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상징 사전 - 56가지 덱으로 알아보는 타로의 역사와 상징
사라 바틀렛 지음, 윤태이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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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상징 사전 : 56가지 덱으로 알아보는 타로의 역사와 상징 (2022년 초판)

저자 - 사라 바틀렛

역자 - 윤태이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28000원

페이지 - 244P

르네상스 부터 이어진 타로의 모든 것

바닥까지 길게 늘어진 천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섰다.

한 평남짓의 어두컴컴한 작은 공간.

그 중앙에 작은 상 너머로 검은 로브를 둘러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 노파가 앉아있다.

노파는 나를 처다보지도 않고 상위의 비단 보자기 위에 카드 뭉치를 놓았다.

앙상한 마른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으로 카두 뭉치를 주욱 훑더니 어느새

보자기 위에는 78장의 카드가 늘어서있다.

로브 뒤로 가려져있던 기괴한 눈빛을 빛내며 나를 처다본다.

어서 카드를 고르라는 듯이....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킨 뒤 손가락으로 카드를 한장씩 가리킨다.

노파는 내가 가리킨 카드들을 천천히 뒤집었다.

그렇게 나온 카드는 오망성을 이마에 두른 염소머리의 악마카드

기다란 낫을 잡고 있는 해골카드였다.....

흑마법을 연상케 하는 타로는 언제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점성술 뿐만아니라 다양한 영감을 주는 타로의 역사와 이제껏 생산된 타로 덱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손으로 그려낸 가장 오래된 덱인 '비스콘티 스포르차'부터 2000년도 이후 현제 타로 점술사들이 쓰고 있는 대중적인 덱까지 56종의 덱을 총망라하는 제목 그대로 [타로 상징 사전]이다.

지역 축제장에서 어렵지 않게 타로 점집을 보게 된다. 물론 그 안에서 점을 보는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심야괴담회]에서 타로 점집을 바탕으로 하는 괴담을 몇편이나 보았으며, 타로를 소스로 하는 미스터리 소설 [마담타로]가 있을 정도로 타로는 이제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점성술이다. 그런 타로의 역사는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15세기 중반 르네상스 시대에 처음 태동했지만 당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교회에 이단으로 몰리는 것을 두려워하여 암암리에 즐겼다는 사실은 실로 흥미로웠다. 이후 프리메이슨의 일원으로 부터 점술만을 목적으로 하는 최초의 덱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토트의 서 에틸라 타로'이다.

이처럼 하나의 덱에는 제작된 시기의 역사와 당시의 사회상. 그리고 덱에 그려진 그림들이 의미하는 상징들이 전부 제각각이다. 타로카드를 통해 끊임없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신비로운 덱들의 그림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들은 다양한 창작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앤 스토크스 고딕 타로'의 소드의 퀸을 보고 잠시 그녀의 치명적 매력에 넋을 잃었다. 자신의 생각과 믿음, 타인에 대한 반응과의 투쟁을 의미하는 소드의 퀸 카드를 보며 15세기부터 21세기까지 이어져 내려온 타로의 투쟁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된다.



타로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겐 더 없이 좋은 자료이며 창작자들에겐 무한한 영감을 불어 넣는 자료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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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미스터리 컬렉션
홍정기 지음 / 북오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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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악몽같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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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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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2022년 초판)

저자 - 마사키 도시카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모로

정가 - 16000원

페이지 - 344p

내 가족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한국에 첫 선을 보이는 '마사키 도시카'의 작품이다. 강렬한 붉은 표지에 홀린듯 책을 펴들었다. 그리고 이내 평화로운 한 가족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평화롭기에 오히려 조마조마한...그런 불안감 속에서 마침내 일이 터져버린다.

