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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하는 여자들
한수옥 외 지음 / 북오션 / 2022년 5월
평점 :
네메시스 : 복수하는 여자들 (2022년 초판)
저자 - 한수옥, 박소해, 한새마, 김재희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63p
4인 4색 안타깝고 때로는 서늘한 이야기
생명의 탄생은 더없는 축복이다. 아이가 하루하루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인생에 있어 몇 안되는 행복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육아란 부모의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부모의 노력이 기반이 되어야 아이의 행복 나아가 가족의 행복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이 균형이 깨지는 순간 불행이 시작되고 아이는 하늘의 축복이 아닌 악마의 사생아로 변모한다.
한수옥, 박소해, 한새마, 김재희. 지금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중견, 신인 작가들이 뭉쳤다. 바로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으로 엄마에게 가해지는 육아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얼마나 심한지는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을것 같다. 실제로 다둥이 육아를 맡으면서 글을 쓰고 있는 작가들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는 남다른 현실감과 공감을 자아낸다.
4인 4색 안타깝고 때로는 서늘한 이야기가 가슴 깊이 박힌다.
1. 과부하 - 한수옥
두 아이의 엄마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승연은 워킹맘이다. 직장을 다니는 남편은 육아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있고 육아와 직장일에 서서히 지켜가는 그때. 학교에서 자꾸 실수하는 학생이 학대를 당하는 것으로 의심되어 기습 가정방문을 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승연을 본 학생의 엄마는 극단적인 짓을 벌이는데....
2. 네메시스 - 박소해
내놓라 하는 부호의 집에 육아 도우미로 출근하게 된 나는 아기를 낳고부터 방안에서 두문불출하는 며느리를 보고 한 눈에 어릴적 헤어졌던 딸임을 깨닫는다. 아기를 성심껏 돌보며 며느리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자 며느리는 깜짝 놀라며 숨겨왔던 비밀을 하나 둘 씩 친모에게 꺼내 놓는데....
3. 마더 머더 쇼크 - 한새마
정신을 차려보니 차 안. 그것도 사방으로 물이 차오르는 차 안이다. 차창에 쓰여진 붉은 글씨를 보고 충격에 숨을 삼킨다. '나는 살인자다. 5개월 된 아들을 죽였다. 그래서 지금 자살하는 중이다.' 나는 멍한 머리를 부여잡고 지금까지의 일들을 떠올리려 노력한다. 매력적인 은오와의 만남. 둘사이에서 생긴 아이. 그리고 시어머니의 기행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4. 한밤의 아기 울음 소리 - 김재희
채팅으로 만난 여성이 모텔에서 갑자기 커터칼을 휘둘러 부상을 입은 남자가 신고를 하고. 강아람 형사는 사건을 수사한다. 한편, 아기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집에 찾아간 복지사는 아이 엄마의 환대에 의아하기만 하다. 남편은 출장을 갔고 홀로 독박육아를 하는 엄마는 점차 복지사에게 집착하기 시작하는데.....
첫번째로 만나는 [과부하]는 일과 직장에 치여, 혹은 남편 없이 홀로 육아를 하는, 혹은 자식을 시집보내고 나서도 계속 손자 손녀를 떠맡아 돌보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그야말로 과부하에 걸린 여성들의 고통이 여러 사례들을 통해 마주하고 내 입장에서 대비해보게 된다. 아 끝없는 육아의 블랙홀이여.... 두번째 표제작 [네메시스]는 [푸른 수염의 비밀의 방] 같은 잔혹 동화와 영화 [기생충] 그리고 드라마 [하늘이시여] 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그만큼 이야기의 변화가 크고 예측 불허의 전개를 보인다. 대부호 저택의 비밀. 그리고 시터와 사모님으로 만난 모녀의 얄궂은 운명이 펼쳐진다.
세번째 [마더 머더 쇼크]는 각 마더, 머더, 쇼크라는 3개의 챕터로 복선과 반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독자들의 혼을 빼놓는다. 마더에서는 절체절명에 빠진 엄마의 이야기로 호기심을 돋우고 머더에서는 베이비시터로 들어온 꽃뱀녀를 통해 엄마의 기행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쇼크에서 앞선 떡밥들을 정리하면서 충격 반전의 쇼킹으로 마무리 짓는다. 마지막 [한밤의 아기 울음 소리]는 육아 스트레스로 일탈을 벌이는 여성의 이야기로 김재희 작가의 페르소나 강아람 형사가 등장하여 사건을 파헤치는 경찰 미스터리이다. 전부터 느끼고있지만 이번에도 사이코 범죄 심리를 잘 그려낸다. 같은 강아람 형사가 등장하는 장편 [꽃을 삼킨 여자]와 비교하며 보아도 좋을듯한 작품이었다.
산후우울증 앤솔러지로 연이은 암울한 상황들에 숨이 덜컥 막히곤 했지만 주제를 때어 놓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