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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마시 탐정 트리오 ㅣ 한국추리문학선 13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6월
평점 :
할마시 탐정 트리오 (2022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 13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29p
그녀들의 즐거운 인생을 위하여!
쉼 없이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는 김재희 작가의 신작이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떠오른다. 고령화가 되어버린 요즘 시대에 환갑은 아직 청춘이라는 말이다. 이 작품의 히로인 3인방은 육십의 끝자락인 69세인 전직 미스터리 드라마 작가 가영 할머니와 육십의 중간 겪인 64세 말을 더듬지만 과일 행상으로 다부진 몸을 가진 다정 할머니, 마지막으로 이제 육십에 접어든 60세 나숙 할머니로 설정되어 있다.
아무도 못말리는 세 할머니 트리오의 좌충우돌 탐정기가 펼쳐지는데 '김재희' 작가의 팬이라면 다들 눈치 챘을 것이다. 이 세 할머니가 낯설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할마시 트리오는 2021년 작가의 단편집 [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에서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이라는 단편으로 독자들에게 먼저 선보였다. 당시에는 이번 작품보다 할머니들의 나이대가 더 고령으로 설정되었지만 정력적인 탐정활동을 위하여 육십대로 회춘하여 컴백했다. ㅎㅎㅎ
도심지에서 한참 떨어진 한적한 곳에 위치한 대규모 요양시설 풍요실버타운.
이곳에서 노인들은 각자의 관심사에 맞춰 취미생활로 생의 남은 시간을 보낸다.
희귀 식물을 키우던가,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던가, 때로는 스웨덴의 안락사 회사에 투자를 하던가....
가영, 나숙, 다정 할머니는 풍요실버타운의 크고 작은 사건을 해결하는 할마시 탐정단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 한다. 노인들이 사는 실버타운이라도 다른 곳과 다름없는 사람사는 곳. 배신과 음모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벌어지는, 비록 시계바퀴가 느리게 돌아가는 실버타운이지만 할마시 트리오는 오늘도 사건을 쫓아 고군분투한다.
할머니들의 쉴틈 없는 수다와 그 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들,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여덟가지 에피소드는 유쾌한 작가의 성격과 맞물려 생명력을 얻는다. 누구도 시간을 거스를 수 없기에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노년의 생활과 노인들의 일상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식물에 집착하는 노인에서 넘치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취미생활을 갖지만 그 취미에 매몰되어버리는 안타까움이 들었고 사람들의 관심이 목말라 몸캠피싱을 당하는 노인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애처로움이 묻어난다.
이번작품에서도 떠들썩한 사회적 이슈를 에피소드에 적절히 녹여내 뒤처지지 않는 감각의 이야기를 생산해낸다. 역시 트렌드에 민감한 작가의 장점이 십분 발휘되는 작품이랄까. 보디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수영과 체력단련을 하는 할마시들을 보면서 나는 시간이 지나 어떻게 늙어갈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할마시들의 유쾌한 이야기가 건강히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