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필립 K 딕
역자 - 조호근
출판사 - 폴라북스
정가 - 17000원
페이지 - 515p
아....다시 나와 주셨어...ㅠ_ㅠ
텍스트를 통해 줄 수 있는 가장 극한의 희열을 주는 작가. 합법적 마약!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적 작품을 선보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필립 K 딕'의 신작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앞서 12편의 장편 걸작선을 내주시고,
두편의 단편집을 내면서 '필립 K 딕'의 작품 출간은 끝이 났나 싶었는데....아.....이렇게 2년만에 다시 신작을
내주시니...반가움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폴라북스 용자님...ㅠ_ㅠ SF소설에 빠져들면서 '필립 K 딕'을 통해
특유의 몽환 적이고 현실과 환상이 혼재되어 미쳐 돌아가기 일보직전까지 정신없이 몰아치는 작가의 작품세계는
폐쇄공포증 마저 느끼게 만들며 극한의 환각작용을 경험케하는...실로 약빤 재미를 선사하는 작가였다. 다중
복선과 급변하는 스토리로 롤러코스터를 타게 만드는 장편들, 짧은 분량임에도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마지막 반전
과 유머코드까지 겸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단편들...뭐하나 버릴게 없다....-_- 그런의미에서 이번
단편집은 그동안 숫하게 중복된 작품들에 신작 단편 한두개를 포함해 새롭게 출간되던 기존 출판사들(폴라북스를
제외한)의 만행을 벗어나 작가의 그리 알려지지 않은 초기 단편들이 실려있는 단편집이라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넘치던 초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주옥같은 단편집이 아닌가 싶다.
그의 단편들을 토대로 여러 대작 SF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지금도 SF영화 원작의 대부로 불리는 만큼 단편 하나
하나엔 특유의 설정과 플롯들이 살아 숨쉬는 느낌이다. 여러 SF작가들의 단편집들을 읽었지만 '필립 K 딕'처럼
첫 페이지를 보자마자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큰 그림이 머리속에 그려지는 작가는 그리 흔하지 않다. 뜬구름
잡는듯 모호한 설정과 애매모호한 마무리의 단편들은 책을 읽는 흥미마저 감소 시키는데 반해 이번 단편집은
한편 한편 곱씹게 만들고 줄어드는 페이지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그런 단편집이었다.
1. 무한자
생명체가 전혀 살지 않는 미지의 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블레이크와 실비아, 엘러는 행성에 착륙해 햄스터로 행성
조사를 하려한다. 에어록을 개방하고 햄스터를 풀어주려는 찰나 원인 모를 파장에 의한 충격파가 우주선을 덮치고...
기나긴 시간이 지나 의식을 되찾은 승무원들은 충격파가 행성 자체에서 발생한 방사선에 의한 것임을 발견한다.
그리고 뒤이어 승무원들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 머리카락이 전부 빠지고, 채네 골격이 뒤틸리고, 눈이 멀어버리는
등의 급격한 변화가 생기는데.....
- 네이버 현대문학 포스트에 사전연재된 단편으로 사전연재 분으로 읽고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다시한번 엄지를
추켜 세웠던 작품이다. ㅎ 막판의 반전이 있는데 사전연재때 반전의 진실을 예상했고 정확히 적중해서 기분 좋았던
작품. 작가가 상상하는 진화의 궁극적 형태와 신에 근접한 존재로 도달했을때 나타나게 되는 인간 본연의 욕망?
혹은 본성을 엿볼 수 흥미로운 단편이다.
2. 보존 기계
음악이 전쟁에 의해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박사는 악보를 살아있는 생물로 변환하는 장치를 개발하게 된다.
기계에 모차르트, 바흐, 바그너 등의 일류 음악가의 악보를 집어넣고 변환을 시키고....마침내 덮개를 열고
나온 크리쳐는....
- 음악을 영원히 기록하는 방법이 생물로 변환하는것이란 전제 자체가 잘못된거 아닌가 싶다. 생명이야 언젠가
는 숨을 거두니 말이다..-_- 어쨌던 악보를 집어넣고 나온 크리쳐들이 생각보다 소박했는데, 막상 전투적으로
변하는 과정은...역시...세상 살아가는게 제일 힘들다는것..Life is War..라고 말하고 싶은 단편 아닌가 싶다.
