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만나다 - 스노보드 초보, 야생의 눈을 달리다
권준우 지음 / 북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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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살짝 미쳐도 좋아>라는 TV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직업이나 학업과는 별개로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공부나 일에만 빠져 살기에도 시간이 빠듯한 한국의 현대인들. 그렇게 살지 않으면 미래가 불안하다고 부추기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살짝 비껴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권준우 작가의 [눈을 만나다]를 읽어보길 바란다. 

 

 

 

 

YOLO=You only live once
요즘은 욜로족이 대세다.
정년이 보장되는 일터에서 일하며 30대에 아파트 한채 정도 사고, 아이들 대학 때까지 뒷바라지 하며 사는 게 어려워진 탓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실행하며 사는 건 한번 사는 인생에서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닌가. 그게 자기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다.

권준우 작가의 [눈을 만나다]를 읽으며 취미활동이 곧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열정적으로 사는 일은 얼마나 멋진가.

추운게 싫어 이불 속에서 귤 까먹던 청년이 우연히 스노보드를 접한 뒤 삶이 달라졌다. 좋은 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자신의 발자국을 냈다. 인공 눈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눈은 그에게 무한한 자유와 기쁨을 주었다. 그리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인생이 한층 더 풍요로워졌다.

 

저자는 스노보드를 탄지 3년쯤 지나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지인의 추천을 받고, 처음 일본 스키장에 가보았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스키장과 온천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그는 신나게 달렸다. 새하얀 눈이 덮인 자연 그대로의 스키장은 온 몸의 세포들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로 휴가 때가 되면 어김없이 설질 좋은 스키장을 찾아 다니며 스
노보딩을 즐긴다.

그러나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법. 시간과 돈을 투자해 좋은 설질의 스키장을 찾았지만 비가 오는 경우도 있었다. 비가 오고 안개까지 껴서 눈 앞의 스키장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된 순간이었다.

 

 

 

그런데 저 멀리 하늘에 무지개가 떠있었게 아닌가. 알록달록 무지개와 새하얀스키장의 황홀한 풍경.
비가 왔다고 낙담하는 것이 아니라 무지개와 함께 스노보드를 타볼 기회를 얻었다며 즐거워하는 저자. 그의 긍정에너지가 새삼 부러웠다. 

p.64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비도 오고, 안개도 낄 수 있고, 눈보라 때문에 리프트 운행이 멈추는 일도 생긴다.(중략)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었다. 무지개와 함께 스노보를 타는 경험은 쉽게 만날 수 없는 것일 테니까. 나는 그렇게 또 한번의 색다른 실패를 경험했다.

 

백두산에도 스키장이 있을 줄이야. 스노보드를 끌고 백두산 천연 스키장까지 가서 타고 오다니... 이건 정말 상상 이상으로 멋졌다.

백두산하면 푸른색 천지만 떠올렸는데 저자 덕분에 스키장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 날은 아쉽게도 안개에 덮여있어 천지는 구경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눈과 공기 속에서 그가 얼마나 자유를 느꼈을지...

저자는 스노보드를 타며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었다. 일본 파우더 가이드인 토모, 일본 스키장 여행사 대표, 뒤늦게 스노보드에 푹 빠진 50세 의사, 온가족이 스키를 타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세계 곳곳을 유랑하며 지내는 부부까지... 
그들의 삶은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고, 신나는 모험이다. 죽기 전까지 원없이 스노보드 타면 여한이 없겠다고 말하는 그들. 
머릿 속에서 그리는대로, 마음이 시키는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보며 생(生)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껴본다. 

p.175
결코 눈덩이를 던져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 않으면
당신은 노화의 손아귀에 꽉 붙잡힌 것이다. -더그 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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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사람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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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장을 열어 몇 줄만 읽어보면 이국적인 고원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빌딩 숲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낯선 풍경들. 드넓은 초원을 매섭게 후려치는 바람.
소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은 한국인 작가가 썼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낯설고,  새로웠다.
 
소설의 배경은 남미 파타고니아’, 주인공은 예순 여덟 살의 목동 네레오 코르소. 바람과 함께 평생을 살아 온 네레오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꿈과 이상을 좇아 한평생을 살아온 네레오의 이야기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소설은 한 밤 중, 네레오의 집에 불어 닥치는 바람소리로 시작한다. 그 소리에 깬 네레오는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어 오칸의 목상을 만지고, 마테 차를 마신다. 네레오는 어쩐지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며칠 전에 그를 찾아온 만물상 발터의 제안 때문일 것이다.

