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룡경찰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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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룡경찰 (2017년 초판)

저자 - 쓰키무라 료에

역자 - 박춘상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65p




잊고있던 이족 보행병기의 투혼을 보다




장르전문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새로운 브랜드 LL(Light Literature) 시리즈를 런칭했다. 아무래도 NT노벨을

위시로 하는 라이트 노벨 시장을 노리고 새롭게 마케팅에 뛰어든것 같은데, 장르명가 황가에서 엄선한 작품

들이니 기본 퀄리티 이상의 작품이 출간될 것임은 명약관화 일테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숨겨진 걸작들을 만날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테니 두팔 벌려 환영하는 바이다. 그렇게 첫번째 LL

시리즈로 3편의 작품이 출간되었고, 이 작품은 빛을 본 LL시리즈중 한권이다. 본격 SF 메카닉 경찰 추리물로

2010년 작가의 첫 등단작으로 선보인 이작품은 [패트레이버]와 같이 파워수트를 입은 이족 보행병기로 범죄

를 진압하는 경찰 특수부대의 이야기를 매우 빠르고 강렬하게 펼쳐내 그동안 잊고있던 이족 보행병기의 혼을

새롭게 불싸지르게 만든 작품이었다.(도대체 어디서 꼭꼭 숨어있다가 이제서야 나온 것이냐?!!!) 아무래도 

메카닉 애니로 익숙한 일본의 작품이다 보니 역동적인 장면들이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장면으로 대체되는 듯 

머리속에 펼쳐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메카닉 덕후...그중에서도 파워수트 덕이라면 이 작품은 그야

말로 덕심을 충만하게 채워주는 취향저격의 작품일 것이다. 





경찰의 고질적 문제인 경계 권역 내 발생된 범죄사건에서 두 지구의 경찰들이 안일하게 대처하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성난 민심을 재우기 위한 자성의 의미로 정부는 경시청 아래 특수부대 창설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다. 기존 기갑부대 SAT가 있음에도 경찰청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별동 부대를 창설한 것인데, 이 특수부대는

기존 경찰인력을 차출하여 수사원을 채우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병기를 사용한 범죄를 진압하기 위해 최신기술로

무장한 이족보행병기 '드래군' 3기를 배치하게 된다. 외인부대의 창설에 따른 기존 경찰과의 불화는 깊어져만

가는 와중에 한통의 아시아계 외국인이 총기를 소지했다는 신고전화가 경찰서로 걸려오고 두명의 경찰이 탄

순찰차가 신고 현장으로 향한다. 신고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을 향해 튀어 나온것은 중국 군용 이족보행병기

홉고블린 3기....홉고블린에 무참히 밟힌 순찰차는 형체를 알 수 없게 찌그러지고 그 안의 경찰은 즉사한다.

대낮에 민간인을 학살하며 도심을 질주하는 홉고블린 3기를 저지하기 위해 특수부대의 드래군이 출동하는데.....





처음엔 [패트레이버]의 잉그람을 상상하며 읽었는데, 9m의 잉그람에 반해 이 작품의 병기는 3m 내외로 아무래도

[엣지 오브 투머로우]에서의 파워 수트 보다 조금 더 커다란 병기 인듯 하다. 이 파워수트 형의 병기간의 백병전

이 이작품의 백미로 거침없는 현실적인 정밀하고 세밀한 묘사가 일품이었다. 인간은 비벼보지도 못할 살상력과 

파괴력을 가진 병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 또한 조작 레버를 통해 기동하는 기존 병기와 달리 뛰어난 

생체공학 기술로 조종사의 척수를 통해 인지능력이 병기에 바로 적용되는 '드래군'의 신기술은 조종사의 정신적 

신체적 데미지로 인해 한시적으로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제약이 적용되는데, [에반게리온]의 배터리 제약이나 

메카닉물의 흔한 변신시간 제약처럼 초월적 능력이라는 잠금장치의 해제와 그에 따른 제약 조건은 익숙하면서도 

재미를 위해 빠질 수 없는 조건이기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런 비밀에 휩싸인 드래군 3기의 

병기도 매력적이지만, [에반게리온]의 수장 '아카리 겐도'처럼 내내 포커페이스로 시가만 뻑뻑 피는 '오키쓰'특수

부장을 필두로 드래군 3기에 탑승하는 용병과 이하 수사원 등등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개성 넘치는 

매력을 뿜어낸다. 




