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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먼트 - 복수를 집행하는 심판자들, 제33회 소설추리 신인상 수상작
고바야시 유카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저지먼트_복수를 집행하는 심판자들 (2017년 초판)
저자 - 고바야시 유카
역자 - 이영미
출판사 - 예문아카이브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95p
죄짓고 살지 말자
죄와 벌...그리고 단죄와 용서에 대한 독특한 설정의 미스터리 작품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제33회
소설추리 신인상을 수상하였는데,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그 상황으로
인해 야기되는 5가지의 에피소드들을 엮은 작품이다.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극단적 설정은 바로 '함무라비 법전'
의 실제화!...남의 눈알을 파낸자 눈알로 대신하고, 이빨을 뽑은자 이빨로 갚는다. 고대 사회의 실존했던 처벌
방식이라곤 하지만 현대사회에선 꿈도 못꿀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누구나 알고 있다..지금의 실존 법체계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지는 않다는걸 말이다. -_-;;; 국민들에게 돌아가야할 수천억의 돈을 빼돌린
기업 총수가 받게되는 벌보다 가난하고 굶주린 가장이 훔친 빵에 대한 처벌이 더 무겁게 내려지는 불평등하고 비
이성적인 지금의 현실에서 볼때 오히려 죄값과 동일한 벌값을 받는 이 작품속 복수법이 더 합리적으로 느껴지는게
이상한건 아니라 생각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괜히 생긴건 아니리라...ㅠ_ㅠ
꼭 그게 아니더라도...자신의 소중한 누군가를 해친 흉악범이 피해자의 고통과는 상관 없이 자신의 형기만 채우고
풀려나는 꼴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건 분명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란것도 이해가 된다. 피해자의 고통은 영원하지만
가해자는 발뻗고 잘 잘테니 말이다...-_-;;;;
어쨌던....그런 불평등과 불만 끝에 작품에서는 새로운 복수법이 재정된다. 이 복수법에는 몇가지 규칙이 따른다.
1. 가해자의 재판 후 피해자의 대리인(가족 혹은 연인등)이 실정법으로 처벌할지, 복수법으로 처벌할지 결정한다.
2. 복수법을 적용할지는 3개월간의 숙려기간을 거친다.
3. 복수법 처벌을 결정한 뒤는 형 집행은 결정권자 자신이 피해자가 당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형을 집행한다.
4. 복수법 형집행이 정확히 집행될 수 있도록 복수감찰관이 동석한다. 하지만 형집행에 영향이 갈만한 언행과
행동은 절대 금지 된다.
5. 복수법을 결정했다고 해도 실제 집행이 불가할 경우 복수법을 포기 할 수 있다. 이경우 다시 가해자는 실정법의
집행을 받는다.
자.....잔인하게 살해한놈을 똑 같은 방법으로 쳐죽이는것까진 좋다...그러나 3번 조항 때문에 이야기가 갈린다.
소중한 이를 잃은 주변인이 직접 망할놈을 족쳐야 한다는 것이다...-_-;;;;; 평범하게 멀쩡히 살아오던 사람들이
복수심에 기대 또다른 살인자가 돼야 하는 것이다.....사형 집행하듯이 공무원의 손에 맡겨 처리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손을 더럽혀야 한다면.....온전히 복수를 집행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그렇기에 이 5편의 이야기에
갈등과 단죄 용서의 감정들이 풍부하게 뒤섞이게 된다. 때로는 슬프기도....때로는 안타깝기도....때로는 불합리
한 다섯가지 이야기 덕에 죄의 무게와 용서의 깊이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을 갖게 된다.
1. 사이렌
자신의 아들을 4일동안 감금한뒤 온갖 고문과 폭행 끝에 잔혹하게 숨지게 만든 범인에게 복수법 시행을 결정하고
아이를 잃은 아빠는 4일간 가해자가 아들에게 가했던 것과 똑같은 순서와 방법으로 형을 집행하려 한다. 아들을
위해 항상 엄하게 훈육하던 아빠는 자신이 아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에 짐이 되었고
가해자에게 아들을 죽인 이유를 묻는다. 조롱섞인 대답으로 일관하던 가해자도 피해자 아버지의 형집행이 이어질수록
공포와 고통때문에 진실을 이야기 하는데.....
