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 CEREAL Vol.7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7
시리얼 매거진 엮음, 이선혜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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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정체가 궁금했다. 여행 혹은 디자인을 주제로 한 깔끔한 단행본처럼 보이는데, Vol. X 표시가 있어서 시리즈로 출판되는 책임을 알 수가 있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잡지라는 틀에 어느 것 하나라도 맞지 않는다. 다 읽고 나서도, 이것을 잡지라고 소개해야 할지, 그냥 시리즈의 책이라고 소개해야 할지 몰라서 웹사이트를 뒤져보니, 정말 군더더기 없이 얄밉게도 깔끔하고 디자인적으로 예쁘게 잘 배치되어 있다. 사이트나 잡지에 대한 홍보 문구 하나 없는 이 사이트의 ABOUT을 클릭해보니 매가진이라는 말이 나온다. 시리얼은 여행과 스타일에 대한 잡지이고, 일년에 두번 출판되는데 각 도시별 챕터로 나뉘어져 있다. 각 챕터는 빼어난 사진들과 함께 장소, 사람 그리고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볼륨의 장 사이에는 선택된 스타일과 문화 섹션이 제공된다. 라는 소개글이 다다. 


앞서서, 잡지의 틀에서 벗어나있다고 얘기했는데, 잡지라고 하면, 책꽂이에 10년이고 20년이고 소장할만한 가치가 없이 그 당시의 시대에 유행하거나 유용한 정보들로 이루어진다. 물론 모든 여행지와 디자인 스타일, 그리고 사람들은 때가 지나면 변하므로, 주제면에서 크게 본다면 잡지의 틀 안에 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 책은 광고를 전혀 싣지 않았고, 종이질도 두껍고 사진과 기사의 질이 일반 잡지에서 다루는 것보다는 뭐랄까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감성으로 가득차있다. 


가장 최근호인 Vol 7이 시공사의 가장 최근 번역판이지만, 홈피(http://www.readcereal.com) 에 보면 추가로 세 개의 볼륨이 더 있어서 총 1부터 10까지 총 10개다. 잡지이긴 하지만 즉시성이 중요하지 않으므로 한국 출판사에서 일부러 이미 지나간 1부터 차근차근 시간 간격을 두면서 계속 출간하고 있는 듯하다. 영문판 Vol8과 Vol9, Vol10이 이미 출간되어 있는 듯하다.


앞서 홈피에서 소개한 대로 크게 세 개의 도시를 주제로 한 장으로 있는데, Vol 7 에서는 뉴욕과 영국의 브리스틀, 그리고 모로코의 마라케시를 다룬다. 이 세개의 장 사이 2장 브리스톨과 3장 마라케시 사이에 인터루드라는 장에서는 세 도시와 관계없는 몇 개의 기사들을 실었다.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 무엇을 보고 싶을까. 이 책이 대상으로 하는 건, 복잡한 관광지가 아니다. 그 도시가 품고 있는 문화적인 어떤 것, 도시 깊숙한 다운타운 어느 작은 상점이 표방하는 가치들, 디자인적 요소들, 사람들, 풍경들, 일상들이다. 뉴욕에서 소개하는 것은 링컨센터, 노구치 조각 디자인 미술관, 이야기가 담긴 편집숍 어파트먼트바이더라인, 브런치 주말클럽, 뉴욕의 브랜드 샵 주인인 스티븐 앨런(디자이너?)과의 인터뷰,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채로운 뉴욕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진 에세이 하나로 구성된다. 도시와 장소의 위치를 그림으로 나타내고, 주소가 아닌 위경도 주소로 표시한 것도 고급스러워보였다. 뉴욕 맨하탄에 가게 된다면 모두 방문하게 되는 그런 종류의 장소가 아니다. 


