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X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박현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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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X (2017년 초판)
저자 - 나카무라 후미노리
역자 - 박현미
출판사 - 자음과모음
정가 - 14800원
페이지 - 600p

 


이 작품....진심 위험하다...

 

진심 약빨고 쓴 작품이랄까....이렇게 강렬한 광기에 휩싸인 작품을 언제 읽었던가?....-_-;;;;
제목 만큼이나 강렬하고 충격적이며 저돌적인 작품이다.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에
사회고발적 성격을 띄는 사회파 추리라고 생각하고 펴들었는데...600페이지가 전혀 두껍게 느껴지지
않는 몰입감 최고의 소설이었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종교를 풀어내는 색다른 시각으로 도입부를
풀어내더니 이내 인간의 악에 대한 근원적 물음과 포르노 뺨치는 극한의 쾌락에 몸을 내맡긴 신도들의
난교파티로 혼을 쏙 빼놓는다. 한마디로..취! 향! 저! 격! 이런 대박 작품을....이런 대박 작가를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전문가 수준의 종교와 과학적 지식과 더불어 압도적인 필력에 놀라다 보니
아쿠타가와, 오에겐자부로상 수상작가라고 한다...꼭 유명 작가 상을 수상해서가 아니라....정말
빠져들고 탐닉하게 만드는 텍스트였다. 실로...작가가 교주로 이야기를 설파 한다면 당장 입교할 정도
랄까...-_-

 


학창시절 됴쿄 지하철에서 사린가스 살포로 난리가 났었던 옴진리교 테러사건을 TV에서 접하며 저
나라는 참 사이비 종교로 시끌벅적한 나라구나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뭐...우리나라도 옴진리교
사건에서 몇년 더 앞서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 했었고, 이 사건의 배후가
사이비 종교 였다는 소문이 있었으니, 인간의 약한곳을 파고들어 암약하는 사이비 종교는 어느나라건
어느시대건 있게 마련인가 보다...-_-;;; 한국이던 일본이던 사이비 종교가 더욱 쉽게 파고드는건
오래 전부터 토템에 기반을둔 여러 신을 모시는 풍습 때문에 타신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인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만, 역시나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 상처입은 영혼들이 의지할 곳을
찾다가 길을 잘못들어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을거라 생각한다....그리고 이 작품에도 상처입은 영혼
들이 극단적 종교를 만났을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영혼은 뇌의 화학작용으로 생성된다. 그 뇌는 원자들로 구성되고, 원자들의 활동으로 의식을 만들어
낸다. 마이크로의 세계로 파고들수록 화학적이고 언어의 논리에서 일탈된다. 인간을 선을 통해 말의
논리에서 일탈함으로써 우주의 진정한 모습에 녹아들어 일체가 된다. 깨달음, 열반이란 이때의 편안함
을 말한다."

엔트로피, 상대성이론, 초끈이론, 양자역학등을 언급하며 불교의 교리에 대해 설명하고 문외한도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데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종교라서 무척 신선하게 느껴
졌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불교는 수용하고 기독교는 이단이라 생각될정도로 배타적 스탠스를 취하는것
같았다. 하긴 기독교 자체가 배타적 종교이니 사이비 종교를 이야기 하기엔 그다지 어울리는 종교는
아니겠지....

 

도서실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나라자키는 교제중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잃어버린 여인 다치바나를
찾기 위해 사설타정에게 의뢰하고, 마침내 사설탐정에게서 그녀의 흔적을 찾는다. 신흥종교 집회장에서
모습을 보였다는 제보를 받고 나라자키는 무작정 신흥종교장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마쓰오라는 교주를
만나고 그의 격식없는 자유로운 모습과 교리에 매료된다. 그곳에서 다치바나가 사실은 신흥 사이비종교인
교단X에 가입하여 마쓰오를 사기치는데 가담하고 모습을 감췄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마쓰오의 집을 나온
나라자키는 검을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납치당해 어딘가에 방에 감금되고, 그곳에서 살이 쪼~~~~~~옥
빠질 정도로 극한의 쾌락을 맛보는데.........

