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코드 - 생명의 비밀을 풀어가는 유전체학의 새로운 시대
던 필드.닐 데이비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반니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지난 번 유전자 관련 책을 읽었을 때 리뷰 중 유전체는 우리가 아주 일부만 이해할 수 있는 외계인의 언어로 된 책이 아닐까 하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이제 그 책이 외계인의 책이라면 우리는 외계의 언어를 꽤 많이 해독했으므로 그 해독된 부분을 단서로 해서 더욱 더 빠르게 책의 비밀이 밝혀지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에 인간 유전체의 염기 서열을 밝혀냈을 때, 그 알쏭달쏭한 나선형 구조 속의 A,C,G,T의 순서가 인간 개체의 무엇과 어떻게 연결시킬지 막막했으나, 먼 우주 속을 광속의 속도러 여행하다 몇 년에 한 번씩 지나가는 별처럼 성긴 지식의 발견은 빠른 속도로 자라나 틀을 만들었고, 이제 지식 사이 사이의 구멍은 조금씩 메워지고 있다.

 

익명의 한 인간의 유전체 프로젝트. 시작에서 완성되기까지 여러개 국가의 협력과 13년동안 30억 달러라는 어마무시한 투자로 완성된 생물학계 최초의 거대과학 프로젝트가 들어간 이후, 그 익명의 염기 서열은 미래를 비추게 될 한줄기 서광으로 기대할 수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질병 하나에 하나의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으리라는 가정은 무참하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뒤죽박죽 엉켜있는 유전자 염기 서열로부터 질병의 경로를 찾아야 했다. 13년동안 수십 수백명의 과학자가 30억달러를 들여 분석한 한 명의 유전자 염기 서열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유전적 차이를 이해하려면 유전적 서명(genetic signature)과 핵심 형질 사이의 연구를 밝혀내야 하고, 그러려면 유전체의 어떤 위치에 있는 어느 DNA의 변이체가 특정 형질을 공유하는 사람들 집단에서 항상 발견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한 명의 유전체로 가능하지 않다. 특정 질병이 유전자의 특정 부분에 의한 것이라면 동일 질병을 가진 몇몇과 대조군 서열들만 있어도 가능할 터였다. 그러나 한 인간의 어떤 특징은 그렇게 간단하게 30억쌍의 염기 서열 중 하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다행히 우리 모두는 인간이므로, 인간인 이상 광범위한 유전체들은 대부분 동일하다. 우리 개인 개인이 모두 남과는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이유, 똑같이 생기지 않고, 목소리와 웃는 모습이 다르고, 눈을 깜빡거리는 습관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과 이상형이 다르고, 무엇을 잘 외우는 사람과 새로운 무엇을 잘 생각해내는 사람들이 각기 존재하는 이유는 나머지 0.5퍼센트의 유전자들이 한다. 그 중에서 과학자들이 집중하는 것은 무엇이 우리를 아프게 만드는 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평균300 개의 핵산마다 하나씩 유전체 염기 서열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 특정 영역은 SNP(Single Nucleotid Polymorphism)이다. 이들 변이는 대개 건강에 무해하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그 중 10퍼센트가 그 인간의 유일무한 개체로서 발현한다. 지금까지 인간 유전체에서 1천만 개의 SNP가 파악되었지만, 생물학적 형질이 파악된 것은 아직 극소수다. 이것은 대양과도 같은 유전적 다양성에서  한 방울의 물이라는 것이 필드와 데이비스의 견해다. 대양에서 한 방울의 물, 모래사장에서 한 알갱이의 모래보다 더욱 희소한 양이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더 많이 알려면 더 많은 인간의 유전체 분석이 필요하다.

 

2011년 한 유전체 회사는 69개의 인간 유전체 전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했고,  덴마크 자치섬 파로섬은 5만명의 시민 모두의 전체 인간 유전체 염기 서열을 제공하는 나라가 되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14년 영국 보건부 산하의 자회사는 8천개의 유전체 분석을 완료했고 2015년에는 3만개의 유전체를 분석할 예정이다. 이제 스텐포드 의대의 학생들은 면봉으로 검체를 체취해 실리콘벨리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회사 23앤미로 보내고 그 댓가로, 자신이 가진 네안데르탈인 DNA양, 각종 암에 걸릴 가능성, 심지어는 자신의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까지도 알게 된다.