양들의 평화로운 서식지인 고원에 한 번씩 찾아오는 퓨마가 한 소녀를 덮쳐 죽였다. 목장 주인인 소녀의 아버지는 퓨마를 잡기 위해 나서지만 잡을 수가 없었다. 만물상 발터는 소녀의 아버지에게 그 퓨마의 가죽을 가져다줄테니 현상금을 달라고 한다. 발터는 고원에서 가장 사냥을 잘 하는 네레오를 찾아와 퓨마를 잡아달라고 제안하기에 이른다. 오른 쪽 눈 밑에 길게 찢어진 상처가 있는 그 살인 퓨마를...
 
퓨마를 잡는 일은 양을 키우는 가우초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였기에 네레오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살인 퓨마를 사냥하는 일은 아주 위험천만한 일이다. 네레오는 며칠 먹을 음식과 사냥개들을 데리고 산으로 계속 올라갔다. 몇 날 며칠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살인 퓨마와 맞닥뜨렸지만, 퓨마와 싸운 개들은 모두 죽고, 네레오도 큰 상처를 입고 쓰러진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 순간, 한 젊은 남자가 걸어 왔다. 네레오의 음식과 물을 마신 젊은 남자는 네레오에게 길을 묻는다. 안데스 산맥을 넘어 국경을 넘고 싶다는 젊은 남자는 사형수였다.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죄목으로... 하지만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들어온 남자는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던 중 호송차가 전복해 이곳까지 도망친 것이다.
 
크게 다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네레오와 도망자 신세인 젊은 남자에게 무시무시한 바람 푸엘체가 기다리고 있다.
 
의식이 아득해진 네레오 코르소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 웨나의 소리를 들으며 과거의 자신을 회상해본다.

여덟 살 네레오는 아버지와 술집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앞으로 닥칠 운명을 모른 어린 아들은 그저 술집의 담배 냄새가 싫다. 오랜 기다림 끝에 누군가가 술집으로 들어오고, 아버지는 그에게 돈을 받고 아들을 판다. 네레오는 그렇게 고원의 목동이 되었다. 무능하고,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피해 도망간 어머니, 지붕에서 떨어서 즉사한 형, 자신을 팔아버린 아버지까지... 녹록지 않은 어린 시절이었다.

 

고원의 오두막에서 혼자 생활하게 된 아이에게 바람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다. 쉬지 않고, 무섭게 몰아치는 바람소리에 아이는 절규했다.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늙은 가우초가 아이를 달래기 위해 찾아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파타고니아 고원에서 전해져오는 신화와 전설을... 

그 중 바람을 만드는 남자 웨나 이야기가 아이를 사로잡았다. 신비롭고 놀라운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이제 바람이 무섭지 않았다. 갈기 머리를 휘날리며 검은 말을 타고 달려온 남자가 손을 흔들자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따뜻한 바람이 닿으면 생명이 솟아났고, 차가운 바람은 생명을 거둬들였다. 웨나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점차 양을 잘 다루는 가우초가 된다.
 

 

웨나 이야기를 들려준 늙은 가우초가 죽자 네레오는 양치는 일에 몰두하면서도 이따금 웨나의 흔적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기적적으로 웨나가 네레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의 비밀을 혼자만 알게 된 네레오는 기쁨으로 넘친다. 그 이후로 네레오는 또 한번 웨나를 만나고 싶어하지만 그를 찾기는 쉽지 않다.
 
네레오는 신입 가우초 후안에게서 웨나를 느끼기도 한다. 그처럼 강인하고, 영민한 사람이라면 웨나가 아닐까. 하지만 팔씨름 대회에서 온 힘을 다해 경기를 하던 후안이 경기에 지면서 몰골이 비참하게 변한다. 그는 웨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네레오가 알고 있는 웨나는 신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다. 하지만 신성하고, 고결한 그 무엇이다. 네레오 코르소는 스무살이 되던 해, 자신이 믿는 웨나를 찾기 위해 고원을 나온다. 좁은 울타리를 나와 세상에 뛰어든 것이다.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남루한 행색의 네레오가 어디를 가는지 궁금해 했고, 네레오는 그들에게 웨나를 만나러 간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네레오를 이해하지 못한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한 시기에 전설을 좇아 길을 떠나는 그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터.

