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오리진_세상 모든 것의 기원 - 001, 보온 (2017년 초판)

만화 - 윤태호

글 - 이정모

그림 - 김진화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31p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담은 교양 만화




속깊은 통찰력으로 전국 수백만의 직장인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작품 [미생]으로 웹툰계의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윤태호 작가의 야심찬 신작이 출간되었다. 교양만화로서 무려 100권의 

출간계획이라는 대여정의 첫번째 시리즈로서 대망의 1권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것이다. 현재 웹툰 

서비스 전문 사이트 '저스툰'에서 연재중인 작품으로 무료 연재분을 보고 교양만화를 뛰어넘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누구나 쉽게 다가갈수 있는 서민적 내러티브, 설득력 있는 스토리 텔링과 친숙한 

그림체에 역시 네임드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 수작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연재분이 모여 단행본

1권이 출간 되었고 우연히 서평의 기회를 얻어 [오리진]의 첫 시작을 함께할 수 있었다. 




고도화된 기술과 AI의 발달로 인간의 모든 생산 활동은 자동화 되고 마침내 더이상 삶에 흥미를 잃은

먼 미래의 인류는 집단 자살이 유행하는 시대에 이른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인가?'라는 의문을

느낀 미래의 과학자는 각종 사건 사고가 많았지만 그만큼 의욕적이고 활동적인 인간들이 살던 21세기

한국으로 자가 학습용 로봇을 타임 워프 시킨다. 5세의 나이로 설정된 AI는 전재산을 털어 인공지능

회사에 투자 했지만 부도가나 빈털터리 신세가 된 가난하지만 순박한 가장을 만나 그의 집에서 아내와

10살난 딸과 함께 생활하며 인간에 대해 학습하게 된다. 하루하루 사건 사고가 터지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미래의 AI가 배우게 되는것은?......




역시 윤태호 작가 답게 소시민의 넉넉하지 않지만 따뜻한 정이 있는 우리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쉽게 공감되고 누구나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작품 이었다. 차가운 피부를 가진 로봇 AI

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서툴은 인간의 감정으로 로봇보다 차갑게 식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에피소드들은 만화를 통해 잊고 있던 감성을 일깨워 주었고 더불어 각 에피소드에 각권의 주제와

관련된 과학적 지식들을 녹여내니 딱딱하고 지루한 교양만화라는 틀을 과감히 깨버린 재미있고 유익한

교양 만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100권이라는 장대한 시리즈의 첫번째 주제는 보온이다. 처음엔 이게 뭔소린가 싶었는데...작품을 읽고

보니....정말 보온이다...-_-;;; 보온 밥솥의 그 보온 말이다....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말하는 오리진

에서 처음 말하고 싶던 주제는 바로 인간을 살아있게 만드는 따뜻한 온기...모든 생명의 기원..바로 그 

보온인 것이다.(허허 참으로 친숙하고 인간적인 주제 아닌가...-_-) 그러면서 독감에 걸려 열이나는 딸

의 열을 내리기 위해 찬물로 샤워하고 딸을 안고 간호하는 엄마의 에피소드....아..내 맘도 보온 된다.ㅠ_ㅠ

자극적인 MSG없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윤태호 작가의 작화와 스토리는 교양만화의 주 타겟인 청소년을 

비롯해 전 연령이 거부감 없이 읽기에 최적화된 교양만화로의 궁합을 보여준다. 




비록 넉넉하진 않지만 가슴 따뜻한 가족들의 구성원으로 미래의 인류를 되살릴 마지막 희망 AI 봉투가 

그리는 휴머니즘 스토리가 앞으로 더욱 기대되고 부디 막힘 없이 계획했던 100권의 시리즈 출간이 완수

되길 기원해 본다.  



덧1 - 윤태호 작가의 만화가 끝나고 난뒤엔 만화에서 담지 못했던 주제와 관련된 교양 정보들을 김진화 

     작가의 그림을 곁들여 채워져 있다. 이번 1권에선 생명의 탄생, 지구 온난화, 기온 변화로 야기되는 

     대멸종 등 보온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추가로 실려있다. 



