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여행자 - 소행성과 혜성, 지구와의 조우
도널드 여맨스 지음, 전이주 옮김, 문홍규 감수 / 플루토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왕자가 온 별 B612은 아주 작은 소행성이어서, 의자를 조금만 움직여도 해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해지는 풍경을 좋아하는 낭만주의 어린왕자는 때로, 하루에 40번의 일몰을 본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어린왕자의 행성에서 하루는 얼만큼일까? 소행성의 자전 주기는  짧게는 30초 미만에서 길게는 몇 주에 이른다고 한다. 보통 지름이 150미터 이상인 소행성은 자전주기가 두시간 이상이지만 그보다 작은 소행성은 대개 두 시간보다 짧고 위성까지 거느린다. 그 이유는 조금 설명이 필요한데, 대개의 소행성들이 느슨하게 결합된 소행성인데,  너무 빠르게 돌면 암석들이 떨어져 나가 다시 그 모 소행성을 공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린왕자가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으면 하루에 11번 정도의 해지는 풍경과 해돋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소리다.


그 작은 별에서 어린 왕자는 화산의 분화구를 매일 청소해주었다. 애석하게도 실제로 소행성에서 화산 분화구가 있는지는 이 책에 나와있지 않다. 다만, 혜성과 소행성의 구분이 애매해지는 단계, 즉 소행성이 이런 저런 행성의 대기와 충돌한 후, 에너지를 내고, 지표 물질들이 날아가고 내부 물질이 흘러 나오는 등의 현상들을 생각해본다면 화산이라는 것은, 철새들의 이동을 따라 지구로 왔다는 것만큼 그리 황당한 아이디어는 아닌 듯하다.

 

소행성을 낭만적으로 생각한다면 어린왕자가 떠오를테지만, SF 영화에서 주로 만나는 소행성은 지구를 위협하는 근지구천체(Near Earth Object : NEO)다. 이것들은 태양계를 이루는 천체들 사이의 공간에서 태양 주위를 도는 것들이다. 근지구천체에는 암석으로 된 소행성, 먼지 덩어리들이 얼음을 감싸고 있다가 표면활동을 일으키며  꼬리를 남기며 소멸해가는 혜성이 대표적이고 그 밖에도 유성체, 유성, 화구 , 운석 등이 있다. 왜 SF 영화의 단골 소재로 소행성이 자주 등장하는 지는 우주에는 근지구천체가 엄청나게 많고, 그것들이 공룡을 멸망시켰듯이 언젠가 지구에 와서 부딪치면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지구천체 갯수를 셀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지구에 얼마나 위협이 되느냐 하는 건데, 당연한 사실이지만, 크기가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위험하다. 충돌로 인한 국지적인 피해가 아닌, 전지구적인 인류 존재에 위협이 될만한 천체의 크기는 1~2 킬로미터로 분류된다. 여러가지 분석을 통해 밝혀진, 크기(지름)가 1킬로미터 이상되는 근지구천체의 개수는 약 천개 정도다. 반면 여전히 국지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30미터보다 큰 것은 100만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행성과 혜성을 비롯한 근지구 천체가 공전 주기 중 지구에 충돌하게 될 위협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태초에 아무것도 없는 지구에 생명을 가져다 준 것도 이들이다. 46억년 전 태양계 형성 초기의 열적 화학적 환경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 것도 근지구천체들이다. 지구는 형성 초기 5만년에 화성만한 천체가 충돌했고, 파편들이 다시 지구 궤도에 진입해 뭉쳐져 달이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인데, 이 때 충돌로 지구 표면은 모두 녹았고, 표면에는 산소는 물론 물도 유기물 분자도 없이 지옥같은 환경이었다. 그 거대한 충돌이 일어난 45억년 전과 후기 대충돌기 끝자락이던 39억년 사이에 원시적 단세포 생명이 생기게 되었다고 추정된다. 이 때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원시 대기는 수증기와 질소,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큰데, 이러한 대기의 기본 물질들은 아마도 지구 내부로부터 그리고 충돌하는 근지구소행성과 근지구 혜성에서 빠져나왔을 것이라는 것이 최근 학계의 추측이라고 한다.  


학계는 떨어지는 운석 파편과 소행성 파편을 분석해 살아있는 단백질의 구성요소인 아미노산 같은 유기화합물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반면 공룡을 멸종에 이른 6500만년 전의 K-T 대멸종은 10킬로미터급 소행성과의 충돌과의 관계가 드러났고, 그 밖에도 2억 5천년전 페름기와 트라이아스 사이의 대멸종의 원인도 이제는 증거가 사라지게 된 해저상의 소행성 충돌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에서 지구를 위협하는 근지구 천체는 1천개 정도라고 했지만, 이 밖에도 엄청나게 많은 물질이 우주로부터 떨어지고 있다. 100톤이 넘는 물질이 근지구천체에서 떨어져 매일 지구를 강타하지만, 대부분은 너무 작아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살아남지 못하고 먼지와 작은 돌멩이가 된다. 그러나 지표에 충돌할 가능성이 적은 , 30미터에서 100미터 사이의 석질로 된 근지구천체는 지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충격파를 만들고, 100미터보다 큰 석질 천체는 대기권을 뚫고 땅에 부딪히거나 바다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보다 커다란 근지구 천체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대기권에 들어온 천체가 원형 그대로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폭발폭풍에 의한 강풍과 열파동, 지진이 발생하고, 대기권 밖으로 날아갔다가 재진입하는 뜨거운 충돌 분출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고, 먼지와 재가 방출되면 산성비가 내리고, 오존층이 심각하게 손상되며, 대기는 먼지와 재로 불투명도가 심화되어 마침내 광함성이 멈추고 충돌에 의한 겨울이 닥친다. 광합성이 차단되어 식물은 물론이고 식물에 의존하는 동물들도 모두 죽는다. 이것이 전형적인 지구 재앙 시나리오다.

 

다행이도, 근지구천체의 대부분이 발견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발견될 것이며, 또 발견된다 하더라도, 이것들의 궤도를 바꿀만한 기술이 축적되어 가고 있다. 근지구소행성이 발견하고 추적하는 기술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계속 잘 발달되어 왔고 궤도 변경을 위한 현실적인 계획도 착실히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앞서 제시한 것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리의 세대에 일어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다행이다. 과학자들을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