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괴담의 테이프 (2017년 초판)
저자 - 미쓰다 신조
역자 - 현정수
출판사 - 북로드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19p

 

죽음의 목소리


오랜만에 선보이는 '미쓰다 신조'의 괴담집이 출간되었다. 올만의 괴담집에 반가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3년전 출간됐던 작가의 괴담집 [붉은 눈]이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 기대 이하
였기 때문이다...ㅠ_ㅠ 흉가나 고스트 스팟에 얽힌 괴담으로만 엮인 [붉은 눈]은 공포스럽지도 않거니와
반복되는 소재로 인해 식상함 마저 느꼈던지라 정말 별로였었다...(작가의 흉가에 대한 집착과도 같은
선호는 그의 다른 작품 [기관], [작자미상], [흉가]시리즈 등에서도 알 수 있을것 같다.) 당시 [붉은 눈]의
포스팅 때도 말했었지만, 흉가나 고스트 스팟이라는 소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소재에서 작가의 특기인
작가가 직접 이야기에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어가는 메타픽션, 혹은 다중식 액자구성의 괴담을 써내면 대박
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는데....드...디...어... 그런 괴담집이 출간된 것이다! -_- 일단 괴담은 도시
전설 이나 특정 지역에 유행했던 괴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고 일본과 이웃한 한국은 이런 일본 괴담의 수입이
빠르기에 일본의 괴담집을 읽다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나 자가복제 느낌의 이야기들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괴담의 테이프]는 일단 자살 직전에 녹음된 망자의 목소리라는 참신한 소재가 눈에
띄었고, 이후 이어지는 괴담 체험자의 녹취 테이프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성도 신선한 느낌이라 좋았다고
생각된다.

 

작가의 여타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괴담집은 6편의 단편 사이에 서장, 막간1, 막간2, 종장의 짧은 분량으로
작가가 직접 등장하여 이번 괴담집을 쓰게 된 사연이나 각 괴담을 쓰게된 계기와 설명 등이 실려있다.
작가나 편집자등의 실명이 거론되어 [작자미상]같이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 처럼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체험담을 옮겨 놓은 것 같은 사실성이 가미되어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현실적 공포를 극대화 시킨다.
여타 괴담집에선 다른거 다 생략하고 딱 괴담 본론부터 시작되는게 대부분인데 미쓰다식 작가의 개입은 물론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론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 좋게 생각하는 편이다.
머...이런거 저런거 다 차치하고 일단 괴담집은 무서워야 하는데 일단 이번 괴담집은 공포작품이란 기본에
충실하게 무서웠다. (그동안 수십년 동안 읽었던 공포의 내공 때문인지 아~주는 아니고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공포스러웠다.) 특히나 이야기 속에,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진행되는 다중 액자식 구성의 단편이 몇몇 있는데
읽을수록 깊고 깊은 심연의 공포 세계로 빠지는 기분이 들게 만들어 다른 괴담집과는 차별화된 구성이 돋보였다.

 

친절하게도 뒷표지에 각 단편의 간략 줄거리를 소개하고 있기에 줄거리 생략하고 각 단편의 느낀점만 적어본다.

 

1. 서장
미쓰다 신조와 편집자, 편집자의 상사가 만나는 자리. 각 단편의 배치에 대해 논의하던 중 편집자가 겪은 괴이
를 이 괴담집에 실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미쓰다월드의 특기인 작가 개입 부분...

 

2.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
읽으면서도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생을 마감할때 유서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핸드폰 동영상이나 캠코더 같은 영상 매체가 아닌 녹음 테이프라는
아날로그적 감성도 상상력을 증폭시켜 좀 더 공포스럽게 만드는 장치가 아닌가 싶다. 이 단편에 실린 3명의
자살자들의 테이프에 녹음된 괴이현상도 상상력을 자극해 좋았다.

