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부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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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2024년 초판)

저자 - 에도가와 란포

역자 - 김은희

출판사 - 부커

정가 - 18000원

페이지 - 380p

기묘하다.

괴상하다.

기괴하다.

에도가와 란포. 그의 이름을 딴 상이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 에도가와 란포의 위상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더욱 공고해져가는 느낌이다. 저자의 작품세계는 추리와 기괴환상이 양분되는데 이 작품집은 기괴환상쪽의 16편의 단편을 모아 엮은 작품집이다.

기묘하고, 괴상하고, 기괴하다. 변태에 가까운 이상 애욕과 집착으로 점철된 그의 세계를 엿본 듯하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아야, 어떤 정신세계를 구축해야 이런 작품들을 쓸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작품을 읽는내내 수많은 생각의 확장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작품을 넋놓고 보게 된다.

한 여름밤 다소 위험한 란포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1. 쌍생아

형을 죽이고 형 노릇을 하는 쌍둥이이야기. 지문을 이용한 트릭이 작가의 장편 [악마의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2. 붉은 방

99번째 연쇄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의 이야기.

3. 백일몽

바람난 아내를 토막내 버린 남자의 이야기.

4. 1인 2역

바람난 아내 때문에 1인 2역을 하는 남자 이야기.

5. 인간의자

쇼파 속에 들어가 자신 위에 앉은 부인을 탐하는 남자 이야기.

6. 가면무도회

가면 무도회에서 만난 처음보는 여성과 정사를 가진 남자 이야기.

7. 춤추는 난쟁이

8. 독풀

낙태에 도움이 된다는 독풀의 효용을 알아버린 마을 이야기.

9. 화성의 운하

10. 오세이의 등장

바람난 아내는 출타하고 아들의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남편의 이야기.

11. 사람이 아닌 슬픔

몰래 방을 나가는 남편의 뒤를 밟던 아내는 창고 2층에서 남편이 아닌 다른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데...

12. 거울 지옥

거울에 미쳐버린 부호의 이야기.

13. 목마는 돌아간다

목마놀이장에 취직한 나팔수는 그곳에서 표를 검사하는 젊은 여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데...

14. 애벌레

전쟁으로 팔과 다리를 잃은 남편을 간병하는 아내의 이야기

15. 누름꽃과 여행하는 남자

16. 메라 박사와 이상한 범죄

모방 습성을 이용한 미치광이 박사의 범죄 이야기.

기담의 대부분이 바람난 배우자를 저주하는 내용이며, 그게 아니라면 페도필리아, 아크로토모필리아 등 듣도보도 못한 변태적 성애를 만날 수 있다. 1번 쌍생아는 지문을 이용한 트릭으로 저자의 장편 [악마의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5번 인간의자는 란포 하면 떠올리는 변태성애의 대표작으로 쇼파 의자에 직접 들어가 그의 위로 앉는 이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우타노 쇼고'가 란포를 오마주하여 낸 작품집 [D의 살인사건]에서 만났던 작품으로 원작은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쇼고의 작품과는 달리 원작의 결말은 조금 아쉬웠다.

6번 가면무도회는 그야말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의 비밀클럽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 놀라웠다. 8번 독풀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 10번 오세이의 등장은 폐쇄의 공포와 희대의 악녀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작품이었고 11번 사람이 아닌 슬픔도 사람이 아닌 자의 정체에 대해 수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수작이다. 13번 목마는 돌아간다는 미래가 없는 가장의 비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14번 애벌레는 이 작품집중 가장 이상성욕에, 가장 충격적인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

맵다. 하지만 끌린다. 매운줄 알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입술이 퉁퉁부은 채로 먹게 되는 동대문엽기떡볶이 같은 중독적 작품집이다. 인간의 정욕을 이정도로 거리낌없이 그리는 작품이 또 있을까. 경계 없이 확장되는 상상력이 거장이라는 이름에 걸맞는다. 이 짧은 분량의 단편으로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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