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기 - 미래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권하는 인간학의 고전
사마천 지음, 김원중 엮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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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해 짧막한 일화 위주의 글들을  가려뽑은 사기다. 어떤 왕이 어떤 정책을 써서 성공했다 뭐 그런 내용보다는, 족적을 남긴 위대한 사람들이 어떤 일을 계기로 어떤 나라의 재상이 되거나 하는 성공 이전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 큰 중국이 수 많은 나라들의 흥망성쇠를 통과하는 동안에 역사에 기록될만한 획을 그은 시점은 그 시점에 어떤 사람이 어떻게 발탁되었는지부터가 흥미로운 지점이다. 지금과는 많이 달리, 또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 제도를 통한 인재 등용 이전에 사람을 쓰는 일은 비교적 신분적 구획에서 자유로웠던 듯 싶다.  일화 위주의 소개이다 보니, 역사서로 알려져있는 사기의 역사기술적 내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원전 100년을 전후로 해서 지어진 듯이 보인다고 하는데, 로마 시리즈의 말기 공화정 시대와 비슷한 시대임을 생각해본다면, 그 까마득한 고대에 인류가 이렇듯 역사를 편찬할만큼 많은 분량의 글들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사실이 감동 그 자체이다. 특히 책이 역사서이니만큼 책의 내용이 지어진 시대로부터 약 2천년의 역사의 내용이고 또 단순하게 정치와 제도 전쟁 등에 대한 서술이 아닌 일화의 디테일이 살아있으므로 당대의 상업과 직업군 등의 사회 모습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 기록이다. 왜 중국 역사서중 가장 중요한 저작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는가.


기는  본기, 표, 서, 세가, 열전 등 모두 130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번역한 민음사 판 사기 열전, 사기 본기, 사기 세가의 내용 중 청소년을 위해 ‘명장면’을 가려 뽑아 한 권에 싣고 각 장면마다 작가의 해설을 덧붙인 버전으로 2010년에 출간한 <김원중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사기>의 개정판이다. 내 경우, 중국어 한자어로 된 책 제목은 뭔 뜻인지 머리에 바로 쏙 들어오지 않는 어려움이 있는데, 원전에서 발췌했다는 세 권의 책 제목 역시 명확히 하기 위해 네이버 사전에 찾아보니, 열전(列傳)은  ‘여러 사람의 전기 차례로 벌여서 기록한 책’이고, 본기(本紀)는 왕의 사적을 기록한 부분, 세가(世家)는 제후, 왕, 명족에 대한 기록이라고 나온다.


사기가 역사서라고는 하지만 이 책에 발췌된 내용은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사기는 기전체라는 중국의 역사 서술 방식의 효시가 된 편찬 체제라고 하는데, 이 기전체라는 것이 ‘시대 순으로 제왕의 언행을 정리한 뒤 당시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외교 등 중대한 사건을 서술하고 제왕이나 제후를 보좌한 개인의 이야기를 서술(p20 해제 중)’하는 것으로 이전의 연대순으로 매일매일의 사건을 평면적으로 서술한 서술방식에 비해 사건을 주제별로 엮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중국 역사서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이고, 중국 역사 서 내의 인물의 일화들을 적은 이야기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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