고등학생 아들 다이키와 대학에 들어가는 딸 사라 그리고 믿음직한 남편까지. 어찌보면 이상적으로 단란한 가정 속에서 엄마 이즈미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간밤에 몰래 자전거를 타고 나간 다이키가 주차돼있던 트럭에 부딪쳐 사망하고 만다. 당시 다이키는 다리 위에 서있던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을 피해 도주중이었다고 했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억장이 무너지는데 집을 몰래 나와 수상한 짓을 하려다 죽은 것이라는 사람들의 수근거림에 이즈미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저 착하기만 한 아들에게 어떤 비밀이 있었을까?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즈미는 점점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다이키가 죽고 15년 뒤.

젊은 여성이 집안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뒤이어 젊은 여성과 불륜을 저지른 직장동료가 실종된다. 형사 미쓰야와 가쿠토는 이 남성을 유력 용의자로 생각하고 뒤를 쫓는다. 그 사이에서 남편의 실종에 혼란을 겪는 아내 노노이와 아들을 잃은 시어머니 지에의 갈등은 깊어만 가는데.....

네가 죽던 그날. 대체 너는 무엇을 했던 거니?

이 의문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정상적이었던 한 가정을 아주 참혹하게 무너트린다. 평범한 가정이 가차없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독자도 엄마 이즈미와 같은 아픔의 심정을 느껴야 한다. 15년 뒤. 한 순간 가장이 실종되버린 아내와 엄마의 무너지는 심정 역시도 독자의 가슴을 후벼판다.

자식을 향한 엄마의 무한한 사랑은 아들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순간 집착으로 변하고 아들의 무고를, 혹은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설령 그것이 불법일지라도 어떠한짓이던 서슴치 않는다. 자식을 잃고 무고를 주장하는 이즈미와 아들이 실종된 엄마 지에. 두 엄마의 무한한 사랑과 그에 따른 섬찟한 집착을 보면서 영화 [마더]를 떠올리게 했다.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모성에 대한 양면성을 드러내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훌륭한 이야미스 작품이다.

15년의 간극을 두고 다이키의 그날 밤 행적을 파헤쳐 가는 두 형사의 수사. 과잉기억 증후군으로 남다른 기억력을 발휘하는 형사 미쓰야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미스터리적 재미를 더한다. 사실상 믿었던 아들의 진심을 깨닫고 공포를 느끼던 아빠 [목요일의 아이]의 엄마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의 흐름이나 반전의 결말까지 완성도면에서는 이 작품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아들의 성향은 굳이 필요없어 보이는 사족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들의 죽음과 가장의 실종. 무너지는 두 가족 사이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오랜만에 아주 좋은 심리미스터리를 만난 것 같아 너무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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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미스터리 - 어른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전래 미스터리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홍정기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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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미스터리]가 출간 되고 많은 분들의 넘치는 애정에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제가 쓴 책을 리뷰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책의 말미에 '작가의 말'이 있지만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적으려 합니다.

뭐랄까. 책을 읽어주신 분들께 드리는 보너스 트랙 같은 후기랄까요. ㅎㅎㅎ

아무래도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저도 모르게 스포일러를 발설할 수 있으니 부디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후로 경어는 생략하겠습니다.

[전래 미스터리]의 리뷰 덧글에 남긴 바가 있지만 이 책을 쓰기로 마음 먹은 건 2021년 1월 '아오야기 아이토'의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를 읽고 나서부터이다. 일본 전래동화의 세계관을 유지한 채 본격 미스터리의 묘미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본격 미스터리의 하위 장르를 두루 섭렵한 작품집으로 책을 읽고 나서 신선하고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일본 독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화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특수설정 미스터리. 이른바 뉴트로 미스터리였다.

물론 책을 읽자마자 집필 의욕이 생긴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미스터리 팬으로서 열광했고 작가의 차기작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의 출간을 기다리는 독자였다.

하지만, 무의식중에도 내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한국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동화적 세계관을 유지하는 전래동화 미스터리 작품집은 아직까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는 시도는 많이 있어왔고, 호러로 재해석한 [신 전래특급]이란 작품도 있다. 하지만 [옛날 옛적~]같은 온전히 전래동화 세계관으로 꾸려진 미스터리 작품집은 없던 것이다.

