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중력가속도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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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중력가속도 (2016년 초판)

저자 - 배명훈

출판사 - 북하우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22p





배명훈 그 10년의 궤적





'배명훈'이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된건 2009년 로봇을 주제로한 엔솔러지 단편집

[U, ROBOT]에 실린 매뉴얼이란 단편으로 처음 만났다. 이 단편집이 출간되고, 서대문

으로 이사하기 전 교대에 있던 어두컴컴한 지하1층에 SF도서관에서 출간 기념 독자와의

시간과 싸인회도 열었었는데 그때 참석하여 '배명훈'님 외에 '김보영', '곽재식'님등 

한국 SF 작가님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싸인도 받았었는데....어느덧 7년이 

흘렀다...-_-;;;;; 7년전에도 신인작가라는 말을 들은것 같은데, 데뷔는 2005년 이더라는....

무려 11년의 세월동안 척박한 국내 SF작가로서 활동하며 여러편의 장편과 단편집을

내오고 있는 'SF작가 배명훈'님을 이번 신작 단편집으로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2005년 데뷔작부터 2015년 까지 10년간의 그의 단편이 실린 작가를 아우르는 단편집으로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어떻게 성장, 진화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되었다.

게다가 빠져 들것 같은 달을 배경으로 사각형에 갇힌체 유영하는 듯한 여성의 신체와

[예술과 중력가속도]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제목이 어우러져 상당히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표지는 내 취향에는 맘에 쏙 들더라. 10년간 쓰인 10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모든 단편이 맘에 들진 않았다...-_- 한국 SF를 볼때 개취로 

맘에 안드는 부분이 감성 SF인데, 거의 모든 작가들이 꼭 SF에 연애나 실연등을 접목시켜

감성에 호소하는 작품을 꼭...쓴다...ㅠ_ㅠ...별로 마음에 와닿지도 않고...왜 읽는지도 

모르겠고...어쨌던 이 단편집에도 이런 감성 SF가 몇편 실려 있다....물론 '프레드릭 

브라운' 뺨치게 재치있고, 아이디어가 놀라운 단편도 실려 있으니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찬 '배명훈' 선물 세트인듯 하다.





1. 유물위성

미지의 지성체가 남긴 아틀란티스의 문명과도 맞먹을 고대 유물위성이 하늘의 고정궤도

에서 발견되고.....정부는 이 위성을 연구하기 위해 이 위성을 추락시키려하고, 과학자는

이 계획을 반대하고 나서는데.....

- 표지의 사각형의 의미가 이 단편에 실려있다. 가장 첫 단편이면서 가장 좋았던 단편이다.

약간 재치있으면서도 진지한 단편으로 '프레드릭 브라운'이 떠올랐다.



2. 스마트 D

문자에 금액을 지불하고 써야하는 시대 D 혹은 ㄷ 문자에만 금액을 지불받고 이를 스마트D

라 지칭하여 수많은 돈을 벌어드린 초거대 기업에서 테러 방지란 명목하에 D 혹은 ㄷ을 사용하는

모든 문서를 사찰한다. 어느날 SF공모전에 마지막 작품을 투고하고 자살하겠다는 이메일이 

출판사로 날라오고, 투고하겠다는 주인공은 ㄷ 자판이 써지지 않아 작품을 보내지 못하는데...

- 작가의 데뷔작이란다. 초중반까지 좋았는데 결말로 갈수록 너무 나간다 싶은 느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좋았고, ㄷ을 쓰지 않고 진행되는 수십 페이지는 놀라웠다. 



3. 조개를 읽어요

조개에 깃든 언어를 연구하는 주인공이 연인인 은경이가 준 신비한 조개의 언어를 해독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 개인적으로 질색하는 감성SF...ㅠ_ㅠ



4. 예언자의 겨울

핵전쟁 발발로 지상은 초토화 되고, 목숨을 부지한채 잠수하는 핵잠수함의 선원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래의 노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혹등고래 무리는 고래의 지도자 흰수염 고래를

범고래로 부터 지키기 위해 노래하는데....