덧2 - 작품속 AI 봉투의 모습과 행동은 아무리 봐도 [월-E]가 떠오르게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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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조예은 지음 / 마카롱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프트_고통을 옮기는 자 (2017년 초판)

저자 - 조예은

출판사 - 마카롱(교보문고)

정가 - 12800원

페이지 - 262p





고통 : Ctrl + X -> Ctrl + V




교보문고 4회 스토리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작가의 데뷔작이 교보문고에서 출간

되었다. 책만 파는 출판사인줄 알았는데, 문학 공모전 개최와 직접 당선작의 작품을 출간까지 

하는줄은 이번에 처음 알게되었다...책만 파는 서점에서 책을 직접 찍어내는 출판사로서의 

기능까지...게다가 대상작이 장르문학이니 숨겨져 있던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하여 좋고 독자들은 

좀더 참신하고 다양한 장르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니 개인적으론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다른 서점도 이런가?...-_-;;) 어쨌던... 물리적 상처와 몸속 질병을 타인에게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 이 능력 때문에 여러 사건들에 휘말리게 된다는 설정은 여타 재패니메이션

이나 게임, 영화(그린마일같은....)등에서 봤음직한 초능력(힐링 트랜스퍼?...)으로 그리 참신

하고 새로운 소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야기의 전개도 이런 비슷한 류의 선행 학습덕에 

스토리가 예상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던것 같다. 다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전개나 쉽게 읽히는

문체덕에 몰입하여 읽을 수 있던 작품이었다.





불치병 때문에 죽을날을 기다리며 투병중인 조카를 살리기 위해 형사 이창은 사이비 종교의 교주를

찾으려 동분서주 한다. 과거 조카의 엄마(누나)가 같은 병때문에 죽음의 위기에서 사이비 교주의 

세례 덕분에 목숨을 구했기 때문이다. 허나 누나의 세례 직후 교단은 무너지고 교주는 행방불명

되고 수년 후 조카의 발병으로 다시 교주의 능력을 빌리기 위해 형사의 직위를 이용해 교주를 찾아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해변가 숨겨진 지하실에서 피웅덩이에서 처박혀 사망한 중년의 남자가 

발견되고, 감식결과 이 남성이 자신이 그렇게 찾아헤매던 교주라는것을 알게 된다. 조카를 살릴

방법을 잃고 좌절한 이창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시체에서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고.....의혹을 품기

시작하는데.......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교주를 찾는 '이창'의 이야기가, 2부는 시프트 능력을 가진 '란'과 

그의 형 '찬'의 어린 시절부터 겪은 고난과 학대의 이야기가, 3부는 '이창'과 '란'이 콜라보 하여

복수하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타인의 질병을 소멸하지 못하고 다른 이에게 전이만 시키는 

자신의 능력을 저주 받은 능력이라고 말하는 '란'과 그 능력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얻으려는 교주

형제...그리고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검은돈을 지불하는 악당들....이들이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벌이는 욕망이 소용돌이 치면서 한편의 지옥도가 그려진다. 어느정도 예상 가능한 익숙한 

이야기라는 점이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와 형제의 상황에 대해 감정이입 혹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장점으로도 작용한것 같다. 진부한 소재지만 일단 속도감이나 가독성은 뛰어난 작품이라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그저 따라가다 보면 분개, 안타까움, 동정 등의 감정선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내가 살기 위해 꼭 다른이를 죽여야 한다면....소중한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악마가 되어야 하는

절박한 심정의 사람들은 심적으론 충분히 이해 되지만 그 때문에 누군가 고통을 받아야 한다면... 

역시 저주받은 능력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것 같다. 그렇기에 타인의 고통까지 덤으로 받았

던 란의 행복을 빌게 만드는 이야기 였고 나름의 대답을 얻은것 같아 만족 스러웠다. 93년생이라는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이런 작품을 써낸 작가의 약관에 놀라고 아직 발전 가능성이 많기에 다음에 

나올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인것 같다.(난 그 나이때 뭐하고 있었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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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거짓말을 먹는 나무 (2017년 초판)

저자 - 프랜시스 하딩

역자 - 박산호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RHK)

정가 - 15000원

페이지 - 544p



 

피노키오의 코와 같은 나무?