스물스물 생각이 차올랐다.

최초가 되고 싶다는 욕망.

기존 전래동화의 잔혹함을 부각하면서 미스터리의 묘미를 선사하는 작품을 써볼까?

'그래. 한 번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콩쥐 살인사건]을 탈고했다. 서양의 [신데렐라]와 유사성이 있으면서 팥쥐의 시신을 젓갈로 만들어 계모에게 먹이는 원전 결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21년 9월 경이었다.

첫 단편을 탈고하고 [계간 미스터리]에 게재할 요량으로 원고를 보냈다. 그런데 원고가 실리길 기다리면서 자료조사를 해보니 생각보다 한국전래동화의 잔혹수위가 상당히 높음을 깨달았다. 그림형제 같은 서양의 잔혹동화 저리가라 할 정도의 수위에 아이디어가 솟구쳤다.

그리하여

[나무꾼의 대위기], [살인귀VS 식인귀], [스위치] 세 편을 약 10일만에 써버렸다. -_-;;; 구색을 맞추기 위해 밀실, 스릴러, 사이코 스릴러등 장르적 변화를 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속도인데 [콩쥐 살인사건]까지 약 15일 만에 써버린 것이었다.

단편 4편이 모이고 나니 단독집으로서의 분량이 모였다고 생각했다. 평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는 '김재희'작가님께 몽실북스 연락처를 물어 출간 제의를 문의 했다.

다행스럽게도 OK사인이 떨어졌고 '21년 11월에 서울에 있는 몽실북스 카페에 직접 방문하여 계약을 했다.

이후 [계간 미스터리]에는 양해를 구하고 [콩쥐 살인사건] 원고를 회수한 뒤 [무구한 살의]원고를 보냈다. ([무구한 살의]는 [계간 미스터리 2022 봄호]에 게재됐다.)

'21년 11월 경 몽실북스에서 원고 편집과정을 거치면서 분량이 너무 짧다는 회신이 왔다.

부랴부랴 한 편을 더 써야만 했다. 이 시기에 추가할 다양한 전래동화를 구상했는데, [장화 홍련]과 [의좋은 형제]가 물망에 올랐었다. [장화 홍련]은 서술트릭으로 거의 완성 단계까지 구상했으나 아쉽지만 포기했고 [의좋은 형제]도 쌀가마가 아닌 시체가 오가는 것으로 구상했으나 반전이 마땅치 않아 포기했다.

결국 [여우누이]를 기반으로 한 [연쇄 도살마]로 단편을 써냈다. 아무래도 참기름을 사용하는 원전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나 할까. ㅎㅎㅎ

다섯 개의 단편을 쓰고도 분량이 모자라 각 단편의 분량을 늘이는 작업에 진땀을 뺐다. 그럼에도 전체 페이지는 230페이지 남짓에 분량이 짧다는 리뷰가 많이 보이니, 단편 하나를 더 추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집의 제목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오는 전래동화 기반의 미스터리라는 의미로 [전래 미스터리]라 지었다.

우습지만 국내 최초의 전래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규정짓는 동시에 책의 제목을 의도하는 바였다. ^^;;;

탈고 당시 정말 우연하게도 '박해로'작가의 [신 전래특급]이 출간된 시기여서 비슷한 컨셉의 책이 중복으로 나오는 것 보단 출간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출판사와 협의 했다.

그렇게 해를 넘겨 '22년 6월 10일에 첫 단독집 [전래 미스터리]가 세상에 나왔다.

다소 황당무게 할수도 있겠으나 이런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읽는 독자가 납득할 수 있으냐 없느냐 이다. 마냥 동화라고 해서 되지도 않는 말도 안되는 설정으로 트릭을 짜낸다면 독자들은 외면했을 것이다. 이 작품의 강점은 초반에 이 세계관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경계 안에서 복선과 회수를 해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아오야기 아이토'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리뷰에서.

'21년 1월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를 읽고 쓴 리뷰이다.

