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 - 2023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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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 (2023년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16000원

페이지 - 259p

흥미로운 사연을 찾습니다

[불편한 편의점] 이후로 힐링물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와중에 [경성탐정 이상]시리즈에 이어 코지미스터리인 [서점탐정 유동인] 시리즈로 사랑받고 있는 김재희 작가가 과감히 힐링물 시장에 참전했다. 근래 인생네컷의 인기에 힘입어 무인 스티커 사진관이 여기저기 들어서고 있다. 작가는 사진관에 온 손님들이 자유롭게 쓸수 있는 펜과 수첩을 보고 이 작품을 떠올렸다고 한다. 손님들이 수첩에 적은 사연을 보고 주인과 오가는 필담속에 자연스레 고민이 해결되는 마법같은 사진관. 그곳이 바로 [무지개 무인 사진관]이다.

온갖 알바로 지칠대로 지친 수경은 우연히 들른 무인사진관에 놓인 수첩에 한탄 섞인 글을 늘어 놓는다. 알바사이트에서 매력적인 공고를 보았는데 이력서에 제출할 사진을 무료로 찍고 싶다는 것. 기대반 걱정반으로 다음날 무무사를 다시 찾은 수경은 뛸듯이 기뻐한다. 무무사 주인이 제안을 수락한다는 답글이 달린 것. 수경은 시간약속을 잡고 무무사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무무사의 주인인 중년 여성 연주를 만나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이루어진 챕터는 무무사와 인연을 맺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로 가득차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그녀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곁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이웃들(이혼위기에 처한 주부, 모솔남, 아흔살 노모의 생신상을 차리려는 딸 등등)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우리에게 녹아들어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회사에 들어오면 밤에 야근할 때 누가 부르거나 소리가 나도 절대 돌아보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화장실 물소리가 나면 바로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시급 15,000원의 매력적인 회사지만 그 아래 붙는 기묘한 조항들... 바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수경의 에피소드이다. 이 부분을 읽자마자 '나폴리탄 괴담'이 떠올랐다. 나폴리탄 괴담이란 사건의 전말을 숨기고 맥거핀만으로 독자를 상상하게 만들어 공포를 주는 괴담 장르인데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회사의 정체에 대해 상상력을 부채질한다. 물론 수경이 들어간 회사의 정체는 책으로 직접 확인하사길. ㅎㅎㅎ

그밖에 당근마켓으로 구매한 책상을 사고부터 악몽에 시달리고 재수가 없는 남자의 사연도 일상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개인적으로 오컬트로 시작하여 현실계로 풀어가는 이 두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밖에도 무무사를 운영하는 주인의 사연과 게임 캐릭터와 사랑에 빠진 초식남의 사연이 흥미로웠다.

어렵지 않고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그게 '김재희'작가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고.... 지금 이시간에도 완벽한 회복을 위해 노력중인 작가님의 완쾌를 바라며 계속해서 따뜻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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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아웃 특서 청소년문학 32
하은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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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아웃 (2023년 초판)

저자 - 하은경

출판사 - 특별한서재

정가 - 13500원

페이지 - 231p

세상이 급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가치

청소년을 위한 경성미스터리 [황금열광]으로 제2회 틴스토리킹 상을 수상했던 '하은경'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이번에는 장르를 완벽히 달리하여 청소년 SF로 돌아왔다. 백조와 같은 하얀 발레복을 입은 소녀가 그려진 표지만으로도 이 작품이 발레를 소재로 했다는 것을 알 수 가 있는데 발레와는 다소 동떨어진 SF라니. 과연 SF장르에 발레를 어떻게 녹여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유전자 조작기술로 인류는 꿈에 그리던 영생을 목전에 둔다. 또한 가정용 AI로봇이 그때그때 인간의 기분을 파악하여 대답할정도로 과학기술은 발전했다. 그런 발전된 세상에서도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여 아름다운 몸짓을 자아내는 발레는 많은 사람들의 열광을 받는다.

서울시립발레단의 촉망받는 소녀 제나는 무난히 '백조의 호수'의 지젤역을 따낸다. 그녀의 엄마도 손꼽히는 발레리나였기 때문인지 제나 역시 타고난 재능을 보이며 급성장해왔다. 다만 신이 내린 재능을 타고난 제나는 엄마의 강요에 의한 발레가 마음에 들지 않을 뿐. 별다른 노력없이 성과를 보이는 제나의 주변 사람들은 제나를 시기하고 질투한다.