 

역대급 다크 판타지로 마니아들의 전설로 회자되는 영화 [판의미로]를 떠올리게 하는 역대급 다크 판타지 미스터리가

출간되었다. 여성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차별과 억압을 받던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 영민하고 용기 있는 소녀가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만나면서 사회적 편견을 깨트리고 인생의 주체로서 우뚝 서게 되는 성장 소설인 동시에 냉철하고

예리한 관찰력으로 아버지의 죽음의 원인을 찾는 리 미스터리 작품이기도 하며 인간의 거짓말을 자양분으로 삼아 

지혜의 열매를 내놓는 거짓말을 먹는 나무가 나오는 판타지 작품이기도 하다. 이런 복잡한 장르의 이야기를 어색함 

없이 고딕적이고 다크포스 넘치는 암울한 분위기로 결말까지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실로 개쩌는 작품이었다. 

영민한 소녀가 암울하고 암담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나 위기의 상황에서 판타지적 요소(어여쁜

요정이 나타나 뾰로롱 마법을 부려주는게 아닌 악마가 길렀을 법한 다크다크한 크리쳐가 나오는...)를 만나 위기를 

극복한다는 설정에서 [판의미로]와 많은 부분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작품인데, 뭣보다 직접적인 잔인하고 잔혹한 묘사

없이도 이런 다크한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전연령을 어우르는 다크 판타지 모험 소설로 손색이 

없는 작품인듯...




 

뭣보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는 소재가 눈길을 끌었는데, 처음 제목만 봤을땐 거짓말이야 언제든 창작하여 할 수 있

으니 어려울게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작품을 읽어보니 역시 단서가 붙더라...


1. 거짓말을 먹은 나무는 쓰디쓴 열매가 열리는데, 이 열매를 먹으면 거짓말과 연관된것에 대해 깨달음을 준다.

2. 당연히 자신이 알고 싶은 것과 관련된 거짓말을 나무에게 속삭이고, 이 거짓말을 널리 퍼트린다. 

3. 더 크고 더 파급력 높은 거짓말일수록 깨달음의 열매는 더 커지고 더 많은 비밀을 알려준다.

4. 나무는 강한 햇빛이나 빛을 쬐면 불꽃을 내며 타 죽는다.

5. 햇빛이 들지 않는 축축하고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란다.

6. 나무의 최초 발생지는 중국이다.


머....정리하자면 이정도 인데, 궁극의 지혜를 찾기 위해 거짓을 퍼뜨리는 저주받은 나무라는 설정은 다크 판타지

로서 매력적인 소재인듯 하다.




목사이자 화석발굴가인 에라스무스는 내피림이라는 고대 화석을 발견하여 저명인사가 된 자연과학자이다. 영국에서

지위와 부를 쥐고 부유한 생활을 하던 에라스무스의 가족은 저명한 학술지에서 내피림의 진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

하면서 본토에서 도망치듯 가족을 이끌고 섬마을 베인으로 이주한다. 베인에서도 동굴의 화석 발굴현장의 감수를 

맡아 일을 이어가려 하지만 어느새 시골 마을에도 본토의 소문이 따라와 에라스무스와 그의 아내 머틀, 딸 페이스는

하루아침에 마을사람들로부터 질시와 무시를 당하게 된다. 이후 발굴현장에서 직위를 잃어버린 에라스무스는 의문의

편지를 받은 뒤 야밤에 페이스와 함께 해변가에 위치한 해식 동굴에 비밀스럽게 화분을 숨긴다. 이후 페이스를

집에 들여보내고 곧 돌아온다던 에라스무스는 다음날 참혹한 사채로 발견된다....머틀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발굴현장에서 밀린 목사가 비관해 자살한 것이라 결론 짓는다. 아버지와 간밤의 일을 아는 페이스는 아버지의 자살을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직접 아버지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가족의 그늘 아래서 코르셋을 차고 얌전한 요조숙녀가 되기를 강요받던 소녀는 자신의 영민함을 어떻게던 표출하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어디 여자가?!!'라는 차가운 반응뿐....여성차별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뼈에 사뭇치게 느끼

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좌절보다는 도전의 불길이 활활 타오른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목표이자 장애물이던 아버지가

사망하고 마침내 그녀는 아버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무시무시한 세상을 향해 그녀만의 당찬 방식으로 발을 내딛는다.

