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동굴의 단서 Maths Quest 4
데이비드 글러버 지음, 어린이를 위한 수학교육연구회 옮김, 팀 허친슨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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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즐겨보던 책 중에, 질문이 있고 선택지에 따라 다른 스토리와 결론으로 이어지는 구성의 책들이 있었다.

순간의 선택이 결론을 바꾸는 스릴도 있고, 앞장부터 순서대로 펼치는 것이 아니라 지시에 따라 앞뒤를 오가며 읽는 재미도 있어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듯 책을 즐길 수 있었다.

<보물 동굴의 단서>는 그런 재미있는 게임 형식의 이야기에 사칙연산을 가미해 즐겁고 흥미진진하게 수학문제를 풀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보물동굴 입구에서 보물찾기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당연히 보물찾기를 선택하겠지만, 혹시 해적이라는 말에 겁을 집어 먹을지도 모르는 아이를 둔 엄마로서 나는 반대의 선택지로 가 보았다.

무서우면 그만하렴! 같은 차가운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펼친 페이지에는 겁먹은 아이를 위한 따뜻하고도 힘 있는 격려가 실려있었다.

이 정도 격려라면 겁많은 우리 아이도 용기내어 도전할 수 있겠구나 안심하며 나도 도전을 시작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며 지시하는 페이지들을 펼쳐나가는데,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알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어 있었다.

쉽게 머리로 암산을 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정확한 답이 아닌 어림계산을 해서 풀어보는 문제도 있고,

자리수가 커져서 연필과 연습장이 필요한 문제들도 있었다.

그리고 더 좋았던 것은 문제를 풀고 난 후에 나의 답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알려주며

그 이유도 천천히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자칫 연산만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을 스토리텔링기법을 이용해 정확한 개념정리까지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엄마 마음에 쏙 들었다.

그렇게 책의 앞뒤를 넘나들며 무시무시한 해적선장을 만나기도 하고,

조심조심 위험한 나무다리를 건너기도 하면서 마침내 엄청난 보물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예상과는 좀 다른 결론이 마지막까지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주었다.

 

휴가기간동안 4학년인 큰아이가 이 책을 들고다니며 읽었는데,

한번에 끝까지 다 읽은 후에도 틈이 날때면 짬짬이 다시 읽기를 반복할 정도로 재미있어 했다.

답을 외워 문제를 풀면 재미가 없다며 시간간격을 두며 읽을 정도로 흠뻑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책과 비슷한 시리즈가 있으면 또 보고 싶다며 찾아봐 주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수학에 큰 흥미가 없는 아이들도 이야기를 읽어가며 사칙연산을 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을 발견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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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알아야 말을 잘하지 생각을 더하면 2
강승임 글, 허지영 그림 / 책속물고기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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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세살만 되어도 한글공부며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렇게 일찍부터 국어도, 영어도 열심히 배우지만 점점 나이가 들 수록 언어능력이 커지기 보다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다.

또렷하게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기 보다는 웅얼웅얼거리며 몇 가지 단어를 던지고 슬그머니 웃기만 한다.

왜 그런 걸까?

 

이 책의 제목에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을 알아야 말을 잘하지.

 

5살 막내도 초등학교 4학년 큰 아이도 모두 우리말을 한다.

둘 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국어로 표현하지만 그 수준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말을 배우는 초급단계에서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그저 따라하기만 한다.

하지만 우리말을 사용한지 6년정도 지나면 자기가 사용하는 단어와 문맥을 알고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말로 표현하면 어려울 수 있는 우리말의 특징들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쉽게 풀어냈다.

 

'뒤죽박죽 사투리'에서는 단어만으로 재현할 수 없는 사투리의 미묘함을 이야기하고,

높임말을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삼촌의 말버릇 고치기'는 읽을 때 마다 웃음을 준다.

'선생님이 인기가 없는 이유'에서는 언어활동에서 말투와 표정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해주고, '나쁜 말을 하고 싶다면'에서는 아이들이 쉽게 사용하는 욕이 어떤 소리로 표현이 되는지를 알려주면서 욕을 사용하지 않고 속상한 감정을 풀어내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그리고 외국어로 번역되지 않는 우리말의 관용구들을 '콩깍지가 뭐라고?'를 통해 보여주고,

'얼렁뚱땅 우리말 지킴이'에서는 우리말 속의 순우리말과 한자어, 외래어를 구별해 알려준다.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 주는 속담도 부록으로 더해져 있어 심심할때 뒤적여보기 좋았다.

 

이야기가 재미있어 저학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슬슬 언어적 감각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익혀갈 4학년 시기에 읽으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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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담그는 아버지 - 한국사 속 두 사람 이야기 10살부터 읽는 어린이 교양 역사
윤희진 지음, 이강훈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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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한국사의 기록속에서 눈에 띄는 관계를 보여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 써 준 책이다.

 

책 제목인 <고추장 담그는 아버지>의 주인공은 박지원이었다.