이런 리뷰를, 이런 글을 썼다는 자체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ㅎㅎㅎ

과연 [전래 미스터리]는 이 리뷰에 비춰 잘 썼을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모자라고 부끄럽다.

만약. 혹시라도 추후에 또 동화 미스터리를 작업 한다면,

내가 직접 쓴 리뷰에 걸맞는 더 기발한 이야기, 완성도 높은 작품을 쓰고 싶다.

정말로 '아오야기 아이토'의 동화 시리즈와 '찬호께이'의 [마술피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

[전래 미스터리]를 읽어주신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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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엄마 2022-07-1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엽기부족님 ^^ 몽실러입니다. 방금 책 다 읽었는데 너무 신선하고 잔혹하고 엽기적이고 ㅋㅋㅋ 넘 재미있습니다~ 작가님의 집필 생활 응원드립니다.

엽기부족 2023-01-19 19:27   좋아요 0 | URL
아 덧글 이제서야 봤어요. ㅠ_ㅠ 응원 감사합니다. ^^
 
할마시 탐정 트리오 한국추리문학선 13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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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마시 탐정 트리오 (2022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 13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29p

그녀들의 즐거운 인생을 위하여!

쉼 없이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는 김재희 작가의 신작이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떠오른다. 고령화가 되어버린 요즘 시대에 환갑은 아직 청춘이라는 말이다. 이 작품의 히로인 3인방은 육십의 끝자락인 69세인 전직 미스터리 드라마 작가 가영 할머니와 육십의 중간 겪인 64세 말을 더듬지만 과일 행상으로 다부진 몸을 가진 다정 할머니, 마지막으로 이제 육십에 접어든 60세 나숙 할머니로 설정되어 있다.

아무도 못말리는 세 할머니 트리오의 좌충우돌 탐정기가 펼쳐지는데 '김재희' 작가의 팬이라면 다들 눈치 챘을 것이다. 이 세 할머니가 낯설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할마시 트리오는 2021년 작가의 단편집 [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에서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이라는 단편으로 독자들에게 먼저 선보였다. 당시에는 이번 작품보다 할머니들의 나이대가 더 고령으로 설정되었지만 정력적인 탐정활동을 위하여 육십대로 회춘하여 컴백했다. ㅎㅎㅎ

도심지에서 한참 떨어진 한적한 곳에 위치한 대규모 요양시설 풍요실버타운.

이곳에서 노인들은 각자의 관심사에 맞춰 취미생활로 생의 남은 시간을 보낸다.

희귀 식물을 키우던가,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던가, 때로는 스웨덴의 안락사 회사에 투자를 하던가....

가영, 나숙, 다정 할머니는 풍요실버타운의 크고 작은 사건을 해결하는 할마시 탐정단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 한다. 노인들이 사는 실버타운이라도 다른 곳과 다름없는 사람사는 곳. 배신과 음모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벌어지는, 비록 시계바퀴가 느리게 돌아가는 실버타운이지만 할마시 트리오는 오늘도 사건을 쫓아 고군분투한다.

할머니들의 쉴틈 없는 수다와 그 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들,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여덟가지 에피소드는 유쾌한 작가의 성격과 맞물려 생명력을 얻는다. 누구도 시간을 거스를 수 없기에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노년의 생활과 노인들의 일상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식물에 집착하는 노인에서 넘치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취미생활을 갖지만 그 취미에 매몰되어버리는 안타까움이 들었고 사람들의 관심이 목말라 몸캠피싱을 당하는 노인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애처로움이 묻어난다.

이번작품에서도 떠들썩한 사회적 이슈를 에피소드에 적절히 녹여내 뒤처지지 않는 감각의 이야기를 생산해낸다. 역시 트렌드에 민감한 작가의 장점이 십분 발휘되는 작품이랄까. 보디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수영과 체력단련을 하는 할마시들을 보면서 나는 시간이 지나 어떻게 늙어갈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할마시들의 유쾌한 이야기가 건강히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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