이런 도전적인 그녀의 발길이 마냥 좋은 쪽으로 향했다면 그냥 그저그런 성장 소설이었겠지만....이야기는 그리 훈훈

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바로 거짓말 나무에게 거짓말을 먹이기 위해서....처음 사소한 작은 거짓말로 시작한 그녀의

거짓은 시간이 흐를수록 마약에 중독되듯이...양치기 소년이 도저히 거짓말을 끊지 못하듯 거짓에 중독되가며 점차

거짓말의 규모가 커지고 악랄해 진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커져버린 거짓말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하고....거짓말에 중독되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페이스는 극단을 향해 치닫는다. 콘크리트 처럼 딱딱한 폐쇄적 

사회를 뚫고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녀의 고군분투....이런 순진하고 움츠려 있던 주인공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당당하게 죄악에 물들어 가는 모습 또한 평범하지 않은 다중적 인물의 변화상을 보여주어 작품의 재미를 더해준다. 

진정한 의미의 다크 판타지 아닌가!! ㅎ




일단 각 인물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초반부를 지나 목사의 죽음 후 페이스가 거짓말 나무를 발견한 이후 부터는 앞선

목사의 비밀들이 봇물 터지듯이 풀리고 페이스가 본격적으로 활약 하면서 한시도 눈을 땔 수 없는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정말 오랜만에 침삼키는것도 잊을 정도로 빠져들게 만든 작품이라 중후반부 부터는 정말 순식간에 읽은것

같다. ㄷㄷㄷ 음산하고 악마들린 거짓말 나무의 매력에 나역시 홀린건가....아...이 작품도 '길예르모'감독이 특유의 

미장셴으로 영화화 해줬으면 더할나위 없겠다는....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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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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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2017년 초판)
저자 - 이사카 코타로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아르때(arte)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92p

 


화성에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코믹해 보이는 표지와 함께 화성이라는 제목...그리고 히어로물이라는 책소개 덕에 가벼운 SF 작품일줄 알았다...-_-
근데 이게 웬걸?....블랙 코미디도 아니고 예상과는 전혀 다른 굉장히 다크하고 묵직한 내용에 깜놀했다. -_-;;;;
(이런 무거운 내용에 이런 가벼운 표지는 반전을 노린것인가?....) 좌우간...화성인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1984] 뺨치는 미친 정부와 광기에 휩싸인 민중들에 반대해 기상천외한 무기로 홀연히 맞서 싸우는 SF 히어로물임엔
틀림 없는듯 싶다....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근데 정말로 참혹한 현실이 펼쳐져 있다면.....
아무리 참혹해도 지구에서 살 수 밖에 없겠지...화성에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평화경찰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주변인들의 신고를 받아 무차별로 테러분자를 잡아들이고 갖은 고문과 취조를 퉁해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테러 용의자를 만들어 내는 미친 법안이 통과된다. 수개월 마다 시단위로 평화경찰이 머무

르며 반동분자를 색출하고 잡아들인 반동분자들은 자백을 받아낸 후 광장에 시민들을 모아놓고 길로틴으로 머리를

뎅강...처음엔 주위의 눈치를 보며 신고에 쉬쉬하지만 일단 한명이 잡혀들어가면 다른 누군가를 밀고해야 하기 때문에 굴비 엮듯 구금되는 사람은 줄줄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 공포 속에서 떨던 사람들은 공개 처형을 보면서 끔찍함 보다는
공포의 스트레스를 피가 뿜어대는 잔혹한 상황을 향해 풀어내며 집단 광기에 휩싸이게 되버린다. 물론 평화경찰제도에
반론을 펼치는 이들도 있겠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즉시 쥐도새도 모르게 잡혀들어가 처리당한다.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경찰이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며 난동을 부리는 그때 홀연히 나타난 검은 옷의 검은 목검을 든 사내는 기상

천외한 무기를 이용하여 경찰들에게 혹사 당하는 무고한 시민을 구하기 시작하고.....평화경찰은 정의의 사내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는데......

