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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담그는 아버지 - 한국사 속 두 사람 이야기 ㅣ 10살부터 읽는 어린이 교양 역사
윤희진 지음, 이강훈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09년 10월
평점 :
딱딱한 한국사의 기록속에서 눈에 띄는 관계를 보여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 써 준 책이다.
책 제목인 <고추장 담그는 아버지>의 주인공은 박지원이었다.
<열하일기>로 유명한 조선의 문장가 박지원이 그의 아들인 박종채에게 손수 담근 고추장과 함께 보낸 편지를 통해 보여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백년 전 조선의 아버지도 오늘의 아버지들과 자식사랑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손수 담근 고추장과 고기반찬을 보낼 정도로 다정다감한 아버지의 기준에 맞지 않은 무뚝뚝한 아들들의 편지에 아버지는 "답답하고 답답하다"며 "맛이 어떤지 자세히 알려"주기를 청한다.
몇 년 전 친정 아버지가 보낸 이메일의 제목(무심한 딸들에게)가 생각나 살짝 울컥해진 대목이었다.
박지원을 시작으로 신사임당과 이율곡, 허난설헌과 허봉 허균, 정약용과 정약전 같은 가족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이항복과 이덕형, 정몽주와 정도전 같은 친구와 선후배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거기에 이익과 안정복같은 스승과 제자 이야기에 세종과 장영실의 이야기까지 어우러져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인정해주고 아껴주었던 과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사 속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기대했던 뭔가 드라마틱하고 멋진 이야기들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소박하고 다정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바람에 조금은 심심한 구석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읽고 난 후에 더 곱씹어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이라 즐겁고 아름다웠던 관계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말년 이야기도 소개되어 있다. 특히나 귀향을 가거나 유배지에서 쓸쓸히 인생을 마치거나 하는 슬픈 이야기도 가감없이 나와있어 조금은 서글픈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멀리서도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따뜻한 편지글에 책을 읽는 내 마음도 조금은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항상 옆에서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관계도 좋지만 가끔씩 만나고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나를 알아주는 그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 또한 인생에 큰 보람을 주는 관계일 것 같다.
한국사를 공부하다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세세히 알게되어 책 속의 그들이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책장마다 다양한 사진자료와 그림들이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인물들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그들의 관계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엄마의 목소리로 먼저 들려주어 이야기에 몰입하기 쉬운 것도 이 책의 장점이었다.
여름방학에는 초등4학년인 큰 딸과 한국사편지를 함께 읽기로 했는데, 그 사이사이에 이 책도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