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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강지영 외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깨진 유리창 (2021년 초판)
저자 - 강지영, 정해연, 조동신, 윤자영, 정명섭, 최동완
출판사 - 몽실북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12p
산산이 조각나기 전에....
깨진 유리창 이론은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이라는 글에 처음으로 소개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뜻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_by 위키백과
몽실북스에서 처음으로 론칭하는 청소년 앤솔러지의 제목이 [깨진 유리창]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무너진 교권, 교내에서도 심화되는 부의 양극화와 폭력, 왕따 문제 등 사회에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경험하는 모의사회 학교라는 공간은 이미 실금을 떠나 산산이 조각나기 직전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자각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며 본연의 현실을 통해 반성의 시간을 갖고자 6명의 작가들이 뭉쳤다.
1. 어느날 개들이 - 강지영
일류 부모님 아래서 이미 하버드 입학이 예정되어 있다는 '초'모범생 태현. 태현과 같은 발표 모둠이 된 연수와 조이 일행은 생각지도 않던 태현의 모습에 의심을 품게 되는데....
2. 넌 몰라 - 정해연
음대를 목표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중인 나는 유투브 속 그저 빠르기만 한 피아노 속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도혁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데....
3. 참수 - 조동신
어느날 갑자기 학교에 세워진 단군상 머리가 사라진다. 우선 근처 기독교 사람들이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사라진 단군상 머리를 찾기 위해 경식이 조사에 나서는데...
4. 선생님은 술래 - 최동완
분명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룰 태우는것 같은데 막상 들이닥치면 담배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구 선생은 사라진 담배를 찾기 위해 화장실을 이잡듯이 뒤지는데...
5. ㄷㅇ의 비밀 - 정명섭
친구의 카톡에 'ㄷㅇ'두 자음만을 남기고 실종된 소녀. 소녀를 찾기 위해 친구들과 선생님이 나선다. 실종된 소녀의 집에 쌓인 프리미엄이 붙은 아이돌 음반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잡아가는데...
6. 학교가 공정하다는 착각 - 윤자영
물리 시험시간. 나는 OMR카드를 걷는 친구의 손을 치고 답안지는 바닥에 흩어진다. 뒤섞인 답안지를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주호. 그리고 시험결과로 주호는 1등급을 나는 6등급을 받았다. 방과후 커피숍에서 기다리던 나는 주호의 엄마를 만나고....
해피엔딩보다 베드엔딩이 월등히 많은 이유는 그만큼 현실이 암울하다는 반증일까. 청소년 대상이라고 하나 각 단편은 직접적인 묘사만 배재했을 뿐 상당히 자극적이고 반사회적이다. 극한의 극한을 통해 정반대의 반발심을 의도하는 것이려나. '이렇게 살지는 말이야지', '이건 아니지 않나' 라는 느낌이랄까.ㅎㅎㅎ 어쨌던 성인이 읽기에도 충분히 등골 서늘한 이야기와 반전의 묘미가 깃든 작품집이었다.
[개들이 식사할 시간]으로 만난 '강지영'작가는 역시 '개'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인간만도 못한 '개'같은 싸이코패스를 그린 [어느날 개들이]는 오싹한 공포로 단편집의 첫 문을 연다. 아집과 이기심으로 똘똘뭉친 아이를 그리는 [넌 몰라]는 기막힌 반전으로 단숨에 개과천선 시키는 마법을 선보인다. 학교의 명탐정을 등장시켜 사건을 풀어내는 [참수]와 [ㄷㅇ의 비밀]은 명랑 학원 탐정물의 재미를 톡톡이 보여주며 밀실 담배 미스터리 [선생님은 술래]도 흥미롭다. 마지막 [학교가 공정하다는 착각] 역시 지독한 부의 격차 속에서 좌절하는 학생의 비애를 생생하게 그려내는데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인 '윤자영'작가님이 작품속 커닝을 묘사하기 위해 도면까지 그리며 고심했을 생각이 떠올라 슬며시 미소짓게 만든다. ㅋ 작품을 쓰는 그 순간만은 현직 선생님의 신분을 내려놓고 추리작가로 빙의하셨으리라. ㅎㅎㅎ
재미와 의미를 모두 사로잡는 작품집이다. 지금 학생들의 고민과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더이상 교권에 금이 가지 않도록 이제는 어른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재촉하는 듯한 작품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