시기와 질투 속에서 최고로 우뚝선 제나는 과연 행복할까?

작품은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첫번째로 부모의 기대 속에서 자신의 꿈을 접고 억지로 진로를 선택하는 본인의 행복도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재능이 없다면, 노력으로도 실력을 기대할 수 없다면 접는게 맞다. 하지만 신이 내린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곳에 관심을 두는 아이의 바램을 과연 나라면 들어줄 수 있을까? 약속된 미래의 성공을 부모로서 져버릴 수있을까? 꿈이라고 무조건 밀어주는게 진정 아이를 위한 걸까? 이 작품을 읽는 아이들은 당연히 제나에게 이입하겠지만 부모인 나로선 제나의 엄마 수연과 아빠에게 이입하게 되었다. 책을 덮는 결말까지 아이의 행복을 위한 선택에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두번째로 예술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의 주된 갈등으로 설정된 요소가 나노칩 시술이다. 신체에 나노칩을 시술할 경우 발레리나는 부상 위험이 극히 줄어들고 인체의 가용폭이 극대화되어 더욱 아름다운 춤을 출 수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립발레단의 서 단장은 인위적인 나노칩 시술을 부정하고 소위 순정(?)에 의한 발레만을 추구한다. 당연히 단원들은 끊임없는 연습과 부상의 위험 속에서 군무를 춰야만 한다. 달리기나 수영과 같은 기록운동이 아닌 예술의 영역인 발레에서 인체 시술은 과연 독이될지 득이될지 생각하게 된다. 고리타분한 노인네라서인지 서 단장의 생각에 어느정도 동조하게 된다. 인위를 배재한 오직 땀으로 만들어진 가치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라는 생각? ㅎㅎㅎ

작품을 보며 영화 [가타카]가 떠올랐는데, 작가노트를 보니 '낸시 크레스'의 [허공에서 춤추다]를 읽고 영감을 받았다고 쓰여있다. [허공에서 춤추다]를 읽지 못해 아쉽지만 책을 읽을 청소년 뿐만 아니라 아이를 둔 부모가 읽어도 아이의 입장에서 고심해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내 아이가 성장해 사회에 어떤 부분을 차지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물론 고소득 안정적인 일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밀어주겠다만, 아이의 희망을 오래도록 이야기하고 상의해주는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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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사전 Part 1 지옥사전 1
자크 콜랭 드 플랑시 지음, 장비안 옮김 / 닷텍스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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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사전 Part 1 (2023년 초판)

저자 - 자크 콜랭 드 플랑시

역자 - 장비안

출판사 - 닷텍스트

정가 - 22000원

페이지 - 350p

지옥의 모든 것을 담았다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자극하는 책이 출간됐다. 지옥의 모든 것을 총 망라한 그 이름하야 [지옥사전]! 오컬트 마니아들에겐 필구도서로 자리잡을 마니아들을 위한 책이 나온 것이다.

총 3권으로 나오게 될 지옥사전의 첫번째 책으로서 알파벳 A부터 E까지의 오컬트와 연관된 실로 방대한 단어들의 뜻풀이와 정의를 담아낸다. [기묘한 이야기]속에서 아이들이 부르짖던 '데모고르곤'이 무엇인지, [베르세르크]의 악의 씨앗 [베헤리트]는 또 무엇인지 한번쯤 궁금했을 법한 단어들을 이 [지옥사전]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책에 실린 방대한 삽화는 이해를 돕는 동시에 책을 읽는 독자들을 신비한 지옥의 세계로 안내한다. 1863년까지 발행된, 무려 160년이 된 책이라서인지 펴보는 것만으로도 신비의 세계로 접어드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사실상 오컬트 마니아 혹은 악마와 관련된 크리에이터들에겐 보물과 다름 없는 책이다. 아니, 책장에 꽂아놓고만 있어도 다크에너지를 무럭무럭 쏟아낼 것만 같다. ㅎㅎㅎ 이 책 직전에 읽은 [산괴]를 보며 저자의 집요함에 놀라움을 표했건만, 이 [지옥사전]은 무려 45년이란 시간동안 수천권의 도서들을 탐구하여 집필해낸 진정한 덕질의 집약체이자 위대한 결과물인 것이다. 사탄의 계시라도 받았던 것인가....