- 멸망의 기로에선 인간과 고래들의 부조화와 비극적 결말이 고래의 예언의 노래와 어우러져 

인상깊었다.



5. 티켓팅 & 타겟팅

핵잠수함에 배치된 여승무원들이 JYJ콘서트 예매를 위해 치열하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이야기

- 나도 해외 콘서트를 예매하기 위해 정시에 맞춰 좋은 자리를 얻어내려고 미친듯이 클릭질을

해본 경험이 이작품을 통해 오버랩됐다. 티켓팅 장면만은 현실감 100% 공감



6. 예술과 중력가속도

달에서 무용을 하던 은경은 달세계 부도로 지구에 내려오고 달보다 중력이 높은 지구에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무용을 지속한다. 그러던 어느날 지구에서 달 무용을 선보일 기회가 

오고, 그녀를 보기 위해 은경의 남친은 미국으로 먼길을 떠나는데.......

- 표제작이자 가장 강렬한 단편이다. 시작과 함께 '식사시간을 피해 읽을것'이라는 주의 

문구가 더욱더 호기심을 일으켰던 단편인데....정말 제목에 딱 맞는 이야기였다. 예술은

중력가속도에 반비례하는 더럽고 슬픈 이야기....



7. 홈스테이

라식 수술로 인하여 자신을 돌볼 사람을 찾고자 오랜만에 예전 여친에게 연락한 주인공은

스파이 여친의 집에 홀로 두눈을 가리고 이틀간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의 집은 쿠데타

위협이 있는 작은 소도시, 두눈을 가린 탓일까....감각이 예민해서 일까...기차 소리에 

섞인 작은 소음을 간파하는데.....

- 디지털 기계에 아날로그 소음을 입힌다는 설정이 새로웠다. 뭔가 묘하게 공감된달까...



8. 예비군 로봇

화성으로 돈을 벌기 위해 중장비 로봇을 구매한 은경은 그곳에서 EU군과 미국군의 대치로

예비군으로 차출되는데, 화성에서는 원천적으로 화력무기 사용의 불가로 2족보행 강화장갑에

망치를 들고 훈련을 받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이내 전쟁이 발발하는데.....

- 가장 인기를 끌었다는 단편이라는데 웃픈 코믹한 상황 설정이 좋았다.



9. 초원의 시간

분쟁지역에 탐사차 방문한 윤희나는 국경을 벗어나던중 폭격으로 한쪽귀가 먼채 부상당한

천재소녀를 만나고.....그녀의 불안은 해소하고자 무심코 그녀에게 한글로 적힌 쪽지를 

건내는데.....곧이어 신비한 일이 벌어지는데......

- 이 단편집중 두번째로 좋았던 단편이다. 분쟁지역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는 윤희나와 초원에서 벌어지는 타임워프....



10. 양떼자리

정해진 곳을 벗어나 풀을 뜯는 양과 그 양을 쫓는 다른 양,염소,개....그리고 노년의 양치기

- 역시나...감성 SF로 마무리...




단편집중 좋았던 작품은 [유물위성], [스마트 D], [예술과 중력가속도], [초원의 시간]정도

인듯 하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고, 유머러스한 상황설정과 감성 넘치는 단편들로 채워져 

있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것 같다. 이 책을 들고 읽을때 주변인이 제목의 중력가속도와 

SF라는 장르만으로 굉장히 어려운 책일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도 SF=어렵다는 공식이