<열하일기>로 유명한 조선의 문장가 박지원이 그의 아들인 박종채에게 손수 담근 고추장과 함께 보낸 편지를 통해 보여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백년 전 조선의 아버지도 오늘의 아버지들과 자식사랑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손수 담근 고추장과 고기반찬을 보낼 정도로 다정다감한 아버지의 기준에 맞지 않은 무뚝뚝한 아들들의 편지에 아버지는 "답답하고 답답하다"며 "맛이 어떤지 자세히 알려"주기를 청한다.

 몇 년 전 친정 아버지가 보낸 이메일의 제목(무심한 딸들에게)가 생각나 살짝 울컥해진 대목이었다.

 

박지원을 시작으로 신사임당과 이율곡, 허난설헌과 허봉 허균, 정약용과 정약전 같은 가족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이항복과 이덕형, 정몽주와 정도전 같은 친구와 선후배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거기에 이익과 안정복같은 스승과 제자 이야기에 세종과 장영실의 이야기까지 어우러져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인정해주고 아껴주었던 과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사 속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기대했던 뭔가 드라마틱하고 멋진 이야기들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소박하고 다정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바람에 조금은 심심한 구석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읽고 난 후에 더 곱씹어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이라 즐겁고 아름다웠던 관계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말년 이야기도 소개되어 있다. 특히나 귀향을 가거나 유배지에서 쓸쓸히 인생을 마치거나 하는 슬픈 이야기도 가감없이 나와있어 조금은 서글픈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멀리서도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따뜻한 편지글에 책을 읽는 내 마음도 조금은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항상 옆에서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관계도 좋지만 가끔씩 만나고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나를 알아주는 그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 또한 인생에 큰 보람을 주는 관계일 것 같다.  

 

한국사를 공부하다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세세히 알게되어 책 속의 그들이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책장마다 다양한 사진자료와 그림들이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인물들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그들의 관계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엄마의 목소리로 먼저 들려주어 이야기에 몰입하기 쉬운 것도 이 책의 장점이었다.

 

여름방학에는 초등4학년인 큰 딸과 한국사편지를 함께 읽기로 했는데, 그 사이사이에 이 책도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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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와 비둘기 -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동화는 내 친구 75
제임스 크뤼스 지음, 이유림 옮김, 류재수 그림 / 논장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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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와 비둘기>는 책 표지에 나오는 장면, 좁은 바위틈에 갖힌 비둘기를 독수리가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독수리가 한 발만 뻗으면 잡아먹힐 수 있는 거리에서 도망갈 뒷길이 없는 비둘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쉽게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살기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독수리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차분한 비둘기만큼이나 독수리도 평범하지는 않았다. 막무가내로 먹이감을 사냥하는 무식함보다는 먹이가 거는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생각있는 독수리였던 것이다.

 똘똘한 비둘기와 경청할 줄 아는 독수리의 만남으로 여덟가지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입장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해석에 대한 것으로 거미가 지저분한 집주인에게 감사편지를 썼다가 편히 지내던 환경에서 쫒겨나게되는 이야기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내 입장에서만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약자의 감사가 강자에게는 오히려 성가신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두번째 이야기는 강자에게 저항하는 약자들의 이야기로 당나귀 무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을 해도 매질과 욕을 받으며 지내던 당나귀들이 주인들이 잘 하는 연대의 개념을 익혀 힘을 합쳐 저항한다. 이들의 사보타주에 주인들은 좋은 말로 달래기도 하고, 무서운 말로 협박을 하기도 하지만 당나귀들의 연대는 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당나귀의 연설에 마음이 흔들린 주인들은 결국 당나귀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기로 하고, 두 집단은 이제 협력관계를 시작한다.

 

얼핏보면 욕설과 매질만 없어졌을 뿐이라 자유와 평등을 쟁취하는 혁명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생각하고 생각해보면 주인들도 당나귀들과 함께 노동하고 있고, 당나귀들도 노동을 좋아했다. 다만 그들은 정당한 대우를 원했던 것 뿐이었고, 함께 힘을 합쳐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모든 혁명의 결과가 동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세번째는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였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기억하고 싶은데로 기억하는 대중들의 습성을 정확하게 그려낸 새들의 이야기였다.

 자기가 들었던 기억을 정확히 떠올리지 않고, 마음대로 자기 판단해서 이야기를 꾸며내고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새들 덕분에 잘못된 이야기가 진짜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 이야기는 일곱번째 숲속 자명종이야기와 이어진다.

 

 숲 속 자명종은 누가 오든 똑같은 속도로 바늘을 움직이고 똑같은 소리를 내지만 그것을 보는 생쥐와 새매, 고슴도치, 딱정벌레는 자기들의 생각에 맞추어 자명종을 판단한다. 어리석기 그지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독수리는 비웃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그도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되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비둘기는 재치있는 대처로 위기의 상황을 빠져 나온다.

 그렇게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둥지에서 기다리고 있는 새끼들 때문이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지극한 사랑을 마지막 이야기로 풀어놓은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의 재미만큼이나 이야기 뒤에 숨은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책이었다.