3. 희생양
아침에 밖으로 나가며 애벌레가 하는 말을 듣고 쓸모 없다는 판단하에 짓밟이 죽이는 곤충의 말을 알아듣는 남자,
거인 남자를 죽이기 위해 군대를 조직하는 개미군단....누가 누구의 희생양인가?...
- 얼마전 부산에 상륙한 살인 붉은 개미 때문에 공무원들이 난리치며 방역했다는 뉴스가 생각난다. 인간과 곤충이
본격적으로 대결을 펼치면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 남을 수 있을까?...근데 거미는 왜 인간의 편에?..-_-
4. 포기를 모르는 개구리
제논의 역설을 물리학적 접근으로 가르치는 교수 하디와 철학적 접근으로 가르치는 교수 그로트는 서로 개구리 점프
로 우물위로 뛸 수 있는가에 대해 하디는 불가능, 그로트는 가능 하다는 것으로 논쟁을 벌인다. 학장은 실제 실험
을 통해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증명하라는 말을 하고 두 교수는 개구리 실험을 위해 개구리 점프 장치를 만드는데...
- 제논의 역설을 검색해봤는데 봐도 잘 모르겠다..-_-;; 차라리 이 단편이 좀 더 알기 쉬운것 같다는....두 교수의
목숨을 건 이론 증명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역시 과학자는 미쳐야 제맛이지. 역시 '필립 K 딕'의 작품은 극단
적으로 미쳐야 진정한 궁극적 재미를 발산하는것 같다.
5. 갈색 구두의 짧고 행복한 생애
라비린스 박사는 햇빛을 피해 짜증을 내고 달아나는 조약돌을 보고 짜증유발의 법칙에 의거해 생명 활성기를 발명
한다. 무생물을 생물로 바꿔주는 밥통 모양의 기계로서 박사의 친구 루퍼트에게 술에 취해 단돈 5달러에 기계를 팔아
버리고 루퍼트는 젖은 운동화를 밥통에 넣어 말리는데......
- 두번째 단편 [보존 기계]를 만들었던 라비린스 박사가 다시 돌아왔다...라비린스 박사의 엉뚱 발명 연작 작품인듯
6. 참견꾼
미래를 엿보는 국자를 발명한 과학자들은 국자를 이용해 상공에서 찍은 미래의 모습을 보게된다. 그런데 어느 시기
이후로 인류의 모습이 자취를 감춰버리고..과학자들은 인류에 치명적인 사건으로 인해 전멸한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여행 자동차를 만들어 한명의 사람을 미래로 보내는데.....
- 디스토피아 타임워프물인데....소재가 소재니만큼 재미없기가 힘든 장르물이라 생각한다. 인류 절명의 비밀이 흥미
로웠고 역시 타임워프 하면....클리셰처럼 따라붙는 반전....예상하면서도 재미있다!!!
7. 유모
두아이를 누구보다 잘 돌봐주는 유모 로봇 내니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가의 로봇이다. 아내는 어느날 남편에게
한밤중 내니가 집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한다. 과연....한밤중 집밖에서 내니는 무얼하고 있을까....
- 시간이 지날수록 최신기능을 담은 휴대폰이 출시되듯, 더욱 강하고, 더욱 많은 기능을 담은 내니는 끊임없이 출시
되고 사람들은 최신 내니를 구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회사던 다 마찬가지 겠지...-_-
8. 쿠키 할머니
이웃집 할머니는 소년에게 쿠키를 구워주고 소년은 쿠키를 허겁지겁 먹고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준다. 소년이 읽어주는
책을 안락의자에 앉아 듣고 있노라면...노년의 육체는 어느새 탱탱했던 젊은 육체로 돌아가고......
- 작가의 공포 환상 소설이다. 어린 소년의 양기를 흡수하는 마녀 이야기...분량은 짧지만 강렬한 단편인듯...
