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 나의 과학 인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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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를 쓰게 되는 내용은 이미 인생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1권에서 다루고 있는데 1권에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생명에 대한 탐구가 신앙과 종교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주저함없이  드러내도록 이끌었던 듯 싶다. 어쨌든 그는 1년간 의무로 주어지는 부학장이라는 직함을 가질 때, 만찬을 주체하고 식전식후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런 그가 종교와 그토록 싸우는 장면은 자서전을 통해 리처드 도킨스를 제대로 이해하기 전에는 쓸모없는 소모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 생각은 뭐였냐면, 종교를 믿는 사람은 믿는 이유가 있고, 믿지 않는 사람은 믿지 않는 이유가 있으며, 죽어보지 않은 이상 종교가 그리고 유일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데 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종교를 그토록 반대할까. 과학이 밝힌 것도 있지만 못밝힌 것도 많으므로 그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렇게 믿고 안믿는 사람은 후에 과학이 더 밝혀낼 거로 믿으면 될 거 아닌가. 


나의 이러한 생각은 리처드 도킨스에 대한 오해였고, 또 일부 그 논리 자체가 틀린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가 책에서 말하는 구구절절 옳은 말들 중 꽂히는 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왜 오직 종교는 비판에서 성역이어야 하느냐 라는 것이다. 우리는 제도를 비판하고, 문학을 비평하고, 예술을 비평하고, 문화를 비판하고, 사회 자체를 비판하고, 하다못해 맛집의 서비스도 등급을 매겨 비판하는데 왜 종교를 비판하는 것은 그토록 금기시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말에 우리가 종교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조차도 얼마나 종교적인 것이었는지, 그러니까 절대로 건드리지도 비판하지도 말아야할 성역이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를 적대시하고, 그를 성내며 진화론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권위있는(?) 종교지도자들이 아니라, 창조론자들이며, 그가 그토록 소모적인 논쟁에 발을 담글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진화라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 살아있는 증거들로 가득차 있는 사실들을 부정하고, 논쟁조차 불가능한 억지 소리를 해대는 창조론자들임을 알았다. 도킨스가 만난 종교지도자들, 캔터베리 대주교니 카톨릭 대주교 등등의 사람들은 진화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학은 과학의 영역이 종교는 종교적 영역이 있음을 주지시킨다.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어차피 유일신 사상 자체가 뿌리 깊게 민족적 정서 속에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창조론적 사고관이 그리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진 않았지만, 건국 이념 자체가 기독교 신앙의 뿌리를 둔 미국의 경우 특히, 남부 사람들은 진화론을 학교 교과 과정에서 삭제하고자 하는 움직임까지 거세다고 하니, 이 양반이 괜히 돈이나 벌려고 <만들어진 신>을 쓰고 TV 토론회에 나가고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리처드 도킨스의 평생 주제라고 한다면 아마도 자연선택일 것이다. 이 책은 그의 후반기 삶에서 교수(강사)로서의 삶, 책을 집필하는 저자로서의 삶, 그리고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자로서의 삶, 토론자로서의 삶 등으로 분류하여, 그의 여러가지 업적들이 어떠한 인간관계와 사회적 위치 내에서 어떻게 이루었는지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대단한 것은 단지 연구 업적 뿐만 아니라, 그의 저술들이 탄탄한 과학적 사고와 사실의 기반하에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호소력 있고 우아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인데, 그 점에서 도킨스는 책만 재밌게 쓴 것이 아니라 TV 토론회와 과학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꾸준히 대중에게 과학을 전파했고 함께 소통했다. 


그는 옥스포드에서 대학원생들을 가리키며 매우 똑똑한 학생들과 소통하며 연구하는 것을 즐겼지만, 인생의 더 후반부에서는 그것보다는 옥스포드 대학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래서 TV 출연 및 과학 책 저술 및 각종 강연 등의 과학 행사를 주최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여, 학교에 전달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월급을 받았다. 암튼 대략 그렇다. 그래서 도킨스 말로는 연봉은 줄었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여러가지 방면의 지적인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또한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섰다. 


약 600여페이지에서 12개의 장으로 삶을 구분하였는데, 마지막 12장 <과학자의 베틀에서 실을 풀며>는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에서 주장하는 도킨스의 이론들에 대한 것으로, 우리나라에 출간되어 있는 리처드 도킨스의 모든 저서들에 대한 개략서라고도 할 수 있을만큼 폭넓은 그의 생각들을 다룬다. 약 12개 장 중의 하나의 장이지만 거의 200페이지 가량으로 책 한권으로 엮어도 될만한 양적 질적 내용을 갖는다. 그는 수십년 동안 12개의 책을 썼다.  이기적 유전자가 가장 처음 나왔는데 작년이 40주년이었다. 이후 도킨스의 가장 잘 된 저서라고 스스로 주장했다는 <확장형 표현형>. 이 책에 대해 만일 천국에서 베드로가 지상에서 공기마신 값으로 뭘했냐고 따져물을 때 최선의 대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구는 여러 복제자가 서로 협력하며 공유하는 개별 단위인 개체가 지배하고 있다(444)"

"운반자 개체에 든 모든 유전자는 미래로의 출구(병목)을 다 함께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는데, 출구란 개체의 정자 혹은 난자다"

"만일 어떤 세균에게 숙주의 난자로 들어간 뒤 난자에 실려 그 숙주의 후손에게 전달되는 방법 외에 다른 미래가 없다면 세균 유전자와 숙주 유전자는 거의 같은 선택압을 겪을 것이다... 그들의 유전자는 숙주 유전자와 너무나 긴밀하게 얽히도록 진화할 것이므로... 원래는 기상자였다는 흔적을... 희미하게만 남긴 채 숙주의 정체성과 하나로 통합되고 말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무임승차한 세균이었다... 협동조합의 다른 모든 유전자와 출구-즉 운반자의 난자-를 공유하게 되었기에 ...(448)

"우리가 품고 있는 모든 유전자, 우리 자신의 모든 유전자는 사실 온갖 바이러스의 거대한 군집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그런 우호적인 바이러스들이.... 정자나 난자라는 떳떳한 통로를 통해서 현재 숙주의 후손에게 전달된다는 점 뿐이다.(449)


위의 인용들은 확장형 표현형의 내용을 설명해주는 내용인데, 이런 식으로 자신의 저서들에서 주장했던 핵심 논점들을 가져와서 다시 논쟁하고, 설명하고 정리해주기 때문에, 12장의 내용은 리처드 도킨스 저서 완벽 정리 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학창 시절 쓰던 참고서 처럼 요점만 정리한 것이 아니라, 설득력있게 논증하고 주요 내용을 설명해주기 때문에 그의 저서를 일부만 읽었거나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의 세계를 더 이해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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