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평점 :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2021년)
저자 - 아시자와 요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4300원
페이지 - 304p
[언니처럼]만큼은 꼭 읽기를. 무조건 읽기를. 두 번 읽기를.
책을 접한 이들의 연이은 호평에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이 나올때만 해도 공포에 미스터리 요소를 베이스로 하는 공포작가인줄 알았는데 연이어 나오는 작품들을 보니 근본은 공포가 아니라 미스터리 작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아니 땐], [나의 신]에 이어 세번째로 만나는 작품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 작품을 접한 이들의 극찬에 호기심이 동해 읽었는데 막상 첫 단편[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를 접할때만 해도 설레발인줄 알았다. 기대가 컷던 탓일까... 하지만 단편이 거듭될수록 몰입감이 높아지고 마침내 네 번째 단편 [언니처럼]에서 폭발하고야 말았다.
1.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시아버지를 살해한 할머니. 하지만 할머니는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이렇게 말한다.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단절된 마을에서 할머니는 무엇을 보고 느꼈던 것인가.
2. 목격자는 없었다
발주 실수를 은퍠하기 위해 직접 목재 배달을 하는 직원. 직원은 목재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하는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한 순간의 실수는 눈덩이가 되어 돌아온다.
3. 고마워, 할머니
혹독한 다이어트를 거쳐 아역 탤런트가 된 아이와 아이를 다그치는 매니저인 친할머니.
할머니에게 모든 것이 통제된 아이가 내린 결론은....
4. 언니처럼
믿었던 언니가 범죄자로 내몰리고 3살박이 딸아이를 키우던 동생 나는 사람들의 시선에 두려움을 느낀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없던 나는 점차 아이에게 손을 대기 시작하는데....
아... 읽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숨막힌다. 이 작품집에서 단연 최고의 단편이었다. 꼭 읽기를, 두 번 읽기를....
5. 그림 속의 남자
비극적 상황을 맞이해야만 명작을 남길 수 있는 저주받은 재능의 여화가의 이야기.
그녀의 저주받은 재능은 모두를 몰락에 이르게 만든다.
이유야 어떻든간에 주인공의 심정을 그리면서 독자마저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몰아가는 솜씨가 기막히다. 반전이 기가막혔던 단편은 [목격자는 없었다]와 [언니처럼]이다. [목격자는 없었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통경찰의 밤] 중 [중앙분리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사과 한 번이면 끝났을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 회사원의 숫자 실수는 남일 같지 않아 몰입하게 됐다. [언니처럼]은 아동학대에 이르게 되는 엄마의 심정이 너무나 리얼하여 숨막히게 만든다. 가뜩이나 우울한데 마지막에 휘몰아치는 반전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섯명의 등장인물은 정말로 끝이 없는 절망을 간접 체험케 한다. 특히 학대를 소재로 하는 단편들이 많은데 학대자나 피학대자나 모두 피해자이고 그들의 마음들이 따끔거릴 정도로 심장을 후벼파 책을 덮고나니 세상 우울해질 지경이었다. 뛰어난 작품임에는 이견이 없으니. 극찬의 이유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