9. 존의 세계
발톱과의 전쟁이 끝난 후 한참 뒤...테라를 버린 인류는 달에 정착하여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 기관에서는 타임머신
을 만들어 과거로 돌려보내 발톱이 만들어지는데 결정적 계기를 만든 스코너 박사의 인공두뇌 논문을 훔쳐오려 하고
카스트너와 라이언은 과거로 타임워프한다....
- [두번째 변종]의 속편격 작품으로 집사재 출판사의 단편집 [페이첵]에 실려있던 작품인데...분명 읽었는데...다시 읽어봐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작품이었다..ㅠ_ㅠ 과거로 돌아가 역사에 개입하게 되면서 미래는 걷잡을 수 없이
격변하고...과연 바뀐 미래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 원래의 역사로 되돌릴 것인가...타임패러독스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암울했던 [두번째 변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연작.
10. 화성인은 구름을 타고
언제부턴가 화성에서 구름모양을 한 벌레들이 지붕위, 혹은 나무 위에 찾아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장대로 가차없이
벌레를 떨어트리고 광기에 휩싸여 짓밟고 불태워 죽인다. 어느날 귀가하던 한 소년은 나무위에 화성 벌레를 발견하고
어른들에게 알리는데.....
- 인간의 잠재된 폭력성과 미지의 생물에 대한 배타성에 대한 이야기 인듯하다...화성 벌레를 사회적 약자로 치환해도
될듯하다.
11. 그녀가 원한 세계
래리 앞에 나타난 여성. 여성은 이 세계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모든것을 할 수 있다고
래리에게 말한다. 그렇게 래리를 이끌고 기적같은 우연을 연출하면서 래리와의 결혼 준비를 하는데....
- 무수히 많은 세계 속에서 누군가 한명을 위한 우주가 있을거라는 세계관이 독특했다. 그 한명을 위한 다른 이들은
주인공을 위한 조연으로 살아가는것...과연 여성의 정체는..
12. 머리띠 제작자
폭발사고로 인하여 한 마을에 다수의 돌연변이가 생겨나고 돌연변이들은 정신감응자로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
력을 갖는다. 정부는 이 정신감응자들을 이용하여 반정부 체제 인사들을 색출하고 급기야 사람들은 비밀리에 정신감응
자의 침입을 차단하는 머리띠를 제작해 쓰기에 이른다...
- 음....이거 완전 돌연변이 뮤턴트 + 자비에 박사 + 매그니토의 헬멧 아닌가?!!! 엑스맨의 최초 기본 설정이라 해도
가능할듯한 이야기였다. 역시 단편 하나 하나가 SF영화의 소재로 사용되는 '필립 K 딕'의 놀라운 능력...
13. 기념품
외행성 비행을 처음으로 성공한 윌리엄슨은 그렇게 행방불명 되었다. 몇세기가 지난후 인류가 외행성으로의 비행이
가능해진 시점. 실종되었던 윌리엄슨은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에 착륙하여 정착했고, 후손들은 나름의 삶의 방식으로 문명화된 삶을 살고 있었다. 그곳에 로저스는 외교 사절단으로 윌리엄슨의 후손과 만나고, 로저스는 후손에게 지구 연합에 가입할것을 제의 하는데.....
- 신대륙을 발견하고 기존의 원주민을 탄압하여 영토를 늘리는 강대국의 만행은 시대가 흘러 우주로 나아가도 역시
변함없이 자행될 것인가....결말의 기념품을 보고 눈에 빛을 발하는 이상 야릇한 끝맺음은 뭘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다...
14. 참전 용사
테라인과 금성인 사이에 편견과 반목이 극을 이루는 시기, 한쪽 발과 한쪽 눈을 부상으로 잃은 노병이 거리에 나타난다. 이 노인은 자신이 금성인과의 마지막 전쟁중 큰 폭발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왔음을 떠벌리고 다니는데, 그가 말하는 전쟁 시작 년도가 현재 날짜보다 앞서 있다는것을 알게되고....군과 테라인, 금성인은 이 노병으로 인해 크나큰 혼란에 휩싸이는데.....