 

 

그러나 어느 마을 술집에서 만난 아나라는 아가씨만은 그의 말을 믿어주었다. 믿을 것이 하나 없는 세상에서 믿을만한 이야기는 오히려 전설 속 웨나라는 것이다. 웨나를 만나면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거라는 아나. 그녀에게도 아픈 과거와 고달픈 현실이 있었다. 거리의 여인이었던 엄마가 길거리에서 죽으면서 낳은 아이가 아나였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의 삶도 거리에서 이뤄졌다. 태어나면서 어긋난 삶이지만 죽어서는 멋진 묘지에 들어가리라는 그녀의 마지막 소원도 사기를 당하며 무너진다. 그리고 웨나를 믿어 주었던 아나는 싸늘한 시신이 되어 바다에 떠오른다. 아나의 죽음으로 인해 네레오는 깊은 절망에 빠진다.
 
먹지도 자지도 않는 고행이 계속되면서 네레오는 죽음의 문턱에 선다. 그런 네레오를 대목장 주인이 거두어주고, 가난한 절름발이 소녀 루이사가 그를 간호해준다. 네레오는 루이사에게서 순수한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이 시작된다. 루이사가 아들을 낳으면서 그들의 행복은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가 변하게 되는 계기가 생긴다. 루이사의 아버지가 옛날에 사둔 땅값이 폭등하면서 예전의 루이사는 사라진다. 돈과 권력을 좇아 탐욕스럽게 변해가는 루이사를 보며 네레오는 슬픔에 빠진다. 그러면서 이 삶 또한 자신이 원했던 것이 아님을 깨닫고는 다시 거친 세상으로 나아간다.
 
순수한 꿈과 열정이 가득한 웨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푸에고 섬에서 막을 내린다. 네레오는 이곳에서 용맹한 전사 오칸의 목상을 만드는 100세 노인을 만나게 되고, 삶의 경계에서 벗어나 진정의 삶을 찾은 오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네레오는 노인에게 바람을 만드는 남자 웨나에 대해서도 묻는다.
 

"웨이나(웨나)는 어디에 있나요?"
"그는 당신이 생각하는 곳에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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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의 아버지였다, 이다
김지영 지음 / 푸른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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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어려서는 말썽꾸러기였던 아들이 점점 자라면서 말수가 줄어들다가 성인이 되고, 아이를 낳으면 그제야 아버지를 돌아보게 된다. 다 큰 성인 아들에게 아버지는 유년시절의 기억이며 돌아가 보고 싶은 고향이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킨다.

 

저자 김지영은 갓난아기 때, 아버지를 6.25 전쟁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 속에서 잃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지만, 그는 아버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리고 유년시절에 살았던 한국을 기억해본다.

 

<그는 나의 아버지였다, 이다>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저자가 60대라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가족과 고향, 삶과 행복을 그린 수필집이다.

미국과 한국, 세계를 돌아보며 직접 찍은 사진과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이 멋있는 조화를 이룬다.

 

저자는 먼저 아릿한 사랑과 인연에 대해 생각한다.

학창시절 아련하게 남아있는 첫사랑 꽃순이를 떠올려본다. 저자와 같이 아버지가 없는 소녀에게서 동질감과 안쓰러움, 사랑스러운 마음을 느꼈다. 눈꽃 혹은 꽃눈은 맞는 봄이면 저자는 스멀스멀 꽃순이가 생각난다고 한다.

 

비극적인 사랑도 생각해본다.

이인화의 <시인의 별>과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의 가슴시린 사랑이야기를 적어보지만,

저자는 그래도 사랑밖에 없다고 말한다.

 

p.16

인간사를 환히 내려다보는 더 높은 존재가 아등바등 다투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가 나비를 보듯 그 짧은 시간에 매달리고 있는 삶의 치열함에 연민을 느낄 것이다.

(중략)다음 생에서 아름다운 만남을 가질 수 있게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는 인생, 그것을 가지고 싶다.