 


상생과 화합으로 살아가자고 설파하는 마쓰오의 종교와 극한의 쾌락을 통해 선을 이루는 미스테리한 교주
사와타리의 교단X가 대치하면서 교리가 얽히고, 사랑이 얽히고, 사람이 얽히며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이비 종교가 중심이지만 어디에도 마법이나 초능력은 등장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풍기는 아우라와 세치
혀로 교단을 이끌어 가는 마쓰오나 사와타리의 카리스마는 어줍잖은 초능력보다 훨씬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의사로서 환자를 살리는 선과 죽어가는 환자를 보며 발기하는 악 사이에서 악으로 경계를 넘어가는 사와타리의
독백은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의 공포를 넘어 광기의 끝을 보여준다. 뭣보다 교단X의 교리를 실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벌어지는 난교파티 때문에 눈이 호강 했다..-_- 수위도 수위거니와...분량도 상당히 많으니....
역시...성진국...

 


작가가 생각하는 종교와 더불어 작품 내내 자국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모습을 빈번히 내비친다. 2차세계대전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비난하고 지금의 우경화 세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말을 테러범(???)의 입을 빌어
말하는데, 노망난 늙은이 '쓰쓰이 야스다카'가 소녀상에 대해 망언을 싸지른 이 시점에서 의식이 깨어있는
작가 같아 더 마음에 들었다. 광신도와 국가, 테러와 드러나는 음모....그리고 펼쳐지는 지옥도....
스토리면 스토리, 과학이면 과학, 19금이면 19금, 오컬트면 오컬트, 공포면 공포 잘빠진 장르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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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하트힐
토머스 H. 쿡 지음, 권경희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브레이크하트힐 (2017년 초판)

저자 - 토머스 H. 쿡

역자 - 권경희

출판사 - 오퍼스프레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92p




찌질하고 아련했던 첫사랑의 잔혹한 말로




뭐지?...이 핑쿠핑쿠한 표지는?!!!!-_-;;; 이라는 의문과 함께 2017 SS 프레타 포르테

트렌드 색상인 핫핑쿠로 도색된 독특한 미스터리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강렬한 표지색

만큼 후두부를 후두려 까는 커다란 반전과 함께 의문을 갖게 만든 작품...강렬한 결말을

선사하는 내개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심장이 깨질듯한 첫사랑의 기억....


누구에게나 한번쯤 경험하지 않았을까?.....오지게 찌질한 짝사랑의 경험 말이다....

모르겠다..나 역시 꼬꼬마 학창시절 그녀의 몸짓 하나, 내쉬는 숨소리 조차 내겐 무언의

의미가 되어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찌질했던 짝사랑의 기억이 있다. 미처 고백할 

용기는 없고 그저 주위를 맴돌며 조용히 지켜보던 시절 말이다. 이 작품에도 나처럼 

찌질한 짝사랑을 이어가는 찌질남 벤이 등장한다. 그의 사랑....매력적인 캘리와 이런

저런 사건들을 겪으며 어느덧 둘의 사이는 우정을 넘어서는 이상 기류가 흐르는것 

같지만..... 아....이런 찌질한 녀석 같으니라고...ㅠ_ㅠ




남북전쟁 종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남부 앨라베마의 시골 동네 촉토에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소녀 캘리가 이사온다.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벤은 고등학교에

삵쾡이라는 학급 신문의 편집일을 맡게 되고, 그를 돕기 위해 캘리가 편집위원으로 

함께 하게 된다. 학급 신문을 편찬하면서 이런 저런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벤은 

캘리에대한 마음으로 심장이 터질듯한 상태가 되고, 고백할 기회를 엿본다. 그렇게

둘사이는 잘 흘러가는듯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진 않지...-_-;;;; 머...이렇게 보면 꽁냥꽁냥 연애 소설

같지만...작품이 시작하자마자 커다란 사실이 전제된다. 바로 브레이크하트힐에서 

벤의 그녀 캘리가 피투성이로 발견되고...참혹한 사건이 지난지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벤의 회고로 이야기가 진행 된다는 점이다....벤의 회고가 이어질수록 캘리를 덮친

녀석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상상하고 추리하게 만드는데, 머...나름 범인을 상상했는데

여지없이 틀렸다...-_-;;;좌우간....사랑과 질투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벤의 심리 

덕분에 내 경험과 오버랩되면서 옛추억에 흠뻑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_-




캘리의 사건과 함께 집고 넘어갈 중요한 포인트....바로 시대적 배경이다. 남북전쟁이

종전 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흑인 인종차별 문제가 이 작품의 핵심으로 작용

한다. 이 인종차별로 인해 브레이크하트라는 언덕의 이름이 생기기도 하고 그렇기에 

캘리가 이 언덕에서 피투성이로 발견 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얼마전 읽었던 '조 R.

