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의 아버지였다, 이다
김지영 지음 / 푸른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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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어려서는 말썽꾸러기였던 아들이 점점 자라면서 말수가 줄어들다가 성인이 되고, 아이를 낳으면 그제야 아버지를 돌아보게 된다. 다 큰 성인 아들에게 아버지는 유년시절의 기억이며 돌아가 보고 싶은 고향이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킨다.

 

저자 김지영은 갓난아기 때, 아버지를 6.25 전쟁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 속에서 잃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지만, 그는 아버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리고 유년시절에 살았던 한국을 기억해본다.

 

<그는 나의 아버지였다, 이다>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저자가 60대라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가족과 고향, 삶과 행복을 그린 수필집이다.

미국과 한국, 세계를 돌아보며 직접 찍은 사진과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이 멋있는 조화를 이룬다.

 

저자는 먼저 아릿한 사랑과 인연에 대해 생각한다.

학창시절 아련하게 남아있는 첫사랑 꽃순이를 떠올려본다. 저자와 같이 아버지가 없는 소녀에게서 동질감과 안쓰러움, 사랑스러운 마음을 느꼈다. 눈꽃 혹은 꽃눈은 맞는 봄이면 저자는 스멀스멀 꽃순이가 생각난다고 한다.

 

비극적인 사랑도 생각해본다.

이인화의 <시인의 별>과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의 가슴시린 사랑이야기를 적어보지만,

저자는 그래도 사랑밖에 없다고 말한다.

 

p.16

인간사를 환히 내려다보는 더 높은 존재가 아등바등 다투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가 나비를 보듯 그 짧은 시간에 매달리고 있는 삶의 치열함에 연민을 느낄 것이다.

(중략)다음 생에서 아름다운 만남을 가질 수 있게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는 인생, 그것을 가지고 싶다.

 

저자는 해외에 오래 떠돌다가 한 달 동안 고향에 들어와 지내면서 아버지와 자신의 유년시절을 추억한다.

땡감장수였던 아버지와 정 진사 손녀 어머니의 만남부터 결혼생활, 그리고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한 살 배기 아들.

그 후 60년이 지난 아들은 고향에 와서 아버지를 불러본다.

 

p.42

아버지, 참 낯선 이름이다.

그는 나의 아버지였다, 이다.

 

문장 끝나는 곳에 왜 쉼표를 넣었을까 궁금했는데

이 두 문장을 읽어보니 이해가 된다.

저자에게 아버지는 살 한번 대보지 못한 허구의 인물이었다. 기억에 없으니 그리워할 수도 없었을테고...

그러나 저자는 언제는 근본을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곳, 그곳이 고향이다. 아버지와 병든 어머니가 계신 곳에 와서야 60 평생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다.

 

p.45

아이구, 에미라고 밥 한 끼 못 해 주고.”

(중략)

고향에 가서 엄마가 해 주시는 밥 먹고 오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래도 끼니를 걱정해 주는 엄마가 계시니 행복하다.

 

장난감을 만들어 주시던 할아버지와 삼촌(삼촌)에 대한 기억도 소중하다.

저자의 고향인 삼바실에서의 추억들. 이제 기억 속의 사람들도 없고, 동네 곳곳의 이름도 사라지고 있지만 고향에 대한 기억은 선명히 남아있다.

 

미국에서 더 오래 살았다는 저자가 쓴 글 속엔 동서양의 문화가 모두 담겨 있다.

미국에서의 삶 또한 어찌 소중하지 않을까. 고향이 타향이고, 타향이 고향이다.

미국 베벌리힐스에서 찍은 자카란다 꽃이 청초하고, 산뜻하다.

 

 

 

미국 이민자가 들려주는 고향의 아련함, 유년 시절의 아름다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노스텔지어. 우리 마음 속 작은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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