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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평점 :
I의 비극 (2024년 초판)
저자 - 요네자와 호노부
역자 - 문승준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8000원
페이지 - 412p
이것이 지방 공무원의 고난이다
일본. 아니, 국내에서도 대작가로 알려진 '요네자와 호노부'라지만 내겐 다소 낯설다.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이라고는 [야경]밖에 없다. 그 외 근래 2편정도 본 소시민 애니메이션이 전부. 명성은 익히 들어왔으나 모르는 작가나 다름 없다는 말. 이 [I의 비극] 역시 내친구의서재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사보지 않았으리라. 일찌기 텀블벅으로 펀딩하여 출간과 동시에 습득하였으나 바쁜 일상을 마치고 느즈막이 집어 들었다.
작품의 배경은 이렇다. 인구 고령화로 빈집이 늘어나고,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차원에서 진행된다. 이름하여 'I 턴 프로젝트'. 우선 10가구를 I시에 입주시키고.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소생과라 명명된 소속 공무원 3인이 10가구를 돌보며 발생되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서로 다른 배경의, 얼굴조차 몰랐던 이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다. 각자의 생활패턴은 이웃에게는 민폐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폐허에 가까운 마을을 회생한다 치지만 소방차나 응급차가 도착하기까지 한시간여가 걸릴정도로 기본 인프라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당연스레 볼멘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니. 이른바 악성 민원업무를 전담하는 지방 공무원의 극한 고난기가 펼쳐진다는 말이다.
서장과 종장을 포함 총 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다. 일상미스터리의 귀재 답게 일상의 갈등을 소재로 추리와 반전을 이끌어 낸다. 특히 단편 중 [가벼운 비]와 [검은 석쇠]는 은근한 복선과 회수가 좋았던 단편으로 꼽고 싶다. 추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꽤나 가벼운 추리 작품([얕은 저수지], [무거운 책])도 있고 종장의 'I턴 프로젝트'의 진실은 벙찌게 만들기도 한데, 그 모든 걸 상쇄하는 요소가 악성민원인을 바라보는 냉담한 공무원의 시선이 꽤나 코믹하게 비춰지는 것이다. 현실비판 블랙코미디라고 해야할까. 현실적인 이웃간의 불화가 그저 먼 일 같지 않아 보이는 게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이다. 시종일관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미스터리랄까.
성분이 어떻든 웃음짓게 만든다. 재미있다.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