'영, 악마, 마법사, 지옥과의 교류, 점술, 사악한 저주, 카발라 및 기타 오컬트학, 경이, 사기, 다양한 미신 및 예언, 강신술의 실체 그리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경이롭고, 놀랍고,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잘못된 믿음에 얽매여있는 존재, 인물, 책, 사건과 사물들....'


이 사전속 내용을 토대로 꼭 흥미로운 오컬트 작품을 써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소장중인 [사타닉바이블](사탄의 성경)과 함께 오컬트 책장을 빛낼 책이 되리라. 꼭 시리즈 모두 출간되길 희망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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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 2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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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 2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2023년 초판)

저자 - 다나카 야스히로

역자 - 김수희

출판사 - 에이케이켜뮤니케이션즈

정가 - 17800원

페이지 - 272p

산괴가 돌아왔다

산에서 벌어지는 괴이를 집요한 탐사를 통해 소개했던 [산괴]의 2편이 출간됐다. 일본의 많은 산만큼 산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한 권으로 묶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터. 1권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이 2권에 담겨있다.

작년 7월에 이어 약간의 텀이 있어서인지 다시만난 [산괴 2]도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1권에 이어 도깨비물, 요괴 여우, 너구리 등이 얽힌 유사한 괴이들이 소개되기도 하지만 워낙 괴담마니아이기도 하거니와 1권에서는 소개되지 않았던 괴이들이 나열돼 충분히 흥미로웠다.

2CH 괴담을 즐겨본다면 익숙할 '가미카쿠시' 즉 산속에서 이유없이 행발불명되는 이야기를 잠시 소개해보자면, 산속에서 6세 남아가 실종된다. 마을 사람들은 산속을 이잡듯이 뒤지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한다. 그런데 다음날 수 키로미터는 떨어진 다른 산에서 멀쩡히 아이가 나타났다는 것. 더군다나 아이는 다친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고 한다. 신선의 나라에서 머물다 속세로 돌아오니 수십년이 지나있더라는 전래동화가 떠오르는 일화였다.

더불어 산에서의 요괴 목격담들도 흥미로웠다. 뱀의 형상을 한 '쓰치노코'나 미국의 원숭이를 닮은 사스콰치와 흡사한 '히바곤' 목격담들은 기존의 실체화되지 않았던 괴이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비슷한듯 다른 사연들과 괴이들. 책을 읽으며 산에 얽힌 신비한 세계로 떠나는 느낌을 가져다 준다.

책의 말미에 이런 말이 적혀있다.

'직접 마주쳤던 스스로가 가장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암시를 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신기한 '모노'를 보거나 신기한 일을 경험하면 사람은 누구나 불안해진다. 온갖 이유를 달아 신기한 일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철석같이 밑는다. 특히 가장 강한 것은 '착각이다'이다. 모든 것이 착각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 그렇게 느낀다, 그러니 실은 무서운 '모노' 따윈 절대로 있을리 없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자기암시가 기묘한 괴이들을 묻어버리고 있다는 말을 하는듯 하다. 비단 산 뿐만이랴. 우리가 있는 어느곳에서든 괴이는 존재하고 있으리라. 그저 아니라고, 착각이었다고 치부하고 있을 뿐. 괴이를 지켜내기 고군분투하는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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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카틀리포카
사토 기와무 지음, 최현영 옮김 / 직선과곡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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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카틀리포카 (2023년 초판)

저자 - 사토 기와무

역자 - 최현영

출판사 - 직선과곡선

정가 - 20000원

페이지 - 639p

연기를 토하는 거울

작년 22년 미스터리 랭킹을 석권한 [흑뢰성]에 가려 아쉽게도 2위에 머물렀던 비운의 주인공. 바로 이 작품 [테스카틀리포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뜻을 알 수 없는 낯선 제목과 다소 난해한 표지까지. 대부분 제목이나 표지를 통해 작품 대강의 분위기를 예상하게되지만 유독 이 작품만은 장르 그대로 딱 '미스터리'에 휩싸인 작품이었다. 그런만큼 국내에 이렇게 발빠르게 번역되어 나왔다는 것이 놀랍고도 반가웠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난 직후의 감정을 표현하자면 '처절하고 경이롭다'이다.