이 작품은 뻥뻥 터지고 잘리고 썰리는 화끈한 메카닉 SF인 동시에 범인을 추적하고 경찰이라는 관료 사회의 어두운 

병폐를 꼬집는 사회파 추리물로서의 면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철옹성 같은 경찰 관료사회 안에서 용병을 고용한 

특수부대의 존재는 그들에겐 받아들일 수 없는 조직으로서 엄청난 멸시와 증오를 쏟아낸다. 같은 경찰임에도 특수

부대의 수사를 오히려 방해하는 융통성 없는 관료 사회를 꼬집으며 경찰 간부들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통한 정치

질도 상당 부분 할애된다. 파워수트라는 SF적 요소 외엔 경찰 추리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SF와 현실 반영의 적절한

조합은 극강의 시너지를 내면서 진중한 엔터테인먼트 장르로서의 재미를 톡톡히 보여준다. 그동안 파워수트 덕후로서 

파워수트를 소재로 하는 [스타쉽 트루퍼스], [아머], [노인의 전쟁], [All You Need Is Kill]등의 주옥같은 SF작품

들을 봐왔지만 그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건 무조건 애니메이션화 되야 되는 작품이고, 어서

빨리 후속작 [기룡경찰 - 자폭조항], [기룡경찰 - 암흑시장]이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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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복수의 밤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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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복수의 밤 (2017년 초판)
저자 - 야쿠마루 가쿠
역자 - 김성미
출판사 - 북플라자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10p

 

 

아기다리고기다렸던 야쿠마루 가쿠 신작

눈빠지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기다리기 지칠뻔할때
나온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기다렸던 복수의 밤

 

 

얼마전 [돌이킬 수 없는 약속]으로 무심코 저지른 약속 때문에 인생이 뒤틀려버린 한 인간과 주변인들의
엇갈린 인생을 설득력있는 문체와 치밀한 스토리로 그려 베스트셀러에 올린 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신작
이 출간 되었다. 보기만 해도 눈조자 마주치기 힘들 정도의 살벌한 표지와 함께 우연찮은 행동으로 인해
자신과 주변인의 인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뀌어 버린다는 작품의 플롯을 보고 다시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짜릿한 반전의 묘미를 느끼고 싶어 근질거리던중 서평 카페에 이 작품의 서평 기회가
왔고 운좋게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항상 무지막지한 분량을 자랑하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신작은
얄쌍한 삼백페이지 초반!!! 삼백페이지에 군더더기 없이 아주 쫀쫀하게 이야기를 집약 시키고 의문과 궁금
증을 증폭시키다 막바지엔 눈시울을 붉히는 감동 어린 반전까지 때려박으니...정말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만드는 극강의 가독성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페이지 터너 휴머니즘 반전 드라마였다. ㅠ_ㅠ

 

 

양아치로 살며 쉴새없이 죄를 짓고 교도소를 들락거리다 예순줄을 바라보는 나이에 출소한 가타키기 타츠오는
항상 출소후 들르는 선술집 기쿠야에서 주인 기쿠치에게 출소를 알리며 맥주를 청한다. 얼굴의 한쪽 면을
표범 무늬로 문신을 하고 왼손을 절단되 의수를 낀 가카기리의 출현에 술을 마시던 손님들은 서둘러 자리를
피하고 기쿠치는 내심 이런 상황이 불편하게 느낀다. 몇일 뒤 기쿠야에 양복을 입은 손님이 찾아와 가타기리
를 찾고, 기쿠치는 그 손님이 가타기리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라는것을 알게된다. 변호사는 가타기리가 출소
직후 자신을 찾아와 다음번에도 잘 부탁한다는 묘한말을 하고 사라진것에 마음이 걸려 가타기리를 찾아 왔다
는것....누가 봐도 다음 범죄를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던진 가타기리를 설득하기 위해 기쿠야를 찾아온 변호
사는 자신의 연락처를 기쿠치에게 남기고 돌아간다. 다음날 가타기리는 매춘부와 함께 기쿠야를 찾는데..... 

