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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중력가속도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예술과 중력가속도 (2016년 초판)
저자 - 배명훈
출판사 - 북하우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22p
배명훈 그 10년의 궤적
'배명훈'이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된건 2009년 로봇을 주제로한 엔솔러지 단편집
[U, ROBOT]에 실린 매뉴얼이란 단편으로 처음 만났다. 이 단편집이 출간되고, 서대문
으로 이사하기 전 교대에 있던 어두컴컴한 지하1층에 SF도서관에서 출간 기념 독자와의
시간과 싸인회도 열었었는데 그때 참석하여 '배명훈'님 외에 '김보영', '곽재식'님등
한국 SF 작가님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싸인도 받았었는데....어느덧 7년이
흘렀다...-_-;;;;; 7년전에도 신인작가라는 말을 들은것 같은데, 데뷔는 2005년 이더라는....
무려 11년의 세월동안 척박한 국내 SF작가로서 활동하며 여러편의 장편과 단편집을
내오고 있는 'SF작가 배명훈'님을 이번 신작 단편집으로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2005년 데뷔작부터 2015년 까지 10년간의 그의 단편이 실린 작가를 아우르는 단편집으로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어떻게 성장, 진화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되었다.
게다가 빠져 들것 같은 달을 배경으로 사각형에 갇힌체 유영하는 듯한 여성의 신체와
[예술과 중력가속도]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제목이 어우러져 상당히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표지는 내 취향에는 맘에 쏙 들더라. 10년간 쓰인 10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모든 단편이 맘에 들진 않았다...-_- 한국 SF를 볼때 개취로
맘에 안드는 부분이 감성 SF인데, 거의 모든 작가들이 꼭 SF에 연애나 실연등을 접목시켜
감성에 호소하는 작품을 꼭...쓴다...ㅠ_ㅠ...별로 마음에 와닿지도 않고...왜 읽는지도
모르겠고...어쨌던 이 단편집에도 이런 감성 SF가 몇편 실려 있다....물론 '프레드릭
브라운' 뺨치게 재치있고, 아이디어가 놀라운 단편도 실려 있으니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찬 '배명훈' 선물 세트인듯 하다.
1. 유물위성
미지의 지성체가 남긴 아틀란티스의 문명과도 맞먹을 고대 유물위성이 하늘의 고정궤도
에서 발견되고.....정부는 이 위성을 연구하기 위해 이 위성을 추락시키려하고, 과학자는
이 계획을 반대하고 나서는데.....
- 표지의 사각형의 의미가 이 단편에 실려있다. 가장 첫 단편이면서 가장 좋았던 단편이다.
약간 재치있으면서도 진지한 단편으로 '프레드릭 브라운'이 떠올랐다.
2. 스마트 D
문자에 금액을 지불하고 써야하는 시대 D 혹은 ㄷ 문자에만 금액을 지불받고 이를 스마트D
라 지칭하여 수많은 돈을 벌어드린 초거대 기업에서 테러 방지란 명목하에 D 혹은 ㄷ을 사용하는
모든 문서를 사찰한다. 어느날 SF공모전에 마지막 작품을 투고하고 자살하겠다는 이메일이
출판사로 날라오고, 투고하겠다는 주인공은 ㄷ 자판이 써지지 않아 작품을 보내지 못하는데...
- 작가의 데뷔작이란다. 초중반까지 좋았는데 결말로 갈수록 너무 나간다 싶은 느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좋았고, ㄷ을 쓰지 않고 진행되는 수십 페이지는 놀라웠다.
3. 조개를 읽어요
조개에 깃든 언어를 연구하는 주인공이 연인인 은경이가 준 신비한 조개의 언어를 해독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 개인적으로 질색하는 감성SF...ㅠ_ㅠ
4. 예언자의 겨울
핵전쟁 발발로 지상은 초토화 되고, 목숨을 부지한채 잠수하는 핵잠수함의 선원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래의 노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혹등고래 무리는 고래의 지도자 흰수염 고래를
범고래로 부터 지키기 위해 노래하는데....