랜스데일'의 [밑바닥]이 자연스레 연상되는데, 인종차별이 중심 주제이기도 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전개 방식도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밑바닥]과 이작품이 다른 점은 

순문학이 연상되는 물흐르는 듯한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이다. 솔직히 말하면, 비유도

많고 현실과 과거 시점 현실과 상상이 뒤섞여 쉽사리 페이지가 넘어가는 작품은 아니었다.

음악도 끄고 고요한 방에서 정말 집중하고 보게 만든 작품이었다. -_-;;;;



아름답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졸렬한 질투로 말미암아 모두가 불행해지는 첫사랑 잔혹극

벤의 찌질함의 끝을 따라가다 맞닥뜨리는 충격적 결말과 함께 찾아오는 의문...뭐지?...

열린결말인가?....서술트릭 까진 아니더라도...읽는 이를 벙찌게 만드는 결말과 실체인지 

환상인지 모를 그것......아...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그냥 존나 가만히 있어야 겠다..-_-;;;;;;




그래....연애 잔혹 미스터리엔...핫핑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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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본다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너를 본다 (2017년 초판)

저자 - 클레어 맥킨토시

역자 - 공민희

출판사 - 나무의철학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80p





지켜 보고 있다!!!!




한사람의 인생을 파탄내고 아작내는 악질적인 방법....스토킹. 특별하게 폭력적 행위 없이

주변을 배회 하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는 크나큰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경찰에 신고해도 가벼운 벌금이나 접근금지 명령등의 처벌밖에 내릴 수 없으니 영원히 떨쳐

낼수 없는것이다...-_-;;;; 이 작품은 모든 사람을 잠재적 스토커로 만들어 버리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에겐 최악의 상황을 맞게 하는 악질적 범죄가 소재이다. 




한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우연히 만난 매력적인 남성과 새롭게 생활을 이어가려는 두아이를 

둔 중년의 여성 조는 쪼들리는 경제사정, 말안듣는 사춘기 아들과 딸, 반복되는 직장생활에

하루하루 시달리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일반 여성이다. 어느날, 매일 출퇴근 하면서 

보는 일간지 '런던 가제트'에 과도한 통화료를 부가하는 불법 음란 채팅 광고에 자신과 매우

닮은 사람의 사진이 개제되있는것을 발견하고 이상야릇한 기분에 휩싸인다. 가족들과 자신의

절친에게도 광고를 보여주지만 가족들은 사진과 조가 동일인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답답하고 

찝찝하지만 결국 포기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몇일 뒤 같은 음란 광고란에 실렸던 다른 

사진속 여성이 지하철에서 절도를 당했다는 기사를 읽게 되고, 광고에 대한 의혹이 다시 불거

지는데.......




일반 여성 조가 점차 공포에 휩싸이는 이야기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교통계로 강등당한 여경찰

캘리가 이 사건에 뛰어들어 수사하는 두명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읽는 내내 작가가

여성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상속 여성이 느끼는 신변잡기식의 묘사와 가벼운 의혹에서 

확신과 공포로 변하는 서서히 옥죄는듯한 조의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작가는 실제 경찰 

경력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작품에서는 경찰 경력을 바탕으로 쓴 작품인지는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사건 수사 보다는 조의 일상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듯 싶다.) 일단 수다스러운 

상황 묘사에 섬세한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딱 좋은 작품이고, 강렬하게 급변하는 

스토리라인을 선호하는 하드보일드 취향의 사람이라면 사뭇 답답한 느낌을 받을지 모르는....

호불호 갈리는 작품인듯 싶다. 개인적으론 사설이 너무 긴 느낌이랄까...잡설을 줄여 분량을 좀 

줄였더라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찌나 말많고 불평불만 많은 중년 여성 조를 잘 표현

해냈는지 마지막 범인이 주인공에게 내뱉은 한마디 '넌 불만이 너무 많아'라는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만들정도라는.... -_-;;;;




어쨌던....자신의 사진이 음란 광고에 실리게 되고, 불특정 다수로 부터 스토킹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일때 직장은 물론이고 일반 사람들도 모두 잠재적 스토커로 보이고 마침내는 가족까지

의심하게 되는, 조의 인생이 처참히 망가지는 모습은 굳이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 없이도 충분히

심리적 공포를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됐다. 작품에서는 일간지 광고이지만 사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사람의 일상을 몰래 관찰할 수 있고 

생활패턴을 예측 가능하게 하니 누군가 나를 지켜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등장인물의 말을 빌려

꼬집는 장면도 좋았다. 




