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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평점 :
걷는 망자 :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2024년 초판)
저자 - 미쓰다 신조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리드비
정가 - 16900원
페이지 - 375p
괴이? 논리로 해결한다
[우중괴담]이후로 오랜만이기도 하거니와 요즘같은 찜통더위에 제겪인 신작소식에 반갑게 맞이했다. 작가의 인스타에서 출간소식을 접한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빨리 출간되다니. 좋지 아니한가!!!
이번 [걷는 망자]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기괴한 괴이담을 듣고 탐정역할의 캐릭터가 앉은자리에서 논리적으로 풀이해내는 안락의자탐정식 장르이다. 따라서 추리보다는 공포쪽에 비중을 두었던 [우중괴담]과는 조금은 다른 노선의 작품이라 볼 수 있겠다. 굳이 비슷한 작품을 떠올리자면 '오시마 기요아키'작가의 [그림자 밟기 여관의 비밀]정도랄까.
걷는 망자
어릴적 바다와 접한 외길에서 망자와 마주친 소녀. 그 소녀 '아이'는 성장하여 대학에 입학한다. 그리고 민속학 박사 '도조 겐야'의 초대로 학부내에 있는 [괴민연 : 괴이 민속학 연구소]에 방문하고. 그곳에서 '도죠 겐야' 대신 그의 조수이자 소설가 '덴큐 마히토'와 만나는데...
2. 다가오는 머리 없는 여자
딕슨 카로 친구가 된 중학생 가즈히라와 다케루. 가즈히라는 부유한 다케루의 집에 자주 놀러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다케루의 할머니와 말동무를 해드린다. 하나 할머니는 집안의 내력이라며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꺼내고. 며칠 뒤 머리가 없는 붉은 옷의 여성이 다케루의 집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을 목격하는데...
3. 배를 가르는 호귀와 작아지는 두꺼비집
날카로운 무엇가에 복부가 베여 죽은 소년의 시신이 연이어 발견되고, 숲속을 해매던 포수는 난장이의 집을 발견한다.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던 괴이한 사건들의 연관성은?
4. 봉인지가 붙여진 방의 자시키 할멈
대학교 괴이 동아리의 회원들이 괴이 현상을 체험하기 위해 여관으로 향한다. 아무도 없는 빈방 중앙에서 홀라 잠들면 자시키 할멈이 목을 조르고. 이후 1년 이내 목을 메고 자살하게 된다는 괴담 때문. 이에 동아리 회장은 밀실의 방에서 홀로 밤을 지새는데....
5. 서 있는 쿠치바온나
우연히 작은 마을에서 장례행렬을 따라가게 된 민속학자는 관 속의 시신이 살아서 움직이는 기묘한 광격을 목격하고 혼란에 빠진다. 더불어 마을의 산에서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요괴 쿠치바온나와 맞닥뜨리기도 하는데. 쿠치바온나와 움직이는 시신. 이 둘의 관계는?
하나도 아닌 최대 3가지의 무시무시한 괴이들이 '덴큐 마히토'의 추리로 하나의 진실로 이어지는 쾌감은 미스터리로서의 쾌감을 선사한다. 공포로 고조된 감정이 차디찬 논리적 해법으로 반전되는 극과극의 기분이랄까. 현대라면 통용될 수 없는 사건들도 꽤나 과거의 배경이기에 성립이 되고 오히려 그런 시대이기에 전설, 민담과 같은 괴이가 생생하게 살아다는 듯하다.
이 작품은 '도죠 겐야'시리즈의 스핀오프이자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선물같은 작품이란 걸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안타깝게도 본인은 '도죠 겐야'시리즈는 한 권도 접해보지 않았고 기껏해야 작가 본인이 출연하는 '작가 시리즈'와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만 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걷는 망자]를 더욱 풍성하게 즐기고 싶다면 '작가 시리즈'와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를 제외한 다른 작품을 꼭 섭렵한 뒤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이 [걷는 망자]를 시작으로 관련 시리즈를 시작하는 것도 무방하니. 본인은 첫번째 '도죠 겐야'시리즈로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읽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괴이담을 중심으로 하지만 공포 수위 허들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공포 보다는 추리쪽에 치충하기 때문에 누구나 질길 수 있을 정도의 수위 조절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무더운 여름에는 아주 제겪인 작품이 아닐까.
*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