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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예쁜 여자들 (2017년 초판)
저자 - 카린 슬로터
역자 - 전행성
출판사 - RHK
정가 - 16800원
페이지 - 639p
내가 죽거든 내 하드는 오함마로 내리쳐 주시게..
전 세계 37개국 5천만 독자가 열광한 세계적 스릴러 거장의 신작이 국내 출간 되었다.
제목도 그야말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예쁜 여자들]....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는법......
그녀들의 가시는 어떤 독을 품고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18년간 잉꼬부부로 싸움 한번 없이 정답게 지내던 클레어와 폴 부부...어느날 타오르는 욕정을 못이겨
으슥한 길거리에서 섹스를 하려다가 복면을 쓴 강도에게 귀중품을 강탈 당하고....아내를 지키기 위해
강도에게 날라차기를 하던 남편 폴은 강도의 칼에 복부를 찔려 피투성이가 된체 클레어의 품에서 죽어
간다....장례식을 치른뒤 슬픔과 애도...참담함의 일주일이 흐르고...우연히 폴의 개인용 컴퓨터를 들여
다본 클레어는 폴의 하드에 나열된 동영상 파일들과 마주치고...떨리는 마음으로 동영상을 클릭!!!!!!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의 정체는.....
광적인 SM 고문에 이어 잔인하게 목이 잘려 살해되는 스너프 포르노 동영상!!!!!
자...당신이 클레어 라면 어떻게 할것인가?...
과연...배우자의 기괴한 성벽을 우연히 봤을때 어디까지 개인 프라이버시의 영역으로 존중해 줘야 할까?..
세상엔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성적 판타지 또한 종잡을 수 없이 다양 하다고 생각한다.
흔하게는 스타킹이나 발목 페티쉬 부터, 오물을 먹으며 성교하는 스캇물이나 시체나 유골에 집착하는
네크로필리아 처럼 기괴하기 이를데 없는 페티쉬가 존재 하니 말이다....그런데 더없이 사랑하고 자상하던
남편의 숨겨진 성벽이 어린 소녀들을 묶어두고 지독한 고문과 목을따 죽이는 스너프 페티쉬라면.......
남편의 좋은 기억만을 갖고자 조용히 하드속 동영상을 삭제 해줄것인가?...
OR
동영상속 살인 성교 행위가 남편과 연관이 있을거라 추정하고 당장 동영상을 외장하드에 옮겨 경찰서로
가져갈 것인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대부분은 동영상을 삭제하는 쪽을 선택하지 않을까...그러나 작품속 클레어는
일말의 주저 없이 두번째 선택을 행동에 옮긴다...(머 그래야 스토리가 전개 되겠지만...)동영상을 클릭한
순간 18년간의 폴의 모습은 꾸며진 거짓된 모습이 되고 세상 둘도 없는 파렴치한이 되버리는 극단적 전개가
펼쳐지다 보니...뭔가 읽으면서도 설득력이 부족한 느낌이 들게 되더라....그렇게 의심을 품은 클레어는
18년전 폴에게 강간당할뻔 했다고 주장하다 가족에게 소외되어 의절한 언니 리디아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클레어와 리디아 두 자매는 폴에 대해 머리속 뇌내망상에 날개를 달아 끝없이 날아올라 우주에 안드로메다에
닿을 때까지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치게 된다. 후반부 폴의 극전 반전도...싸이코패스 폴이 클레어에게 목매는
이유도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아쉬운감이 있는 작품이었다.
방대한 분량에 클레어와 리디아 두 여성을 번갈아 가며 화자로 이어가는 구성은 여성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
하며 공포와 혼란에 휩싸인 클레어와 리디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로서 충분히
극적인 효과를 주는것 같다. 예쁜 여성이기에 범죄의 목표가 되고 그로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도
치유받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모습과 약자인 여성들이 여러 사건들을 거치면서 강인해지고 종극엔 직접 범인
을 향해 죽빵을 날릴 수 있는 강한 여성들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로도 볼 수 있을것 같다.
예쁘면서도 강인한 여자들이랄까...
자세하고 섬세한 심리묘사는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이입하고 몰입하게 하는 효과적 장치인 반면, 신변잡기식의
극과는 상관없는 묘사들은 집중을 떨어트리고 늘어지게 만드는 단점이 되기도 했다. 쳐낼건 쳐내고 3~4백 페이지
분량으로 줄였으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죽은 남편의 하드속 포르노 동영상 하나로 시작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니
불현듯 일본의 자살 명소에 쓰여진 명판이 생각난다...
"당신의 하드 디스크는 지웠나요?..."
여보게...내가 죽거들랑 내 하드는 오함마로 내리쳐 주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