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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아웃 ㅣ 특서 청소년문학 32
하은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3월
평점 :
턴아웃 (2023년 초판)
저자 - 하은경
출판사 - 특별한서재
정가 - 13500원
페이지 - 231p
세상이 급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가치
청소년을 위한 경성미스터리 [황금열광]으로 제2회 틴스토리킹 상을 수상했던 '하은경'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이번에는 장르를 완벽히 달리하여 청소년 SF로 돌아왔다. 백조와 같은 하얀 발레복을 입은 소녀가 그려진 표지만으로도 이 작품이 발레를 소재로 했다는 것을 알 수 가 있는데 발레와는 다소 동떨어진 SF라니. 과연 SF장르에 발레를 어떻게 녹여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유전자 조작기술로 인류는 꿈에 그리던 영생을 목전에 둔다. 또한 가정용 AI로봇이 그때그때 인간의 기분을 파악하여 대답할정도로 과학기술은 발전했다. 그런 발전된 세상에서도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여 아름다운 몸짓을 자아내는 발레는 많은 사람들의 열광을 받는다.
서울시립발레단의 촉망받는 소녀 제나는 무난히 '백조의 호수'의 지젤역을 따낸다. 그녀의 엄마도 손꼽히는 발레리나였기 때문인지 제나 역시 타고난 재능을 보이며 급성장해왔다. 다만 신이 내린 재능을 타고난 제나는 엄마의 강요에 의한 발레가 마음에 들지 않을 뿐. 별다른 노력없이 성과를 보이는 제나의 주변 사람들은 제나를 시기하고 질투한다.
시기와 질투 속에서 최고로 우뚝선 제나는 과연 행복할까?
작품은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첫번째로 부모의 기대 속에서 자신의 꿈을 접고 억지로 진로를 선택하는 본인의 행복도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재능이 없다면, 노력으로도 실력을 기대할 수 없다면 접는게 맞다. 하지만 신이 내린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곳에 관심을 두는 아이의 바램을 과연 나라면 들어줄 수 있을까? 약속된 미래의 성공을 부모로서 져버릴 수있을까? 꿈이라고 무조건 밀어주는게 진정 아이를 위한 걸까? 이 작품을 읽는 아이들은 당연히 제나에게 이입하겠지만 부모인 나로선 제나의 엄마 수연과 아빠에게 이입하게 되었다. 책을 덮는 결말까지 아이의 행복을 위한 선택에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두번째로 예술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의 주된 갈등으로 설정된 요소가 나노칩 시술이다. 신체에 나노칩을 시술할 경우 발레리나는 부상 위험이 극히 줄어들고 인체의 가용폭이 극대화되어 더욱 아름다운 춤을 출 수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립발레단의 서 단장은 인위적인 나노칩 시술을 부정하고 소위 순정(?)에 의한 발레만을 추구한다. 당연히 단원들은 끊임없는 연습과 부상의 위험 속에서 군무를 춰야만 한다. 달리기나 수영과 같은 기록운동이 아닌 예술의 영역인 발레에서 인체 시술은 과연 독이될지 득이될지 생각하게 된다. 고리타분한 노인네라서인지 서 단장의 생각에 어느정도 동조하게 된다. 인위를 배재한 오직 땀으로 만들어진 가치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라는 생각? ㅎㅎㅎ
작품을 보며 영화 [가타카]가 떠올랐는데, 작가노트를 보니 '낸시 크레스'의 [허공에서 춤추다]를 읽고 영감을 받았다고 쓰여있다. [허공에서 춤추다]를 읽지 못해 아쉽지만 책을 읽을 청소년 뿐만 아니라 아이를 둔 부모가 읽어도 아이의 입장에서 고심해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내 아이가 성장해 사회에 어떤 부분을 차지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물론 고소득 안정적인 일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밀어주겠다만, 아이의 희망을 오래도록 이야기하고 상의해주는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