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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서늘한 기척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괴담 (2017년 초판)
저자 - 고이케 마리코
역자 - 오근영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RHK)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07p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감성 공포
찬바람이 슬슬 불어오기 시작하는 청명하고 선선한 가을날 더욱 오싹하고 춥게 만드는 공포 괴담이 출간 되었다.
(가을에 늦더위를 날려주니 가을 괴담도 나름 괜찮은듯...) 몇년전부터 TV나 타 매체를 봐도 '납량특집'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져 버린것 같다. 이제는 이런 특집은 한물간건가?....한여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선 상당히 아쉽기만 한데, 그래서 이렇게 가뭄에 콩나듯 몇안되는 괴담집의 출간 소식만 들어도 설레이고 기대하게
되버렸다. -_- 얼마전 출간했던 [괴담의 테이프]로 올해 괴담도 끝인가 싶었는데 RHK에서 [괴담]의 출간 소식을 듣고
내심 반가웠고 운좋게 이 작품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7가지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평범한 일상속 아무런 신경도 안쓰고 지내던 일들이 어느날 눈에 띄기 시작하고 그 일들이
기묘하거나 비정상적이라고 느낄때...그것들을 의식하기 시작했을때 비로소 느끼게 되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예를들어 어두운 밤에 옷걸이에 걸린 모자가 평소에는 그냥 모자로 보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어두운 밤에 모자가 아닌
사람 머리로 보인다면...그 모자는 더이상 옷걸이 위의 모자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어떻게 봐도 사람 머리일 뿐..-_-;;
그래서 괴담이 무서운것 같다. 그냥 지나쳤던 그림자..혹은 발자국 소리 또는 한밤중에 들리는 정체모를 소리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공포감으로 바꿔버리는 힘을 가졌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일상속 비정상적인 일들에
공포라는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1. 카디건
실연 당하고 마음에 구멍이 난 나는 결혼으로 퇴사하는 동료직원의 송별회 간사를 맡는다. 송별회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직원들은 먼저나가고, 술집의 주인과 마지막 정산을 마친 후 나가려는 찰나 가게 주인은 검은색 카디건을 내밀며 누군가
옷을 놓고 간것같다고 말한다. 주말을 보내고 출근한 나는 옷의 주인을 찾아보지만 참석한 직원들은 자신의 옷이 아니라
하고, 가게 주인에게 직원 옷이 아니라고 통화하니 가게 주인이 센 인원은 열한명이라고 한다. 참석한 직원이 열명임을
알고 있는 나는 주인의 말에 놀라는데.....
- 우리가 항상 사용하는 물건들...또는 즐겨 입는 옷..그런 애정하는 물건들이 오래 되면 혼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그 물건에 깃든 혼은 사용자의 정신이 투영된것인가? 아니면 사용자와는 별개의 무언가가 깃드는 것일까?....단편속엔
사촌이 중고장터에서 구매한 귀신들린 항아리 이야기가 언급된다. 과연 누군가가 놓고간 검정 카디건에 깃든 것은 무엇
인가?.....(혹시 에그엔젤 코코밍??!!!) 의문의 카디건으로 인해 점차 변해가는 나의 이야기가 소름으로 다가온다....
2. 동거인
남편을 사별하고 외딴 시골 별장에서 홀로 지내는 노년의 화가는 하루하루 집안일을 하며 산에서 내려온 고양이와 의문의
아이 덕분에 외롭지 않다. 남편의 병세가 심해질 무렵부터 남편에게 나타나 남편의 수면을 방해하던 시끄러운 아이의 존재
를 믿지 않았지만 남편이 죽고 노부인에게도 아이의 기척이 느껴지는데.....
- 토시오?...-_-;;;; 토시오가 있는곳엔 가야코도 있을텐데....
3. 곶으로
어장관리로 자신을 짝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외면하여 상심한 남자가 애완동물 펜션에서 기르던 개를 두고 펜션 근처의
곶에서 투신 자살한지 20년이 흘렀다. 남자가 자살한 후 여성은 계속된 굴곡진 인생이 남자의 진심을 외면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직업 펜션을 찾아가 남자가 머물렀던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펜션을 찾고....그곳에서 의문의
남성을 만나는데....
- 영악한 어장관리녀의 최후?...흠....펜션에서 만난 집착남은 퇴마사인가? 또라이 살인마인가?.....
