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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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2017년 초판)
저자 - 이사카 코타로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아르때(arte)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92p

 


화성에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코믹해 보이는 표지와 함께 화성이라는 제목...그리고 히어로물이라는 책소개 덕에 가벼운 SF 작품일줄 알았다...-_-
근데 이게 웬걸?....블랙 코미디도 아니고 예상과는 전혀 다른 굉장히 다크하고 묵직한 내용에 깜놀했다. -_-;;;;
(이런 무거운 내용에 이런 가벼운 표지는 반전을 노린것인가?....) 좌우간...화성인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1984] 뺨치는 미친 정부와 광기에 휩싸인 민중들에 반대해 기상천외한 무기로 홀연히 맞서 싸우는 SF 히어로물임엔
틀림 없는듯 싶다....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근데 정말로 참혹한 현실이 펼쳐져 있다면.....
아무리 참혹해도 지구에서 살 수 밖에 없겠지...화성에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평화경찰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주변인들의 신고를 받아 무차별로 테러분자를 잡아들이고 갖은 고문과 취조를 퉁해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테러 용의자를 만들어 내는 미친 법안이 통과된다. 수개월 마다 시단위로 평화경찰이 머무

르며 반동분자를 색출하고 잡아들인 반동분자들은 자백을 받아낸 후 광장에 시민들을 모아놓고 길로틴으로 머리를

뎅강...처음엔 주위의 눈치를 보며 신고에 쉬쉬하지만 일단 한명이 잡혀들어가면 다른 누군가를 밀고해야 하기 때문에 굴비 엮듯 구금되는 사람은 줄줄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 공포 속에서 떨던 사람들은 공개 처형을 보면서 끔찍함 보다는
공포의 스트레스를 피가 뿜어대는 잔혹한 상황을 향해 풀어내며 집단 광기에 휩싸이게 되버린다. 물론 평화경찰제도에
반론을 펼치는 이들도 있겠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즉시 쥐도새도 모르게 잡혀들어가 처리당한다.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경찰이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며 난동을 부리는 그때 홀연히 나타난 검은 옷의 검은 목검을 든 사내는 기상

천외한 무기를 이용하여 경찰들에게 혹사 당하는 무고한 시민을 구하기 시작하고.....평화경찰은 정의의 사내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는데......

 

마녀사냥...길로틴...열광하는 시민들...-_- 작품속에도 언급되지만...마녀로 오인당해 죽음을 당한 수많은 여성들

정말로 마녀라서 죽임을 당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냥 가난이나 고난에 지친 시민들의 광기를 마녀에게 돌리기

위한 임시 방편이었을뿐.....이 작품도 죄가 있던 없던 상관없다. 그냥 없으면 고문을 통해 죄를 만들며 되니까...

-_-;;; 그저 사회를 돌아가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살벌한 방법이지만....) 그렇다면 공개처형에 열광

하는 시민들은?...'신이치 사카모토'의 중세 처형인을 주인공으로 그린 만화 [이노센트]에서는 성난 민중들에게 좀더 오래도록 처형자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인간의 골격과 근육을 연구하는 프로패셔널 처형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뭐...길로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순간....서슬퍼런 칼날이 떨어지는 동시에 툭 떨어지는 몸의

한부분....이내 솟구치는 혈흔들....그 공포의 감각은 민중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히고 그 공포의 감정은 어느새

타르시스를 동반한 유희로 변모하게 된다. 나라나 시대를 불문하고 군중 심리의 의인한 광기에 휩싸인 인간들이야

어디서든 볼 수 있으니까...작가가 작품을 쓰기 위해 참고한 문헌을 보면 이런 피로 점철된 중세시대에서 많은

소재를 따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이거이거.....배경은 일본이지만....아무리 봐도 배경이 낯설지가 않아...뭔가 낯익어...-_-;;;; 아무

죄없이 보통 생활을 하던 멀쩡한 사람도 비밀경찰에 의해 혹은 프락치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남산 어딘가로 끌려가

코렁탕을 마시던 그 암흑의 시대와 너무나 닮아 있다....작가야 그저 중세시대에서 따온 몇몇 소재를 토대로 상상한

다크한 세계를 픽션으로 옮겼겠지만....이 작품을 보는 많은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논픽션으로.....우리가 경험했던

지우고 싶은 어두운 역사를 떠올릴 사람들이 많을것 같았다. 독재를 시작으로 몇십년간 이어진 군사정권의 시대를

직접적이던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좀 더 많은것을 느끼게 하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공포를 이겨내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혁명에 참여한 수많은 히어로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회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것 만으로도 이 작품속 사람들 보다는 리얼 세상이 좀 더 정의 롭다고 할 수 있을것 같다...불합리한 세력에 맞서는 용기란 무엇인가?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모두를 구하지 못하는 정의는 위선인가?....홀로 분연히 일어선 마스크 속 감춰진 히어로의 고뇌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사는것이 지구라는 땅에서 인간답게 사는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렇게 쓰면 또 정의로 똘똘뭉친 히어로가 암흑의 세상을 전복하는 이야기 같지만 실상은 또 그렇지도 않다...-_-;;;
사실 작가가 말하고 싶은건 아무리 홀로 발버둥 쳐봐야 세상은 바뀌지 않고 어차피 높은 누군가의 장기판의 기물로서
시스템의 노예(말)일 뿐이라는걸 말하는것 같아 내심 찝찝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만든다. ㅠ_ㅠ
어쨌던... 스토리는 딥다크 한데 반해 개성넘치는 등장인물들로 인해 페이지 넘어가는줄 모르고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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