 

 

성실하던 가타기리는 왜 지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가?...얼굴의 문신의 이유는?...가타기리의 헤어진 아내
와 딸의 행방은?....출소한 그가 계획하는 범죄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흩뿌리면서 가타기리를 제외한 주변인
5명이 바라보는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서서히 그 무겁고 어두운 질문의 해답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게
만든다. 워낙 폭주 기관차 처럼 밀어 붙이듯 몰아치는 전개와 짧은 호흡으로 내달려 중도에 책을 덮을수도 없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붙들고 있도록 휘몰아치는 작품이다. 철저히 주변인의 시선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결말 직전
까지도 가타기리의 행동의 목적이 무엇인지 작품속 주변인조차 궁금해 하고 함께 읽는 독자도 궁금증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자에게 복수 하기 위해 자신의 반생을 교도소에 바치고 자신의
딸에게 조차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남에게 넘기는 가타기리의 절치부심은 읽는 이로 하여금 깊이를 알 수 없는
고독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가타기리라는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을 느끼게 만든다. 용서를 통해
딸과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지독한 복수의 길을 택한 주인공의 선택과 의지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외골수에 한가지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지고지순함이 묻어있어 결말에 대해 더욱 가슴을 후벼파게 만든다....
복수 밖에 모르는 바보...ㅠ_ㅠ

 

 

매 작품마다 복수와 용서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난제를 이렇게 다양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가의
스토리 텔링에 매번 놀라게 된다. 그렇게 고대하고 기다렸던 복수의 그날 밤...가타기리의 마지막 선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복수에 눈이 먼 외로운 야수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을 목숨바쳐 열렬히 사랑했던 인간으로
매듭지을 수 있어 다행이다. 
그나저나 사족이만....표지의 살벌한 모습이나 작품속 가타기리의 외형 묘사나 츤데레 타입의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를
보자니 이건 영락없이 [내부자들]에 출연했던 이병헌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_-;;;; 만약 한국에서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면무조건 이병헌이 연기 해야될 정도로 내내 이병헌의 모습을 떠올리며 작품을 읽었다. (표지의 살벌한
야쿠자 같은 모습 보다 병헌 리가 더 어울리는듯...-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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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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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2017년 초판)

저자 - 배명훈

출판사 - 북하우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25p




독특하다. 신박하다. 개성적이다. 




배명훈 작가의 따끈 따끈한 신작이 나왔다. 그동안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단편으로만 접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읽는 장편이 이 작품이 되었다. 어쩌다 보니 [부유하는 혼], [괴담의 테이프]에 이어 이번 

작품도 빙의라는 심령 현상과 관련된 작품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_- 다만 같은 심령 현상이 소재이지만

앞선 두 작품과 이번 작품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라서 전혀 새로운 느낌의 작품으로 읽어 낼 수 있었다. 

작가의 트윗에서 지난 겨울 눈 덮인 소백산 천문대에서 이 작품을 탈고 했다고 하는데, 첫 도입부 부터 눈

덮인 천문대가 그려져 트윗 사진이 자연스럽게 매칭되었다. 머....사진 같은 적막한 곳에서라면....고시 공부

라도 할 수 있을듯...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고학과 심령학이 합쳐진 고고심령학이라는 독특하고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켜 이야기를 끌어가니 빙의라는 익숙한 소재임에도 독특하고 개성적인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할 

수 있던것 같다.