 

3. 빈집을 지키던 밤
많은 돈을 줄테니 빈집을 지켜달라는 소재의 공포 단편은 이전에도 약간씩 설정은 다르지만 많이 다뤄져 왔던
소재라고 생각된다. 익숙하면서도 식상하지 않은 작가의 몰아치는 스피디한 전개가 좋았다. 사실 이런 식의
다층 주택에서 괴이한 존재를 피해 쫓기는 설정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기관]이나 [흉가]에서도 다뤘던 장면
인데....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섭다...ㄷㄷㄷ

 

4. 막간1
이 괴담집의 탄생 배경과 괴담집의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작가가 모은 괴담 체험 테이프를 편집자가 전달받는
상황이 설명된다.

 

5. 우연히 모인 네사람
서로 일면식이 없는 네 사람이 주선자를 통해 등산을 가게되는 상황. 정작 주선자는 참석하지 못하고 남은
네명의 낯선 사람이 산행을 하면서 겪는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지는...머...네 사람중 한명은 분명 이세상 사람
이 아니거나 주선자는 저세상에 있기 때문에 참석 못했을 것이라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플롯이긴 한데, 매력적인
설정으로 역대급 공포를 선사하리라 믿었는데.....미쓰다 월드에 항상... 언제나 빠짐 없이 등장하는 한자 뜻음
풀이 작품이 이 단편일 줄이야....ㅠ_ㅠ....미쓰다 작품을 보면 항상 말하지만 한국사람으로선 전혀 공감가지
않는 한자풀이 공포는 이제 그만...-_-;;;;

 

6. 시체와 잠들지 마라
무려 4중 액자식 구성의 단편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깊어지는 백일몽 식의 순환 구성도 좋았고 환상과
공포가 잘 어우러져 좋았다. 끝없이 반복되는 깨지 않는 악몽을 꾼것 같은 단편이다. [기묘한 이야기]혹은 [환상
특급]류의 영상화 하면 딱 좋을것 같은 단편

 

7. 막간2
괴담 테이프를 듣던 편집자가 경험한 괴이에 대한 이야기. 위험을 느낀 작가는 편집자에게 더이상의 테이프를 듣지
말것을 요청하고 테이프 회수를 부탁한다.

 

8. 기우메 : 노란 우비의 여자
빨간 마스크, 쿠네쿠네 등의 실체를 가진 존재를 만나고 벌어지는 기괴한 일에 대한 미쓰다식 도시괴담이다. 기분
나쁜 불쾌함을 선사하는 표지의 노란 우비의 모델이 이 단편의 기우메이다. '눈을 마주치지 마라', '돌아보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같은 괴담속 금기를 어긴 자가 겪게되는 익숙한 설정의 이야기 이다.

 

9. 스쳐 지나가는 것
누가 놓은것인지 모를 문앞에 놓인 작은 화병에 꽃힌 들꽃 한송이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괴이가 점차 나와 가까워
지면서 거듭되는 반복에 따라 점차 숨막히듯 옥죄는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연히 발견한 불길한 징조와             
그와 동시에 시작되는 미스터리한 일들의 이야기
  


10. 종장
편집자가 괴담 테이프를 모두 작가에게 반납하면서 편집자가 겪던 괴이현상은 끝난듯 보였지만.....그걸로 끝난게
아니었다?!!! 연락이 끊긴 편집자의 행방은?....

 

무더운 장마가 끝나고 어느덧 입추가 지나 야밤엔 서늘한 바람이 불어 쌀쌀함 마저 느껴지는 날씨에 이 작품을
읽으니 늦더위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오싹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표지가...-_-;;;; 이거 원...어두운 방에
놓고 한번씩 눈길이 갈때마다 흠칫 놀라게 만드는 표지라서 웬만하면 뒤집어 놓고 있게 만들더라는....ㅠ_ㅠ
오랜만에 만난 좋아하는 작가의 썩 마음에 드는 괴담집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며 읽을 수 있었다. (공포 단편집을
즐겁게 읽었다는게 웃기긴 하지만....) 이정도 퀄리티로만 공포 단편집을 내줘도 무조건 구매해 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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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틸라 2017-08-26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모인 네사람‘ 의 스포일러가 있네요....
제발 글 수정하시거나 삭제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