뿌리박혀 있는것 같아 안타까웠다. 더 과학이론으로 무장한 [인터스텔라]같은 영화는 잘만 

보면서 활자화만 되면 거부감을 갖는것 같다는....ㅠ_ㅠ 다른건 몰라도 이 작품 만큼은 

이 생각을 깨부숴 버릴만큼 SF의 선입견을 갈아치울 정도로 SF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대중적인 SF 단편집임에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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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임무
할 클레멘트 지음, 안정희 옮김 / 아작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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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드 SF의 교과서 중력의 임무가 재간되다니.그동안 그리폰 판본이 5만원 이상 고가에 팔릴 정도로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전설의 작품 이었는데 사실 하드SF라고 해서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지만 그냥 중력이 강한 행성에서 뜀박질 한번 못해본 외계인들과 인간들의 콜라보 공조작업일뿐. 부담없이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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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 안내서 - 제137회 나오키 상 수상작
마쓰이 게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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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 안내서 (2016년 초판)

저자 - 마쓰이 게사코

역자 - 박정임

출판사 - 피니스아프리카에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83p





에도시대 유녀 사용설명서




일본의 기생 유녀들이 모여사는 사창가 유곽에 대한 안내서라...-_-;;

뭔가 19금 스러운 느낌의 기대감과 제 137회 나오키 수상작이라는 문학적

완성도 또한 갖춘 미스터리 작품이라 생각되어 흥분과 기대감을 안고 

책을 펴들었다. 상당히 독특한 전개 방식의 작품이었는데, 미스터리? 문학?

쪽 내공이 부족하여 그런지는 몰라도 이런 방식의 작품은 처음 이다 보니

생소하기도 하고 독특한 매력으로 좀더 빠져들어 읽었던것 같다.



일단...몇몇 정사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원하던 노골적 19금 묘사는 없었다...ㅠ_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독특한 전개 방식은 작품의 전체가 각 인물들의 인터뷰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주인공의 대화 조차도 생략되어 인터뷰어가 되묻는식으로

철저히 상대방의 말로 채워진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런 독특한 전개

방식이 일반 방식과 비교하여 장단점이 있겠지만 일단 상대방의 말 속에서 

흘리는 말 한마디에 단서를 얻어 다음 사람을 인터뷰 하기 때문에 좀 더 집중

해서 읽을 수 있게, 집중해서 읽을 수 밖에 없게 만들더라....




일본 기생이라 하면 밀가루 같은 떡 분칠에 눈썹의 절반 이상을 밀어버리고

기모노를 입고 게다를 끌며 뒤뚱 거리는 우스꽝스러운 외형적인 모습을 떠올리는것

외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뭔가 유녀(기생)의 기구한 일생과 

쩐에 의해 긴밀하게 움직이는 기방(유곽)이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지 이해하게 

만드는 진짜 '유곽 종합 안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기생이나 일본의 유녀나

시작과 끝은 별다를게 없는것 같다. 그저 가난에 찌들어 입이라도 줄이고자 꼬꼬마 어린 

시절 부터 유곽에 헐값에 팔려와 온갖 굳은일을 하다가 입적하여 고급 유녀가 되는

혹독한 교육을 받고 남자를 홀려 단골을 만들다 그중 가장 부자집 상속자의 첩으로 

들어가 유곽을 나오는것이 인생의 목표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인생피는 유녀는

하늘의 별따기...고급 유녀의 화대는 엄청나게 비싸지만, 고급 유녀가 되기위해 입는 

옷이나 화장품 등등을 모두 유녀의 자비로 마련해야 하니 모이는 돈은 없고 점점 유곽에 

빚을지고, 점차 나이는 먹어가고 단골은 떨어지고, 결국엔 유곽의 쓸모없는 늙은 노인네로 

전락하여 굳은일이나 하며 근근이 풀칠이나 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지금의 사창가 여성들과 비교해도 별반 다를바 없는것 같다는..-_-;;)




어쨌던...유곽 내 최고의 기방인 마이즈루야의 최고 고급 유녀 가쓰라기는 부유한 상인을 

잘 구슬려 천냥이라는 거금을 뜯어내 기방에서 낙적(빚을 갚고 자유의 몸이됨)을 얻어

낸다. 낙적 수속을 밟고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기 며칠전..... 가쓰라기는 감쪽 같이 