살짝 설정을 들여다 보자면 고고심령학은 주류 학문으로 인정받진 못하지만 영감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심령현상을 관찰하여 그 현상속에서 고고학적 가치를 찾는 것을 말한다. 흥미로운건 심령현상속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제령행위가 아니라 퇴마나 제령행위 없이 고고학적 사실만을 연구한다는 설정이다. -_- 작품속 

언급되는 예인데, 20층 부터 3층까지 매번 추락하는 혼령이 건물에 출현하는데, 고고심령학자들이 출동하여

하는일은 추락하는 혼령을 보고 그가 입은 의복을 스케치하여 혼령이 생존했던 시대의 의복 스타일을 고고학

적 관점에서 연구한다는 것이다... 그 혼령이 왜 건물에서 떨어지는지, 왜 20층부터 3층까지 출몰하는지는 

관심대상이 아니란 것이다..-_-;;; 심령현상이 수반되지만 정말로 학문으로서 접근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에 작품을 읽다보면 학술지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체계적이며 분석적이다. 자칫 딱딱하고

지루한 작품이라 오해할지도 모르겠다만 개인적으론 독특하고 차별적인 설정의 배명훈 월드에 빠져들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저명한 고고심력학자 문박사가 죽고 그의 가장 가까운 조수인 은수는 고고심력학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박사의 요청으로 천문대에 위치한 문박사의 서재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한다. 그러던 중 서울 한복판에 

일정 시간동안 30미터 높이의 성벽이 출몰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확인결과 성벽 발생은 혼령이 성벽에 깃든

심령현상임이 밝혀진다. 대규모 심령현상의 발생에 따라 이박사를 중심으로한 TFT팀이 꾸려지고 은수를 비롯해

요새빙의 전문가인 파키노티 박사는 독자적으로 서울의 요새빙의 현상을 파헤친다. 점차 성벽의 발생 횟수가

잦아지면서 수십명의 투신자살자가 발생되는등 요새빙의 현상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됨을 인지하면서

상황은 급변하는데.....




서울 빙의 라는 문제를 풀기위해 고대 장기속 기물인 코끼리의 정체, 구전 노래의 몬데그린 현상, 일제시대

경성의 지도 등등 퍼즐처럼 나열된 단서들을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파헤치고 연구하다 보면 어느새 흩어져 있던

퍼즐은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고 마침내 문제의 해답을 얻게 된다. 그런데 이 단서들을 파헤치는 일련의 과정

들이 지적 유희를 자극하는 '알쓸신잡'급이라서 알아봐야 쓸데 없지만 전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와 개념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넋놓고 빠져드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특히 장기와 체스에 관한 이야기들은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허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흥미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여태껏 '장이야', '멍이야' 거리며 그냥 두기만 

했지 각 기물들에 대한 의미와 숨겨진 이야기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_- 어찌보면 심령 현상보다 장기 

이야기의 분량이 더 많을 정도니....당연히 없겠지만 장기나 체스를 둘 줄 모르면 이 작품에 대한 재미를 100% 

느끼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김보영 작가의 [저 이승의 선지자]도 그렇고 이번 [고고심령학자]도 그렇고 SF와 SF와는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심령현상이 믹스되는 작품들이 속속 선보이는데 이질적인 외국과는 다른 익숙한 느낌의 동양적 심령에 

대한 정서와 SF의 조합이 독특하고 신박하고 개성적으로 느껴져 개인적으론 좋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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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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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2017년 초판)
저자 - 미쓰다 신조
역자 - 현정수
출판사 - 북로드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19p

 

죽음의 목소리


오랜만에 선보이는 '미쓰다 신조'의 괴담집이 출간되었다. 올만의 괴담집에 반가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3년전 출간됐던 작가의 괴담집 [붉은 눈]이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 기대 이하
였기 때문이다...ㅠ_ㅠ 흉가나 고스트 스팟에 얽힌 괴담으로만 엮인 [붉은 눈]은 공포스럽지도 않거니와
반복되는 소재로 인해 식상함 마저 느꼈던지라 정말 별로였었다...(작가의 흉가에 대한 집착과도 같은
선호는 그의 다른 작품 [기관], [작자미상], [흉가]시리즈 등에서도 알 수 있을것 같다.) 당시 [붉은 눈]의
포스팅 때도 말했었지만, 흉가나 고스트 스팟이라는 소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소재에서 작가의 특기인
작가가 직접 이야기에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어가는 메타픽션, 혹은 다중식 액자구성의 괴담을 써내면 대박
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는데....드...디...어... 그런 괴담집이 출간된 것이다! -_- 일단 괴담은 도시
전설 이나 특정 지역에 유행했던 괴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고 일본과 이웃한 한국은 이런 일본 괴담의 수입이
빠르기에 일본의 괴담집을 읽다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나 자가복제 느낌의 이야기들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괴담의 테이프]는 일단 자살 직전에 녹음된 망자의 목소리라는 참신한 소재가 눈에
띄었고, 이후 이어지는 괴담 체험자의 녹취 테이프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성도 신선한 느낌이라 좋았다고
생각된다.