 

마녀사냥...길로틴...열광하는 시민들...-_- 작품속에도 언급되지만...마녀로 오인당해 죽음을 당한 수많은 여성들

정말로 마녀라서 죽임을 당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냥 가난이나 고난에 지친 시민들의 광기를 마녀에게 돌리기

위한 임시 방편이었을뿐.....이 작품도 죄가 있던 없던 상관없다. 그냥 없으면 고문을 통해 죄를 만들며 되니까...

-_-;;; 그저 사회를 돌아가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살벌한 방법이지만....) 그렇다면 공개처형에 열광

하는 시민들은?...'신이치 사카모토'의 중세 처형인을 주인공으로 그린 만화 [이노센트]에서는 성난 민중들에게 좀더 오래도록 처형자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인간의 골격과 근육을 연구하는 프로패셔널 처형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뭐...길로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순간....서슬퍼런 칼날이 떨어지는 동시에 툭 떨어지는 몸의

한부분....이내 솟구치는 혈흔들....그 공포의 감각은 민중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히고 그 공포의 감정은 어느새

타르시스를 동반한 유희로 변모하게 된다. 나라나 시대를 불문하고 군중 심리의 의인한 광기에 휩싸인 인간들이야

어디서든 볼 수 있으니까...작가가 작품을 쓰기 위해 참고한 문헌을 보면 이런 피로 점철된 중세시대에서 많은

소재를 따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이거이거.....배경은 일본이지만....아무리 봐도 배경이 낯설지가 않아...뭔가 낯익어...-_-;;;; 아무

죄없이 보통 생활을 하던 멀쩡한 사람도 비밀경찰에 의해 혹은 프락치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남산 어딘가로 끌려가

코렁탕을 마시던 그 암흑의 시대와 너무나 닮아 있다....작가야 그저 중세시대에서 따온 몇몇 소재를 토대로 상상한

다크한 세계를 픽션으로 옮겼겠지만....이 작품을 보는 많은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논픽션으로.....우리가 경험했던

지우고 싶은 어두운 역사를 떠올릴 사람들이 많을것 같았다. 독재를 시작으로 몇십년간 이어진 군사정권의 시대를

직접적이던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좀 더 많은것을 느끼게 하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공포를 이겨내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혁명에 참여한 수많은 히어로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회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것 만으로도 이 작품속 사람들 보다는 리얼 세상이 좀 더 정의 롭다고 할 수 있을것 같다...불합리한 세력에 맞서는 용기란 무엇인가?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모두를 구하지 못하는 정의는 위선인가?....홀로 분연히 일어선 마스크 속 감춰진 히어로의 고뇌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사는것이 지구라는 땅에서 인간답게 사는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렇게 쓰면 또 정의로 똘똘뭉친 히어로가 암흑의 세상을 전복하는 이야기 같지만 실상은 또 그렇지도 않다...-_-;;;
사실 작가가 말하고 싶은건 아무리 홀로 발버둥 쳐봐야 세상은 바뀌지 않고 어차피 높은 누군가의 장기판의 기물로서
시스템의 노예(말)일 뿐이라는걸 말하는것 같아 내심 찝찝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만든다. ㅠ_ㅠ
어쨌던... 스토리는 딥다크 한데 반해 개성넘치는 등장인물들로 인해 페이지 넘어가는줄 모르고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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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시간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조작된 시간 (2017년 초판)

저자 - 사쿠 다쓰키

역자 - 이수미

출판사 - 몽실북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78p




재심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인자로 낙인 찍혔을때....절박한 무고자의 진실을 들어줄자가 누구인가?....