- 멸망의 기로에선 인간과 고래들의 부조화와 비극적 결말이 고래의 예언의 노래와 어우러져
인상깊었다.
5. 티켓팅 & 타겟팅
핵잠수함에 배치된 여승무원들이 JYJ콘서트 예매를 위해 치열하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이야기
- 나도 해외 콘서트를 예매하기 위해 정시에 맞춰 좋은 자리를 얻어내려고 미친듯이 클릭질을
해본 경험이 이작품을 통해 오버랩됐다. 티켓팅 장면만은 현실감 100% 공감
6. 예술과 중력가속도
달에서 무용을 하던 은경은 달세계 부도로 지구에 내려오고 달보다 중력이 높은 지구에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무용을 지속한다. 그러던 어느날 지구에서 달 무용을 선보일 기회가
오고, 그녀를 보기 위해 은경의 남친은 미국으로 먼길을 떠나는데.......
- 표제작이자 가장 강렬한 단편이다. 시작과 함께 '식사시간을 피해 읽을것'이라는 주의
문구가 더욱더 호기심을 일으켰던 단편인데....정말 제목에 딱 맞는 이야기였다. 예술은
중력가속도에 반비례하는 더럽고 슬픈 이야기....
7. 홈스테이
라식 수술로 인하여 자신을 돌볼 사람을 찾고자 오랜만에 예전 여친에게 연락한 주인공은
스파이 여친의 집에 홀로 두눈을 가리고 이틀간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의 집은 쿠데타
위협이 있는 작은 소도시, 두눈을 가린 탓일까....감각이 예민해서 일까...기차 소리에
섞인 작은 소음을 간파하는데.....
- 디지털 기계에 아날로그 소음을 입힌다는 설정이 새로웠다. 뭔가 묘하게 공감된달까...
8. 예비군 로봇
화성으로 돈을 벌기 위해 중장비 로봇을 구매한 은경은 그곳에서 EU군과 미국군의 대치로
예비군으로 차출되는데, 화성에서는 원천적으로 화력무기 사용의 불가로 2족보행 강화장갑에
망치를 들고 훈련을 받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이내 전쟁이 발발하는데.....
- 가장 인기를 끌었다는 단편이라는데 웃픈 코믹한 상황 설정이 좋았다.
9. 초원의 시간
분쟁지역에 탐사차 방문한 윤희나는 국경을 벗어나던중 폭격으로 한쪽귀가 먼채 부상당한
천재소녀를 만나고.....그녀의 불안은 해소하고자 무심코 그녀에게 한글로 적힌 쪽지를
건내는데.....곧이어 신비한 일이 벌어지는데......
- 이 단편집중 두번째로 좋았던 단편이다. 분쟁지역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는 윤희나와 초원에서 벌어지는 타임워프....
10. 양떼자리
정해진 곳을 벗어나 풀을 뜯는 양과 그 양을 쫓는 다른 양,염소,개....그리고 노년의 양치기
- 역시나...감성 SF로 마무리...
단편집중 좋았던 작품은 [유물위성], [스마트 D], [예술과 중력가속도], [초원의 시간]정도
인듯 하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고, 유머러스한 상황설정과 감성 넘치는 단편들로 채워져
있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것 같다. 이 책을 들고 읽을때 주변인이 제목의 중력가속도와
SF라는 장르만으로 굉장히 어려운 책일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도 SF=어렵다는 공식이
뿌리박혀 있는것 같아 안타까웠다. 더 과학이론으로 무장한 [인터스텔라]같은 영화는 잘만
보면서 활자화만 되면 거부감을 갖는것 같다는....ㅠ_ㅠ 다른건 몰라도 이 작품 만큼은
이 생각을 깨부숴 버릴만큼 SF의 선입견을 갈아치울 정도로 SF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대중적인 SF 단편집임에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