 

작가의 여타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괴담집은 6편의 단편 사이에 서장, 막간1, 막간2, 종장의 짧은 분량으로
작가가 직접 등장하여 이번 괴담집을 쓰게 된 사연이나 각 괴담을 쓰게된 계기와 설명 등이 실려있다.
작가나 편집자등의 실명이 거론되어 [작자미상]같이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 처럼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체험담을 옮겨 놓은 것 같은 사실성이 가미되어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현실적 공포를 극대화 시킨다.
여타 괴담집에선 다른거 다 생략하고 딱 괴담 본론부터 시작되는게 대부분인데 미쓰다식 작가의 개입은 물론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론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 좋게 생각하는 편이다.
머...이런거 저런거 다 차치하고 일단 괴담집은 무서워야 하는데 일단 이번 괴담집은 공포작품이란 기본에
충실하게 무서웠다. (그동안 수십년 동안 읽었던 공포의 내공 때문인지 아~주는 아니고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공포스러웠다.) 특히나 이야기 속에,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진행되는 다중 액자식 구성의 단편이 몇몇 있는데
읽을수록 깊고 깊은 심연의 공포 세계로 빠지는 기분이 들게 만들어 다른 괴담집과는 차별화된 구성이 돋보였다.

 

친절하게도 뒷표지에 각 단편의 간략 줄거리를 소개하고 있기에 줄거리 생략하고 각 단편의 느낀점만 적어본다.

 

1. 서장
미쓰다 신조와 편집자, 편집자의 상사가 만나는 자리. 각 단편의 배치에 대해 논의하던 중 편집자가 겪은 괴이
를 이 괴담집에 실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미쓰다월드의 특기인 작가 개입 부분...

 

2.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
읽으면서도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생을 마감할때 유서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핸드폰 동영상이나 캠코더 같은 영상 매체가 아닌 녹음 테이프라는
아날로그적 감성도 상상력을 증폭시켜 좀 더 공포스럽게 만드는 장치가 아닌가 싶다. 이 단편에 실린 3명의
자살자들의 테이프에 녹음된 괴이현상도 상상력을 자극해 좋았다.

 

3. 빈집을 지키던 밤
많은 돈을 줄테니 빈집을 지켜달라는 소재의 공포 단편은 이전에도 약간씩 설정은 다르지만 많이 다뤄져 왔던
소재라고 생각된다. 익숙하면서도 식상하지 않은 작가의 몰아치는 스피디한 전개가 좋았다. 사실 이런 식의
다층 주택에서 괴이한 존재를 피해 쫓기는 설정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기관]이나 [흉가]에서도 다뤘던 장면
인데....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섭다...ㄷㄷㄷ

 

4. 막간1
이 괴담집의 탄생 배경과 괴담집의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작가가 모은 괴담 체험 테이프를 편집자가 전달받는
상황이 설명된다.

 

5. 우연히 모인 네사람
서로 일면식이 없는 네 사람이 주선자를 통해 등산을 가게되는 상황. 정작 주선자는 참석하지 못하고 남은
네명의 낯선 사람이 산행을 하면서 겪는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지는...머...네 사람중 한명은 분명 이세상 사람
이 아니거나 주선자는 저세상에 있기 때문에 참석 못했을 것이라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플롯이긴 한데, 매력적인
설정으로 역대급 공포를 선사하리라 믿었는데.....미쓰다 월드에 항상... 언제나 빠짐 없이 등장하는 한자 뜻음
풀이 작품이 이 단편일 줄이야....ㅠ_ㅠ....미쓰다 작품을 보면 항상 말하지만 한국사람으로선 전혀 공감가지
않는 한자풀이 공포는 이제 그만...-_-;;;;

