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ㅣ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2년 6월
평점 :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2022년 초판)
저자 - 마사키 도시카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모로
정가 - 16000원
페이지 - 344p
내 가족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한국에 첫 선을 보이는 '마사키 도시카'의 작품이다. 강렬한 붉은 표지에 홀린듯 책을 펴들었다. 그리고 이내 평화로운 한 가족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평화롭기에 오히려 조마조마한...그런 불안감 속에서 마침내 일이 터져버린다.
고등학생 아들 다이키와 대학에 들어가는 딸 사라 그리고 믿음직한 남편까지. 어찌보면 이상적으로 단란한 가정 속에서 엄마 이즈미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간밤에 몰래 자전거를 타고 나간 다이키가 주차돼있던 트럭에 부딪쳐 사망하고 만다. 당시 다이키는 다리 위에 서있던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을 피해 도주중이었다고 했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억장이 무너지는데 집을 몰래 나와 수상한 짓을 하려다 죽은 것이라는 사람들의 수근거림에 이즈미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저 착하기만 한 아들에게 어떤 비밀이 있었을까?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즈미는 점점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다이키가 죽고 15년 뒤.
젊은 여성이 집안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뒤이어 젊은 여성과 불륜을 저지른 직장동료가 실종된다. 형사 미쓰야와 가쿠토는 이 남성을 유력 용의자로 생각하고 뒤를 쫓는다. 그 사이에서 남편의 실종에 혼란을 겪는 아내 노노이와 아들을 잃은 시어머니 지에의 갈등은 깊어만 가는데.....
네가 죽던 그날. 대체 너는 무엇을 했던 거니?
이 의문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정상적이었던 한 가정을 아주 참혹하게 무너트린다. 평범한 가정이 가차없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독자도 엄마 이즈미와 같은 아픔의 심정을 느껴야 한다. 15년 뒤. 한 순간 가장이 실종되버린 아내와 엄마의 무너지는 심정 역시도 독자의 가슴을 후벼판다.
자식을 향한 엄마의 무한한 사랑은 아들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순간 집착으로 변하고 아들의 무고를, 혹은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설령 그것이 불법일지라도 어떠한짓이던 서슴치 않는다. 자식을 잃고 무고를 주장하는 이즈미와 아들이 실종된 엄마 지에. 두 엄마의 무한한 사랑과 그에 따른 섬찟한 집착을 보면서 영화 [마더]를 떠올리게 했다.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모성에 대한 양면성을 드러내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훌륭한 이야미스 작품이다.
15년의 간극을 두고 다이키의 그날 밤 행적을 파헤쳐 가는 두 형사의 수사. 과잉기억 증후군으로 남다른 기억력을 발휘하는 형사 미쓰야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미스터리적 재미를 더한다. 사실상 믿었던 아들의 진심을 깨닫고 공포를 느끼던 아빠 [목요일의 아이]의 엄마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의 흐름이나 반전의 결말까지 완성도면에서는 이 작품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아들의 성향은 굳이 필요없어 보이는 사족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들의 죽음과 가장의 실종. 무너지는 두 가족 사이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오랜만에 아주 좋은 심리미스터리를 만난 것 같아 너무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