링컨센터는 대중과 밀접하게 연결된 예술센터로 친근하고 문화적인 공간이면서도 랜드마크로서의 건축 디자인 요소를 갖춘 장소인 듯하다. 주변의 많은 문화단지들을 끌어들여 문화 단지가 된  이곳은 발레와, 음악회, 오페라, 연극, 패션위크 등 수많은 예술 공연이 열리는 곳이고, 대중을 위한 공연과 패션위크처럼 특수한 목적의 공연이 함께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한다. 어파트먼트 바이 더 라인은 소호의 구석진 골목 안에 여러 여러 디자이너들의 물건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간으로 연출한 곳이다. 판매되는 제품들은 일상에 녹아든 모습으로, 바닥에는 터키산 러그가 깔려있고, 소파 위의 약세서리 액자, 의자, 벽에 걸려있는 회색 남방 같은 것까지 모두 팔도록 연출된 무대다. 심지어는 욕조옆에 걸린 수건 슬리퍼,  욕실 선반에 널려 있는 치약 치솔 빗 같은 것도. 


영국에 살았지만, 웨일즈 해안에 위치한 브리스톨은 가보았는지 안가보았는지조차 기억도 없지만, 사진과 기사로 보는 브리스톨이 주는 영감은 휘황찬란한 뉴욕이 주는 감성과는 또다른 것이다. 웨일즈 자체가 잉글랜드 지역에 비해 산이 많고 지형이 험한데, 브리스톨이라는 도시 역시 언덕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자전거 수도라고 한다. '계단처럼 깍아놓아야 할 만큼 가파른' 힐에서도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네덜란드식 자전거 길을 완벽하게 갖춘 영국의 첫 도시가 될 것이라 한다. 인구 50만 명 정도의 작은 규모에 완만한 푸른 구릉지대에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자전거들이 맘껏 달리는 도시. 브리스톨은 또한 음악도시이면서 초콜렛의 도시이기도 하다. 브리스톨 음악의 역사와 대중을 위한 고형 초콜릿인 프라이 초콜릿 생산의 역사와 침고이는 쵸콜렛 사진들이 지면을 아끼지 않고 가득가득 실렸다. 


인터루드에 나오는 의자도 흥미롭고, 이탈리아 정취가 그윽한 웨일스 해변마을 포트메리온 기사는 꿈꾸게 만든다. 인터루드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사는 에버레인이라는 브랜드 샵에 대한 기사였다. 


에버레인 온라인 매장에서는 에버레인의 캐시미어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동관 공장에 대해 알수 있다. 고객은 작업 현장을 담은 사진, 공장소유주에 대한 소개글, 심지어 공장 직원들이 선호하는 여가 활용법까지 알 수 있다. 에버레인 온라인 매장에는 스코틀랜드 하윅의 스카프 공장, 이탈리아 브레시아의 샌들공장,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티셔츠와 스웨트 셔츠 공장을 비롯해 다른 모든 협력사에 대한 정보도 올라와 있다. 이것이 프레이스먼이 추구하는 '철저한 투명성'이다. 의류 산업 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놓여 있는가를 고발한 신문 기사를 접한 소비자들이라면 자신이 입는 옷이 윤리적으로 생산되었는가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97~98)


즉 18달러짜리 셔츠 하나에 들어가는 가격 책정 과정을 면 셔츠 생산 원과, 공임, 물류 비용 (총 9.13달러) 등을 철저하게 인포그래픽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윤리적 기업관은 전세계적인 젊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게 되었다고 한다. 전문직 종사자들의 도시 젊은이들은 에버레인의 제품 자체 뿐만 아니라 그 제품에 담긴 산뜻한 기업 윤리까지 함께 소비하는 것이다. 모로코의 마라케시에는 모로코를 찾은 사진가들이 찍은 사진들을 전시해 놓은 메종 드 라 포토그라피,  특별한 파란색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마조렐 정원, 그리고 모로코가 사랑하는 음로 박하티의 일종인 테알라망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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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6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5-10-06 18:19   좋아요 0 | URL
ㅎㅎ 갑자기 폭풍 추천에 전화기가 폭풍 진동이라니 에이바님이셨군요. 민트티에 대해 한 꼭지 잔부를 할애했더라구요. 본 시히즈 중 하나에 모로코의 도시 거 어디더라 옥상으로 뛰어다니는 액션씬 오래된 주택가와 골목길이 멋졌는데 고도제한이 있는 모양이더라구요. 구시가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