서서히 압박하면서 크라이막스로 치달리다 반전 한번 때려주고 깔끔하게 맺어줬어야 하는데 결말이

....아...참...아쉽다..ㅠ_ㅠ 종반부 다소 싱거운 결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지막 페이지의 레알 

반전은 굳이 필요한가 싶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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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먼트 - 복수를 집행하는 심판자들, 제33회 소설추리 신인상 수상작
고바야시 유카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저지먼트_복수를 집행하는 심판자들 (2017년 초판)

저자 - 고바야시 유카

역자 - 이영미

출판사 - 예문아카이브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95p






죄짓고 살지 말자





죄와 벌...그리고 단죄와 용서에 대한 독특한 설정의 미스터리 작품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제33회 

소설추리 신인상을 수상하였는데,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그 상황으로

인해 야기되는 5가지의 에피소드들을 엮은 작품이다.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극단적 설정은 바로 '함무라비 법전'

의 실제화!...남의 눈알을 파낸자 눈알로 대신하고, 이빨을 뽑은자 이빨로 갚는다. 고대 사회의 실존했던 처벌

방식이라곤 하지만 현대사회에선 꿈도 못꿀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누구나 알고 있다..지금의 실존 법체계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지는 않다는걸 말이다. -_-;;; 국민들에게 돌아가야할 수천억의 돈을 빼돌린 

기업 총수가 받게되는 벌보다 가난하고 굶주린 가장이 훔친 빵에 대한 처벌이 더 무겁게 내려지는 불평등하고 비

이성적인 지금의 현실에서 볼때 오히려 죄값과 동일한 벌값을 받는 이 작품속 복수법이 더 합리적으로 느껴지는게

이상한건 아니라 생각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괜히 생긴건 아니리라...ㅠ_ㅠ

꼭 그게 아니더라도...자신의 소중한 누군가를 해친 흉악범이 피해자의 고통과는 상관 없이 자신의 형기만 채우고 

풀려나는 꼴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건 분명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란것도 이해가 된다. 피해자의 고통은 영원하지만

가해자는 발뻗고 잘 잘테니 말이다...-_-;;;;



어쨌던....그런 불평등과 불만 끝에 작품에서는 새로운 복수법이 재정된다. 이 복수법에는 몇가지 규칙이 따른다.

1. 가해자의 재판 후 피해자의 대리인(가족 혹은 연인등)이 실정법으로 처벌할지, 복수법으로 처벌할지 결정한다.

2. 복수법을 적용할지는 3개월간의 숙려기간을 거친다.

3. 복수법 처벌을 결정한 뒤는 형 집행은 결정권자 자신이 피해자가 당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형을 집행한다.

4. 복수법 형집행이 정확히 집행될 수 있도록 복수감찰관이 동석한다. 하지만 형집행에 영향이 갈만한 언행과 

   행동은 절대 금지 된다.

5. 복수법을 결정했다고 해도 실제 집행이 불가할 경우 복수법을 포기 할 수 있다. 이경우 다시 가해자는 실정법의

   집행을 받는다.




자.....잔인하게 살해한놈을 똑 같은 방법으로 쳐죽이는것까진 좋다...그러나 3번 조항 때문에 이야기가 갈린다.

소중한 이를 잃은 주변인이 직접 망할놈을 족쳐야 한다는 것이다...-_-;;;;; 평범하게 멀쩡히 살아오던 사람들이

복수심에 기대 또다른 살인자가 돼야 하는 것이다.....사형 집행하듯이 공무원의 손에 맡겨 처리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손을 더럽혀야 한다면.....온전히 복수를 집행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그렇기에 이 5편의 이야기에

갈등과 단죄 용서의 감정들이 풍부하게 뒤섞이게 된다. 때로는 슬프기도....때로는 안타깝기도....때로는 불합리

한 다섯가지 이야기 덕에 죄의 무게와 용서의 깊이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을 갖게 된다. 