-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그리고 안타까운 죽음....모든것은 대화 부족에서 비롯된다...ㅠ_ㅠ 이어지는 잔혹한
형 집행과 또 다른 복수의 순환고리....수형자도 죽을 맛이지만...집행자도 정신이 산산이 부서지는 법
2. 보더
친할머니를 회칼로 목을 따 살해한 14살의 소녀....그리고 사회 정의를 위해 친딸에게 복수법을 집행하겠다는 엄마
드디어 형집행이 시작되고.....손발이 묶인 딸앞에 회칼을 든 엄마는 딸에게 다가가고......
- 역시....한쪽 말만 들어선 정확한 판단이 불가하다...합리적 판단은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모녀간의 끈끈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단편....
3. 앵커
대낮에 도심지에서 벌어진 무차별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3명의 사람이 살해당한다. 그리하여 엄마를 잃은 30대 딸,
대학생 동생을 잃은 형, 약혼녀를 잃은 약혼남이 가해자의 복수법 결정을 위해 모인다. 과반수 이상이 복수법을
찬성하면 복수법 집행이 가능한데, 1차 모임에서 형을 제외한 2명은 복수법 집행을 망설이고, 두차례의 모임을
더 갖는 동안 결정내려 복수감찰관에게 알려야 한다. 약혼녀를 잃은 회사원 엔도는 그녀가 죽기전 복수법 반대
단체에 가입한 사실을 복수감찰관에게 알리고 그녀의 생전 의지를 이을지, 자신의 희망으로 복수법을 찬성할지
고민하는데.....
- 복수법의 집행보다 복수법이냐 실정법이냐를 결정하기 위해 고심하는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결정과 갈등에
대한 이야기 이다. 픽션이지만 참...죽기 아까운 착한 사람들만 데려가는 작가는 나쁜 사람...ㅜ_ㅜ
4. 페이크
용한 점쟁이가 손자의 죽음을 예견하고 손자를 죽일뻔한 손자의 친구를 건물 옥상에서 밀어버려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죽은 아들의 엄마는 점쟁이에게 복수법을 결정하고, 같은 방법으로 집행하기 위해 옥상에서 만난다.
법집행일자가 오기 전까지 방송과 여러 곳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점쟁이를 살리기 위해 아이엄마는 익명의
협박을 수차례 받아온다. 마침내 형 집행일....점쟁이는 손자와 친구가 얽힌 뜻밖의 진실을 말하기 시작하는데....
- 제목이 이 단편의 핵심 키포인트....
5. 저지먼트
계부와 친모의 아동학대 끝에 여동생이 아사하고....이제 10살이 된 오빠는 부모에게 복수법 집행을 결정한다.
수형자에게 수분 섭취만 허용되고 일체의 음식을 중단시켜 서서히 아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들....그렇게
날선 엄마와 자식의 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날선 말들 속에 안타까운 뉘앙스가 담기고.....그러다 돌연 아들도
식음을 전폐하는데......
- 하.....이세상에 제일 경멸하는게 아동학대이다....10살 천사의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ㅜ_ㅜ
다섯편 모두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들이었다. 가해자를 복수법으로 똑같은 공포를 겪게 하며 통쾌하고 시원하게
죗값을 치르게 하는 이야기를 생각했는데....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암울함의 극치...-_-;;;;이야기는 복수감찰관인
도리타니 아야노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복수감찰관의 업무를 맡고 있지만 거듭되는 복수법의 집행을 보면서 집행의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한다. 하지만 4번 규칙 때문에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드는 죄책감은 어쩔 수 없었으리라....마지막 도리타니의 용기있는 결단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나저나 읽는
내내 도리타니가 남자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역자 후기를 보니...여자더라...-_- 작품속에 성별을 구분 짓는
포인트를 내가 놓친건가?....
만약 소중한 사람이 살해당했다면...당신은 '복수법'을 선택 하겠습니까?.......
작품을 읽기 전엔 쉽게 답을 결정했는데, 작품을 전부 읽고나니 오히려 답이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