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와 비둘기 -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동화는 내 친구 75
제임스 크뤼스 지음, 이유림 옮김, 류재수 그림 / 논장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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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와 비둘기>는 책 표지에 나오는 장면, 좁은 바위틈에 갖힌 비둘기를 독수리가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독수리가 한 발만 뻗으면 잡아먹힐 수 있는 거리에서 도망갈 뒷길이 없는 비둘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쉽게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살기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독수리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차분한 비둘기만큼이나 독수리도 평범하지는 않았다. 막무가내로 먹이감을 사냥하는 무식함보다는 먹이가 거는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생각있는 독수리였던 것이다.

 똘똘한 비둘기와 경청할 줄 아는 독수리의 만남으로 여덟가지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입장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해석에 대한 것으로 거미가 지저분한 집주인에게 감사편지를 썼다가 편히 지내던 환경에서 쫒겨나게되는 이야기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내 입장에서만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약자의 감사가 강자에게는 오히려 성가신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두번째 이야기는 강자에게 저항하는 약자들의 이야기로 당나귀 무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을 해도 매질과 욕을 받으며 지내던 당나귀들이 주인들이 잘 하는 연대의 개념을 익혀 힘을 합쳐 저항한다. 이들의 사보타주에 주인들은 좋은 말로 달래기도 하고, 무서운 말로 협박을 하기도 하지만 당나귀들의 연대는 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당나귀의 연설에 마음이 흔들린 주인들은 결국 당나귀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기로 하고, 두 집단은 이제 협력관계를 시작한다.

 

얼핏보면 욕설과 매질만 없어졌을 뿐이라 자유와 평등을 쟁취하는 혁명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생각하고 생각해보면 주인들도 당나귀들과 함께 노동하고 있고, 당나귀들도 노동을 좋아했다. 다만 그들은 정당한 대우를 원했던 것 뿐이었고, 함께 힘을 합쳐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모든 혁명의 결과가 동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세번째는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였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기억하고 싶은데로 기억하는 대중들의 습성을 정확하게 그려낸 새들의 이야기였다.

 자기가 들었던 기억을 정확히 떠올리지 않고, 마음대로 자기 판단해서 이야기를 꾸며내고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새들 덕분에 잘못된 이야기가 진짜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 이야기는 일곱번째 숲속 자명종이야기와 이어진다.

 

 숲 속 자명종은 누가 오든 똑같은 속도로 바늘을 움직이고 똑같은 소리를 내지만 그것을 보는 생쥐와 새매, 고슴도치, 딱정벌레는 자기들의 생각에 맞추어 자명종을 판단한다. 어리석기 그지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독수리는 비웃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그도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되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비둘기는 재치있는 대처로 위기의 상황을 빠져 나온다.

 그렇게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둥지에서 기다리고 있는 새끼들 때문이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지극한 사랑을 마지막 이야기로 풀어놓은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의 재미만큼이나 이야기 뒤에 숨은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책이었다.

특히 이야기와 어울리는 힘차고 밝은 삽화가 책의 재미를 더욱 크게 만들어주었다.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욱 흥미롭게 이 책을 즐길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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