1. 사이렌

자신의 아들을 4일동안 감금한뒤 온갖 고문과 폭행 끝에 잔혹하게 숨지게 만든 범인에게 복수법 시행을 결정하고

아이를 잃은 아빠는 4일간 가해자가 아들에게 가했던 것과 똑같은 순서와 방법으로 형을 집행하려 한다. 아들을

위해 항상 엄하게 훈육하던 아빠는 자신이 아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에 짐이 되었고

가해자에게 아들을 죽인 이유를 묻는다. 조롱섞인 대답으로 일관하던 가해자도 피해자 아버지의 형집행이 이어질수록

공포와 고통때문에 진실을 이야기 하는데.....

-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그리고 안타까운 죽음....모든것은 대화 부족에서 비롯된다...ㅠ_ㅠ 이어지는 잔혹한 

형 집행과 또 다른 복수의 순환고리....수형자도 죽을 맛이지만...집행자도 정신이 산산이 부서지는 법




2. 보더

친할머니를 회칼로 목을 따 살해한 14살의 소녀....그리고 사회 정의를 위해 친딸에게 복수법을 집행하겠다는 엄마

드디어 형집행이 시작되고.....손발이 묶인 딸앞에 회칼을 든 엄마는 딸에게 다가가고......

- 역시....한쪽 말만 들어선 정확한 판단이 불가하다...합리적 판단은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모녀간의 끈끈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단편....




3. 앵커

대낮에 도심지에서 벌어진 무차별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3명의 사람이 살해당한다. 그리하여 엄마를 잃은 30대 딸,

대학생 동생을 잃은 형, 약혼녀를 잃은 약혼남이 가해자의 복수법 결정을 위해 모인다. 과반수 이상이 복수법을

찬성하면 복수법 집행이 가능한데, 1차 모임에서 형을 제외한 2명은 복수법 집행을 망설이고, 두차례의 모임을

더 갖는 동안 결정내려 복수감찰관에게 알려야 한다. 약혼녀를 잃은 회사원 엔도는 그녀가 죽기전 복수법 반대 

단체에 가입한 사실을 복수감찰관에게 알리고 그녀의 생전 의지를 이을지, 자신의 희망으로 복수법을 찬성할지

고민하는데.....

- 복수법의 집행보다 복수법이냐 실정법이냐를 결정하기 위해 고심하는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결정과 갈등에 

대한 이야기 이다. 픽션이지만 참...죽기 아까운 착한 사람들만 데려가는 작가는 나쁜 사람...ㅜ_ㅜ




4. 페이크

용한 점쟁이가 손자의 죽음을 예견하고 손자를 죽일뻔한 손자의 친구를 건물 옥상에서 밀어버려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죽은 아들의 엄마는 점쟁이에게 복수법을 결정하고, 같은 방법으로 집행하기 위해 옥상에서 만난다.

법집행일자가 오기 전까지 방송과 여러 곳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점쟁이를 살리기 위해 아이엄마는 익명의

협박을 수차례 받아온다. 마침내 형 집행일....점쟁이는 손자와 친구가 얽힌 뜻밖의 진실을 말하기 시작하는데....

- 제목이 이 단편의 핵심 키포인트....




5. 저지먼트 

계부와 친모의 아동학대 끝에 여동생이 아사하고....이제 10살이 된 오빠는 부모에게 복수법 집행을 결정한다.

수형자에게 수분 섭취만 허용되고 일체의 음식을 중단시켜 서서히 아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들....그렇게

날선 엄마와 자식의 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날선 말들 속에 안타까운 뉘앙스가 담기고.....그러다 돌연 아들도

식음을 전폐하는데......

- 하.....이세상에 제일 경멸하는게 아동학대이다....10살 천사의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ㅜ_ㅜ





다섯편 모두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들이었다. 가해자를 복수법으로 똑같은 공포를 겪게 하며 통쾌하고 시원하게 

죗값을 치르게 하는 이야기를 생각했는데....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암울함의 극치...-_-;;;;이야기는 복수감찰관인

도리타니 아야노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복수감찰관의 업무를 맡고 있지만 거듭되는 복수법의 집행을 보면서 집행의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한다. 하지만 4번 규칙 때문에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드는 죄책감은 어쩔 수 없었으리라....마지막 도리타니의 용기있는 결단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나저나 읽는 

내내 도리타니가 남자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역자 후기를 보니...여자더라...-_- 작품속에 성별을 구분 짓는

포인트를 내가 놓친건가?....