사라져 버리는데...출입구가 하나에 항시 지키는 사람이 있는 기방 시스템상 유녀의

탈출은 있을 수 없지만 가쓰라기는 실종 되고 만다.....(뭔가...출소 하루전 탈옥하는

[라이프 오어 데스]의 오디가 떠오르는..-_-;;) 실종 사건이 있은 뒤 마이즈루야의 

사람들은 이 사건을 쉬쉬하고, 통속 소설의 소재로 쓰기 위해 사건을 캐묻고 다니는 

미모의 남성이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며 사건에 근접해 가는데....




앞서 말했다시피 여러 유곽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탐문으로 시작해 탐문으로 

끝맺음 한다. 탐문만으로 사건을 파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이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는 확인 할 수 없다. 다만 물흐르듯 읽다 보면 거짓과 진실이 가려지고, 

가쓰라기에 대한 숨겨진 기구한 사연을 알 수 있는데, 실종 사건과 탐문이라는 추리적

요소로 진행은 되지만 딱히 읽는 이가 사건에 대해 추리하게 만드는 요소는 거의 없다는게

아쉬운 부분인듯 싶다. 반면 제목 답게 유곽에 대해서는 정말 에도시대 일본 유곽에 다녀온듯한 

느낌을 줄정도로 그림이 그려지듯 완벽한 묘사로 시대의 정서를 잘 표현한것 같아 좋았다. 

완벽히 돈에 의해 굴러가는 냉정한 유곽이란 시스템 안에서 채찍과 당근으로 주변인들을

사로 잡아 목적한 바를 이루는 가쓰라기를 보면서 나역시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 정신을

못차렸음을 고백한다. 




판형도 손에 쏙 들어오고 표지 디자인도 제목 답게 맘에 쏙 든다. 요즘 새롭게 뜨고 있는 여러 

1인 출판사중 하나인 이 피니스아프리카에의 작품은 처음인데, 오래도록 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기원하면서 책속 출판사 설명처럼 대박 SF작품도 하나 발굴해 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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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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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2016년 초판)

저자 - 안토니오 가리도

역자 - 송병선

출판사 - 레드스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575p





파란눈의 외국인이 본 고대 중국




스페인의 이름도 낯설은 작가가 고대 중국의 최초의 법의학자에 대한 소설을 썼다?

그런데 이 작품으로 사라고사 국제 역사소설상을 수상하고 프랑스에서 출간된 최고의

역사소설에 주어지는 그리프 누아르 상과 프랑스 렉퇴르 셀렉시옹상을 수상했다? -_-

머... 불란서의 상이름이야 들어본적도 없지만 어쨌던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스페인의 공학도가 써낸 이 작품으로 이런 상을 줄줄이 받아 냈다는 것은 픽션이던

팩션이던 허구와 사실의 비율이 얼마나 되던간에 나름 철저한 고증과 뛰어난 스토리 

텔링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나 싶다. 중국 최고의 검시관이자 인류

최초의 법의학자 '송자'의 이야기 라는것 하나만으로 궁금증이 일었고 좋은 기회가

닿아 출판사로 부터 책을 받아 읽게 되었다.




사실 난 역사물(소설 포함)을 정말 싫어 한다. 특히나 외국의 역사물은 자세히 

알지도 못하거니와 다른 세계관이기에 이해하기도 어려워 질색하는데, 수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중국의 아~~~~주 오래전 1186년에 태어난 인물의 작품이라니...

