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입문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우리글발전소 옮김 / 오늘의책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기존의 질서에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서, 자리잡는 데 까지는 논리적 설득과 전파에 시간이 필요하다. 100여년전은 특히 지금보다 더 학문이건 예술이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이 나타나서 곧바로 수용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이라는 분야에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흡수하여 병리적인 현상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치료하고자 했던 시도가 처음부터 먹힌 것은 아니었다. 책을 쓰기 훨씬 이전 이미 그의 이론이 꽤 유명해져서 국제정신분석학회가 창설되고, 라이틀러, 슈테겔, 융과 아들러와 같이 아직 쟁쟁한 사람들과 교류했다가 분파가 갈라지는 등의 일련의 일들을 겪은 후였기에, 아마도 스스로의 이론에 대한 비판적 견해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에도 지면을 많이 할애했던 것 같다. 


칼 포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인 반증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일 수 없다고 보았고(위키피디아), 때로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옹호론자들과 비판론자들과의 논쟁은 매우 격렬해서 프로이트 전쟁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분명 프로이트 심리학은 설득에 무게를 많이 두는 학문인 것 같다. 이 분야를 과학으로서의 학문으로 본다면 해석의 인위성, 작위성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근거가 탄탄하지 않다면 설득이 필요없다. 대신 그 근거를 이해시킬 설명이 필요하다. 프로이트는 당시 대학자이면서도 자신의 이론이 외부에 납득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방어적 입장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이론을 설득한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 비난할 지 모를 주장에 대해 '나중에는 그 의미를 알게될 것'이라는 설명도 보인다. 이 책이 정신분석 입문 학생들을 위해 저술된 책이라는 점을 상기해볼 때, 그 구체적이고 난해한 개념으로 깊이있게 들어가는 것보다는 정신분석학이라는 당시 매우 생소한 개념의 언어들을 일단은 설득적인 방법으로 전달할 수단을 찾았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해제에서는 '다수 사례의 수집으로 인과관계를 발견하여 보편타당한 법칙을 세우는 설명과는 달리 감정이입으로, 즉 자기의 기분으로 다른 사람의 기분을 짐작하여 인과관계를 발견하는 방법'인 정신분석학을 요해심리학이라고 한다. 칼 포퍼의 말을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생각으로 비관적이었던 나는, 프로이트의 리비도니 하는 개념들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지만 그저 주워들은 상식으로 탐탁지 않았던 중에,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에릭 캔들의 <기억을 찾아서>를 읽다가 느꼈다. 그는 기억의 기원이라는 노벨상을 수상하게 한 자신의 뇌신경학적 연구 방향에 있어 프로이트에게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적고 있었다. 이렇게 생소한 분야의 책을 원저자의 책으로 만나는 일이 퍽이나 겁나는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읽혔고, 정교하게 제시되는 프로이트의 일관성있는 이론에서 그 이론에 대한 납득보다도 프로이트의 천재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서 프로이트는 수많은 저작물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 <정신분석 입문>은 빈 대학의 신경학부 생들을 위한 <정신분석 입문> 강의를 위해 쓰여진 입문서로서, 그의 여러 권으로 나뉘어져 상세하게 기록 설명된 그의 이론들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다. 처음 <정신분석입문>을 강의했을 1900년 경에는 청강자가 세 사람이었고, 유명해진 후 1915년에는 70에서 100명까지 돌파했다고 한다. 


616쪽의 두꺼운 이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고, 1부 <실수행위>는 1916년에, 2부 <꿈>은 1917년, 그리고 3부 <노이로제 총론>은 1917년에 간행되었는데, 1부와 2부는 그의 또다른 저서 <꿈의 해석>과 <일상생활의 정신병리>의 내용을 쉽게 정리한 것이고 나머지 책의 절반인 <노이로제 총론>에서 그의 대다수 이론들이 다루어진다. 어쨌거나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핵심적 키워드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면, 성적 욕구와 억압,퇴행, 무의식 등을 들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이 가지는 모든 욕구를 성적 욕구로 보고 이것을 억압하는 자아와 무의식이라는 개념 속에 포함된 커다란 관점에서 인간의 모든 심리적이고 병리적인 현상이 해석된다. 이러한 이론을 믿느냐 안믿느냐, 설득당했느냐 안당했느냐의 문제는 나에게 더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의 이론은 자신이 세운 리비도라는 뼈대에서 조금도 동떨어지지 않은 채 일관되며, 진화론적이고 생물학적인 백그라운드로 설명되며, 과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록 과학이라 부를 수 있는 단단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후대의 심리학과 뇌과학의 여러 분야, 문학, 예술등 다방면에서 무수한 영감이 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