 

저자는 해외에 오래 떠돌다가 한 달 동안 고향에 들어와 지내면서 아버지와 자신의 유년시절을 추억한다.

땡감장수였던 아버지와 정 진사 손녀 어머니의 만남부터 결혼생활, 그리고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한 살 배기 아들.

그 후 60년이 지난 아들은 고향에 와서 아버지를 불러본다.

 

p.42

아버지, 참 낯선 이름이다.

그는 나의 아버지였다, 이다.

 

문장 끝나는 곳에 왜 쉼표를 넣었을까 궁금했는데

이 두 문장을 읽어보니 이해가 된다.

저자에게 아버지는 살 한번 대보지 못한 허구의 인물이었다. 기억에 없으니 그리워할 수도 없었을테고...

그러나 저자는 언제는 근본을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곳, 그곳이 고향이다. 아버지와 병든 어머니가 계신 곳에 와서야 60 평생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다.

 

p.45

아이구, 에미라고 밥 한 끼 못 해 주고.”

(중략)

고향에 가서 엄마가 해 주시는 밥 먹고 오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래도 끼니를 걱정해 주는 엄마가 계시니 행복하다.

 

장난감을 만들어 주시던 할아버지와 삼촌(삼촌)에 대한 기억도 소중하다.

저자의 고향인 삼바실에서의 추억들. 이제 기억 속의 사람들도 없고, 동네 곳곳의 이름도 사라지고 있지만 고향에 대한 기억은 선명히 남아있다.

 

미국에서 더 오래 살았다는 저자가 쓴 글 속엔 동서양의 문화가 모두 담겨 있다.

미국에서의 삶 또한 어찌 소중하지 않을까. 고향이 타향이고, 타향이 고향이다.

미국 베벌리힐스에서 찍은 자카란다 꽃이 청초하고, 산뜻하다.

 

 

 

미국 이민자가 들려주는 고향의 아련함, 유년 시절의 아름다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노스텔지어. 우리 마음 속 작은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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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권 독서법 -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나미 아쓰시,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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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 책 특유의 냄새, 사그작사그작 책장 넘기는 소리, 매일 위대한 작가와 대화하는 기분이 좋아서 책을 읽는다. 즐거움과 유익함, 행복과 지식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최고의 매체는 책이 아닌가 싶다.


1만권이라는 숫자에 압도당해 어느 정도로 많은 책인지 알기 어렵다. 난 굳이 권수에 집착하는 독자는 아니어서 뭔가 상업적인 제목이 적힌 이 책에 처음부터 확 끌리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 이유는 다독가의 삶이 궁금해서였다. 모두에게 주어진 24시간을 그는 어떻게 활용하는지 훔쳐보고 싶었다. 


다독을 하기 위해선 흔히 속독을 해야한다는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은 속독법에 관한 책일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인나미 작가는 책을 아주 느리게 읽는 사람이었다. 속독을 하지 못하는 그가 한달에 60권을 읽는다면 보통 사람들도 따라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가 책을 읽는 방법을 한번 따라가 보자.


저자는 우선 책 읽는 행위에 대해 발상을 전환하라고 말한다. 책을 꼼꼼하고, 느리게 읽으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거란 생각을 바꿔야한다는 말이다. 
10일 동안 같은 책을 읽는다고 그 책이 평생 기억에 남을까? 그 한 권의 책이 내 인생에 많은 변화를 줄까? 1권의 책을 하루 동안 읽고, 나만의 서평을 적는 것이 더 기억에 남을 것이고, 10일 동안 10권의 책을 읽으면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느리게 읽는 저자가 빠르게 책을 읽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빨리 읽을 수 있는 책과 사색하며 읽는 책을 구분하여 읽되 머리글과 차례는 꼼꼼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제목 단위로 술술 읽고, 불필요한 부분은 넘겨 읽어도 괜찮다.일직선으로 읽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다.
그리고 수많은 문장을 암기하며 읽는 것이 아니라, 플로우 리딩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음악을 듣듯이 편안하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책을 읽을 때, 들숨과 날숨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행위(들숨)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은 후 나의 생각(날숨)을 쓰지 않는다면 기억은 휘발성이 강해 어디론가 사라질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쓰기 위해 읽는다'고 생각하라 한다.   
글을 쓴다,는 행위의 놀라운 효과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휴대폰으로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고, 컴퓨터에 보관해놔도 사진 찍을 당시의 기록을 남겨놓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그 당시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sns에 사진과 한 줄 메모를 적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붓고 있을지도.(물론 친구와의 소통이 가장 큰 목적이겠지만^^)
수많은 책을 읽고, 그보다 더 많은 생각을 했음에도 메모하지 않아 잃어버린 기억들은 유실물 센터에서도 찾아주지 못한다. 그래서 저자는 한 줄 샘플링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머리로 암기하려고 하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읽으면서 바로 바로 옮겨쓰는 방법, 괜찮은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항상 메모장을 지니고 있으면 다시 책을 펼치지 않아도 되므로 시간도 절약된다. 