게다가 거의 600페이지의 분량...ㄷㄷㄷ 솔직히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을까 무척 걱정 

했는데, 막상 책을 펴드니 그런 우려가 말끔히 씻겨 내려 갔다. 배경은 동양의 고대

중국이자만, 화자가 서양인이라서인지 불필요한 미사여구나 묘사 같은 군더더기 없이 

시원시원하게 스토리 중심으로 전개되어 송자의 인생 그 하나에만 집중하여 읽을 수 

있었다. 분량은 대하 역사극 조선왕조 500년인데, 읽히는 속도는 12부작 미니시리즈

랄까...-_- 





시대는 송나라....펭판관의 조수로서 각종 범죄 사건을 경험한 송자는 할아버지의

장례를 위해 수도 린안에서 시골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곳에서 망나니 형 송루의

지시로 매일 매일 강도 높은 농사일을 하며 세월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논을 

갈다가 쟁기에 걸린 목이 잘린 이웃집 샹의 시체를 발견하고 때마침 송자의 아버지를

만나러온 펭판관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펭판관은 범인을 잡기 위해 시체를 검시하고

송자는 잘린 목의 입에 틀어막혀 있던 천조각을 펭판관에게 증거로 건낸다. 천조각과

펭판관의 기지로 송루가 범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졸지에 살인자로 몰린 송루는

송자를 저주하며 투옥 된다. 죄책감에 시달린 송자는 루의 죄를 경감 시키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데.....




송자는 송나라에서 1186년~1249년까지 살며 [세원집록]이라는 법의학서를 집필하며

인류 최초로 법의학에 기틀을 마련한 실존 인물이다. 이 작품에서는 실존인물이었던

송자와 몇몇 실존했던 인물들을 등장시켜 20살의 송자가 법의학자로 들어서게 된 계기와

그의 뛰어난 능력으로 국가를 전복 시킬 위험을 파헤쳐 황제에게 인정받고 나라의

법의학자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팩션이다. 이야기 자체는 허구일지 모르나

실존 인물이었다는 사실과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범죄 에피소드가 실제 송자의 법의학 

지식으로 범인을 잡은 사례를 차용하여 허구 인줄 알면서도 실제적 몰입감을 갖게 만든다.

변변한 도구도 없이 그저 시체를 육안으로 검시하여 상처에 묻은 작은 흙이나 티끌 등 

작은 단서로 유추하여 범인을 잡는 장면들은 과학기술로 무장하여 빈틈 하나 없이 탐색해

범인을 잡는 CSI 와는 또 다른 원초적 재미를 느끼게 한다. CSI보다는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상황을 유추해내는 [셜록]과 닮아 있다고 생각된다.




어찌됐던 기본적으론 추리 소설의 틀을 유지하면서 송자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전기적 성장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는것 같다. 나름 흩뿌렸던 떡밥들도 에필로그를 통해

회수하고 있고, 결말도 깔끔하고 여기저기 반전도 포진해 있어 정말 즐겁게 일독 할 수 

있었다. 머랄까...번뜩이는 기지와 관찰력으로 범인을 잡는 송자의 모습은 600페이지의 

[판관 포청천]을 본 느낌이랄까...

딱딱한 역사 소설이라는 편견 없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추리 소설이라 생각된다.




덧1 - 처음 나오는 샹 살인사건에서 펭판관이 범인을 잡은 방법은 실제 송자가 범인을

      잡은 방법을 차용한것이다. 



덧2 - 중국에서 2005년 [대송검시관]이란 제목으로 송자에 대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방영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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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피드의 날 미래의 문학 7
존 윈덤 지음, 박중서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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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피드의 날 (2016년 초판)_미래의 문학07

저자 - 존 윈덤

역자 - 박중서

출판사 - 폴라북스

정가 - 20,000원

페이지 - 527p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교과서




2014년에 출간된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이후로 3년간 침묵해오던

미래의 문학 SF시리즈가 드디어 새로운 라인업을 내놨다. 오랜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은 바로바로 [트리피드의 날]이었으니......

