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
사토 기와무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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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 (2023년 초판)

저자 - 사토 기와무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블루홀식스

정가 - 16800원

페이지 - 424p

단편집을 읽는 이유

[테스카틀리포카]'사토 기와무'의 강렬한 필력에 매료된 시점에서 작가의 단편집이 국내 출간된다는, 그것도 블루홀식스에서 나온다는 소식에 두 손을 들고 만세를 불렀다. 마침내 책을 펴들고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전혀 다른 매력의 단편 8편을 읽고나니 이것이 바로 단편집이 주는 매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순문학도로서 10년간을 무명으로 지내다 군조신인문학상을 시작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에 이어 [테스카틀리포카]로 나오키 상까지 거머쥔 '사토 기와무'는 순문학적 기교와 문체 위에 기괴(?)한 상상력을 덧씌워 본격 미스터리와는 또 다른 기묘한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양자역학을 작품에 녹인 표제작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을 시작으로 도무지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표지의 기괴한 크리쳐를 다루는 [젤리워커], 찢어지게 가난한 야쿠자들의 웃지못할 헤프닝을 그리는 [시빌 라이츠], 일본의 3대 기서라 불리는 [도구라 마구라]를 떠올리게 하는 [원숭이인간 마구라], 연쇄 살인범의 미술품을 모으는 남자의 강렬한 반전극 [스마일 헤드], 인종차별을 극명하게 그리는 르포형식의 [보일드 옥토퍼스], 2차세계대전 종전 후 돌아온 귀환병의 끔찍한 이야기 [93식] 마지막으로 불우한 도장공이 겪는 일을 그린 [못]까지.....

단편 하나하나가 이제껏 접하지 못한 변방(?)의 이야기들을 다루기에 신선했고, [테스카틀리포카]에서도 느꼈지만 이런 다양한 소재들을 작품화 해내는 작가의 집착적 노력이 이 작품집에서도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장르 역시 천차만별이다. 표제작은 SF, 젤리워커는 끔찍한 크리처 호러, [시빌 라이츠]는 오컬트 느낌의 미스터리, [원숭이인간 마구라]는 도시전설을 표방한다. [스마일 헤드]의 스릴러적 반전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나머지 작품 역시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전달한다.

개인적으로 [시빌 라이츠], [원숭이인간 마구라], [스마일 헤드], [93식]은 진정 완전 끝내준다. 개취로는 [스마일 헤드]가 최고였는데, 이 네 작품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을 해매는 듯한 암울함과 육중한 무게감으로 독자를 짓누르다 결말의 반전으로 끝장을 내버리는 작품. 실로 부러운 필력이다. ㅠ_ㅠ 호흡이 긴 장편보다는 단편을 선호하는 본인으로선, 그래서 단편만 쓰는 거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뜬금없이 늘어놓는다만, 실로 [환상특급]과 같은 이 단편집의 매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것이니. 당장 어떤 작품을 읽더라도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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