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상조 회사 - 청년 탐정들의 장례지도사 생활 속으로 한국추리문학선 1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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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상조 회사 (2023년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4500원

페이지 - 206p

한 해의 끝자락에서 만난 죽음의 의미

23년 한해가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올해의 마지막 리뷰는 [다다상조 회사]이다. 특별히 계획하지는 않았으나 어쩌다 보니 한해의 마지막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작품을 집게 되었다. 전작 [무지개 무인 사진관]으로 힐링과 추리를 접목한 코지 미스터리 작품을 선보였던 '김재희' 작가의 연장선 겪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상조회사의 직원의 눈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장례식과 연관된 사람들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얼마전 자신이 직접 상주로 진행했던 장례를 통해 이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다. 본인도 나이가 나이니 만큼 작품에서 그려지는 자세한 장례절차나 망자에 대한 사연들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슬픔과 통한으로 경황이 없을 이들을 보듬고 떠나간 자를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장례 컨설턴트에 대한 이야기. 확실히 독자에게도 새롭게 다가올 것이리라.

1. 봄, 화려한 종부

병든 남편을 떠나 보낸 아내는 상주를 맡는다. 장례 컨설턴트 현명은 경황이 없는 부인을 도와 차근차근 장례 절차를 밟고 마침내 마지막 절차인 장지에서 아내는 느닷없는 제안을 하는데.....

2. 여름, 반려동물

정든 반려견 쪼꼬미를 떠나보낸 여성은 애완동물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정한다. 역시 현명의 도움으로 염습부터 화장까지의 절차를 밟아가고. 장례절차가 진행될수록 쪼꼬미와의 추억이 새록새록 드는데....

3. 가을, 나이롱 상주

이혼으로 헤어진 어머님의 부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들. 친아버지의 손에 자라났지만 어머니의 상주를 부탁받는다. 마침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있던 아들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이용하려고 하는데....

4. 겨울, 출퇴

병든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들이 상주를 맡는다. 직접 염습 과정부터 참여하며 서먹했던 아버지와의 추억들을 떠올리는데...

5. 이듬해 봄, 금기

장례 봉사를 하겠다면 상조회사를 찾아온 여성. 현명은 그녀가 찾아온 사정을 묻지만 다짜고짜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말하는 여성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데....

비록 픽션이지만 망자를 그리며 그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는 인물들은 마냥 픽션같지 않았다. 살아 숨쉬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나 그들의 일상 대화들 속에 작가의 성격과 경험이 그대로 묻어있는듯 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다섯가지 이야기가 차가운 이밤. 23년의 마지막 밤을 촉촉히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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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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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유괴_붉은 박물관 시리즈2 (2023년 초판)

저자 - 오야마 세이이치로

역자 - 한수진

출판사 - 리드비

정가 - 16700원

페이지 - 292p

전작에서 한 단계 더 진화

엘리트 부서에서 좌천된 형사 사토시와 냉혈미녀 사에코가 콤비로 콜드케이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붉은 박물관]시리즈의 2편 [기억 속의 유괴]가 출간됐다. 앞선 [붉은 박물관]을 인상깊게 봤기도 하고 여타 작품([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 [왓슨력])에서 보여줬던 '오야마 세이이치로'식 추리 스타일을 선호했던 터라 이번 [기억 속의 유괴]도 나름 기대를 품고 집어들었다.

기본 뼈대는 전작과 동일하다.

과거의 사건을 범인 당사자 혹은 관계자의 시선으로 간략하게 훍는다. 이후 현재로 넘어와 사토시가 과거의 사건을 좀 더 세밀하게 독자에게 브리핑. 다음으로 관계자들을 만나 진술을 청취하는 현장 파트가 이어지고. 대망의 사에코의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해결파트로 나뉜다. 물론 본격적인 사건조사에 앞서 사토시가 청소 아주머니나 수위와 잡담을 떠들며 잘못된 정보를 흘려 독자에게 미스디렉션을 시도하는 과정까지 빼놓지 않는다.

다만, 전작과는 다른 한가지 포인트가 있으니. 바로 그동안 사무실에 내내 처박혀 안락의자 탐정역을 자처했던 냉미녀 사에코가 드디어 현장을 나서게 된 것이다. (이번 작의 5편 모두 사에코가 현장 조사에 뛰어든다.) 이로인하여 전작의 조사 - 보고 - 추리의 반복 절차를 간소화 시키고 사에코의 의미심장한 질문이 더해져 추리적 재미를 한층 강화시킨다. 솔직히 전작보다 4배는 더 재미있게 읽혔다.