특히 이야기와 어울리는 힘차고 밝은 삽화가 책의 재미를 더욱 크게 만들어주었다.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욱 흥미롭게 이 책을 즐길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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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깜박 도깨비 옛이야기 그림책 13
권문희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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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이야기에는 도깨비가 많이 등장한다.

도깨비는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놀라운 능력과 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약지 않은 어리숙하고 맹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도깨비를 무서워하기보다는 우스워하거나, 놀림감으로 쉽게 생각한다.

 

<깜박깜박 도깨비>에 나오는 도깨비도 그렇다.

아이에게 돈 서 푼을 빌리고서는 매일 저녁마다 그 돈을 갚으러 온다.

아이가 어제 갚았다고 하면,

어제 만나 돈을 빌렸는데 어떻게 오늘 갚을 수가 있냐며 돈을 주고 가버린다.

그렇게 해서 매일 매일 돈이 생기는데도 아이는 그 돈을 다 쓰지 않고 받아둔다. 

날마다 서푼씩, 그 돈이 그대로 쌓여만 가는데도

아이는 다 찌그러진 냄비와 개다리소반 나 바꾸지 않고

 그저 누더기 옷을 새 옷으로

 부모님 무덤에 술 한 병 놓아두는 것과 같이 꼭 필요한 곳에만 썼을 뿐 이었다.

 

도깨비는 찌그러진 냄비를 보고는 저걸 어떻게 쓰냐며 내일 새것 하나 가져다 준다고 한다.

그리고는 또 날마다 냄비와 서 푼을 아이에게 갖다주는 것이었다.

도깨비가 가져다 준 냄비는 먹고 싶은 음식이 계속계속 나오는 요술 냄비였다.

그래서 아이는 맛있는 음식을 날마다 날마다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도깨비는 닳고 닳은 다듬잇방망이를 보고 내일 새 것 가져다 준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 냄비와 도깨비방망이와 서 푼을 가져다준다.

그런데도 도깨비는 매일 저녁 아이를 찾아와서 서로 매일 같은 대화를 나눈다.

 

"어제 꾼 돈 서 푼 갚으러 왔다. 냄비도 받아라. 방망이도 받아라."

"어제 갚았잖아."

"어라? 얘 좀 봐. 어제 꿨는데, 어떻게 어제갚아?"

 

아이가 돈이랑 냄비랑 방망이랑 방안에 가득하다고 이야기를 해도 자기말만 하고 도깨비는 다음날  또 찾아온다.

 

그러다가 어느날 하도 울어서 눈도 코도 퉁퉁부은 얼굴로 나타난 도깨비는 하늘나라로 가서 벌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자기가 헤프게 써서 집 살림이 바닥이 났다는 것이었다.

빌린 것을 못갚아서 미안하다며 뛰어가는 도깨비에게 그게 다 자기집에 있다고 아이는 말하지만 도깨비는 그저 울며 뛰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어른이 되어 행복하게 잘 살다가 도깨비를 부르며 죽고, 도깨비는 벌 다 받고 돌아와 그 아이를 찾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나는 무한정 아이에게 퍼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과유불급이란 말을 늘 마음에 두고 살았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도깨비가 이렇게 무한정 퍼 주면 아이가 게으름뱅이가 되는 건 아닌지 무척이나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아무리 좋은 것이 자기에게 쏟아져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다.

 

이야기 도입부에 이 아이를 설명하는 글과 그림이 있었다.

외딴 곳에 혼자사는 아이.

이집 저집 궂은 일을 해 주고 한 푼 두 푼 주는데로 받아서 겨우 겨우 사는 아이.

제 키보다 몇 배나 더 큰 나무짐을 지고 가는 아이.

아이의 뒤로 그 동네 모든 아이들은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힘들게 번 돈 세 푼을 도깨비가 빌려 달라고 할 때,

아이의 마음 속은 얼마나 복잡하고 힘들었을지..

도깨비가 까먹고 안 갚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는 소중한 돈 서 푼을 빌려준다. 겁이 나서 할 수 없이 빌려주었다고 하지만, 아이가 욕심없는 성품을 지녔다는 걸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도깨비와의 인연으로 아이는 더 이상 외롭고 힘든 삶을 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아이에게 돈을 갚겠다며 매일 찾아와 주는 도깨비가, 아이의 고생스런 생활을 살펴봐 주는 도깨비가 얼마나 고맙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매일 매일 힘든 일을 하며 한 푼 두 푼 벌었던 아이가 날마다 꼬박꼬박 생기는 돈 서 푼의 크기를 몰랐을리가 없다. 그럼에도 아니는 그 돈이 자기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아이가 욕심이 없었기에 도깨비도 서 푼을 빌려준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매일매일 찾아 온 것이 아닐까?

 

처음엔 이야기가 재미있어 읽고, 아이들에게도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그러다보니 한국화 같기도 하고 민화같기도 한 그림에도 자꾸만 눈이 가고,

외로웠던 아이의 마음과 따뜻한 도깨비의 마음에 마음이 가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것은 이런 끝없는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아이과 어른이 함께 읽기에 참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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