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소환되었습니다 - 신화 속 주인공이
조영주 외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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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주인공이 미래로 소환되었습니다 (2024년 초판)

저자 - 조영주, 정명섭, 이현서, 윤자영

출판사 - 책이라는신화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16p

전설 속 존재들의 현실 적응기

타임슬립 앤솔러지로 기획된 작품집이다. 다만 타임슬립된 존재가 현실의 존재가 아닌 신화 속 존재라는 것이 특이점인데 도깨비 방망이를 쥔 여고생과 악마와 대치하는 표지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책은 초딩 딸아이와 함께 읽었다.

1. 999번을 죽어야 귀신이 된다 - 조영주

잡종견을 키우는 미유는 강아지 유튜브 스타이자 같은반 조빈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마냥 동경의 대상이던 조빈의 민낯이 드러나고 순진하기만 했던 미유는 왕따를 당할 처지에 놓인다. 이때 미유 앞에 이세계의 존재가 나타나는데....

2. 신화관리청 : 도채비 요원의 대모험 - 정명섭

인간계에 환생한 조왕신의 분노치가 올라가고 이를 막기 위해 도깨비 요원 도금비가 학생으로 둔갑한다. 도금비는 조왕신 근처에서 불경한 기운을 감지하고 추하기 시작하는데...

3. 복수의 삼각형 : 안개 낀 섬의 초대 - 이현서

마라도에 가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아빠의 말을 어기기로 한 이현후는 제주도의 아기업개와 관련된 연극 대본을 쓰는 민섭과 함께 마라도에 입도한다. 잠시 민섭과 헤어진 현후는 마라도에서 아기업개 전설 속 주인공과 마주하게 되는데....

4. 고려 걸그룹 잔혹사 - 윤자영

8선녀 한비는 동료 선녀들과 함께 고관의 축하행사에 공연조로 참석한다. 선녀를 마음에 든 고관은 한비에게 합방을 요구한다. 이를 거부한 한비에게 불같이 화를 낸 고관은 칼을 뽑아 한비에게 휘두르고. 눈을 뜬 한비는 고려여고 무용반원이 되어있는데....

1번 작품은 삼국유사의 비형랑 신화 속 비형랑을 소환 시킨다. 고양이의 목숨이 9개라는 말이 있는데 999번의 목숨을 가진 비형랑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이야기로 장편을 준비중이라니 더욱 기대된다. 2번 작품은 [산과 함께] 혹은 웹툰 [내일]과 같이 저승의 도깨비가 요원이 되어 현실의 악귀와 싸우는 이야기이다. 표지의 그림은 2번 작품의 한 장면이리라. 거대한 이야기의 도입부처럼 끝나고도 뒷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작품이었다.

3번 작품은 아름다운 제주도. 제주도에서도 배를 타고 가야하는 마라도에 얽힌 이야기. 여러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희생된 아기업개 소녀에 대한 전설은 슬프면서도 이국적인 제주도의 배경이 그려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4번 작품은 아이돌 업계의 명과 암을 비추는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힘있고 돈있는 이를 위해 희생되고 소비된 소녀들을 위한 작품이랄까. 그녀들이 오직 꿈을 위해 나아갈 수 있도록 올바른 어른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화 속 존재를 끌어들였지만 이들이 겪는 이야기는 현실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현실에서 신화 속 존재는 없지만, 모두가 힘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작품집이었다.

#신화속주인공이미래로소환되었습니다 #조영주 #정명섭 #이현서 #윤자영 #책이라는신화 #청소년소설 #영어덜트 #판타지 #요괴 #신화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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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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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2024년 초판)

저자 - 다카노 유시

역자 - 송현정

출판사 - 허밍북스

정가 - 17500원

페이지 - 295p

클리셰의 기막힌 전복

클로즈드 서클에는 어느정도 공식 좋게 말해서 공식이라지만 틀에 박힌 클리셰가 존재한다. 그럴수밖에 없는 장르이기도 한지라 읽으면 읽을수록 기시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많은 작가들이 이 클리셰를 깨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는데, 그래서 근래 득세하는 장르가 현실에서 벗어난 특수설정이다.

'다카노 유시'의 [기암관의 살인]. 이 작품도 특수설정이라 할 수 있을까? 작품은 어디까지나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어 비현실의 설정을 가져오는 특수설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살인이 벌어지는 무대 자체의 '설정'이 추가되면서 기존 클로즈드와는 결이 다른 복합 미스터리의 새로운 지점을 선보인다.