 

6. 시체와 잠들지 마라
무려 4중 액자식 구성의 단편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깊어지는 백일몽 식의 순환 구성도 좋았고 환상과
공포가 잘 어우러져 좋았다. 끝없이 반복되는 깨지 않는 악몽을 꾼것 같은 단편이다. [기묘한 이야기]혹은 [환상
특급]류의 영상화 하면 딱 좋을것 같은 단편

 

7. 막간2
괴담 테이프를 듣던 편집자가 경험한 괴이에 대한 이야기. 위험을 느낀 작가는 편집자에게 더이상의 테이프를 듣지
말것을 요청하고 테이프 회수를 부탁한다.

 

8. 기우메 : 노란 우비의 여자
빨간 마스크, 쿠네쿠네 등의 실체를 가진 존재를 만나고 벌어지는 기괴한 일에 대한 미쓰다식 도시괴담이다. 기분
나쁜 불쾌함을 선사하는 표지의 노란 우비의 모델이 이 단편의 기우메이다. '눈을 마주치지 마라', '돌아보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같은 괴담속 금기를 어긴 자가 겪게되는 익숙한 설정의 이야기 이다.

 

9. 스쳐 지나가는 것
누가 놓은것인지 모를 문앞에 놓인 작은 화병에 꽃힌 들꽃 한송이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괴이가 점차 나와 가까워
지면서 거듭되는 반복에 따라 점차 숨막히듯 옥죄는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연히 발견한 불길한 징조와             
그와 동시에 시작되는 미스터리한 일들의 이야기
  


10. 종장
편집자가 괴담 테이프를 모두 작가에게 반납하면서 편집자가 겪던 괴이현상은 끝난듯 보였지만.....그걸로 끝난게
아니었다?!!! 연락이 끊긴 편집자의 행방은?....

 

무더운 장마가 끝나고 어느덧 입추가 지나 야밤엔 서늘한 바람이 불어 쌀쌀함 마저 느껴지는 날씨에 이 작품을
읽으니 늦더위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오싹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표지가...-_-;;;; 이거 원...어두운 방에
놓고 한번씩 눈길이 갈때마다 흠칫 놀라게 만드는 표지라서 웬만하면 뒤집어 놓고 있게 만들더라는....ㅠ_ㅠ
오랜만에 만난 좋아하는 작가의 썩 마음에 드는 괴담집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며 읽을 수 있었다. (공포 단편집을
즐겁게 읽었다는게 웃기긴 하지만....) 이정도 퀄리티로만 공포 단편집을 내줘도 무조건 구매해 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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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틸라 2017-08-26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모인 네사람‘ 의 스포일러가 있네요....
제발 글 수정하시거나 삭제해주시기 바랍니다.
 
부유하는 혼
황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부유하는 혼 (2017년 초판)

저자 - 황희

출판사 - 해냄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76p

 


섣불리 생을 끊으려 하지 마라

이계의 다른 존재가 그 틈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전 사이코 파워로 불특정 다수에게 빙의하여 자살로 이끄는 '스티븐 킹'의 작품 [엔드 오브 왓치]

를 읽었었는데, 이번엔 본격적으로 빙의를 소재로 하는 본격 심령 미스터리 공포물 [부유하는 혼]이다.

그동안 공포 영화나 소설등을 통해 빈번하게 다뤄진 소재인 만큼 이 식상할 수도 있는 빙의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낼지 내심 궁금했는데, 빙의와 유착이라는 두가지 개념으로 나름 설

득력 있게 이야기를 끌어내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큰 틀을 이루는 개념인 빙의와 유착의

차이점을 보자면


빙의 : 혼령이 이승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타인의 육신을 빌려 타인의 인생을 훔쳐 살아감,

       혼령과 육신의 영과의 이질감으로 주변인이 알아 챌수도 있다.