[황혼의 옥상에서]는 일본 본격에서 지겹도록 봤던 학교 옥상에서 벌어진 학생 사망사건을 소재로 한다. 소재는 흔하지만 역시나 사건의 진상은 놀랍고 새롭다. [연화]는 연이은 방화사건을 소재로 한다. 역시나 방화의 이유가 밝혀지는 해결파트에서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죽음을 10으로 나눈다]는 잔혹한 토막살해사건 속에 숨겨진 진위를 찾고 [고독한 용의자]는 회사 동료와 금전관계로 인한 사건을 다룬다. 마지막 표제작은 [기억 속의 유괴]는 어릴적 유괴를 당했던 청년의 기억을 되짚어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솔직히 말자하면 [붉은 박물관]을 재미나게 읽었지만 간간이 무리수라 느끼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억 속의 유괴]는 전혀 깔 거리를 찾지 못했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본격이랄까. 불공정한 요소가 전혀 없이 본문에 모든 해결의 복선을 묻어 놓으니 설령 읽는 도중에 진상을 간파하더라도 결말까지 회수되는 복선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품을 보면서 역시 떡밥은 대놓고(?) 과감하게 깔아두어야 반전의 묘미가 배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과감한 복선 자체가 진상을 흐리는 미스디렉션의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토록 친절하면서도 교묘한 트릭이라니.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실린 추리평론가의 우연성에 대한 해석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전작과 이번 작품의 텀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끊임없이 진화하고 성장하는 작가인 것은 분명하다. 단점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시킨 것이다. 아아아....나도 [기억 속의 유괴]와 같은 추리를 쓰고 싶다. ㅠ_ㅠ

* 출판사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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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셜록
정명섭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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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셜록 (2023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돌베개

정가 - 14000원

페이지 - 176p

흡혈귀 X 셜록

계간 정명섭 2023 겨울 호. [뱀파이어 셜록]이다. 수많은 강연과 TV 출연중에도 끊임없는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명섭'작가를 일컬어 우리는 계간 정명섭이라 부른다는... 여튼 이번 작품은 뱀파이어와 우리에게 익숙한 셜록 홈즈를 크로스오버한 신묘한 작품이다.

작품은 몇가지 가정하에 작가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아서 코난 도일'이 만들어낸 '셜록 홈즈'가 역사적 실존인물이라면?

영국의 유명한 살인마 '잭 더 리퍼'를 잡기 위해 '셜록 홈즈'가 나섰다면?

그런데 그 '잭 더 리퍼'가 알고보니 뱀파이어였다면?

위와 같은 프롤로그를 거쳐 진짜 이야기는 현재.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펼쳐진다.

명탐정을 꿈꾸는 고딩 세희와 혜리는 외사촌 언니의 교통사고 소식에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사촌 언니의 사고에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고 직접 현장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했던 외국인 영어선생님 햄록과 마주하는데....

[뱀파이어 셜록]은 작가의 경험과 덕심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건의 무대가 되는 커피숍, 커피를 내리는 사실적 묘사와 바리스타 이야기는 파주 출판도시 커피숍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했던 경험을 십분 살린 것이요, 작품에서 상황마다 적재적소에 인용되는 [셜록 홈즈]의 에피소드들은 셜로키언인 작가의 덕심이 녹아있다. 물론 좀비와 뱀파이어를 애정하는 작가의 취향 또한 반영되었으니.... 이토록 덕심으로 똘똘뭉친 작품이 또 어디있으랴.

두 고딩 소녀인 왓슨과 셜록이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성인 뿐만아니라 청소년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이다. 중편의 분량도 완독의 속도를 더해 준다. [셜록 홈즈]를 단 한편도 읽어보지 못한 본인으로선 작품에 녹아있는 홈즈의 숨겨진 묘미를 즐길 수 없어 아쉽기만 했다.

진한 커피향 뒤에 숨겨진 비릿한 피비린내를 알아챌 수 있을지.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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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
사토 기와무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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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 (2023년 초판)

저자 - 사토 기와무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블루홀식스

정가 - 16800원

페이지 - 424p

단편집을 읽는 이유

[테스카틀리포카]'사토 기와무'의 강렬한 필력에 매료된 시점에서 작가의 단편집이 국내 출간된다는, 그것도 블루홀식스에서 나온다는 소식에 두 손을 들고 만세를 불렀다. 마침내 책을 펴들고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전혀 다른 매력의 단편 8편을 읽고나니 이것이 바로 단편집이 주는 매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순문학도로서 10년간을 무명으로 지내다 군조신인문학상을 시작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에 이어 [테스카틀리포카]로 나오키 상까지 거머쥔 '사토 기와무'는 순문학적 기교와 문체 위에 기괴(?)한 상상력을 덧씌워 본격 미스터리와는 또 다른 기묘한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양자역학을 작품에 녹인 표제작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을 시작으로 도무지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표지의 기괴한 크리쳐를 다루는 [젤리워커], 찢어지게 가난한 야쿠자들의 웃지못할 헤프닝을 그리는 [시빌 라이츠], 일본의 3대 기서라 불리는 [도구라 마구라]를 떠올리게 하는 [원숭이인간 마구라], 연쇄 살인범의 미술품을 모으는 남자의 강렬한 반전극 [스마일 헤드], 인종차별을 극명하게 그리는 르포형식의 [보일드 옥토퍼스], 2차세계대전 종전 후 돌아온 귀환병의 끔찍한 이야기 [93식] 마지막으로 불우한 도장공이 겪는 일을 그린 [못]까지.....