단순 알바로 살아가던 나는 거액을 제안하는 아르바이트에 채용된다. 그들의 조건은 간단했다. 사토라는 이름을 부여 받고 머나먼 타지에서 그저 며칠을 보내면 보수를 준다는 것. 알바 자체도 매력적이었지만 실종된 친구 도쿠나가 역시 거액의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았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수상쩍인 알바에 응한다. 그렇게 크루즈를 타고 도착한 곳은 카리브해역의 무인도. 무인도에 지어진 기암관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기다렸다는 듯이 첫번째 살인이 벌어지는데....

이 작품의 독특한 설정은 기암관에서 벌어지는 살인 모두가 연극이자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이 게임은 거액의 클라이언트가 탐정 역할로 범인을 찾는 유희를 즐기는 게임이다. 다만 살인 자체는 진짜라는 것. 뭐, 부유층의 수상쩍은 불법게임이랄까. 좌우간 사토가 이 위험한 게임에 말려든 것이다.

'란포는 숨기고

세이시는 막는다

마지막으로 아키미츠가 목을 딴다'

-55page

이제 사토의 목표는 한 가지다. 게임에서 살아남을 것!

이를 위해 살인의 '트릭'을 풀어야 하고, 누구인지 모를 '범인'을 찾아야 하며, 역시 누구인지 모를 '탐정'을 찾아야 한다.

영화 [캐빈 인 더 우즈]가 떠올랐다. 익숙한 공포 영화의 클리셰를 비틀어 새로운 재미를 추구했던 실험적인 영화.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 감성이라 생각하면 쉬울듯 하다. 단순한 범인 찾기에서 한 발 더, 아니, 두 발 정도 나아가 더욱 복잡한 미스터리적 묘미를 선사한다. 그렇다고 [미스터리 아레나]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미스터리 아레나]가 기존 클로즈드를 냉소했던 바카미스였다면 이 작품은 그래도 독자에게 공정한 도전장을 내미는 작품이니까 말이다.

본인은 아주 신선한 재미를 느꼈다. 클래시컬한 클로즈드를 선호하는 이는 이 작품을 어떻게 읽었을지 무척 궁금하다.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기암관의살인 #다카노유시 #허밍북스 #추리 #미스터리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클로즈드서클 #본격미스터리 #본격추리 #일본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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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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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의 비극 (2024년 초판)

저자 - 요네자와 호노부

역자 - 문승준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8000원

페이지 - 412p

이것이 지방 공무원의 고난이다

일본. 아니, 국내에서도 대작가로 알려진 '요네자와 호노부'라지만 내겐 다소 낯설다.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이라고는 [야경]밖에 없다. 그 외 근래 2편정도 본 소시민 애니메이션이 전부. 명성은 익히 들어왔으나 모르는 작가나 다름 없다는 말. 이 [I의 비극] 역시 내친구의서재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사보지 않았으리라. 일찌기 텀블벅으로 펀딩하여 출간과 동시에 습득하였으나 바쁜 일상을 마치고 느즈막이 집어 들었다.

작품의 배경은 이렇다. 인구 고령화로 빈집이 늘어나고,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차원에서 진행된다. 이름하여 'I 턴 프로젝트'. 우선 10가구를 I시에 입주시키고.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소생과라 명명된 소속 공무원 3인이 10가구를 돌보며 발생되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서로 다른 배경의, 얼굴조차 몰랐던 이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다. 각자의 생활패턴은 이웃에게는 민폐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폐허에 가까운 마을을 회생한다 치지만 소방차나 응급차가 도착하기까지 한시간여가 걸릴정도로 기본 인프라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당연스레 볼멘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니. 이른바 악성 민원업무를 전담하는 지방 공무원의 극한 고난기가 펼쳐진다는 말이다.

서장과 종장을 포함 총 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다. 일상미스터리의 귀재 답게 일상의 갈등을 소재로 추리와 반전을 이끌어 낸다. 특히 단편 중 [가벼운 비]와 [검은 석쇠]는 은근한 복선과 회수가 좋았던 단편으로 꼽고 싶다. 추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꽤나 가벼운 추리 작품([얕은 저수지], [무거운 책])도 있고 종장의 'I턴 프로젝트'의 진실은 벙찌게 만들기도 한데, 그 모든 걸 상쇄하는 요소가 악성민원인을 바라보는 냉담한 공무원의 시선이 꽤나 코믹하게 비춰지는 것이다. 현실비판 블랙코미디라고 해야할까. 현실적인 이웃간의 불화가 그저 먼 일 같지 않아 보이는 게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이다. 시종일관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미스터리랄까.