 

유전체학은 주류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 MIT가 매년 선정하는 50대 기업의 목록에 2013년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가 순위에 들었고 2014년  MIT에서 가장 유망한 회사고 점찍혔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유전체 서비스 공급자가 된 BGI는 2013년 5만명 가량의 유전체 전체를 서열분석했고, 책이 나온 시점에 약 10만명의 전체 유전체가 분석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자와 인간 개체의 특징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려면 완전한 인간의 유전체 수가 많아야 가능하다. 몸무게와 유전자와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뚱뚱한 사람 유전체 3천명과 마른 사람 3천명의 유전체를 보유하여, 덴마크 연구원들과 함께 분석했고, 지능의 유전적 기반을 조사하기 위해 런던 킹스칼리지 연구소와 함께 아이큐 160 이상 되는 사람 2천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회사도 BGI다.

 

 

그러면 이제 다 된걸까. 우리는 언제나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가장 완성된 단계에 가까이 있는 것처럼 믿지만 과학적 패러다임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안된다. 이중 나선이 유전자를 켜고 끄고 어떤 조합을 이루는 지 그 방법을 바꾸는 후성유전학, 그리고 '한 사람당 여러 개의 유전체'라는 모자이크 유전체는 조금 알아낸 사실 뒤에 아직 파악도 되지 않은 엄청난 사실이 결코 넘을 것같지 않은 거대한 산처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유전체 염기서열을 읽는 것은 신탁을 구하는 것과 비슷하다(p65)'. 그것들은 때로 모호하고 정보가 제한적이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다. 유전적 메시지는 '유전자들의 상호작용과 환경적 요소, 무작위적인 사건들 그리고 과거의 우발적인 사건들이라는 복잡한 미로를 뚫고 나가야 에측할 수 있다(p66). 우리가 지금 보는 유전체의 모습을 세계지도에 비유하자면, 조만간 구글 스트릿뷰 같은 게 나올 거라는 거다. 70쪽

 

시험관 배아시술은 선별된 아기를 고를 수 있는 기술로 2013년 코너 리바이는 이 기술로 태어났다. 수정직후 유전자 염기 서열 분석을 하면 유전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배아 선별이 가능해진다. 23앤미는 주문형 아기 생산 체계의 첫걸음으로 '유전적 계산을 기반으로 한 생식체 기증자 선별 특허'를 냈다. 저자는 반문한다. 언젠가 아이들에게 좋은 유전자를 전해주지 않은 것은 아동학대에 해당된다고 주장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 유전자의 37퍼센트는 박테리아에서 왔고 28퍼센트는 진핵생물에서 16퍼센트는 동물에서, 그리고 13퍼센트는 척추동물에서 왔다. 겨우 6퍼센트만 우리가 진화해 영장류로 본화할 때 새로 나타난 것이다. (111)

인간은 몸 속에 인간 세포보다 최소 10배 더 많은 박테리아 세포를 가진다. 미생물은 음식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을 도와준다. 현대 사회에 살균된 음식을 먹고 살균된 삶을 살고, 농약잔여물과 항생제 보존제의 과도 사용은 인간 몸 속에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미생물의 삶을 위협한다. 아기를 위해 공급되는 모유 속의 당은 아기를 위한 물질이 아니라, 아기의 장 내 가장 많은 선량한 박테리아를 먹여살린다. 저자는  '인간은 미생물적 키메라'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바이오코드라는 말은 연관된 생물학적 중여성을 가진 유전체 집단이라는 정의를 가지고 있지만 단어의 의도적인 유연성으로 인해 바이오코드의 범위는 작은 미생물에서부터 지구 전체 그리고 우주적 생명의 근원을 찾는 그 무엇이 될 수 있다. 유기체, 생물반응기, 건물, 섬 등 더 큰 체계의 유전체가 바이오코드가 될 수 있다. 책이 전해주는 지식의 집적된 상태가 압도적이고, 그 범위가 커서 리뷰에 다 적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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