육백페이지라는 적지 않은 볼륨에 여백마저 거의 없는 빽빽한 텍스트로 가득한 이 책을 거의 3주는 꼬박 붙들고 있었던것 같다. 일본 미스터리를 읽어오면서 간결한 문장과 빠르게 치고 받는 대화체에 익숙한 나로선 작품에 대한 첫 인상은 상당히 곤욕스러웠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곤욕이 전복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빼곡한 텍스트 사이에서 고대 남미의 땅에 뿌리박고 살아왔던 아스테카 신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고 온 몸에 피를 흠뻑 뒤집어 쓴 파괴신 테스카틀리포가가 몸 밖에 나와서도 여전히 펄떡 거리는 심장을 하늘 높이 치켜든 채 살육의 노래를 읇조리는 듯한 환상이 펼쳐진다.

그렇다. 까마득한 고대와 현재를 잇는 잔혹한 폭력의 대서사시.

그것이 [테스카틀리포카]이다.

코시모.

마약 밀매상을 피해 고향 멕시코를 떠나 일본까지 흘러들어온 루시아는 일본 조직폭력배 고조를 만나 코시모를 잉태한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일본까지 건너왔건만 루시아가 꿈꾸던 안정은 멀기만 했다. 집안 사정은 점점 안좋아졌고 남편은 술에 찌들어 폭력을 휘둘렀으며 루시아는 아들 코시모를 방치한 채 마약에 중독된다. 농구에 빠져 매일같이 농구공을 들고 공원에 가던 코시모는 집으로 돌아와 커다란 소동을 목격한다. 아빠가 엄마의 손가락에 낀 반지를 억지로 빼려 하는 것이다. 부모의 싸움에 말려든 코시모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저지르고만다. 그의 나이 13살이었다.

발미로.

멕시코 거대 마약 카르텔로 군림하던 카사솔라스 형제중 둘 째인 발미로는 상대조직의 기습에 꼼짝 없이 도망자 신세가 되버린다. 아스테카 신을 섬기던 그의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모든 행동과 결정을 신의 뜻에 맡기던 발미로는 멕시코를 떠나 자카르타를 거쳐 일본에 다다른다. 일본땅을 밟던 그의 머리속엔 이미 일본에서의 새로운 비지니스와 세력을 불려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 피의 복수를 하겠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일본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믿을만한 조직원을 고르고 훈련시키던 그의 앞에 나타난 거대한 남자의 정체는.....

혹자가 콜롬비아 거대 마약 카르텔의 이야기를 다룬 인기 미드 [나르코스]를 이 작품에 비유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안타깝지만 [나르코스]를 보지 못해 비교해볼 수는 없었다. 다만 한국판 [나르코스]라는(물론 나르코스에 많이 모자라다는 평이 있지만) [수리남]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과의 비교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각 인물들의 서사에 집요하게 집착하는 면에서 [아이 앰 필그림]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마약 밀매상이 이야기를 이끄는 주축이고 그들의 수위 높은 잔혹한 범죄가 난무하지만 단순히 범죄자와 이를 저지하려는 자의 숨막히는 서스펜스가 전부는 아니다.

'전쟁의 신까지도 초월하는 그 신의 숨겨진 진짜 이름을. 코시모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테스카플리포가 (연기를 토하는 거울)

'향과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 희생제물의 심장, 모든 것은 그를 위한 것이었다.'

_484p

세기를 이어 내려오는 인간의 폭력성을 우리에게 다소 낯선 아스테카 신화를 통해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일족의 안녕을 위해 살아있는 제물의 심장을 바치는 고대인들과 쾌락을 위해 어린아이들을 희생제물로 바치는 현대의 범죄자들이 묘하게 대조된다. 테스카틀리포카를 추종하는 발미로와 테스카틀리포카의 현신인 코시모가 가족으로 묶이는 과정 또한 운명적이다.

사실 백마디 말은 필요 없다. 일단 작품을 읽는 순간 파괴신의 힘에 압도돼버릴 테니 말이다.

선 굵은 남미의 범죄에 일본의 집요한, 집착적인 디테일이 첨가되어 영미권 범죄물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의 작품이 탄생했다. 더군다나 작가는 순문학도로 데뷔하여 불과 3년의 자료조사만으로 이런 작품을 써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관의 비운의 작품이라는 말이 너무나 와닿는다. 이제껏 봐왔던 일본 미스터리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지평을 여는 범죄소설이었다.

아직 풀지 못한 코시모의 이야기를 좀 더 보고 싶다는 바램은 나뿐만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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