성분이 어떻든 웃음짓게 만든다. 재미있다.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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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부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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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2024년 초판)

저자 - 에도가와 란포

역자 - 김은희

출판사 - 부커

정가 - 18000원

페이지 - 380p

기묘하다.

괴상하다.

기괴하다.

에도가와 란포. 그의 이름을 딴 상이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 에도가와 란포의 위상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더욱 공고해져가는 느낌이다. 저자의 작품세계는 추리와 기괴환상이 양분되는데 이 작품집은 기괴환상쪽의 16편의 단편을 모아 엮은 작품집이다.

기묘하고, 괴상하고, 기괴하다. 변태에 가까운 이상 애욕과 집착으로 점철된 그의 세계를 엿본 듯하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아야, 어떤 정신세계를 구축해야 이런 작품들을 쓸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작품을 읽는내내 수많은 생각의 확장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작품을 넋놓고 보게 된다.

한 여름밤 다소 위험한 란포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1. 쌍생아

형을 죽이고 형 노릇을 하는 쌍둥이이야기. 지문을 이용한 트릭이 작가의 장편 [악마의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2. 붉은 방

99번째 연쇄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의 이야기.

3. 백일몽

바람난 아내를 토막내 버린 남자의 이야기.

4. 1인 2역

바람난 아내 때문에 1인 2역을 하는 남자 이야기.

5. 인간의자

쇼파 속에 들어가 자신 위에 앉은 부인을 탐하는 남자 이야기.

6. 가면무도회

가면 무도회에서 만난 처음보는 여성과 정사를 가진 남자 이야기.

7. 춤추는 난쟁이

8. 독풀

낙태에 도움이 된다는 독풀의 효용을 알아버린 마을 이야기.

9. 화성의 운하

10. 오세이의 등장

바람난 아내는 출타하고 아들의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남편의 이야기.

11. 사람이 아닌 슬픔

몰래 방을 나가는 남편의 뒤를 밟던 아내는 창고 2층에서 남편이 아닌 다른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데...

12. 거울 지옥

거울에 미쳐버린 부호의 이야기.

13. 목마는 돌아간다

목마놀이장에 취직한 나팔수는 그곳에서 표를 검사하는 젊은 여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데...

14. 애벌레

전쟁으로 팔과 다리를 잃은 남편을 간병하는 아내의 이야기

15. 누름꽃과 여행하는 남자

16. 메라 박사와 이상한 범죄

모방 습성을 이용한 미치광이 박사의 범죄 이야기.

기담의 대부분이 바람난 배우자를 저주하는 내용이며, 그게 아니라면 페도필리아, 아크로토모필리아 등 듣도보도 못한 변태적 성애를 만날 수 있다. 1번 쌍생아는 지문을 이용한 트릭으로 저자의 장편 [악마의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5번 인간의자는 란포 하면 떠올리는 변태성애의 대표작으로 쇼파 의자에 직접 들어가 그의 위로 앉는 이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우타노 쇼고'가 란포를 오마주하여 낸 작품집 [D의 살인사건]에서 만났던 작품으로 원작은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쇼고의 작품과는 달리 원작의 결말은 조금 아쉬웠다.

6번 가면무도회는 그야말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의 비밀클럽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 놀라웠다. 8번 독풀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 10번 오세이의 등장은 폐쇄의 공포와 희대의 악녀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작품이었고 11번 사람이 아닌 슬픔도 사람이 아닌 자의 정체에 대해 수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수작이다. 13번 목마는 돌아간다는 미래가 없는 가장의 비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14번 애벌레는 이 작품집중 가장 이상성욕에, 가장 충격적인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

맵다. 하지만 끌린다. 매운줄 알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입술이 퉁퉁부은 채로 먹게 되는 동대문엽기떡볶이 같은 중독적 작품집이다. 인간의 정욕을 이정도로 거리낌없이 그리는 작품이 또 있을까. 경계 없이 확장되는 상상력이 거장이라는 이름에 걸맞는다. 이 짧은 분량의 단편으로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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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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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2024년 초판)

저자 - 미쓰다 신조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리드비

정가 - 16900원

페이지 - 375p

괴이? 논리로 해결한다

[우중괴담]이후로 오랜만이기도 하거니와 요즘같은 찜통더위에 제겪인 신작소식에 반갑게 맞이했다. 작가의 인스타에서 출간소식을 접한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빨리 출간되다니. 좋지 아니한가!!!