만약 소중한 사람이 살해당했다면...당신은 '복수법'을 선택 하겠습니까?.......




작품을 읽기 전엔 쉽게 답을 결정했는데, 작품을 전부 읽고나니 오히려 답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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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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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 보이스_법정의 수화 통역사 (2017년 초판)

저자 - 마루야마 마사키

역자 - 최은지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42p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귀가 들리지 않는...그동안 몰랐던 세계에 대한 새로운 미스터리가 나왔다. 농인, 청인, 데프, 코다 등등

생전 처음 듣는 단어와 수화에 대한 종류와 개념 등등 다소 생소한 용어와 내용 때문에 초반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읽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가슴 벅찬 미스터리'였다. 

언어의 표현 방식만 다를뿐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란 점은 다를바가 없으니, 그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 주는 작품 이었다.




우선 용어 정리부터 해보자면, 

농인 -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

청인 - 귀가 들리는 사람

데프 - 농인의 영어식 표현

코다 - 농인의 부모 아래서 자란 청인 자녀

데프 보이스 - 농인이 내는 음성(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발음이 명확하지 못하다)





농인과 청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체 코다로 자라 상처입은 유년시절을 보낸 아라이는 양심고백으로 다니던

직장인 경찰서 사무직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는다. 좀처럼 직장을 잡지 못하던 그는 코다의 경험을 살려 

전문 수화통역사 자격증에 도전하고 쉽사리 자격증을 취득한다. 편견과 소외 때문에 멀리하던 수화를 업으로 

삼게 되면서 착잡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일에 매진하게 된다. 하루하루 농인들의 수화를 통역하면서

보람을 느낄때 즈음...농인 재활시설의 원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아라이는 불현듯 17년전 경찰서

사무소를 다닐때 농인 재활시설 원장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농인 피의자를 도와 통역했던 일이 떠오르고 두

사건의 연관성을 의심하는데.......




농인 가족들 속에서 자신만 소리가 들리는 코다로서 가족들에게 융화되지 못하고 언제나 통역자로서 자신을 

희생하는 아라이의 모습은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고 슬프게 느껴졌다. 아라이와는 상황이 약간 다르지만...

내 아버지는 중도난청자이시다. 군대 시절 불의의 사고로 한쪽 청각을 잃으시고 다른쪽 귀도 서서히 청각이

약해져 보청기를 끼셔도 보통 사람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신다. 크게 또박또박 말해야 겨우 알아들으시

는 상황에 자영업을 하시다 보니 대부분 손님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시고 알아듣는다고 해도 당신의

목소리가 커지니 사정을 잘 모르는 손님들은 화를 내는걸로 오해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당연하게도 집안

에서는 아버지와 대화가 단절되고 성격은 괴팍해 지신다. 가족들 간에도 이렇게 외롭고 고립감을 느끼실텐데

살가운 아들이 못되다 보니 아버지에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ㅠ_ㅠ 

상황은 다르지만 아라이의 소외감과 고립감을 아버지도 느껴오셨을까?...작품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교하게 잘 짜여진 트릭을 갖춘 미스터리는 아니다. 그냥 읽다보면 대충 범인의 윤곽이나 상황 파악이 되는 

작품이다. 다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서사나 단순한 미스터리적 요소가 작가가 말하고 싶은바를 효과적으로 

보이는 수단으로 잘 맞아 떨어지는것 같아 좋았다.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궁극적 사랑과 희생이 주를 이루는데도 

신파적 요소 없이 담백하게 끝맺음 하여 너무 좋았다.(정과 한으로 점철된 신파가 없어 다행이더라...-_-;;) 

일반인이 농인에 대해 어떤 차별적 시각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농인들 사이에서는 그들만의 폐쇄적

이고 배타적인세계를 보여주면서 니편, 내편을 가르는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코다 아라이를 사이에 끼어 

넣음으로 자연스레 독자들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알려주는 작품 같다. 작가 후기에도 언급 했지만 이

작품이 농인들 뿐만 아니라 모든 소외된 자들의 숨겨진 데프 보이스를 들려주는 작품이 되길 희망한다고 하는데

그 희망대로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이라 생각된다. 





덧1 - 수화가 나라를 떠나 농인들의 공통언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라마다 수화 체계도 다르다고 한다. 일본만

      해도 수화 종류가 두가지나 있으니.....


덧2 - 다시한번 효도 해야 겠다고 맘먹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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