향에 너무나 잘 맞았고 본격의 묘미까지 잘 살려낸 수작이다. 단순히 선정성, 폭력성에 작가가 치밀하게 셋팅한 트릭이 바래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이 작품보다 더 하드하다고 하는 [도쿄결합인간]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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