이번 [걷는 망자]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기괴한 괴이담을 듣고 탐정역할의 캐릭터가 앉은자리에서 논리적으로 풀이해내는 안락의자탐정식 장르이다. 따라서 추리보다는 공포쪽에 비중을 두었던 [우중괴담]과는 조금은 다른 노선의 작품이라 볼 수 있겠다. 굳이 비슷한 작품을 떠올리자면 '오시마 기요아키'작가의 [그림자 밟기 여관의 비밀]정도랄까.

  1. 걷는 망자

어릴적 바다와 접한 외길에서 망자와 마주친 소녀. 그 소녀 '아이'는 성장하여 대학에 입학한다. 그리고 민속학 박사 '도조 겐야'의 초대로 학부내에 있는 [괴민연 : 괴이 민속학 연구소]에 방문하고. 그곳에서 '도죠 겐야' 대신 그의 조수이자 소설가 '덴큐 마히토'와 만나는데...

2. 다가오는 머리 없는 여자

딕슨 카로 친구가 된 중학생 가즈히라와 다케루. 가즈히라는 부유한 다케루의 집에 자주 놀러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다케루의 할머니와 말동무를 해드린다. 하나 할머니는 집안의 내력이라며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꺼내고. 며칠 뒤 머리가 없는 붉은 옷의 여성이 다케루의 집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을 목격하는데...

3. 배를 가르는 호귀와 작아지는 두꺼비집

날카로운 무엇가에 복부가 베여 죽은 소년의 시신이 연이어 발견되고, 숲속을 해매던 포수는 난장이의 집을 발견한다.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던 괴이한 사건들의 연관성은?

4. 봉인지가 붙여진 방의 자시키 할멈

대학교 괴이 동아리의 회원들이 괴이 현상을 체험하기 위해 여관으로 향한다. 아무도 없는 빈방 중앙에서 홀라 잠들면 자시키 할멈이 목을 조르고. 이후 1년 이내 목을 메고 자살하게 된다는 괴담 때문. 이에 동아리 회장은 밀실의 방에서 홀로 밤을 지새는데....

5. 서 있는 쿠치바온나

우연히 작은 마을에서 장례행렬을 따라가게 된 민속학자는 관 속의 시신이 살아서 움직이는 기묘한 광격을 목격하고 혼란에 빠진다. 더불어 마을의 산에서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요괴 쿠치바온나와 맞닥뜨리기도 하는데. 쿠치바온나와 움직이는 시신. 이 둘의 관계는?

하나도 아닌 최대 3가지의 무시무시한 괴이들이 '덴큐 마히토'의 추리로 하나의 진실로 이어지는 쾌감은 미스터리로서의 쾌감을 선사한다. 공포로 고조된 감정이 차디찬 논리적 해법으로 반전되는 극과극의 기분이랄까. 현대라면 통용될 수 없는 사건들도 꽤나 과거의 배경이기에 성립이 되고 오히려 그런 시대이기에 전설, 민담과 같은 괴이가 생생하게 살아다는 듯하다.

이 작품은 '도죠 겐야'시리즈의 스핀오프이자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선물같은 작품이란 걸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안타깝게도 본인은 '도죠 겐야'시리즈는 한 권도 접해보지 않았고 기껏해야 작가 본인이 출연하는 '작가 시리즈'와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만 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걷는 망자]를 더욱 풍성하게 즐기고 싶다면 '작가 시리즈'와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를 제외한 다른 작품을 꼭 섭렵한 뒤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이 [걷는 망자]를 시작으로 관련 시리즈를 시작하는 것도 무방하니. 본인은 첫번째 '도죠 겐야'시리즈로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읽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괴이담을 중심으로 하지만 공포 수위 허들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공포 보다는 추리쪽에 치충하기 때문에 누구나 질길 수 있을 정도의 수위 조절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무더운 여름에는 아주 제겪인 작품이 아닐까.

*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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