유착 : 혼령이 이승의 기억을 지운체 타인의 육신에 들어가 타인의 인생을 이어 살아감

       정상적으로 유착 됐을 시 육신의 인생을 이어가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됨

       유착이 불안정하게 됐을 시 영과 육신의 거부반응으로 정신착란이 발생 하거나 자살에 이르게 됨


이 두가지 개념으로 여러 육신과 혼령들이 한데 엉켜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한가닥 한가닥 풀어나가듯

진행된다. 빙의라는 기존의 개념에 유착이라는 작가의 새로운 설정을 덧입힌것 같은데, 사실상 유착은

영의 기억이 사라진체 본체의 혼령이 빠져나간 틈을 타 들어간 육신의 생을 이어간다면 환생의 개념과 

다를바 없는것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나 이 유착이라는 맹점을 통해 갈등과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일본에서 유명한 미스터리 작품을 쓰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를 탄 한국 혼혈의 여류작가 미야베

라이카는 후쿠시마 지진을 직접 겪으며 주변인으로 부터 이유없이 혼혈로 인한 암묵적 차별과 멸시를 받게

되어 딸을 데리고 도망치듯 한국으로 정착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알츠하이머가 진행되고 딸 희주의 

보살핌을 받는 노망난 할매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한편 정신병원에서 탈출 환자를 잡는 일을 하던 곽새기

에게 부모를 잃고 자신을 곽새기의 죽은 아내인 수인이라 부르며 잡으려 하는 그를 피해 동생 나영과 도망

다니는 미주는 하루 오천원 하는 여인숙에서 곽새기의 눈을 피해 숨죽여 살면서 먹고 살기 위해 직업알선

업체에 입주 도우미를 신청한다. 알선업체에서 치매 노인의 집으로 입주 도우미로 연락처와 집주소를 알려

주고 주소를 따라 찾아가보니 미야베 라이카의 집이더라......

 

영이 떠나게 되는 사망의 시점을 정확히 알게 되면 육신의 본령이 떠난 시점을 틈타 타인의 육체를 차지하

게 된다는 이 이야기는 냉혹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살 시도를 하는 자살율 1위의 한국에서는

상당히 오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자살 시도를 했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대부분 저승에서

육신을 차지한 다른 혼령들일수도 있다는 것이다...ㄷㄷㄷ.-_-;;; 작품에서도 언급되지만 매주 일요일 방영

되는 오컬트 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서도 나왔던 죽음의 사선을 넘었다 돌아온 사람들이 전과는 다른 인격

을 보이거나 전혀 배운적 없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구사 하거나 다른 사람의 개인적 기억을 떠올리는 등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이 작품에서는 다른 혼령의 빙의에 의한 것이라 말한다.(나 역시 과학적 규명은 어렵

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빙의 사례가 이정도니....유착이라면 이루 셀 수 없는 혼령들이 

다시 생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겠지....

 

작품은 심령 미스터리 답게 빙의 외에도 익히 알려진 엑토플라즘이나 유체이탈, 영매, 심령사진등 오컬트적 

소재들을 사용하여 이승과 저승의 세계를 한층 다양하게 그려내려 한다. 다만 앞서 말했지만 여타 매체에서 

자주 다뤘던 개념들이다 보니 대충 예상 가능 하다는 점이 아쉽다. 그리고 뜬금없는 인물의 등장이나 전개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띄어 아쉬운 부분이다. 사실상 한국과 일본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

되는데 혼령은 시공간을 초월해 동시성을 지닌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일본의 이야기를 집어 넣은건지 모르

겠지만 개인적으론 일본의 이야기는 통째로 들어내도 스토리상 지장이 없을 정도로 불필요해 보였다. 

어쨌던 [바디 스내처], [인베이젼]이 연상될 정도로 육신을 뺏으려는 자와 빙의의 비밀을 캐내려는자, 어떻게

든 참혹한 현실에서도 생의 의지를 불태우는 자들이 얽히고 설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흥미를 유발한다. 

(워낙 이런 오컬트물을 좋아해서 인지는 몰라도 재미있게 읽었다.)

 

 

정신 빼놓고 살다가 저승에서 온 혼령에게 육신 뺏기지 말고 항상 정신 바짝 차리고 살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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