- 아.....이 단편집에서 이런 대작 단편을 건지는구나!!! 시작부터 반전의 마무리 까지 어느하나 빠지는것 없이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의 작품이었다. 녹색 피부와 물갈퀴를 가진 금성인을 멸시하고 배척하는 설정은 지금의 인종차별과같은 맥락으로 보이는데 작가의 작품엔 꼭 이런 차별에 대한 현실 문제를 빗댄 설정이 꼭 들어가는듯...노병으로 인한전쟁 발발 직전의 급박하고 긴박한 분위기와 속도감이 백미인 단편이었다.
15. 재능의 행성
초능력을 지닌 뮤턴트들은 테라인들의 박대로 식민지에서 머무른다. 식민지에서는 돌연변이 학교나 시설등을 갖추며
뮤턴트들의 생활을 돕는듯 하지만 식민지에서도 뮤턴트에 대한 제한 정책을 찬성하는 급진적 무리들이 늘어나고 인간과
뮤턴트들 간의 충돌은 피하기 어려워 지는데......
- 이 작품이야 말로 [엑스맨]의 전신이 아닌가 싶은 단편이다. 갖가지 초능력을 가진 이색적인 뮤턴트들간의 대결은
영화보다 더 예상하기 힘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게다가 예지능력자들 간의 결혼을 통해 나온 자식의 숨겨진 능력은...ㄷㄷㄷ...아...천재작가....진정 대박....
16. 전쟁 장난감
가니메데에서 수입되는 장난감을 판매 가능한지 허가하기 위해 끊임없이 테스트 하는 직원들은 전쟁 장난감을 테스트
하면서 정체 불명의 목적 때문에 공포에 휩싸이는데....
- 여러 기묘한 장난감들을 테스트 하면서 정작 아이들에게 장차 테라에 큰 위협이 될 장난감은 간과하는 골때리는 코믹극...장난감은 사용 설명서를 정독해야 한다는 작가의 고집이 엿보인다.
17. 진흙발의 오르페우스
삶에 찌든 슬레이드는 뮤즈 엔터프라이즈에서 금액을 지불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 유명인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감을 불어넣고 영감을 불어 넣은 자신도 만족감을 느끼는 엔터테인먼트에 참여한다. 슬레이드가
고른 인물은 SF소설 시장에 큰 발자국을 남긴 SF작가 잭 도울랜드에게 찾아가 TV 서부극 시리즈를 접고 과학소설로 관심을 돌리라고 말하는 임무... 20세기 옷차림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잭 도울랜드의 집으로 찾아간 슬레이드는........
- 이 단편을 실제 잭 도울랜드라는 필명으로 과학잡지에 개재한 작품이라고 한다. '필립 K 딕'식 유머의 진수가 녹아든
작품이자 단편처럼 되지 않아 다행인 작품이라는....
17편의 흥미로운 단편들이 꽉꽉 들어차 있는 단편집이다. 타임머신을 통한 타임 패러독스와 나비효과에 대한 반전, 기계와의 전쟁을 통한 디스토피아적 상상, 초능력을 지닌 뮤턴트를 통해 약자에 대한 억압을, 몽환적 공포, 괴짜 과학자의 기발한 발명품을 통한 코믹한 상황, 여러 장르를 모두 아우르는 SF의 진수를 본것 같다. 특히나 [엑스맨]의 원작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뮤턴트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리된 세계관은 놀라웠다. 그리고 이번 단편집에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 상황을 그린 단편들이 많았던것 같다... 단편집은 참 골때리다...분명 '필립 K 딕'의 단편들을 꽤 여러편 읽었음에도 시간이 지나서 보면 처음 읽는 기분으로 처음 읽었을 당시의 놀라움과 환희를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망할 기억력이여...ㅠ_ㅠ) 장편은 어떻든 읽다보면 기억이 나긴 나는데...단편은 무한한 새로움으로 다가오니...-_-;;; 그런 의미에서 몇년 후 또 이 단편집을 보고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이 17편의 이야기 들로 17번의 꿈을 꾼듯 하다. 깨고 싶지 않았지만....이제 꿈에서 깨어났고....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음 작품으론[스캐너 다클리]가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