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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룡경찰 ㅣ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평점 :
기룡경찰 (2017년 초판)
저자 - 쓰키무라 료에
역자 - 박춘상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65p
잊고있던 이족 보행병기의 투혼을 보다
장르전문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새로운 브랜드 LL(Light Literature) 시리즈를 런칭했다. 아무래도 NT노벨을
위시로 하는 라이트 노벨 시장을 노리고 새롭게 마케팅에 뛰어든것 같은데, 장르명가 황가에서 엄선한 작품
들이니 기본 퀄리티 이상의 작품이 출간될 것임은 명약관화 일테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숨겨진 걸작들을 만날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테니 두팔 벌려 환영하는 바이다. 그렇게 첫번째 LL
시리즈로 3편의 작품이 출간되었고, 이 작품은 빛을 본 LL시리즈중 한권이다. 본격 SF 메카닉 경찰 추리물로
2010년 작가의 첫 등단작으로 선보인 이작품은 [패트레이버]와 같이 파워수트를 입은 이족 보행병기로 범죄
를 진압하는 경찰 특수부대의 이야기를 매우 빠르고 강렬하게 펼쳐내 그동안 잊고있던 이족 보행병기의 혼을
새롭게 불싸지르게 만든 작품이었다.(도대체 어디서 꼭꼭 숨어있다가 이제서야 나온 것이냐?!!!) 아무래도
메카닉 애니로 익숙한 일본의 작품이다 보니 역동적인 장면들이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장면으로 대체되는 듯
머리속에 펼쳐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메카닉 덕후...그중에서도 파워수트 덕이라면 이 작품은 그야
말로 덕심을 충만하게 채워주는 취향저격의 작품일 것이다.
경찰의 고질적 문제인 경계 권역 내 발생된 범죄사건에서 두 지구의 경찰들이 안일하게 대처하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성난 민심을 재우기 위한 자성의 의미로 정부는 경시청 아래 특수부대 창설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다. 기존 기갑부대 SAT가 있음에도 경찰청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별동 부대를 창설한 것인데, 이 특수부대는
기존 경찰인력을 차출하여 수사원을 채우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병기를 사용한 범죄를 진압하기 위해 최신기술로
무장한 이족보행병기 '드래군' 3기를 배치하게 된다. 외인부대의 창설에 따른 기존 경찰과의 불화는 깊어져만
가는 와중에 한통의 아시아계 외국인이 총기를 소지했다는 신고전화가 경찰서로 걸려오고 두명의 경찰이 탄
순찰차가 신고 현장으로 향한다. 신고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을 향해 튀어 나온것은 중국 군용 이족보행병기
홉고블린 3기....홉고블린에 무참히 밟힌 순찰차는 형체를 알 수 없게 찌그러지고 그 안의 경찰은 즉사한다.
대낮에 민간인을 학살하며 도심을 질주하는 홉고블린 3기를 저지하기 위해 특수부대의 드래군이 출동하는데.....
처음엔 [패트레이버]의 잉그람을 상상하며 읽었는데, 9m의 잉그람에 반해 이 작품의 병기는 3m 내외로 아무래도
[엣지 오브 투머로우]에서의 파워 수트 보다 조금 더 커다란 병기 인듯 하다. 이 파워수트 형의 병기간의 백병전
이 이작품의 백미로 거침없는 현실적인 정밀하고 세밀한 묘사가 일품이었다. 인간은 비벼보지도 못할 살상력과
파괴력을 가진 병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 또한 조작 레버를 통해 기동하는 기존 병기와 달리 뛰어난
생체공학 기술로 조종사의 척수를 통해 인지능력이 병기에 바로 적용되는 '드래군'의 신기술은 조종사의 정신적
신체적 데미지로 인해 한시적으로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제약이 적용되는데, [에반게리온]의 배터리 제약이나
메카닉물의 흔한 변신시간 제약처럼 초월적 능력이라는 잠금장치의 해제와 그에 따른 제약 조건은 익숙하면서도
재미를 위해 빠질 수 없는 조건이기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런 비밀에 휩싸인 드래군 3기의
병기도 매력적이지만, [에반게리온]의 수장 '아카리 겐도'처럼 내내 포커페이스로 시가만 뻑뻑 피는 '오키쓰'특수
부장을 필두로 드래군 3기에 탑승하는 용병과 이하 수사원 등등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개성 넘치는
매력을 뿜어낸다.
이 작품은 뻥뻥 터지고 잘리고 썰리는 화끈한 메카닉 SF인 동시에 범인을 추적하고 경찰이라는 관료 사회의 어두운
병폐를 꼬집는 사회파 추리물로서의 면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철옹성 같은 경찰 관료사회 안에서 용병을 고용한
특수부대의 존재는 그들에겐 받아들일 수 없는 조직으로서 엄청난 멸시와 증오를 쏟아낸다. 같은 경찰임에도 특수
부대의 수사를 오히려 방해하는 융통성 없는 관료 사회를 꼬집으며 경찰 간부들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통한 정치
질도 상당 부분 할애된다. 파워수트라는 SF적 요소 외엔 경찰 추리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SF와 현실 반영의 적절한
조합은 극강의 시너지를 내면서 진중한 엔터테인먼트 장르로서의 재미를 톡톡히 보여준다. 그동안 파워수트 덕후로서
파워수트를 소재로 하는 [스타쉽 트루퍼스], [아머], [노인의 전쟁], [All You Need Is Kill]등의 주옥같은 SF작품
들을 봐왔지만 그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건 무조건 애니메이션화 되야 되는 작품이고, 어서
빨리 후속작 [기룡경찰 - 자폭조항], [기룡경찰 - 암흑시장]이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