다독가인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책을 하대하라고 주장한다. 책을 상전처럼 모시면 책을 읽고, 기억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빨간 줄도 긋고, 여백에 생각도 적고, 심지어 책을 찢어도 된다고 한다. 책을 깨끗이 읽는 인나미 작가와 나에게는 덜 공감가는 내용이지만, 이동진 평론가와 우리의 공통점은 '독서는 기억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책의 내용을 기억하고, 감동과 느낀 점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책을 읽는 이유일테니까.


책을 읽는 행동까지 숫자와 경쟁하고 싶지는 않지만, 매일 더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욕심은 간직하려한다.
책 읽기 참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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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 - 성공한 사람들이 절대 알려주지 않는 진짜 자기계발
이혁백 지음 / 레드베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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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 나만의 멋진 명함

 

나는 때때로 서점을 산책한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책들 가운데 나에게 영감을 줄 어떤 책을 찾기 위해 걷고 만지고 읽는다. 최근 서점에서 눈에 많이 띄는 책은 책 읽기에 관한 책이다. 양서를 효율적인 방법으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랄까. 나 또한 얼마 전, 이동진 작가의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을 즐겁게 읽었다. 혼책(?)을 읽는 나에게 작가가 말을 걸어주는 느낌의 책, 나쁘지 않다.

 

독서에 관한 책이 열풍인 이 때, 책을 쓰라고 권유하는 책이 있다. 도서관에서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이라는 제목을 읽고, 대중을 위한 책이 맞나 싶었다. 방송작가, 인터넷신문 기자 등 글을 좀 써본 나도 책을 출판하는 것은 잡을 수 없는 유령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먼 미래에 대단한 학식을 갖춘 뒤 내 모든 것을 쏟아내야만 하는 일로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읽는 책의 종류는 다양하다. 전문분야의 책(역사, 철학, 신화, 고전 등)부터 일상생활의 책(마음을 다스리는 책, 공부 기술, 취미 생활, 육아와 살림 등)까지 책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아마 출판업계에서는 새로운 글을 써줄 누군가를 찾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신인작가를 찾고 있을 것이다. 여행이나 음식점, 육아와 살림 등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작가가 된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단에 등단해야만 작가의 타이틀을 받을 수 있던 시대가 아닌 것이다.

 

이혁백 작가의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을 우연히 읽으며 다시 모니터 앞에 설 용기를 얻었다. 창작의 고통을 누구보다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역시 내가 갈 길은 이 길이다. 독서하고, 글 쓰고, 독서하고, 글 쓰는 생활은 내가 바라는 삶이기에.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진짜 매달려야 할 자기계발이 책 쓰기라는 것이다. 서점의 수많은 책 중에 내 이름이 박힌 책 한권이 꽂혀 있다면 어떤 일을 하든지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다. 나를 소개하는 가장 멋진 명함이 될 것이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분되고, 짜릿하다. 누군가에게 1그램의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들의 삶에 작은 영향을 미칠 수만 있다면... 그 마음을 안고,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다.

 

과학고-서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던 한 사람이 암에 걸린 후, 정말 하고 싶어 했던 일을 시작했다. 만화 그리기.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겪은 몸과 마음의 상처, 그리고 희망을 노래하던 만화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병에 걸리지 않은 나조차도 울며 웃으며 읽었는데 병원의 아픈 독자들에게는 더 큰 용기와 희망을 주었으리라.

나 또한, 책을 쓰면 인세를 얻고, 강연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세속적인 이유가 아니라, 내 진심이 담긴 책 한권, 만들어보고 싶다. 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단지 그것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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