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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거짓말을 먹는 나무 (2017년 초판)
저자 - 프랜시스 하딩
역자 - 박산호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RHK)
정가 - 15000원
페이지 - 544p
피노키오의 코와 같은 나무?
역대급 다크 판타지로 마니아들의 전설로 회자되는 영화 [판의미로]를 떠올리게 하는 역대급 다크 판타지 미스터리가
출간되었다. 여성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차별과 억압을 받던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 영민하고 용기 있는 소녀가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만나면서 사회적 편견을 깨트리고 인생의 주체로서 우뚝 서게 되는 성장 소설인 동시에 냉철하고
예리한 관찰력으로 아버지의 죽음의 원인을 찾는 추리 미스터리 작품이기도 하며 인간의 거짓말을 자양분으로 삼아
지혜의 열매를 내놓는 거짓말을 먹는 나무가 나오는 판타지 작품이기도 하다. 이런 복잡한 장르의 이야기를 어색함
없이 고딕적이고 다크포스 넘치는 암울한 분위기로 결말까지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실로 개쩌는 작품이었다.
영민한 소녀가 암울하고 암담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나 위기의 상황에서 판타지적 요소(어여쁜
요정이 나타나 뾰로롱 마법을 부려주는게 아닌 악마가 길렀을 법한 다크다크한 크리쳐가 나오는...)를 만나 위기를
극복한다는 설정에서 [판의미로]와 많은 부분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작품인데, 뭣보다 직접적인 잔인하고 잔혹한 묘사
없이도 이런 다크한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전연령을 어우르는 다크 판타지 모험 소설로 손색이
없는 작품인듯...
뭣보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는 소재가 눈길을 끌었는데, 처음 제목만 봤을땐 거짓말이야 언제든 창작하여 할 수 있
으니 어려울게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작품을 읽어보니 역시 단서가 붙더라...
1. 거짓말을 먹은 나무는 쓰디쓴 열매가 열리는데, 이 열매를 먹으면 거짓말과 연관된것에 대해 깨달음을 준다.
2. 당연히 자신이 알고 싶은 것과 관련된 거짓말을 나무에게 속삭이고, 이 거짓말을 널리 퍼트린다.
3. 더 크고 더 파급력 높은 거짓말일수록 깨달음의 열매는 더 커지고 더 많은 비밀을 알려준다.
4. 나무는 강한 햇빛이나 빛을 쬐면 불꽃을 내며 타 죽는다.
5. 햇빛이 들지 않는 축축하고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란다.
6. 나무의 최초 발생지는 중국이다.
머....정리하자면 이정도 인데, 궁극의 지혜를 찾기 위해 거짓을 퍼뜨리는 저주받은 나무라는 설정은 다크 판타지
로서 매력적인 소재인듯 하다.
목사이자 화석발굴가인 에라스무스는 내피림이라는 고대 화석을 발견하여 저명인사가 된 자연과학자이다. 영국에서
지위와 부를 쥐고 부유한 생활을 하던 에라스무스의 가족은 저명한 학술지에서 내피림의 진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
하면서 본토에서 도망치듯 가족을 이끌고 섬마을 베인으로 이주한다. 베인에서도 동굴의 화석 발굴현장의 감수를
맡아 일을 이어가려 하지만 어느새 시골 마을에도 본토의 소문이 따라와 에라스무스와 그의 아내 머틀, 딸 페이스는
하루아침에 마을사람들로부터 질시와 무시를 당하게 된다. 이후 발굴현장에서 직위를 잃어버린 에라스무스는 의문의
편지를 받은 뒤 야밤에 페이스와 함께 해변가에 위치한 해식 동굴에 비밀스럽게 화분을 숨긴다. 이후 페이스를
집에 들여보내고 곧 돌아온다던 에라스무스는 다음날 참혹한 사채로 발견된다....머틀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발굴현장에서 밀린 목사가 비관해 자살한 것이라 결론 짓는다. 아버지와 간밤의 일을 아는 페이스는 아버지의 자살을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직접 아버지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가족의 그늘 아래서 코르셋을 차고 얌전한 요조숙녀가 되기를 강요받던 소녀는 자신의 영민함을 어떻게던 표출하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어디 여자가?!!'라는 차가운 반응뿐....여성차별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뼈에 사뭇치게 느끼
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좌절보다는 도전의 불길이 활활 타오른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목표이자 장애물이던 아버지가
사망하고 마침내 그녀는 아버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무시무시한 세상을 향해 그녀만의 당찬 방식으로 발을 내딛는다.
이런 도전적인 그녀의 발길이 마냥 좋은 쪽으로 향했다면 그냥 그저그런 성장 소설이었겠지만....이야기는 그리 훈훈
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바로 거짓말 나무에게 거짓말을 먹이기 위해서....처음 사소한 작은 거짓말로 시작한 그녀의
거짓은 시간이 흐를수록 마약에 중독되듯이...양치기 소년이 도저히 거짓말을 끊지 못하듯 거짓에 중독되가며 점차
거짓말의 규모가 커지고 악랄해 진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커져버린 거짓말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하고....거짓말에 중독되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페이스는 극단을 향해 치닫는다. 콘크리트 처럼 딱딱한 폐쇄적
사회를 뚫고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녀의 고군분투....이런 순진하고 움츠려 있던 주인공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당당하게 죄악에 물들어 가는 모습 또한 평범하지 않은 다중적 인물의 변화상을 보여주어 작품의 재미를 더해준다.
진정한 의미의 다크 판타지 아닌가!! ㅎ
일단 각 인물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초반부를 지나 목사의 죽음 후 페이스가 거짓말 나무를 발견한 이후 부터는 앞선
목사의 비밀들이 봇물 터지듯이 풀리고 페이스가 본격적으로 활약 하면서 한시도 눈을 땔 수 없는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정말 오랜만에 침삼키는것도 잊을 정도로 빠져들게 만든 작품이라 중후반부 부터는 정말 순식간에 읽은것
같다. ㄷㄷㄷ 음산하고 악마들린 거짓말 나무의 매력에 나역시 홀린건가....아...이 작품도 '길예르모'감독이 특유의
미장셴으로 영화화 해줬으면 더할나위 없겠다는....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