그동안 아이디어 회관이나 고려원에서 200페이지 내외의 분량으로 

축약된 아동용으로만 출간 됐었던 작품이 드디어 국내 최초 완역으로

출간 된것이다. 완역본의 페이지가 500여 페이지이니...뭉텅이로 

잘려나간 편집된 부분을 이제서야 읽을 수 있고 진정한 작품을

완독 할 수 있는 기회가 온것이다. -_-




트리피드 농장에 일하던 빌은 독액이 눈에 들어가는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한다. 퇴원하기 하루전 밤 초록 혜성이 다가오는 우주쇼를

전세계 사람들은 목격하고 바로 다음날 혜성을 목격한 사람들 전부가 

실명하게 된다. 시력을 회복한 빌은 원인불명의 실명사태를 파악하고 

병원 밖으로 나와 사태를 파악하던중 실명한 남자에게 포박당한채 

구타를 당하는 미모의 여성 조젤라를 보고 남자에게서 그녀를 구한다. 

실명의 위기를 가까스로 피한 빌과 조젤라는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력이 정상인 사람들을 찾아나서는데....





이미 고려원 아동용 판본으로 읽어본 작품이라 대강의 스토리는 아는 

상태에서 책을 펴들었는데, 축약본에는 삭제된 재난 상황에 맞닥뜨린

인간 군상들의 갖가지 행태와 극한상황에서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각 인물들이 벌이는 다양한 견해와 갈등들을 좀더 자세하게 살펴 볼 수 

있었다. 좀비가 등장하는 미드 워킹데드에서 좀비를 피해 살아남은 

사람들이 여러 부락을 만들고 그들 만의 규율 속에서 발생되는 갖가지 

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이 작품 역시 걷는 식물 트리피드나 

실명을 야기시킨 초록 혜성등은 인간들 간의 갈등을 이야기 하기 위한 

도구로서 작용하고 궁극적으론 재난 상황속에서 주인공 빌이 인간답게 

살기위해 겪는 고난에 초점이 맞춰진다.

(실명인들을 최대한 돌보면서 그들의 생존을 먼저 지켜주자는 견해와

다음 세대를 위해 실명인들은 포기하고 시력이 정상인 사람들 끼리

공동체를 만들자는 견해의 대립등 인간성과 생존의 사이에서 대립하고 

고민하는 빌의 고뇌가 작품 내내 이어진다.)




사실상 작품을 읽기 전만해도 직립보행하는 괴물식물 트리피드에 의해 

인간이 학살당하는 괴기SF라고 생각 했었는데, 트리피드의 정체가 

식물성 기름을 뽑기위해 유전자 조작된 러시아의 유전공학 작품이고

독침을 제거하여 애완용으로 길러진다는 설정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어찌보면 작가는 트리피드던, 실명을 유발하는 초록 혜성이던 미지의 가공할

존재에 대한 막연한 공포라기 보단 인간이 만들어내고 그로인해 야기되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다. 작품이 쓰인 시기가 냉전으로

인하여 전쟁의 위험이 증가했던 시기라고 하는데, 전쟁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인간이 만들어낸 트리피드나 혜성에 빗대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듯 싶다.  




결과적으로 눈먼 인간들 속에서 생존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

이다보니(트리피드는 재난 상황을 극한으로 몰아가는 양념정도 랄까)

생각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자들의 도시]

이다. -_- 난 책으로는 못보고 우연히 TV에서 방영하던 영화를 봤었는데

트리피드의 등장 유무를 빼고는 무척 흡사하다고 느꼈다.(소재가 같으니

당연한건가?..-_-;;;) 조만간 책으로 읽어보고 비교해 봐야 겠다는....




문장도 짧고 쉬운편이라 몰입도 좋고, 속도는 꽤 잘 붙는 편이다. 재난 소설 

답게 재난 소설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 전개되기 때문에 익숙한 느낌도 있고

빌의 (통속적 사랑의) 여정을 흥미있게 따라 갈 수 있었다. 500여 페이지가

순식간에 줄어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앞으로도 주옥같은 작품들을 미래의 문학 시리즈로 쭈~욱 계속 만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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