4. 손님방
절친 마유미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의 집에 찾아온 친구 가즈요는 마유미의 시댁이 엄청난 부자란걸 들었지만 집의
규모에 놀란다. 시댁의 장남 히로시와 결혼했으나 아들을 낳고 얼마 않있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고 히로시의 동생과
재혼한 마유미는 가즈요에게 놀랍고 오싹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 표지의 이미지가 이 단편의 한장면을 그린것 같다. 적막한 손님방...공포에 휩싸여 이불을 뒤집어 쓰고 어떻게든 버티려
하지만...그러기엔 밤이 너무 길다....또한 한켠에 솟아오르는 호기심...그렇게 만나게 되는 공포의 실체는 뭘까....
5. 돌아오다
노년의 나는 아들의 결혼식에서 어딘지 모르게 슬픈 빛을 띄고 있는 한 남자를 본다. 이후 여러차례 여러 장소에서 마주치
게 되는 의문의 남자. 그리고 이 남자는 자신에게만 보인다는걸 알게 되는데.....
- 우연이 3번이상이 되면 운명이라던데...인연의 끈이 이처럼 이어질줄이야.....이토준지의 단편이 떠올랐는데 막상 마주한
진실은 가슴 따뜻해지는 결말이었다....잔잔한 감동을 주던 괴담집 [동그라미] 풍의 단편이었다.
6.칠흑의 밤
아내를 잃고 그리움에 사무치던 교수는 지인의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동료 교수와 함께 메밀소바집에 들르게 되고,
소바집에서 천둥 번개와 함께 암전된 한순간 옆자리에서 아내를 보게 된다. 불이 들어오고 아내는 사라져 있는것을 보고
잠시 환상을 본것이라 생각하지만 집에 돌아오고 부터 아내의 유령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 그리운 마음이 진해 지면서 아내를 향한 소망은 실체화 된다. 아내의 망령과 함께 자유를 향해...
7. 행복의 집
병약한 동생을 둔 나는 동네 의원인 아빠와 다정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동생의 병환 때문에 도시의 큰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다행히 동생의 병세는 호전되 퇴원하게 되고, 하루하루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나는 어느날 우연히 공원의
벤치에 앉아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을 만나게 되고.......
- 마지막 반전이 있는 작품이었다..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머..이 영화 아는 사람도 극히 적을 것 같으니 말하자면, 2013년
개봉했던 미모의 여배우 '아비게일 브레스린'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악령]과 완전 흡사한 전개를 보인다.
뭐지?...이 작품의 일본 제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첫번째 단편을 위시하여 한작품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 단편에서 가디건을
입은 여자가 등장한다..-_-;;;;(그나마 한작품도 내가 놓친것일지도 모른다..) 원제는 카디건?..작가가 카디건을 광적으로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만...어쨌던....괴담 덕후로서 여러 괴담을 읽다보면 몇가지 유형이 보이는데, 클라이막스에서 명확한
결말을 보여주고 마무리 되는 '명확 괴담형'이 있고 이야기 도중에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는 듯이 이야기를 끝내
버리고 나머지 결말은 독자의 상상에 맡겨버리는 '생략 괴담형'이 있다. 그런데 여기 실린 대부분의 단편은 후자의 유형이다.
이 '생략 괴담형'은 읽는이로 하여금 여러 결말을 상상하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록 극단적 결말을 유추하게 하면서
공포심을 증가 시키는데 잘만 쓰면 여운을 남기면서 거듭되는 공포를 줄 수 있는 반면 잘 못쓰면 중간에 맥이 탁 끊기면고,
작가의 의도가 뭔지도 파악되지 않고 허무함만 남기는 리스크가 있는것 같다. 굳이 나누자면 '생략 괴담형'중 1번, 4번은 전자,
2번, 3번은 후자의 단편이었다. 5번, 6번은 '츠지무라 미즈키'의 감성 괴담집 [동그라미]외 궤를 같이하는 단편이고, 마지막
7번은 '명확 괴담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것 같다. 어쨌던 7가지 이야기에 기묘, 공포, 감동, 그리움 등의 여러 감정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집이었고 개개의 단편들은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전체적으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괴담집이
었다.
여성작가의 괴담집이라 그런지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함께 아기자기한 미장센 속에 공포의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캐치하여 일상속 공포를 살려낸다. 피칠갑의 잔혹한 요괴 혹은 귀신이 등장하여 살육파티를 벌이는 잔혹한 장면은 없지만
은근~한 공포를 자아내는 괴담집이라고 생각하면 될듯하다. 머..오히려 공포보다는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혼령을 통해 채워주는 잔잔한 감동 괴담이 더 좋았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