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파괴 - 기존 시장을 뒤엎고 고객을 유혹하는 혁신 전략
제임스 매퀴비 지음, 김상현 옮김, 손재권 감수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큰 기업이 혁신이 어려운 이유는 조직의 우두 머리들이 혁신을 인지하기에는 너무 많은 제약이 되는 개인적 경험과 규칙 몸에 배어 있는 관료적 사고 방식 때문일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에 노출된 디지털 원주민 첫 세대들은 이미 20세가 넘었고, 언제 어느 곳에서든 접속 가능한 유비쿼터스 스마트폰 원주민들도 학교를 들어갔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와 소비는 그들을 매개로 하여 점차 던져진 돌이 물에  생기는 동심원처럼 둥근 파동을 따라 또래 집단을 넘고 공간을 넘어 멀리 멀리 퍼진다. 새로운 세대들이 만드는 변화는 때로 상상도 못해본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 생활과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사고와 행동마저도 바꾸어 놓지만 그 빠른 변화들 틈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생존 경쟁의 위기에 빠진 기업의 혁신이라는 주제 앞에서는 대책없이 속수 무책인 경우가 많다. 


중국에 밀려 다 스러져 가는 것처럼 보이는 미국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면 그것 중 하나는 아마도 디지털 플랫폼일 것이다. 우선 플랫폼이라는 말을 풀이하기에 앞서 잠시 삼천포에 빠져보면, IT나 최근 기술 동향에 관련된 책이나 기사에서 유독 무분별한 전문용어를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는 뉴스와 신문 잡지 기사도 일반인들에게는 어리둥절한 용어들을 그토록 특권인양 많이 사용하는데 하물며 IT 관련 책들은 오죽할까만 플랫폼이라는 말은 사실 기반 이라고 번역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광범위한 의미들을 담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는 대개 윈도우나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라는 뜻도 가지지만 실제로는 매우 광범위하게 그러니까 우리가 기차역에서 남녀가 눈물로 헤어지는 그 플랫폼과 어느정도 통하는 기술의 플랫폼으로서 많이 쓰인다. 어떤 열차 회사에서 공공 기차역을 만들고 플랫폼을 자사의 비싼 KTX 승객들만 이용하도록 할 수도 있지만, 완전히 개방하여 그동네를 지나가는 모든 화물열차와 다른 회사의 완행 열차들의 승객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로서 개방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으므로 열차 회사들끼리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되므로 역 주변의 상권도 커지고 플랫폼이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무한한 발전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비싸게 돈을 받고 일부 승객들만 이용할 수는 있지만 경쟁이 없는 곳에는 언제나 쇠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플랫폼이란 그런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기업과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무형의 기반으로 디지털 파괴라고 이름지어진 혁신을 가능하게 해준다. 우리 휴대폰에 기본으로 탑재된 안드로이드와 페이스북 플랫폼, 유튜브 등이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동작한다. 그런데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은 대부분 공짜이거나, 거의 공짜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플랫폼의 개방송은 더욱 빠르게 산업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전망이다. 거대 기업들이 플랫폼을 개방하는 이유는 디지털 파괴자를 더욱 많이 끌어들여 플랫폼의 범위와 영향력을 배가시키기 때문이다.  이 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휴대폰을 팔아온 삼성이 잘 하지 못하는 점이고 앞으로도 삼성의 미래가 방금 전의 해(year) 처럼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점을 알려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애플도 깨닫고 실천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내부에서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매체에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닌텐도의 위(Wii)와 비슷한 게임기를 만들어 마우스나 조이스틱 같은 거 없이 직접 몸으로 테니스를 치는 흉내를 내거나 말 안장에 앉아 말을 모는 것처럼 몸으로 게임을 하는 엑스박스360용 모션 인식 카메라인 키넥트를 팔기 시작했는데, 일주일도 채 안돼 그 모션 인식 장치와 연동해서 각종 게임을 일반 개발자들이 공짜로 가져다가 개발할 수 있는 도구인 오픈 소스 키넥트 드라이버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이 생기자,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고리타분한 변호사들과 임원들이 성급하게 기자회견을 하고 으르렁 거렸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자 이를 홀라당 뒤집어 언제든 누구라도 키넥트와 연동하는 게임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라고 발표하는 일이 있었다. 


대개 디지털 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책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끌어가고 있는 신기술동향에 관련된 책들이 많다. 그런데 신기술이라는 것은 혁신적인 사업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혁신 경영에 관련된 서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약간의 공통분모는 있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은 와이어드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쓰는 <메이커스><롱테일 경제학> 류나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같이 새로운 기술들이 선도하고 바뀌어 가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이 책은 비슷하지만 한끝 차이로 경영서에 더 가깝다. 그러니까 어떤 마인드로 누구를 타겟으로 삼았냐를 문제삼는다면 이 책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임원들과 정책 결정권자들의 시선으로 읽을 때 더욱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파괴란 파괴적 혁신을 가르킨다. 간단히 말하면 공짜 수단을 이용하고 거의 아무런 투자 없이 즉각적인 제공하는 피드백을 활용하여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세계는 이미 무한 경쟁에 돌입했으며, 어떤 면에서 보면 능력있는 개인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기도 하지만 관료적 체계의 거대 기업들에게는 언제 어떻게 추락할 지 모르는 아찔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음을 강조하고, 따라서 대기업은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디지털 원주민들이 만들어 내는 세대들 소비의 바람을 잘 포착해서 변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취지로 쓰여진 책이다. 


국내 대표적 인터넷 서점들도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NS와 연동하거나 pinterest와 같은 개념을 적극 받아들여 새로운 세대들의 순간적 소통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계속 변화하고 있는 서점이 있고, 아직도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출판사 직원의 추천수 조작을 통한 노출을 눈감고 느린 속도로 변화를 수용하고 있는 서점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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