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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내인 -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망내인 :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2017년 초판)
저자 - 찬호께이
역자 - 강초아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7800원
페이지 - 710p
이것이 진짜 하이테크 스릴러다!!!
여리디 여린 15세 소녀가 아파트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누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제2회 시마다 소지상에 빛나는 홍콩의 천재 작가 '찬호께이'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칠백여 페이지라는 두께가 무색할 정도로
밀도있고 짜임새 있는 설정과 복수와 용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결말, 그리고 여지없이 독자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의 묘미까지 꽉꽉 들어찼음에도 페이지가 날개 돋힌듯 넘어가는 페이지터너 작품이었다.
정말로 왜 찬호께이! 찬호께이! 하는지 이해가 될정도로 작가의 진가가 100% 녹아든 작품이라고 생각 되었다.
[아이]
부모를 일찍 여의고 직장에 다니는 언니와 단둘이 사는 중학교 2학년의 샤오원은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중년의 문방구 주인을 현행범으로 잡게 된다. 범행을 내내 부인하던 중년 남성은 재판에
서 입장을 바꿔 성추행을 시인하고 사건은 일단락 되는듯 보이나, 유명 웹게시판에 중년 남성의 조카라고 밝힌
사람이 남긴 글에 의해 여론은 다시금 들끓게 된다. 샤오원의 성추행이 조작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 글로 인하여
공공의 적이 된 샤오원은 익명 누리꾼들에 의해 신상이 털리고 학교와 주변인들로 부터 심리적 압박을 느끼다
투신자살하고 만다. 유일한 피붙이였던 동생을 잃은 아이는 동생의 자살에 분개하고 게시판에 글을 올린 조카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미스터리한 탐정 아녜를 찾아가는데......
[스중난]
지티넷이라는 가십 게시판의 프로그램 개발을 맡고 있는 스중난은 전체 직원이 6명은 소규모 중소회사에 인정
받는 프로그래머다. 사장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 그는 미국의 거대 IT기업 SIQ가 유망IT기업을 투자하기 위해
회사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SIQ의 CEO 스투웨이의 마음을 사로잡아 투자를 따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마침내 스투웨이가 방문하고, 스중난의 기지로 가십 게시판에 선물거래를 접목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정식
프레젠테이션의 기회를 얻게 된다. 투자유치에 더해 스투웨이의 마음을 얻어 야망을 이루려는 스중난은 스투
웨이가 관람한다는 음악회에 우연을 가장해 찾아가는데.....
나역시 그렇지만 지금 이시대는 그야말로 In The Net의 시대이다. 인터넷에 중독될대로 중독되 하루라도 웹에
접속하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일어날 정도로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침투한 네트워크 세대. 그야말로 우리모두
[망내인]들인 것이다. 현실과 달리 넷상에서 자신을 숨긴채 새로운 인격과 새로운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생활
하니 익명성이라는 보호막에 숨어 내면의 이기적 욕망이나 공격성을 서슴없이 드러내게되고 당연하게 그로인한
폐해도 적잖이 일어나게 된다. 수많건의 정보가 흘러가는 정보의 바다지만 그만큼 거짓된 정보도 넘쳐나고 사람
들은 어느 정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정보 조작자의 의도대로 꼭두각시 처럼 휘둘리며 소위
키보드 워리어질로 정의를 이룩한다고 자위한다. 그렇게 한쪽 말만 듣고 양은 냄비처럼 들끓어 무고한 사람들을
주홍글씨로 낙인 찍어 피해자로 만드는 우를 범하는 경우를 이미 수차례 겪어 왔고 지금도 정신 못차리고 지속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네트워크의 노예 아닌가...-_-;; 머...샤오원의 자살 과정을 지켜보니 우리나라나 홍콩이나
별반 차이는 없는듯 하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교차되며 흘러간다. 동생을 잃은 아이와 천재 부랑자탐정 아녜가
동생을 죽인 범인을 찾아내고 복수하는 과정을...그리고 스중난이 투자자 스투웨이와 만나 그의 야망을 달성
하려는 과정을 그리는데, 가십성 글에 이렇다할 반박도 못한고 익명의 비난과 증오를 받다 몸을 내던지는 15세의
소녀를 그리면서 한편으로는 거대 IT기업이 가십성 게시판에 가십의 희소성에 따라 금액을 측정해 이익을 취하는
시스템을 차세대 수익모델로 개발을 독려하는 상반된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그리며 익명성의 위험과 수익을 위해
이를 방치, 외면하는 거대 포털기업을 동시에 문제제기한다.
가장 놀랍고 흥미로웠던건 천재 해커 부랑자 탐정으로 등장하는 아녜라는 캐릭터 인데, 그가 익명의 범인을
잡기위해 사용하는 각종 해킹 기술과 정보보안을 비롯한 네트워크 전반의 기술이 가공의 SF적 기술이 아니라
지금 현재 사용되고 있는 현실의 기술을 기반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이력 때문일까?
작품에서 언급되는 여러 기술들은 아마추어를 넘어선 전문적 수준이었고 그래서 허구의 사건이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정말로 당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공포감을 경험하게 한다. (작품 말미에 작가가 참고한 문헌만 보더라도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열씨미 공부 했는지 알 수 있겠더라...) 읽다보면 범인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위해
사용한 아이피라며 '212.117.180.21'의 아이피가 언급되고 이 아이피를 추적해보니 룩셈부르크 중부 지방에 위치
한 스탕셀에서 사용한 아이피라는 내용이 있다...그래서 내가 정말로 조회 해보니....
[본문에 나오는 아이피와 주소]

[유럽 IP 조회 사이트인 RIPE NCC에 211.117.160.21 아이피를 조회]

[IP 제공업체의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구글지도로 주소를 치니 본문과 정확히 일치함을 확인...]
진짜 룩셈부르크 스탕셀의 'root SA'라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서 뿌리는 아이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냥 아무 아이피나 적어도 될텐데 정말로 룩셈브루크에서 사용하고 있는 아이피를 적은 것이다...ㄷㄷㄷ 아이피
뿐만 아니라 작품에 언급되는 핸드폰을 비롯한 여러 해킹 데이터들도 아마 대부분 실제로 시뮬레이션한 데이터를
그대로 옮겨 놓은것 같으니 작가가 얼마나 사실성에 집착했는지 그의 집념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적 사례들을
통하여 독자들도 언제든 개인정보 침해/유출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걸 보여주기 위함일까?...한국정보보호진흥
에서 우수 개인정보보안 도서로 선정해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개인보안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아닌가!!)
또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함무라비식 복수 방식도 여느 히어로와는 차별적인 안티히어로의 매력을 보여주고,
아이와 티격 태격 하면서도 은근히 비추는 츤데레적 모습도 입체적 캐릭터로서 좋았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 작품이야 말로 현재를
살아가는 망내인들의 어두운 단면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린 작품이 아닌가 싶다. 스토리, 트릭, 반전 어느하나
빠지는것 없이 특유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문체와 지적통찰력으로 21세기의 현실을 투시하는 작가의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