실적주의에 빠진 경찰과 약자에겐 지나치게 근엄한 사법부의 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현직 변호사가

써낸 사회파 미스터리가 출간되었다. 형사사건의 변호사로서 수많은 사건을 경험하며 작가가 느꼈던

현재의 사법체계의 맹점을 맹렬하게 꼬집는 이 작품은 이야기나 등장인물은 픽션이지만 중심 소재인

유괴 사건은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차용했다고 한다. 또한 경찰의 수사방식이나 취조 과정, 법정 심리

와 변호사의 변호 준비과정등은 (현직 변호사로서 당연하겠지만) 사소한 부분까지 전부 망라되는 극 

사실적 묘사를 보여준다. 마치 독자에게 사건의 전체를 잘 설명해 주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기분이랄까..-_- 물론 너무나 자세한 과정에 대한 설명으로 인해 약간 늘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단점도

있다지만 이런 생생한 설명과 묘사는 픽션이 아닌 실제 사건에 대한 르포를 보는게 아닌가 싶은 착각

마저 들게 만들정도로 리얼리즘을 극대화 시킨다. 




토건업이란 간판을 세우고 정치깡패로 막대한 부를 모은 쓰네조는 슬하에 애지중지하는 중학생 딸 미카

의 귀가시간이 늦자 아내에게 미카의 행방을 다그친다.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도 행방을 찾지 못하던중

한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를 받은 아내는 미카의 몸값으로 일억앤을 준비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막대한 부를 통해 경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쓰네조의 신고로 경찰은 신속하고 은밀하게 검거준비

를 하지만 몸값 전달의 실패 후 유괴범의 연락은 끊긴다. 우연히 나물 채취를 하기 위해 숲속을 해메던 

청년 쇼지는 숲속에서 잠자고 있는듯한 미카를 발견하고 현장을 훼손한 뒤 엉겹결에 겁에 질려 도망쳐

버리고....바로 몇시간 뒤 인근 주민에 의해 미카의 시체는 경찰에게 인계된다....감식결과에 따라 

쇼지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이내 쇼지는 유괴살해범으로 체포되는데.......





쇼지의 체포 이후 부터는 경찰의 취조와 법정 심리....판결.....그리고 항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찾는 과정이 그려지는 여타의 미스터리와는 다르게 이 작품은 사건이 발생된 

직후 부터 체포된 쇼지가 죄가 없는 무고자라는 것을 밝히고 죄없는 쇼지가 어떻게 인생이 꼬여버리는지

를 본격적으로 그려내는 독특한 미스터리이다. 정말 억세게 운없는 남자....조작된 일련의 시간들이 이

한량을 어떻게 천하의 개쓰레기 살인범으로 몰아가는지 숨쉴틈 없이 몰아친다. 정치깡패에게 뇌물을 받은

경찰간부와의 비리.....범인을 만들기 위해 벌이는 강압 수사와 불법적인 취조...공포에 휩싸여 거짓진술

을 할 수 밖에 없는 청년.....유괴 살인에 얽히면서 풍비박산 나는 청년의 가족.....-_-;;;; 거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정과 부패와 비리와 이해관계가 오로지 이 청년을 향해 얽혀 버려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트리니... 청년의 깊은 절망과 탄식은 작품을 읽는 나까지 한숨짓게 만들어 버렸다. ㅠ_ㅠ

하지만....불현듯 나타난 가난하지만 정의로운 변호사가 이 구린내 풀풀~ 의혹의 냄새를 풍기는 사건에 

관심을 가지니...이 무고한 청년은 다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을까??????.....




작품을 읽는 내내 2000년도에 실제 발생 사건인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재심]이 떠올랐다....(이 작품의 배경은 2001년이다...ㄷㄷㄷ) 사건만 다르다 뿐이지 거의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라 느꼈는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경찰의 취조때문에 허위 자백을 하고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다가

정의로운 변호사를 만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시 재판을 받게되는 과정이 이 작품과 거의 흡사하다. 

사실 겁에질려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하는 쇼지의 답답한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과장됐다고 느꼈었는데...

이렇게 바로 이웃 나라인 우리나라에 실제사례가 있어버리니...-_-;;; 멀쩡한 인간을 살인자로 만들어 

버리는 멘탈파괴 취조방식 하나는 인정 해줘야 될듯하다...어쨌던....비리가 판치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약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는 이들이 아직은 있기에....조금의 희망은 가져볼만 하지 않을까?....


 


참으로 독특한 작품이다...사건의 발생부터 범인의 체포, 감식, 취조, 재판, 항소, 법정 공방까지 범죄의 

발생부터 사건이 종결되기까지 모든것이 망라된 토탈 미스터리 작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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