단편 하나하나가 이제껏 접하지 못한 변방(?)의 이야기들을 다루기에 신선했고, [테스카틀리포카]에서도 느꼈지만 이런 다양한 소재들을 작품화 해내는 작가의 집착적 노력이 이 작품집에서도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장르 역시 천차만별이다. 표제작은 SF, 젤리워커는 끔찍한 크리처 호러, [시빌 라이츠]는 오컬트 느낌의 미스터리, [원숭이인간 마구라]는 도시전설을 표방한다. [스마일 헤드]의 스릴러적 반전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나머지 작품 역시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전달한다.

개인적으로 [시빌 라이츠], [원숭이인간 마구라], [스마일 헤드], [93식]은 진정 완전 끝내준다. 개취로는 [스마일 헤드]가 최고였는데, 이 네 작품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을 해매는 듯한 암울함과 육중한 무게감으로 독자를 짓누르다 결말의 반전으로 끝장을 내버리는 작품. 실로 부러운 필력이다. ㅠ_ㅠ 호흡이 긴 장편보다는 단편을 선호하는 본인으로선, 그래서 단편만 쓰는 거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뜬금없이 늘어놓는다만, 실로 [환상특급]과 같은 이 단편집의 매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것이니. 당장 어떤 작품을 읽더라도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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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의 살인자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이수은 옮김 / 창심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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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의 살인자 (2023년 초판)

저자 - 시모무라 아쓰시

역자 - 이수은

출판사 - 창심소

정가 - 16900원

페이지 - 440p

너 하고 싶은 거 다해~

[시체 찾는 아이들]로 만났던 '시모무라 아쓰시'의 신작이다. [시체~]를 괜찮게 읽기도 했고 동성동명을 이용한 미스터리라는 신선한 설정이 호기심을 일으켜 일독했다.

여섯 살 소녀 마나미가 공원에서 놀다가 근처 화장실에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범인은 얼마안가 붙잡히는데 인근의 고등학생이었다. 사회는 로리타 살인으로 공분에 휩싸이고 범인의 신상에 대해서 밝혀진 건 남자라는 성별과 본명 '오오야마 마사노리'라는 것 뿐. 범인은 감옥에 잡혀들어가지만 엉뚱하게 범인과 같은 이름의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단지 흉악범과 같은 이름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했던 '오오야마 마사노리'들은 급기야 '오오야마 마사노리' 피해모임을 결성하는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흉악범과 같은 이름이라는 이유로 학교와 사회에서 차별받는 일이 실제할까? 라는 의문으로 여러명의 '오오야마 마사노리'들의 차별과 피해 사례를 읽어야 한다. 범인의 얼굴이 비공개된 상태, 수년 뒤 흉악범의 석방,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의 증폭, 폭주하는 SNS와 언론들.... 뭐... 국내에도 전국민을 들끓게 했던 유사 사건이 바로 떠올라 단지 픽션으로 치부하면서 읽을 수는 없었다.

다만, 탄압받는 '오오야마 마사노리'의 유사 사례들이 길게 나열되어 본격적으로 반전이 시작되는 중후반까지는 조금 지치게 된다. 떡밥을 깔기 위한 사전 작업이 너무 길었달까.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동성동명이라는 소재로 끌어낼 수 있는 반전은 모두 가져다 쓰기 때문에 길어질 수 밖에....ㅎㅎㅎ 엄밀히 따지자면 도저히 페어 할 수가 없는 설정이다. 고등학생 오오야마 마사노리, 편의점 알바 오오야마 마사노리, 축구선수를 꿈꾸던 오오야마 마사노리, 과외 선생 오오야마 마사노리, 연구원 오오야마 마사노리, 오오야마 마사노리, 오오야마 마사노리, 범인 오오야마.....-_-;;;; 이건 뭐 마음만 먹으면 어떤 복선이든 깔 수 있는 작가를 위한 최적의 설정이 아닌가.

트릭이 전부인 작품을 탈피하기 위해 SNS상의 신상털이, 소년법 등 사회파적 문제를 접목하기도 하는데 어찌됐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대망의 마지막 반전은 독자가 동성동명으로 추리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반전을 이끌어내니, 이 마지막 반전을 유추하는 재미를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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